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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작가 : 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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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작성일 : 18-11-13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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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했다.

 그의 귀국과 함께 신기한 일들은 줄줄이 늘어선 거는 맞다.

 하지만 이제는 좀 쉬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1달 전만해도 책상 앞에만 앉아있던 샌님이었는데 대체 이게 뭔가?

 한순간에 인생이 너무 버라이어티해져 버렸다.

 그것은 결코 그가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물론 그는 해명하느라 애를 쓸 필요는 없었다.

 그저 조용히 조사실로 끌려갔다.

 심문실이 아닌 조사실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책상을 보고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곳.

 실내가 어둡고 왠지 위축감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쪽만이 사람인 심문실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었다.

 물론 언제든 여기서도 지하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단 한마디에 지하로 내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누구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래도 민수는 당당했다.

 ‘군사정보가 왜 필요한지 중요하지 않아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범석의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민수의 의도를 알았다는 뜻이었다.

 적은 정보가 필요하니 그걸 넘겨 적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겠다?

 ‘시도는 좋았어. 하지만 그건 위장이 아니란 전제하에서야.’

 범석은 줄곧 그것이 위장이라 주장해 왔다.

 하지만 민수는 확신했다.

 사단의 작전계획을 탈취하려 했고 그 다음에는 함정이동계획을 원했다.

 절대 위장일 리가 없다.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나 분명 무엇인가 군사작전이 있다.

 하지만 범석은 민수가 수상했다.

 그러한 민수의 말의 논리나 의도보다는 그의 행적에 의심이 갔다.

 광복군 놈들이 첩자를 잡았다.

 그것도 총독부 관리였다.

 그런데 그냥 풀어줬다?

 그리고는 함정이동계획을 가져오라?

 그들이 무슨 해군이라도 창설하겠다는 건가?

 말이 광복군이지 불과 수십 명의 오합지졸에 불과한 집단이?

 제대로 된 훈련은커녕 총기류조차 제대로 갖추었는지 의문인 집단이?

 ‘하지만 이는 위장작전이 아닙니다.’

 민수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이 새끼는 대체 머리를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건가?

 이런 새끼가 어떻게 고등문관시험에.

 논쟁이 길어지더니 조사실의 한구석에서 또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

 ‘왜?’

 그때서야 민수는 뒤를 돌아봤다.

 국장이었다.

 민수는 그가 거기 있었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처음부터 듣고 있었던 것이다.

 ‘위장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방법이 있습니다.’

 민수는 큰소리를 쳤다.

 범석은 또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이 자식이 대가리를 굴리네 하는 바로 그 미소였다.

 새까만 후배였다.

 귀엽긴 했다.

 이 위기상황을 벗어나려 용을 쓰고 있었다.

 범석에겐 웃기는 놈이었다.

 하지만 국장은 진지했다.

 그리고 절박했다.

 ‘어떻게?’

 

 민수를 기다리던 난영은 소식을 들었다.

 민수는 임무에 실패했다.

 체포되어 조사실로 끌려갔다.

 총독부 내에는 나름대로 그들의 사람이 포진되어 있었다.

 중요부서든 아니든 고위직이든 아니든 누구하나의 정보는 모두 소중했다.

 고위직은 아니지만 혹은 일개 청소부지만 그들 하나하나는 소중했다.

 민수가 체포된 즉시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와 접선하기로 한 술집이었다.

 그녀는 당장 자리를 떠야했다.

 민수가 어떤 시도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어떤 말을 꺼낼지 어디까지 불을지

 사실 그는 근본적으로 믿지 못할 종족이었다.

 정말 절실해서 그를 포섭했지만

 그리고 임무를 맡겼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녀는 그리 믿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유가 뭔지 자신도 궁금하다 생각했다.

 그는 당시 흔하디흔한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한 놈일 뿐이었다.

 하지만 난영은 그에 대한 걱정에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술이 들어갔다.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

 무사히 나올 수 있을까?

 계속해서 총독부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그의 장래에 지장은 없을까?

 우리와는?

 모든 걸 불은 건 아닐까?

 어쩌면 지금쯤 순사들이 동원되고 있는 건 아닐까?

 당장 문을 열고 쳐들어와 자신을 체포하는 건?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이 때였다.

 문이 열렸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가 나타났다.

 오히려 웃고 있었다.

 미친놈이었다.

 그리고 하는 말은 더 가관이었다.

 ‘혼자 시작하면 어떻게?’

 그게 걱정하던 사람한테 할 말인가?

 가슴을 졸이며 심장마비로 죽을 거 같던 사람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간신히 참았다.

 그의 등장 자체가 난영에겐 의문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를 가만 놔둘 리가 없었다.

