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스푸쿠스제로 : spookszero
작가 : 줄리앙
작품등록일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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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신공양의 밤 (4)
작성일 : 18-11-25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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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리 일행이 P 타워 1층 로비에 도착했다. 벌써 바깥은 황혼이 드리워져 있었다. 경찰차와 소방차의 경광등 불빛들이 P 타워 입구를 산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엠뷸런스는 사상자들을 병원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병원이 만원이라 엠뷸런스들도 정차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이렌 소리와 비명과 건물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한데 엉겨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경찰관들과 소방관들, 군인들이 나와서 통제를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통제는 일사불란하지 못했다. 벌써 국가의 지도부가 붕괴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도리가 루루의 허벅지를 내려다보았다. 묶어 준 셔츠가 핏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도리는 루루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여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 주차장에 제 차가 있습니다.”

 

 도리가 국희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국희가 뒤돌았다.

 

 “날아가게요?”

 

 맞는 말이었다. 인파와 차량들 때문에 도보로도 빠져나가기가 버거운 지경이었다. 도리는 루루의 허벅지 부상이 내내 거슬렸다. 거기에 마음을 빼앗겨 자꾸 헛말이 나왔다. 지금 병원을 찾아가도 돌아가는 사정으로 보아 치료받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들은 시내 방향으로 나섰다. 교차로에서 난폭한 차들이 날카로운 경적을 울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십여 대의 차량들이 한 무더기로 몰려다녔다. 엔진 울음과 타이어 긁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차량에 탄 젊은이들은 늑대 울음소리를 내며 포효했다.

 

 “단결하라! 단결하라!”

 

 지프를 탄 청년들이 구호를 외쳤다. 그들은 팔뚝에 붉은 날개 로고가 찍힌 검은 완장을 차고 있었다. 청년들은 차 밖으로 상반신을 내밀고 주먹을 흔들었다. 5미터 높이의 거대한 금속 물체가 그들을 따라오고 있었다.

 

 ‘지잉-, 철컥. 지잉- 철컥.’

 

 청년들의 차량들 뒤로 전투형 이족보행 로봇이 전진하고 있었다. 트롯이라 불리는 이 로봇은 글로벌 무기제조업체 카라의 소유였다. 로봇 트롯의 금속 팔뚝에도 붉은 날개 로고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그 로고는 바로 무기제조업체 카라의 브랜드 도안이었다. 청년들은 카라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테러에 대항해서 단결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가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저런 무기가 시내를 활보해도 정부가 제지를 하지 않는군.”

 

 도리가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트롯의 조종석에 앉은 청년이 지나치는 도리 일행을 보고 손가락 브이를 했다. 루루가 청년에게 답례 브이를 해보였다.

 

 “하질 않는 게 아니고, 이제는 못하는 겁니다. 세계 정부들이 제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어요. 테러가 지속하는 한 자구 일환으로 저런 점조직들은 계속 생겨날 겁니다.”

 

 국희의 어조가 우울했다.

 

 “어이, 친구! 태워 줄까? 어디로 가는 길이지?”

 

 트롯의 조종석에 앉은 청년이 해치를 열고 수작을 부렸다. 청년의 눈동자는 광염에 휩싸여 타올랐다. 이글거리는 두 눈은 그윽하고, 눈썹은 짙었다. 청년의 눈빛은 상대를 단숨에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도리 일행은 신장 189센티미터에 건장한 몸매의 이 청년을 훗날 기억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저 바람처럼 우연히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만난 이 청년이 바로 장래에 용치라는 본인의 이름 대신 강철의 마르스라 불릴 청년이었다. 그것은 청년이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얻게 되는 별칭이었다. 도리 일행은 머지않은 참극의 전장에서 이 청년, 용치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용치가 마이터스 연맹의 최정예 용병으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을 때라는 것만 달랐다. 그때는 도리 일행의 기억에서 용치의 카라멜빛 피부색도 장난스런 그 미소도 모두 사라지고 난 뒤였다.

 

 “지옥으로 가는 길이야. 어때? 안내해 줄 테야?”

 

 루루가 용치를 올려다보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하하하하.”

 

 용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지축을 울렸다. 크고 가지런한 하얀 이빨이 훌륭했다.

 

 “싸돌아다니면 위험해. 너처럼 귀여운 애는 더. 그만 놀고 얼른 들어가라.”

 

 용치는 클럽 입구에서나 나눌 법한 뻐꾸기를 날렸다. 루루가 씹지 않은 새 껌을 포물선을 그리며 던졌다. 용치가 한 손으로 나이스 캐치했다.

 

 “껌이나 씹고, 입 다물어.”

 

 루루가 껌을 던져주고 한마디 했다.

 

 “하하하하.”

 

 용치는 캡틴큐 인사를 찡긋, 하고, 트롯의 해치를 닫았다. 그리고 트롯의 조종판 레버를 작동시켰다.

 

 ‘끼릭, 끼-릭. 끼릭, 끼-릭.’

 

 트롯의 자동소총 팔이 꿀렁꿀렁 춤을 추었다. 트롯의 금속 다리가 덩실덩실 들렸다. 용치가 트롯의 기계를 가지고 우스꽝스런 광대 동작을 선보였다. 한밤의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참으로 가관이었다.

 

 “꺄르르.”

 

 루루의 웃음이 터졌다. 한동안 루루 앞에서 재롱을 부리던 트롯은 껑충대며 앞선 차량 무리를 쫓아 철컹철컹 뛰어갔다.

 

 “루루, 허벅지는 괜찮은 거야?”

 

 국희가 꼬아 물었다. 루루는 트롯의 꽁무니가 사라질 때까지 눈물, 콧물 다 빼가며 자지러지게 웃고 있었다.

 

 “너무 웃겨. 저거.”

 

 도리는 루루의 꾸밈없이 웃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루루를 웃게 만든 장본인이 낯선 청년이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 도리는 자꾸 루루의 허벅지 상처가 신경 쓰였다. 정작 루루는 조금도 아프지 않아 보였다.

 

 “이제는 뭘 해야 합니까?”

 

 도리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오전까지는 한낱 말단 기자의 신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자로 살아갈 수 없을 거라 직감했다. 방송국으로 되돌아가 일과 보고를 할 필요가 아예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도리는 정말 자신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새로운 시작을 해야죠.”

 

 국희가 다시 걸으면서 말했다. 공기는 질식할 정도로 차갑고, 가로등 불빛은 답답했다.

 

 “어디서부터?”

 

 도리가 다시 물었다.

 

 “우리가 살아남는 것부터요. 살아야 뭐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국희가 대답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도리가 또 물었다.

 

 “여기보다 따뜻한 곳으로.......”

 

 국희가 여전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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