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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작가 : 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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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작성일 : 18-11-13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3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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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수는 하늘을 나는 기분으로 퇴근길에 올랐다.

 남자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칭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드디어 꿈꾸던 것에 한 발짝 다가갔다.

 물론 민수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한발이 아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이룬 듯 뿌듯했다.

 이 세상이 한 손에 잡힐 듯했다.

 무릇 남자는 야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은 조선인 최고위직에 오를 것이었다.

 조선인도 이미 국장까지 배출했다.

 하지만 학무국이란 아무 힘도 없는 자리였다.

 그는 그 자리를 넘어설 것이었다.

 가벼운 발걸음에 날아간 종로에는 난영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정성껏 치장을 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사실 그녀는 치장이 필요 없었다.

 타고난 미인에다 아름다운 자태.

 거기에다 치장까지 했으니.

 멀리서도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그녀는 극장구경을 하자고 했다.

 나운규의 아리랑에 대해서는 총독부에서 이미 들은 바가 있었다.

 미친놈인 주인공 영진의 모습이 마치 나라를 잃고 정처 없이 헤매는 한민족과 같다나 어쩌다나.

 민수에게 이런 불순한 영화를 보는 것은 마음에 꺼리 끼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천황폐하의 충실한 신하로서 어찌 이런 불순한 감정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충성심도 난영이 애교 가득한 부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민수는 마음먹었다.

 애써 영화 자체는 외면하기로.

 대신 난영에게 더욱 집중해 보기로 했다.

 용기를 내어 손을 잡았다.

 그녀가 놀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뿌듯했다.

 단순히 손만 잡는 것으로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관객들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슬픔이 많은 민족이었다.

 애환이 많은 민족이었다.

 민수는 이런 분위기가 싫었다.

 그래도 그녀가 그의 옆에 있었다.

 그녀의 손도 잡고 있었다.

 그거면 됐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더 많은 걸 시도하고 싶었다.

 민수는 키스를 시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고개를 돌렸다.

 그가 시선을 그녀에게 향했다.

 그리고 눈을 들었을 때 그는 그저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니 아름다움을 넘어 숭고했다.

 거룩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를 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자신이 속물일 뿐이었다.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숭고한 여인과의 키스라니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난영 쪽에서 먼저 얼굴을 돌려대는 게 아닌가?

 민수는 그녀를 외면하려 했다.

 감히 이런 거룩한 여인과...

 하지만 그는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남자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늘을 날듯했다.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만 같았다.

 드디어 좋은 일만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모든 것이 잘 풀릴 거 같았다.

 좋은 일만 닥치리라 확신했다.

 문을 나서자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무엇보다 술이 당겼다.

 그녀가 따르는 술을 먹고팠다.

 오늘은 그게 가능할 거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문 앞에는 난영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지하실에서 본 놈이었다.

 광복군 패거리 중에 하나였다.

 민수는 위축됐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난영은 그 놈과 밀담을 나누었다.

 그러더니 다음에 봐야겠다며 사라져 버렸다.

 다시 한 번 닭 쫒던 개가 생각났다.

 배고픔이 사라졌다.

 술생각도 없어졌다.

 재수 없는 날이었다.

 그지 같은 날이었다.

 

 난영을 기다리던 대원은 급히 소식을 알려주었다.

 ‘현식이가 첩자래!’

 난영은 확신했다.

 결코 그것이 아님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된 건 틀림없었다.

 난영은 현식을 찾으러 달려갔다.

 

 그 시간 바람맞은 민수는 발걸음은 재촉했다.

 어디로 가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다만 눈앞에 조선호텔의 간판이 보일 뿐이었다.

 그를 맞는 미나미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친절했다.

 항상 그렇듯 예의 바랐다.

 그리고 민수를 사랑했다.

 지난 이야기는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정성껏 그의 옷을 벗겨주었다.

 다른 날보다 더 정성을 다하였다.

 입보다는 몸으로 말하려는 것이었다.

 그녀는 훌륭했다.

 그리고 현명했다.

 둘은 열렬한 키스와 함께 바로 침대로 직행했다.

 침대에서도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자신이 민수의 위로 올라갔다.

 아는 모든 것을 다 떠올렸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했다.

 민수의 만족을 위해 그녀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격렬한 사랑을 끝나고 민수는 돌아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미나미는 사랑이 끝난 후에도 민수에게 달라붙었다.

 나이는 많았지만 그녀는 예뻤다.

 애교도 철철 넘쳤다.

 일본 여인 특유의 애교였다.

 하지만 그녀는 보통 일본 여인이 아니었다.

 애교 면에서도 보통을 훨씬 넘어서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분명 일개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총독부의 상황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조선에 거주하는 넘버2였다.

 그녀만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의 집안은 대단한 집안이었다.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였다.

 그런 그녀가 애교를 잔뜩 섞어 민수의 귀에 속삭였다.

 ‘명단을 구해요.’

 민수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변화를 미나미도 느끼고 있었다.

 여자의 직감은 무서운 거였지만 그녀는 조금도 티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기다릴 줄 알았다.

 자신의 감정을 자제할 줄 알았다.

 예쁘기만 한 게 아니었다.

 집안만 좋은 게 아니었다.

 조금도 실망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그의 귀에 속삭였다.

 ‘적들을 일망타진해서 공을 세워요.’

 미나미가 조심스럽게 애교를 잔뜩 섞어 속삭이는 그 와중에도

 민수의 생각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래도 미나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당신은 조선인 최초의 총독이 될 거에요.’

 민수가 일어났다.

 옷을 입기 위해서였다.

 그가 이리 일찍 일어난 일은 극히 드물었다.

 아직은 한번 밖에 하지도 않았다.

 극히 드문 경우였다.

 하지만 미나미는 따라서 일어났다.

 그녀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일어나 그의 옷 입는 것을 시중들어 주었다.

 어느 때보다 정성스러웠다.

 그가 팬티를 입을 때는 무릎을 꿇고 팬티를 들었다.

 ‘내가 도울게요.’

 그녀는 포기란 걸 몰랐다.

 민수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문을 열 때까지도 그녀는 계속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어요.’

 민수는 냉정하게 문을 열고 나섰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나 자존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를 보내며 마지막으로 그에게 안겼다.

 민수도 그것마저 거부하지는 않았다.

 ‘당신은 이 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선인이 되는 거에요.’

 ‘모든 걸 하겠어요.’

 ‘당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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