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스푸쿠스제로 : spookszero
작가 : 줄리앙
작품등록일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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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굴하지 않는 사탄의 난도질 (5)
작성일 : 18-12-16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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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치게 외로운 만년 솔로를 위한 허니 제조법?”

 

 피소는 서가에서 새로운 비법서 두루마리를 찾아내어 펴들고 있었다.

 

 “그런 건 대체 어쩌다 여기까지 굴러온 거야?”

 

 피소에게 나타율이 집어치우라고 손을 내저었다. 나타율과 피소는 저녁나절 내내 서고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개미굴 같은 방들을 옮겨 다니며 생물체 제조 비법서들을 찾아 헤맸다. 이제껏 원로 수사들이 발굴한 비법서는 고작 예닐곱 두루마리뿐이었다. 그것들도 지금에 와서 보니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였다. 짐새는 덩치만 컸다 뿐이지, 그것이 가진 맹독으로 강력한 화기에 맞서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두두리는 젖먹이처럼 구는 꼴이 공격력 제로의 물건이었다. 서고에도 나타율을 따라나서겠다며 징징대는 것을 간신히 떼어놓고 온 거였다. 모쇼보는 재생산을 고려할만 했다. 추측컨대 유령 하나 정도는 해치우고 장렬히 전사했기 때문이었다. 꾸라꾸라 비법서는 삼백 년 묵은 거북의 생식기를 구할 수 없어서 처박아 두었다. 더러운 인간에게 안성맞춤인 메이드 제조법이라는 서브타이틀이 붙은 두루마리는 솔깃했으나, 모두들 진정하기로 했다. 이제는 새로운 비법서가 필요했다. 테러 조직과 교전을 하려면 무엇보다 군사가 필요했다. 지금 쉬켄이 보유한 전력은 어린애 장난에 불과했다.

 

 “내 사전에 패배란 없다, 전장의 여왕 무타라 제조법!”

 

 피소가 깔렸던 두루마리 더미에서 불쑥 튀어나오며 소리쳤다.

 

 “그래, 좋아! 그런 걸 찾으라고!”

 

 나타율의 칭찬에 득의양양해진 피소는 서가들 사이를 춤추듯이 날아다녔다. 그때였다. 서고의 출입구에서 몹시 요란한 소음이 들려 왔다.

 

 “쾅! 쾅! 꽈광!”

 

 “우오옹! 우오오왕!”

 

 두두리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피소가 나타율을 쳐다보았다. 두두리가 나타율을 찾아 서고까지 쫒아온 거였다.

 

 “어쩔 수 없지. 잠시 쉬어야겠어.”

 

 나타율과 피소는 서고가 있는 건물 앞에 쌓아둔 건초더미 위로 가서 누웠다. 나타율을 찾아내어 흡족해진 두두리는 으응, 으응, 옹알이 같은 소리에 리듬을 맞춰 몸뚱이를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무탈한 무수한 별들을 보라보다가 피소가 울적해져 물었다.

 

 “끝장 난 이런 세상에 왕년의 황금시대가 정말 돌아올 수 있을까요?”

 

 밤하늘의 별들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방에 내려앉은 정적은 모든 생명체들을 경건하게 만들었다. 너무나 고요해서 공전하고 있는 지구의 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손님의 말들이 네게는 개뿔 같은 소리로 들렸던 게로구나.”

 

 “그런 게 아니라요, 수사님. 이렇게 누워서 별들을 보고 있으려니 모든 게 우스운 거 같아서요.”

 

 “대자연의 섭리 앞에서 인간은 곧잘 숙연해지지. 그런 마음을 쉽게 잊어버리는 게 탈이란다. 너는 지금의 마음을 고이 간직하거라.”

 

 “수사님, 근데 동쪽의 저 별은 다른 별들보다 유난히 크고 밝네요?”

 

 “응?”

 

 “저기요!”

 

 “아르크투르스로구나. 밤하늘의 셋째 아들이지.”

 

 “아, 양들의 길잡이별이 저거에요?”

 

 “그래, 그동안 별자리 공부를 게을리 한 게냐?”

 

 “아니에요, 수사님! 저기에 있는 목동자리 아래가 저울자리잖아요.”

 

 “이런, 그건 스피카를 품은 아스트라이아의 자리란다.”

 

 “아.......”

