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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작가 : 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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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작성일 : 18-11-13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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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사 안에 국장은 없었다.

 직원에게 물으니 11시에야 귀청한다고 했다.

 책상에 앉은 민수는 서류작업을 시작했다.

 펜을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쓰기 시작할 때 경무국으로 전화가 울렸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 직원이 소리를 쳤다.

 ‘계장님! 종로경찰서인데 살인사건이래요’

 ‘오늘은 또 웬 살인이야?’

 현호가 반사적으로 웃옷을 집고 일어섰다.

 ‘칼이래요.’

 ‘그럼 칼이지 총이야?’

 ‘아주 예리한 칼에 신체 여러 부위가 잘려 나갔나 봐요.’

 현호가 귀찮다는 듯 문 앞을 나섰다.

 성민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어딘지 아시는 거에요?’

 순간 당황한 현호는 오히려 성민에게 화를 냈다.

 ‘내가 그런 거까지 물어봐야 해?’

 성민이 여직원에게 장소를 묻자 사건장소는 적선동이라 했다.

 총독부 청사 바로 앞인 것이다.

 성민은 황당했다.

 ‘어떤 개새끼가 청사 앞에서 사람을 죽여?’

 

 서류 작업에 매달리던 민수가 시계를 보니 벌써 6시였다.

 습관처럼 그는 청사를 나왔다.

 그리고 조선호텔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길을 건너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민수는 그것을 지나치려 했다.

 다른 사건에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던 난영이 보였다.

 민수는 무의식적으로 다가갔다.

 사람들 사이로 시신이 보였다.

 사람에겐 정말 직감이라는 것이 있는 걸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민수는 시신을 확인하려 사람들을 헤집고 앞으로 나아갔다.

 시신을 두 눈으로 확인 하고도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만나 한잔 하지 않았는가?

 다소 오해는 있었지만 그리고 아직 다 풀지는 못했지만

 그런 그가 왜 여기에 누워있는 건가?

 형사계 직원들은 오히려 민수를 보고 놀랐다.

 그가 왜 여기서?

 무슨 일이냐는 듯 민수를 쳐다보지만 현호만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민수는 충격을 받았다.

 그러한 그를 현호는 비웃었다.

 민수는 어쩔 줄 몰랐다.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누군가 그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

 ‘한잔해.’

 난영이 민수를 끌고 가다시피 술집으로 안내했다.

 민수는 충격에 아무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난영 역시 말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저 술잔만 쏟아 부었다.

 ‘그 자가 시킨 거야.’

 난영이 다시 술잔을 비우며 자신의 생각이 틀림없다는 듯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 자가 시킨 거라구!’

 민수의 정신이 그제야 돌아왔다.

 ‘뭐? 뭐라구?’

 ‘경무국의 그자. 그자가 시킨 거라구.’

 난영은 광복군 내 첩자 색출 작전이 민수의 아이디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다만 근배가 첩자라는 의심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현식이 누명을 쓴 것 역시 근배의 음모라는 추정했다.

 더군다나 그녀는 최근에 현호와 근배의 수상한 만남을 목격했다.

 현호는 분명 무언가를 근배에게 사주했다.

 그것이 무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분명해졌다.

 민수 역시 그 추정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근배와 현호의 일은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민수가 필사적으로 술잔을 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선호텔의 열쇠와 편지를 꺼냈다.

 난영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런 그녀에게 민수가 그것을 건네주었다.

 ‘대신 전해줘.’

 ‘뭐지?’

 ‘정리를 할 때가 됐어.’

 난영은 무슨 말부터 꺼낼까 잠시 고심했다.

 이것이 무엇인지 무슨 의미인지 대강 짐작이 갔다.

 그리고 그렇다면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닌가?

 ‘이유는?’

 ‘정리할 걸 정리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난영의 마음속엔 희망의 불이 타올랐다.

 하지만 그 희망의 불은 너무도 순식간에 그리고 무참히도 꺼져 버리고 말았다.

