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스푸쿠스제로 : spookszero
작가 : 줄리앙
작품등록일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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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신공양의 밤 (2)
작성일 : 18-11-21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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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 당신은 이번 사고의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조사관이 엄중히 말했다. 사고를 접수한 해경들은 수색을 시작했다. 그러나 잠수부들은 대산과 미나를 찾아낼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절망했다. 이장은 그제야 용왕제가 정말 매스컴을 타게 될 것 같은 아이러니에 치를 떨었다. 원하던 방향과 반대의 내용으로 치욕적인 상황이었다.

 새벽까지 이어지던 수색이 아침 7시 즈음에서 돌연 중단되었다. 상부의 연락을 받은 해경 책임자가 뭐라고 부하에게 지시를 한 후 현장을 떠났다. 그리고 두어 명의 조사관을 남긴 해경은 이렇다 할 언질도 없이 서둘러 모두 철수해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애가 타는 마음에 발을 굴렀다. 그때, 마을 사람들은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그저 대산과 미나의 몸뚱이라도 찾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용왕제에 참가했던 마을 사람 중 하나는 미나의 집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미나의 할머니는 고뿔 든 미나를 저녁나절 내보내고 누웠던 자리가 내내 편치 않았다. 교통사고로 애비, 어멈을 저 세상으로 동시에 떠나보냈었다. 늙은 홀몸으로 미나, 저 핏덩이를 거두는 게 여간 고달픈 게 아니었다. 그런 형편을 이장이며,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보살펴주었던가. 그래도 미열이 있는 미나를 한데서 떨게 하기가 찜찜했다.

 

 “괜찮겠나? 가기 싫음, 안가도 된다.”

 

 할머니가 미나를 짐짓 말려보았다.

 

 “싫다구.”

 

 미나는 고집을 부렸다.

 

 “고뿔 들어 힘들낀데, 가지 마라?”

 

 “아냐, 가고 싶어, 할머니, 그거 얼마나 재밌는지 알아?”

 

 “그럼, 니 맘대로 해라. 감기약 준 건 먹었나?”

 

 “응, 아.”

 

 미나의 혓바닥에 알약이 그대로였다. 할머니가 물 컵에 물을 가득 따라주었다.

 

 “아유, 옛다 얼른 굴떡 삼켜라.”

 

 미나는 용왕제에 당장 죽어도 가겠다며 생떼를 썼었다. 할머니는 마을에 신세진 것도 마음에 두고두고 걸렸다. 해서 억지춘향으로 미나를 이장 손에 딸려 보냈었다. 할머니는 뒤척이던 노구를 끙, 일으켜 앉았다. 용왕제...... 끝날 때가 거진 다 되었는가. 할머니는 빈 방바닥을 마른 손바닥으로 괜스레 쓰윽 훔쳤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 다급히 할머니를 불러 젖혔다.

 

 “할머니요, 미나 할머니요. 큰일 났심더. 냉큼 나와 보이소.”

 

 “누군겨?”

 

 “할머니요, 미나가... 미나가 바닷물에 빠졌슴더. 지금 난리가 났슴더.”

 

 이게 뭔 날벼락인가, 하며 황망히 일어나던 미나 할머니의 꾸부정한 허리가 모로 픽 쓰러졌다. 충격적인 소식에 기절한 미나 할머니는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마을에는 그야말로 줄초상이 나버렸다. 대산의 집은 두말 할 나위도 없었다.

 

 “아이고, 내 아들. 장가도 한 번 못가고 총각 귀신이 되나 부다.”

 

 대산의 어미가 방바닥을 나뒹굴며 통곡을 했다. 대산이 바다에 뛰어드는 광경을 본 대산의 애비는 대산이가 금방 미나를 건져 수면으로 올라올 줄 알았다. 수영을 오죽이나 잘했던가. 시간이 흘러 해경들이 현장 정리를 할 즈음에야 넋을 잃고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자루 복면을 벗을 경황도 없이 반 실성 상태였다. 모두 그날 일어난 일이었다.

