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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작가 : 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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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작성일 : 18-11-13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3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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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수는 기억을 살려가며 여인숙 골목을 지나 광복군의 아지트로 접근했다.

 현식은 차마 민수가 그럴 리는 없다고 믿었다.

 그를 미행하는 순간까지도 그럴 리 없다고 믿었다.

 자신의 눈을 의심해가며 민수를 쫓는 그 순간까지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토록 믿던 민수가 아지트의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류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확인한 현식은 비로소 민수의 실체에 눈을 떴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다.

 가장 친한 친구였다.

 말 그대로 불알친구였다.

 조선의 희망이었다.

 당대 최고의 영재였다.

 인물도 훤칠했다.

 누가 봐도 대단한 인물이었다.

 크게 될 인물이었다.

 현식은 그리 믿었다.

 그런 민수가 진짜 일본 놈에 붙었다니.

 민수는 서류를 뒤지다가 마침내 대장의 가방을 속에서 명단을 발견했다.

 승리의 기쁨.

 성취감.

 뿌듯함.

 자랑스러움.

 서류를 확인하는 민수의 얼굴에 다 드러났다.

 그 표정이 현식의 분노를 유발했다.

 더 이상은 친구가 아니었다.

 민족배반자의 말로가 어떠해야하는지는 자명했다.

 민족배반을 떠나 자신의 동료들을 위태롭게 하고 있었다.

 비록 자신을 궁지로 몰았지만

 자신이 첩자라며 죽이려 했지만

 그들은 피를 나눈 형제들이었다.

 그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민족을 살릴 동지同志들이었다.

 현식의 눈에 이글거리는 분노가 타올랐다.

 분노의 힘은 강했다.

 오랜 세월 품어온 우정 같은 것은 명함을 내밀지도 못했다.

 그래서 현식은 품속의 칼을 꺼냈다.

 그리고 민수에게 접근했다.

 아주 조금씩

 하지만 인생이란 정말 불가사의했다.

 운명이란 정말 얄궂었다.

 너무나 가혹했다.

 불공평했다.

 현식은 그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민수에게 다가가던 그를 누군가가 뒤에서 채가 버린 것이다.

 현식은 뭐라 설명할 겨를도 없이 근배에 의해 입이 막아졌다.

 그리고 근배의 사주를 받은 깡패집단에 의해 끌려나왔다.

 현식은 할 말이 많았다.

 하지만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그렇게 그는 어디론가 끌려갔다.

 민수는 명단을 챙겨 나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근배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민수는 해명을 해 보려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다.

 무언가 그럴 듯한 핑계를 대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해야 할 말이 생각나기도 전에 몽둥이를 맞고 쓰러졌다.

 

 그 시간 현호는 지하 심문실에서는 총독부에 침입한 첩자 창훈을 심문하고 있었다.

 심문을 위해 현호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연기자처럼 자연스레 말을 꺼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창훈을 완전히 속여 넘기려면 완벽한 연기가 필요했다.

 비록 민수의 아이디어이긴 했다.

 기회는 단 한번 뿐이었다.

 민수의 아이디어로 자신의 업적을 쌓기 위해서는.

 심문을 진행하는 쪽이 이렇게 긴장이 되기는 처음이었다.

 막상 심문에 들어가니 잔뜩 긴장한 현호의 걱정과는 달랐다.

 의도대로 순조롭게 심문이 진행됐다.

 역시 연습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현호의 연기를 돕기 위해 부하들은 아침부터 창훈을 불러다가 고문을 가하고 있었다.

 다른 날보다 강도도 심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창훈이 과연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지만 그들의 의도와 목적을 알아내야만 했다.

 처절한 고문과 위협 그리고 협박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창훈의 소망은 완전히 끊어졌다.

 구속 기간에 대한 제한도 없었고 고문의 한계라는 것도 없었다.

 물론 법으로는 있었다.

 하지만 법조문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필요에 따라 중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창훈은 완전히 절망했다.

 도저히 미래라는 건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밖의 동료들이 자신을 구해줄 리도 만무했다.