 시신을 정리한 현호와 형사계 직원들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현호는 자리를 잡고 있던 민수를 발견했다.

 민수는 등을 지고 앉았기에 난영이 다가오는 현호를 발견했다.

 그가 다가오기 전에 난영은 심각한 질문을 재빨리 던져봤다.

 ‘명단을 넘긴 거 아니지?’

 질문은 민수에게 했지만 눈빛은 현호를 쏘아봤다.

 

 현호에게 난영 따위의 기생의 눈빛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쓸 게재가 아니었다.

 현호는 난영을 철저히 무시한 채 민수의 옆에 앉았다.

 난영의 눈빛에 고개를 돌린 민수도 현호를 발견했다.

 현호에게는 민수와 난영의 조합이 상상이 안 되는 거 같았다.

 이 상황이 너무 재밌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심술은 사랑의 불길을 잡아야만 했다.

 ‘총독부내 첩자를 잡았다던데 진짜인가?’

 민수는 난영을 돌아보진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당황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한 비난의 눈빛이 비수처럼 꽂혔지만 여전히 그녀를 쳐다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현호는 궁금해 죽을 거 같았다.

 ‘누군지만 슬쩍 알려주겠나?’

 물론 민수는 고개를 저었다.

 현호도 그럴 줄 알았을 것이다.

 ‘대강 짐작이 가. 안 그래?’

 민수는 모르는 척 술잔을 들었다.

 당연히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신이 날 것이다.

 반사이익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머리에 떠올랐다.

 ‘가장 아닐 거 같은 놈이 항상 그러는 법이지. 안 그런가?’

 맞는 말이었다.

 그건 범석이 한 말이었다.

 맞아.

 아닐 거 같은 놈이 항상 그러지.

 마치 하나의 법칙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놈이기에 아닐 거 같이 하는 게 인간이기에 당연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방어기재였다.

 정신분석이었다.

 과학이었다.

 민수는 다시 술잔을 비웠다.

 누군가를 처벌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만 그것이 더 얄미운 놈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면 그보다 괴로운 일도 또 없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얄미운 현호 놈이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민수에게 시비를 걸었다.

 현호 놈이 민수의 술잔을 뺏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자신이 민수의 술을 음미해 보았다.

 그러지 않아도 생각이 복잡한 민수였다.

 ‘1호실이 손님들로 붐비겠네?’

 현호의 빈정거림이 신경을 건들지만 그의 장단에 놀아나면 안 된다.

 민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민수가 술잔을 도로 빼앗았다.

 현호는 그런 그가 귀엽다는 듯 다시 한 번 빈정거려 보았다.

 난영 보고 들으라는 것인지 난영을 보며 민수에게 물었다.

 ‘광복군 놈들의 명단도 구한 건가?’

 난영의 경멸에 찬 눈빛.

 그 눈빛에 힘이 들어가며 이글거렸다.

 도저히 쳐다볼 수 없는 강렬한 빛을 발산했다.

 그래도 민수는 난영을 바라보며 천천히 끄덕였다.

 난영의 증오가 극한에 이르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어떤 눈빛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자신의 증오와 경멸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경멸하고 증오할 수는 없다는 눈빛과 표정을 민수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면 그것은 분명 성공이었다.

 사실은 여기에서 당장 칼을 뽑아야 했다.

 당장에 처단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정의를 실현해야만 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녀에겐 칼이 없었다.

 현호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그리고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일행들에게 민수의 업적에 대해 떠벌리는 듯 손가락을 가리키며 한참을 떠들어댔다.

 일행들도 일제히 그들을 돌아봤다.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애매한 웃음소리가 술집을 진동했다.

 난영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민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쑥스러워하는 민수를 끝까지 쏘아보았다.

 ‘아니지?’

 분명 그녀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기대가 서려있다.

 하지만 민수가 입을 다물었다.

 ‘말해봐! 아니지?’

 난영의 눈물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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