 

 “인간의 폭력과 살육에 실망한 신들이 모두 천상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인간들 곁을 마지막까지 지켜주었던 여신이지. 그래도 인간의 욕망은 멈출 줄 몰랐단다. 인간을 끝까지 믿어주었던 아스트라이아는 날이 갈수록 신들의 조롱거리가 되었어. 결국 그녀도 다른 신들을 따라서 지상을 떠났지. 그래서 이 땅에 신이 모두 사라진 게야.”

 

 “인간들이 이 땅에서 모두 사라져야 신들이 재림할까요?”

 

 “그건 아니란다. 신들은 지상을 떠났어도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은 지니고 있을 게다. 달리 신이겠냐? 이미 재림해서 우리 곁에 숨어서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포기하지 말고 좀 더 잘살아보라고 말이다.”

 

 “신은 어떤 모양으로 재림할까요?”

 

 “그건 모르지. 인간일 수도 있고, 나무일 때도 있고, 불과 바람, 아니면 소리뿐일 때도 있다더구나.”

 

 “그렇다면 두두리가 신일 수도 있겠네요?”

 

 “우오옹, 우오옹.”

 

 “두두리가 자기는 절대로 신이 아니라는 구나.”

 

 그들은 건초더미에 누운 채로 밤이 이슥해지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밤 벌레들이 쓰르르쓰르르 우는 밤이었다. 한 무리의 유성우가 밤하늘에 빗금을 긋고 사라졌다.

 

 “봤어요?”

 

 “봤지.”

 

 “소원을 빌었어요?”

 

 “말하면 말짱 꽝되는 거 모르는 게냐?”

 

 나타율이 이런 야밤에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두두리도 궁금했다. 멀리서 다가오는 무언가의 기척에 두두리가 갑자기 그쪽 방향으로 목을 빼고 짖는 소리를 냈다. 피소가 건초더미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어디에서 농땡이를 부리고 있나 한참을 찾았는데 여기 꼭꼭 숨어 있었네요?”

 

 호조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나더러 들으라고 하는 소린가?”

 

 건초 속에 묻혀서 보이지 않던 나타율도 일어나 앉았다.

 

 “피소 수사 혼자인 줄 알았더니, 자네도 있었구먼.”

 

 “농땡이는 둘이 피워야 제 맛이지 않나.”

 

 나타율이 옷에 묻은 건초들을 탈탈 털어내며 능청을 떨었다.

 

 “그래, 쓸 만한 것 좀 있던가?”

 

 “두 개나 찾아냈어요!”

 

 피소는 자기가 찾아낸 비법서가 어떤 모양의 생물로 태어날지 너무나 궁금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들어 가세나. 내일 일찍부터 다시 뒤져보자고. 쉬켄의 모든 수사들을 동원하기로 했어. 그렇게 해도 다 찾아내지 못할 거야.”

 

 호조와 살리타가 서고를 일반 수사들에게 개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지금은 규율 따위에 얽매여 대사를 게을리 할 때가 아니었다. 피소는 서고에 출입할 수 있었던 자기만의 특권이 사라지는 소리로 들렸다. 원로 수사들과 서너 명의 일반 수사들만 드나들던 서고였다. 그래서 피소는 지니고 다니던 서고의 열쇠 자루를 자부심의 상징으로 여겨왔었다. 피소는 저만의 비밀장소를 빼앗긴 기분이 들어 유쾌하지 않았다.

 

 “어떻게 새로운 비법서들을 찾아낸다고 해도 원료가 문제로군.......”

 

 나타율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했다. 그랬다. 생물체를 제조하려면 희귀한 재료들을 모두 구비해야 했다. 모쇼보를 탄생시키려면 부패하지 않은 소녀의 사체가 필요했다. 항상 제일 중요한 원료가 제일 구하기 곤란했다. 수도사가 어디 가서 소녀를 살해하여 끌고 올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짐새는 그나마 덜 까다로웠다. 후이아는 마오리족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핑크맘바를 생포하려고 사하라의 깔깔한 모래사막을 기어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았다. 두두리의 바탕이 되었던 주원료는 태초의 원시림에서 채집한 마마트리의 생가지였다. 두두리가 어미 잃은 새끼 짐승처럼 구는 것은 마마트리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도 몰랐다.