 조국이 무언가를 해줄 수는 더욱더 없었다.

 그런 걸 바랄 수조차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창훈은 초인적인 힘으로 버텼다.

 처절한 고문의 순간보다 더 힘든 건 잠시 쉬는 시간이었다.

 달콤한 유혹과 부드러운 권유

 그리고 그의 사상에 대한 찬양과 이해 앞날에 대한 보장.

 그럴 듯한 것들이 눈앞을 날아다녔다.

 이론으로는 그저 유혹일 뿐이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당장 눈앞에 시뻘건 쇠꼬챙이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건 1번 타자에 불과했다.

 2번3번이 따로 대기하고 있었다.

 기절을 하면 부어서 깨워줄 물동이들도 즐비했다.

 여기에서 이성은 잘 작동하질 않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이론만 떠드는 자들도 많이 있었다.

 주로 술집에 몰려있었다.

 창훈은 장담했다.

 이 비슷한 곳에도 와 본 일 없는 작자들이라고

 단 한번이라도 와본다면

 단 한번이라도 구경만 한다면

 그 누구도 장담은 할 수가 없었다.

 이론과 현실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그 수치를 계산한다는 게 얼마나 불가능한지

 와보지 않은 자는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유혹은 항상 달콤한 것이니까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유혹 다음이었다.

 유혹이 거절되면 그 후에 기다리는 것.

 실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지옥이었다.

 진짜 지옥에서는 그런대로 생존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콤함 뒤의 지옥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제로다.

 생존율이 가능성으로 따진다면 얼마나 될까?

 이 고문을 견디고 이긴 사람이 얼마나 될까?

 1%? 2%? 자신이 꼭 그 가운데 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들었다.

 1%는 너무 많이 잡은 것이고 0.1%? 0.001% 자꾸 확률이 낮아지고만 있는 그 순간에 갑자기 고문이 멈추고 현호가 심문실로 뛰어 들어왔다.

 창훈은 그토록 놀란 표정을 본 일이 없었다.

 완전히 얼이 나간 현호가 심문관들을 물리고 묶인 줄을 풀어줬다.

 그리고 더할 수 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이게 어쩐 일인가?’

 내 말이.

 대체 이게 어쩐 일인가?

 항상 살벌한 모습만 보아오던 현호가 웬 다정?

 현호 스스로도 당황한 표정연기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왜 양키가 조선반도에?’

 당황함과 간절함이 조화된 눈빛 연기가 압권이었다.

 창훈의 절망 그리고 공포는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양키라는 단어와

 조선반도라는 단어의 마력이었다.

 당시로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

 공포와 두려움은 환희와 기쁨으로 솟아나고 있었다.

 불과 몇 초전까지만 해도 그를 짓누르던 부정적인 감정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가 그토록 기대하던 순간이 닥친 것이다.

 그가 꿈에도 바라던 바로 그것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이 상륙했나?’

 거기까지였다.

 수많은 연습을 거듭한 현호지만 이러한 창훈의 반응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현호는 아무리 놀라지 않으려 해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뒤의 할 말을 완전히 잃어 버렸다.

 하지만 창훈은 흥분했다.

 지금까지의 공포와 절망이 그리고 그보다 배가된 환희와 희망이 그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드디어 해냈어.’

 먼저 이성을 차린 것은 현호였다.

 ‘그럼 정말 그게 작전이었단 말이냐?’

 ‘그렇다 미군은 저항이 심한 일본 본토보다 그들을 지지하는 우리 조선반도에 상륙한다.’

 현호는 입만 벌린 채 아무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들의 길 안내와 조선인의 민심안정 그리고 지지를 끌어내는 일은 우리 광복군이 맡는다.’

 현호는 주저앉았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군사정보가 필요했던 거구나.’

 흥분한 창훈은 현호의 혼잣말을 받아들었다.

 ‘그래서 조선에 주둔하는 2개 사단의 현황과 작전계획이 그래서 필요했던 거다.’

 ‘상륙작전을 위해 함정 운용계획이 필요했던 거고?’

 ‘푸하하하 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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