 모든 것이 수상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다가 그는 서류봉투까지 내밀었다.

 난영은 할 말을 잊고 그저 입만 벌렸다.

 서류봉투를 슬쩍 열어봤다.

 맞았다.

 바로 그 서류였다.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그럴수록 그녀의 의구심은 커져만 갔다.

 위조서류

 거기에다가 더 깊이 조직 속으로 침투해 들어온다.

 자신들에겐

 1지대에겐

 더 나아가 광복군과 임정에겐 치명적인 일이었다.

 민수는 난영의 표정을 살폈다.

 민수는 대체 왜 그러냐는 표정이었다.

 난영은 화가 났다.

 그의 표정이 난영을 화나게 만들었다.

 지금은 저런 표정을 지을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민수는 천연덕스러웠다.

 ‘한잔 사!’

 술병이 빈 것을 확인한 민수가 술을 주문하려했다.

 하지만 주인장은 다른 손님 시중에 바빴다.

 난영은 다시금 민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민수가 건넨 서류도 다시 확인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아니 나는 너를 믿을 수 없어 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거 같았다.

 ‘어차피 진위 여부는 확인해 볼 거 아닌가?’

 그녀의 눈초리가 거슬리는 민수가 항의해보았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난영이 서류를 챙기고 일어서려했다.

 ‘한잔 사야 되지 않나?’

 난영은 잠시 멈칫했다.

 고민 중인 거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곧 나가버렸다.

 민수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민수는 그녀를 따라 나갔다.

 

 구석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범석도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에 민수는 못 마땅하기 그지없었다.

 

 골목은 어두웠다.

 난영이 큰 길로 나갔다.

 난영의 맞은편에서 모자를 눌러쓴 누군가가 급히 다가왔다.

 그리고 난영의 서류를 채갔다.

 아는 척을 하진 않았지만 민수는 그가 현식이라 확신했다.

 민수를 미행하던 범석도 그리 생각했다.

 

 난영은 초라한 술집으로 그를 안내했다.

 돼지냄새가 역하게 코를 찔렀다.

 민수는 얼굴을 찡그렸다.

 난영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민수는 처음 구경하는 이상한 음식들에 거부감이 일었다.

 주인이 내온 술도 왠지 위생 상태에 의심이 갔다.

 그런 민수를 난영은 표정으로 무시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음식을 해치웠다.

 마치 너와 나는 종류가 다른 인간이야 라고 말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술도 들이켰다.

 소주는 아니었다.

 막걸리도 아닌 거 같았다.

 정체가 불명인 술이었다.

 그녀는 너무 맛있게 잔을 비웠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웠다.

 민수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아니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말하고 싶어 죽을 거 같았다.

 그녀는 분명 그러는 거 같았다.

 그나마 안주는 훨씬 나은 것이었다.

 식사로 나온 밥은 온갖 잡것이 잔뜩 섞여있었다.

 돼지 밥인지 개밥인지.

 민수도 지지 않으려 술을 입에 가져갔다.

 이토록 독한 술은 마셔본 일이 없었다.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런 표정을 난영이 놓칠 리 없었다.

 그리고는 빈정거렸다.

 ‘술맛이 별론가?’

 민수는 찡그리면서도 술잔을 넘겼다.

 술을 머금은 몸뚱아리가 안주를 당겼다.

 하지만 역한 음식을 넘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를 관찰하던 난영은 다시 한 번 비꼬았다.

 ‘대일본제국의 신하에겐 조선백성의 술과 음식이 입맛에 안 맞는가 보네?’

 민수는 그녀의 빈정거림이 거슬렸다.

 더구나 오늘은 그가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고...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는 술을 넘기고 있었다.

 매력이 넘치는 그녀였다.

 특히 독한 술을 넘기는 그녀

 역한 음식도 마다않고 맛있게 먹는 그녀

 그녀가 웬일로 민수를 챙겼다.

 ‘안 먹어?’

 한 번도 술을 따르지는 않았다.

 안주나 식사를 챙기지도 않았다.

 그건 괜찮았다.

 ‘그런데 왜 반말?’

 그녀는 지지 않았다.

 다시 술을 들이켰다.

 안주도

 ‘감히 총독부 고위관료에게 일반 백성이 반말을 한다. 이런 뜻인가?’

 ‘왜 그리 삐딱하게 말을 해? 나는 내가 나이가 많아 보이니까’

 사실은 틀렸다.

 난영이 두 살 위였다.

 난영만은 알고 있었다.

 민수만 모르고 있었다.

 두 살 위인 난영은 단호했다.

 ‘일파 놈들한텐 존댓말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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