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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작가 : 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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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작성일 : 18-11-13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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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장이 완전히 바뀐 창훈은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는 실로 경악할 만한 사실이었다.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한 작전이었다.

 현호는 마침내 이들의 의도와 목적 그리고 작전의 전모를 파악했다.

 한 대 맞은 듯 충격을 받은 현호였지만 이성을 찾고 보면 대단한 건수를 하나 올린 것이다.

 당장 총독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호는 총독의 표정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혼잣말로 다시 한 번 사건을 요약해 보았다.

 ‘미군이 상륙한다라?’

 대단한 성과를 낸 것이다.

 뿌듯함이 마음 깊이 밀려왔다.

 스스로 대견하다 여긴 현호가 심문실을 나와 계단을 올랐다.

 바로 그 순간에 계단을 내려오는 범석과 마주쳤다.

 범석은 현호가 나온 심문실이 어딘지 잘 알고 있었다.

 현호는 득의양양한 만면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범석을 향한 비웃음 그리고 가소롭다는 그 표정.

 범석은 현호의 표정에서 모든 걸 읽었다.

 그는 사태를 파악했다.

 창훈의 사건은 완전히 고등계 범석의 것이었다.

 하지만 성과가 나지 않자 형사계의 현호와 교차해가며 심문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그토록 만족한 표정으로 심문실을 나오는 것은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현호의 보고에 놀란 국장은 생각에 잠겼다.

 황당하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모든 게 앞뒤가 맞았다.

 광복군들이 그렇게 군사정보에 집착한 이유도.

 전선이 고착화되고 일본 본토 상륙이 임박한 상황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본국 상륙을 앞두고 필사항쟁에 대한 피해규모 산정에 미군 수뇌부가 충격을 받았다는 첩보도 받은 바가 있었다.

 잠시 고심하던 국장이 보고서를 들고 일어섰다.

 당장 총독에게 보고해야 할 사안이었다.

 아니 본국 총본영에 보고해야 할 사안이었다.

 ‘같이 올라가지’

 국장의 말은 현호에겐 감동이었다.

 감격이었다.

 자신의 노고에 대한 치하였다.

 그것도 총독 앞에서 자신의 업적을 설명하겠다는 뜻이었다.

 아니 자신보고 총독 앞에서 직접 보고하란 뜻이었다.

 하지만 현호는 더 중요한 사안이 하나 더 있었다.

 당장 보고해야 할 사안이었다.

 대일본제국을 위해서도 그러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자신의 입지였다.

 총독부 내의 라이벌의 제거였다.

 정적을 처리해야 했다.

 그러면 총독부 내의 조선인 실력자는 하나 밖에 남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은 시간낭비가 될 것이다.

 ‘뭐야?’

 

 근배는 학규에게 광복군 내 첩자 색출에 대한 보고를 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만큼이나 중요한 과업이 있었다.

 그것은 총독부에 심은 광복군 첩자의 색출이었다.

 상호 간에는 당연히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이다.

 같은 민족에 이 민족이 끼어들었으니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총독부 내의 첩자들은 당연히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다 의심할 수도 없다.

 이들을 다스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첩자들일수록 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이다.

 외관으로 그들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용의자들의 범위를 좁혀갈 수는 있다.

 좁히고 좁힌 용의자들을 상대로 우회 전술을 사용해 볼 수 있다.

 현호가 선택한 전술이 바로 그거였다.

 현호의 사주를 받은 근배가 학규에게 넌지시 떠보기로 했다.

 ‘민족반역자이자 일제의 개 이범석을 처단하겠습니다.’

 근배는 학규의 표정을 살폈다.

 학규도 표정관리에 엄청난 신경을 썼다.

 그래도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는 없었다.

 ‘왜?’

 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일제의 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조용히 타일렀다.

 하지만 근배는 집요했다.

 당연했다.

 그는 심문 중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제가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지금은 안 된다니까?’

 학규가 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광복군 내의 첩자 색출을 일임하면서도

 범석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다시 확인을 했다.

 이를 들은 국장은 끄덕였다.

 그야말로 포커페이스의 일인자였다.

 아무런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

 국장이 현호의 등을 두드리며 문을 열어주었다.

 자신의 성과이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그의 어깨에 힘을 가져왔다.

 동시에 그는 감격했다.

 자신의 출중한 업무능력에 감탄했다.

 그들은 국장실을 나와 3층의 총독실로 올라갔다.

 범석은 계단 맞은편에서 이를 지켜보았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범석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제는 각오를 할 때였다.

 

 ‘미군이 상륙해 일본군을 제압하고 조선반도를 장악한다?’

 ‘틀림없습니다.’