 그날의 용왕제 사건을 줄곧 목격한 박 기자는 정신 차리고 보니 특종이다 싶었다. 녹화 영상 자료까지 있었다. 아주 생생한 뉴스 거리였다. 카메라맨과 녹화한 영상을 재확인했다. 돌풍에 배가 들리고, 미나가 빠지고, 대산이 뛰어드는 장면이 드라마틱하게 찍혀 있었다. 뱃전까지 들이치는 파도와 마을 여자들의 비명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해주고 있었다.

 박 기자는 방송국으로 새벽 댓바람부터 신나게 달려갔다. 용왕제 사건 현장에서 직행 길이였다. 이번 취재 건으로 유도리의 코를 납작하게 누를 수 있을 거란 기대에 피곤한 줄도 몰랐다. 방송국 입구는 기자들 차량으로 분주했다. 박 기자는 벌써 용왕제 사건 소식이 들어왔나 의아했다. 용왕제 사건이 이 정도로 떠들썩한 일인가도 싶었다.

 

 “박 기자, 자네도 봤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차문을 닫는 박 기자에게 다가온 선배 기자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용왕제 사건요? 소식 정말 빠르네요.”

 

 박 기자는 방송국 입구의 계단을 오르며 선배 기자를 당당하게 쳐다보았다. 선배 기자는 신참 기자를 쏘아보았다. 정말 모르냐는 눈초리였다.

 

 “이 사람이 뭔 소리야? 용왕제 사건은 또 뭐야?”

 

 선배 기자가 박 기자에게 호통을 쳤다.

 

 “청와대에서 폭탄이 터진 걸 모르는 거야? 기자씩이나 돼가지고 뭐야, 이거? 그것도 여러 나라에서 동시다발이란 말이야. 정신 차려, 이 양반아. 비상시국이야.”

 

 선배 기자는 박 기자의 머리를 후려갈기고 보도실로 내달려 들어갔다. 박 기자는 후두부가 띵, 했다. 박 기자도 선배 기자의 뒤를 따라 달렸다.

 보도실의 상황판에는 연신 속보가 뜨고 있었다.

 

 ‘속보: 인도, 뉴델리도 폭탄 테러 발생. 현재 추정 사망자 50여명, 부상자 800여명 이상 추정.’

 

 ‘속보: 중국 정부, 베이징 테러 범인 핵폭탄으로 보복 할 것. 핵무기 가동 비상 체제 돌입.’

 

 ‘속보: 영국, 버킹엄 궁 테러로 여왕 사망 추정.’

 

 ‘속보: 정부, 9시 정각에 성명서 발표 예정’

 

 상황실 모니터의 화면마다 파괴된 건물들이 보였다. 한쪽 화면에는 청와대의 반쪽이 무너져 내려 불타고 있었다. 폭삭 주저앉은 백악관을 비추는 화면도 있었다. 크렘린 궁은 벽체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모든 화면들에서 불기둥이 날름거리고,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 연기 구름 속에서 하얀 재와 피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뛰어다녔다. 비현실적인 장면들이라 박 기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 어디야?”

 

 보도국장이 수화기를 든 채 소리를 질렀다.

 

 “아...... 아시아 지역은 서울, 베이징, 도쿄....... 아...... 뉴델리도? 아...... 워싱턴, 베를린...... 또, 아......”

 

 한쪽에서 알랑방귀 대선배 기자의 답답한 대답이 나왔다.

 

  “현재, 주요 국가의 모든 청사와 제 1 군사요충지들이 모두 폭탄 테러를 당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주요 국가들은 G20 회원국들입니다.”

 

 다른 쪽에서 야무진 답변이 나왔다. 보도국장은 만족한 눈빛으로 의자를 돌렸다. 낯선 인물이었다.

 

 “누구니?”

 

 보도국장이 낯선 인물의 정체를 물었다. 알랑방귀 대선배 기자가 끼어들었다.

 

 “국장님, 신입 기자잖습니까. 도리...... 유도리였나? 맞지? 저기 멍 때리고 서있는 박 기자와 동기 아닙니까. 야, 박 기자, 니는 뭐 하다 이제 끼 오냐?”

 

 “네?”