 다음날, 새벽기도를 마치는 종소리가 울렸다. 쉬켄의 수사들이란 수사들은 모두 안뜰로 나와 모여 있었다. 부족한 시간에 비해 해야 할 일의 양은 너무 많았다. 원로 수사들은 시간의 효율을 위해 수사들을 나누었다. 원료 채집에 몇 번 경험이 있던 나타율과 피소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나타율과 떨어지지 않으려하는 두두리와 짐새들도 원료 채집 팀에 편성했다. 비법서에 필요한 원료 수급은 그들이 전적으로 담당할 거였다. 급한 대로 호조는 준비된 원료로 생물체 제조를 진행하는 임무를 맡았다. 무엇보다 시급한 서고 뒤져 쓸모 있는 비법서 찾는 작업은 살리타와 남은 모든 수사들을 총동원하기로 결정했다. 수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조는 우선 원료도 남아있고, 제조도 해보았던 모쇼보를 만들기 위해 밀실로 들어갔다. 서고에서는 살리타와 수사들이 먼지를 풀풀 날리며 서가들을 차례차례 뒤져나갔다. 나타율은 어젯밤 찾아낸 비법서 두루마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것을 밀실의 호조에게 가져다주고, 제조에 필요한 원료들은 꼼꼼히 필사했다. 나타율과 동행하는 피소의 바랑에는 원료들이 적힌 양피지가 들어있었다.

 쉬켄 수도원 대문 앞에 나타률과 피소, 그리고 두두리와 짐새 세 마리가 나와 있었다. 그들은 채집에 나설 준비를 모두 마쳤다. 피소가 원재료들을 적은 필사본 양피지를 나타율에게 건넸다.

 

 “어디로 갈까요? 수사님?”

 

 도리가 갈 길을 물었다. 나타율은 양피지 하나를 펴들었다. 그리고 필사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어 내려갔다.

 

 .......막강한 괴력의 파이터! 삼안(三眼)의 호두인신(虎頭人身) 카이사라 제조법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경고 하노니, 이 글을 당장 당신의 곁에서 멀리 치워버려라!

 카이사라를 현세로 불러내려는 무모한 시도는 애초에 단념해라!

 나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여섯 쌍의 날개를 휘날리며 강림하는 사탄의 금강령 울음소리를 듣게 되리라.

 당신의 영혼을 굴하지 않는 사탄에게 넘겼다면 말하노니, 들어라!

 카이사라는 야마천의 용맹한 염마신장이다.

 머리는 희고 빛나는 터럭으로 뒤덮인 백호의 형상이다.

 그것의 날선 송곳니는 강철도 뚫고, 세 개의 불꽃같은 눈알은 보지 못하는 움직임이 없다.

 몸통은 인간과 신의 성질이 융합되어 무엇보다 유연하면서도 강한 전투력을 발휘한다.

 카이사라를 상대했던 적들은 죽어가며 말했다.

 ‘범접할 수 없는 야수여! 부디 윤회할 수 있는 광명의 자비를!’

 

 이러한 카이사라를 간절히 원한다면 다음의 다섯 재료를 모두 구하여 보름달 밤에 주문을 새긴 돌 제단 위에서 혼합하여라.

 

 첫째, 수미산의 중턱을 수호하는 백호의 붉은 피, 아홉 방울.

 둘째, 홀 늪의 세 발 달린 황금두꺼비, 세 마리.

 셋째, 동정을 잃지 않은 약관이 된 사내의 건강한 신체, 한 구.

 넷째, 아마존 강의 투명 아나콘다 껍질, 스무 발.

 다섯째, 태초부터 꺼진 적 없는 불씨, 한 줌.

 

 주문은 이러하다:

 부온피티알부치 모노마토모델티 스트로욜라 엘바나스 타스팔쿠로스 불카.

 

 당신의 저주받은 영혼에 축복이 깃들기를.......

 

 나타율은 그나마 수월해 보이는 것을 먼저 해치우자고 마음먹었다.

 

 “우리는 브라질의 아마존으로 서둘러 출발하자!”

 

 나타율이 짐새의 등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꾸물거릴 새가 없었다. 짐새가 나타율의 명령을 알아듣고 공중으로 훌쩍 비상했다. 뒤따라 피소를 태운 짐새와 두두리를 태운 짐새가 차례로 도움닫기한 후에 푸드덕푸드덕 힘찬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상공으로 상승했던 짐새들은 수도원 언저리로 내리꽂히듯 하강했다가 다시 솟구쳤다. 그러더니, 짐새들은 무서운 속도로 아프리카 대륙을 향해 비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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