 총독의 질문에 현호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차 답변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출동해 광복군의 아지트를 습격 대원들을 전원 검거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총독과 국장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그들은 금방 이성을 찾았다.

 사실 그들은 너무나도 차분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반응이 현호를 실망시켰다.

 ‘명단은 어떻게 됐나?’

 총독의 질문에 국장은 특유의 낮은음으로 보고했다.

 ‘박민수 군이 진행 중입니다.’

 총독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더욱 실망되는 결정을 내렸다.

 ‘조금 더 기다려보지’

 ‘네?’

 현호는 너무 의외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각하! 지금 그들을 치지 않으면’

 하지만 국장이 현호의 말을 막았다.

 ‘각하의 말씀을 못 들었나?’

 현호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는 분명 이들의 오판이었다.

 당장 그들을 쳐서 발본색원하면 양키들도 생면부지의 땅에 함부로 발을 디디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 모든 공은 바로 자신에게 있다.

 하지만 총독과 국장의 생각은 다른 데에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눈빛을 나눴다.

 마치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그들의 눈빛을 현호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영원히 그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시야의 정면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난영.

 민수가 눈을 뜨자 처음 대면한 장면이었다.

 전혀 분위기 파악이 안 된 순간이었다.

 그래서 민수는 웃었다.

 너무도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니었다.

 전혀 그런 얼굴이 아니었다.

 그러고 나서야 민수는 자기 자신이 꽁꽁 묶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이건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착오였음이 밝혀지는 데에는 불과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짝!

 자신의 뺨이 돌아가는 소리였다.

 그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 앞에서.

 아니 가장 좋아하는 여성에게.

 이는 단순한 사랑싸움이 아니었다.

 최대한의 증오와 원망 그리고 경멸이 담긴 싸대기였다.

 민수는 무언가 설명을 해보려고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짓임에 분명했다.

 난영이 민수에게 빼앗은 명단을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서 무슨 변명을 한단 말인가?

 좋아하는 여인 앞에서 더 이상 비참해지지는 말자.

 하지만 그것도 착오였다.

 얼마든지 더 이상 비참해질 수 있음을 깨닫는 것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학규는 증오의 단계를 넘어 한심스럽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 놔준 지가 얼마나 됐다고 그 사이에 벌써 배신이야?’

 그의 어조에는 분노가 없었다.

 그저 측은함?

 그것은 아마 민수의 말로를 알기 때문이었을 거다.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그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될 것이지.

 어떤 처벌을...

 민수 또한 여기에서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모든 것을 포기한 민수는 비로소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생겼다.

 학규의 옆에서 근배가 싱글벙글 칼을 갈고 있었다.

 그는 정말 신이 나 보였다.

 다시 무언가 말을 꺼내 보려던 민수는 그저 눈을 감아버렸다.

 하지만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아주 미세한 소리에도 눈이 떠질 수밖에 없었다.

 근배가 칼을 다 갈고 나서 시험 삼아 장난하는 소리였다.

 가죽을 잘라보자 예리한 칼날이 두꺼운 소가죽을 가볍게 반쪽 내 버렸다.

 다행한 일이었다.

 한 번에 죽어야 안 아프다.

 안 아프진 않지만 덜 아프다.

 민수는 아직 죽어본 일이 없지만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제발 빨리 죽여 달라고 하고도 싶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마지막으로 할 말은 아니다.

 사나이의 체면이 있지 그래서는 안 된다.

 그저 속으로 빨리 죽여주길 바랄 수밖에.

 근배가 다가오다 나무 기둥에 칼을 박아두었다.

 뾰족한 끄트머리가 기둥에 깊이 박혔다.

 역시 대단한 칼날이다.

 거기까진 좋았다.

 하지만 꼭 거기까지였다.

 그러고는 근배 놈이 다가와 민수의 바지를 벗기려하는 것이 아닌가?

 민수가 걱정한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어차피 죽일 거라면 구태여 거세까지 할 필요가 어딨나?

 물론 입 밖에는 내지 않았다.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러면서 슬쩍 난영을 쳐다봤다.

 난해한 눈빛이었다.

 경멸은 많이 사라진 걸까?

 증오의 눈빛만이 반짝이는 거 같았다.

 이 와중에 그걸 구별하는 게 가능한가?

 하지만 분명 그런 것만 같았다.

 근배 놈이 바지를 내리고 기둥에 박힌 칼을 뽑았다.

 민수의 시선은 다시 마지막으로 난영을 향했다.

 미움과 증오였다.

 미움과 증오의 눈물.

 근배가 칼을 갖다 댔다.

 ‘젠장!’

 거세까지 할 필욘 없지 않나?

 제발 그냥 좀 죽여 달라고 할까?

 민수의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나와 주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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