 

 박 기자가 느닷없는 지적에 딸꾹질하듯 대답했다. 박 기자는 차마 우여곡절의 용왕제 취재 얘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억울해도 찌그러지는 게 상책이었다. 더군다나 입사 이래로 도리 저 놈과 엮여서 득 본 적이 없었다.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저 놈은 모든 면에서 탁월했다. 박 기자도 나름 일류 대학을 수석 졸업한 엘리트, 고급 인력이었다. 그러나 유도리, 저 놈의 옆에서는 언제나 루저가 되는 기분이었다.

 

 “누가 그런 거야? 이거, 목적이 뭐야? 세계대전인 거야? 응? 피해 상황은 어떻게 파악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뭐야?”

 

 보도국장은 다시 악, 악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박 기자는 집에 가고 싶었다.

 예정 시간보다 10분 늦게 정부가 첫 번째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오전 6시 청와대와 국방부 건물이 폭탄 테러를 당했습니다. 이번 테러조직은 G20개국의 정부청사와 군사 요지를 동시다발로 공격했습니다. 피해 국가들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범세계적으로 이번 충격적인 사태에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대변인의 발표가 끝나자,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어디 소행입니까?”

 

 “아직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대변인이 대답했다.

 

 “대통령은 무사하십니까?”

 

 “지금 위중한 상태입니다.”

 

 대변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앞으로 정부는 어떤 대처를 할 겁니까?”

 

 “비상 계엄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중계 방송을 보고 있던 보도 국장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이런, 뭐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범인이 누군지도 모른다는 거야?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박 기자는 쏟아지는 속보들을 정리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박 기자는 방송에 넋이 빠져 말뚝처럼 서 있던 도리의 팔뚝을 툭 쳤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울리는 도리의 휴대폰 벨소리가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도리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모르는 번호였다. 도리는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유도리 씨 입니까?”

 

 중저음의 여자였다.

 

 “네, 맞습니다. 누구시죠?”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난 테러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그와 관련해서 유도리 씨를 만나고 싶습니다. ”

 

 “네?”

 

 “세부 사항은 만나 뵙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찾아뵐까요? 아니면 도리 씨가 움직이겠습니까?”

 

 도리는 발신자가 누구일까? 무슨 용건일까? 장난 전화인 건가? 잠깐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오후 2시, P 타워 스카이라운지.”

 

 그리고 전화가 바로 끊겼다. 도리는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 기자가 곁눈질로 도리의 낌새를 살폈다. 박 기자는 도리가 역시 음침한 구석이 있는 기분 나쁜 놈이라는 첫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거리는 공포와 불안으로 술렁거리고 있었다. 매캐한 냄새가 도리의 코를 찔렀다. 패트롤카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갔다. 골목 곳곳에서 경찰들이 불심검문을 하고 있었다. 병사들을 실은 군용 트럭들이 아스팔트를 뒤흔들며 달려갔다.

 P 타워의 입구 방향 교차로가 많은 차량으로 정체 되어 있었다. 건물 입구에서 바리케이드를 친 군인들이 차량 검문을 하고 있었다. 도리는 기자 출입증을 제시하고 P 타워의 입구를 통과했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보다 10분이 더 흘러 있었다.

 P 타워의 스카이라운지는 한산했다. 전망대 유리창으로 경복궁 방면의 하늘이 연기로 자욱한 게 내려다보였다. 전투기 세 대가 편대를 이루고 사선으로 날아갔다. 스카이라운지에도 두어 명의 경찰이 있었다. 일반 시민들도 예닐곱은 있는 것 같았다. 도리는 지금의 위급 상황에 이런 데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무척 이질적이었다. 어쩌면 저들도 자신을 그런 한심한 축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스스로에게 모멸감이 일었다. 도리가 휴대폰을 들고 걸려온 번호로 통화를 시도했다.

 

 “유도리입니다. 스카이라운지에 도착했습니다.”

 

 “아, 여기, 오른쪽입니다.”

 

 도리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달리 아주 어려 보였다. 도리와 눈이 마주친 여자는 활짝 웃으며 손을 들어 세차게 흔들었다. 곁에 있던 다른 여자도 미소를 베어 물고 있었다. 도리는 장난을 치며 낄낄대고 있는 십대 커플을 지나쳐서 두 여자가 기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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