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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작가 : 우드
작품등록일 :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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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작성일 : 18-11-29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2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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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류는 17살 집을 나왔다.

 머리에 든 것도 없는 데다가, 태생 자체도 별로 똑똑하지도 않던 그는 온갖 타깃이 되기 충분했다. 맞는 건 당연지사. 어느 새부턴가 다리도 절게 되었다. 여러 사정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잠깐 걷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어한다. 얕보이지 않기 위해, 티 내지 않으려 애쓰는 걸 아무도 모른다.

 거기다 2년 전, 얼굴밖에 모르는 사람의 빚까지 떠안았다. 효류는 결국 빚쟁이들한테 쫓기면서 거리에서 자는 신세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의 될 대로 되라는 성격이 오늘도 버텼으면 다행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엄마도 죽었고, 아빠도 죽었는데, 뭐. 정 뭐하면 자살해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 안심도 잠시. 며칠 전, 2월 5일. 빚쟁이들이 찾아왔다.

 

 "미친 새끼들. 너넨 설날에 얼굴도 안 비추고 나안테 오냐?"

 "니가 돈을 줘야 내가 부모님께 뭘 사다 드리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새끼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효류를 내쳤다. 익숙하다는 듯 효류는 웃었다.

 

 "오면 뭐하냐? 돈 없거든?"

 "진짜 뒤져볼래?"

 "너 어차피 나 못 죽이잖아. 돈 못 받으니까."

 

 이건 앞의 남자가 제일 분해하는 말이다. 효류가 당당한 이유 중 하나였다.

 거리에서 자고, 이렇게 맞고, 그것에 태연한 척하면서도 이젠 때리지 않길, 다음 날 아프지 않길 내심 바라는, 조마조마한 삶이었다. 그래도 효류는 괜찮았다. 뭐 어떤가. 죽는 것도 아닌데.

 

 그래. 평소라면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빚쟁이의 반응이 평소와는 달랐다. 그는 웃고 있었다.

 효류는 그 모습이 괜시리 기분 나빴다.

 

 "가족이 있던데?"

 

 가족.

 그 말에 효류는 잠깐 감정의 동요가 일었지만, 바로 대답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일단 아무 말이나 뱉었다.

 

 "다 뒤졌거든?"

 

 거짓말은 아니었다. 앞에 '부모님은'이란 말이 생략되었긴 하지만.

 그 말이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남자는 비웃었다.

 

 "그럼 이건 뭐냐?"

 

 남자의 손에는 효류의 가족사진이 있었다.

 가출하기 전에 찍었던 가족사진이다. 엄마로 보이는 여자. 그 여자에게 안겨 있는 아이. 그 옆으로 해맑게 웃는 여자애 하나. 그리고 무언가 불만인 표정의 남자애 하나.

 효류가 마지막으로 집을 떠나면서 잃어버렸었다.

 

 "왜 니가...?"

 

 효류가 뺏으려 하자, 주변의 남자 한 명이 효류를 밀쳤다.

 

 "그건 너가 알 거 없고. 중요한 건 너 대신 갚을 놈들이 있다는 거지."

 "시발놈들, 훔쳤네."

 

 그 말에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무언으로 화답했다.

 

 "난 걔네 어딨는지도 몰라. 뒤졌는지 알 게 뭐야."

 "그거야 찾아보면 알겠지."

 

 그들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효류를 떠나갔다.

 

 "이제 너 찾아올 일도 없을 거다."

 

 곧, 효류의 빚을 동생들에게 털 것이란 이야기였다. 그들은 돈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더는 효류안테 매달리지 않았다.

 

 

 

 그렇게 효류는 갑작스러운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 얼마 안 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이런 썩을..."

 

 솔직히 잊고 살았다. 매정한 것 같지만 사실이다.

 말이 동생이지, 아마 길에서 마주치면 서로 못 알아보고 갈 길을 갈 것이다. 가족이라 하기도 뭐한...완전 남남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빚쟁이라도 사진만으로, 그것도 8년 넘은 사진 속 아이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라니까.

 하지만 찾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옷이라도 좀 다른 걸 입었어야 했는데...'

 

 망할스럽게도 사진 속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가난해서 그럴싸한 옷이 없었기 때문에, 제일 그럴싸한 옷-교복을 입게 된 것이 이유였다. 그땐 진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다. 거기에 강 씨라는 한정사를 더하면 금방 찾을 것이다.

 효류는 마음이 급해졌다. 얼굴도 모르는 동생들이 자신의 빚 때문에 괜한 고생을 하게 할 수는 없었다. 빚쟁이들이 완전히 비인간적이진 않아서 어디 팔려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갑자기 만나면 어색하니, 그 빌미로 효래의 생일을 둔 것이었다.

 이제 얼굴도 모르는 남동생에게 줄 생일 선물이라니, 타이틀부터 기가 막히지만.

 

 어쨌든, 일단 생각 없는 효류의 계획은 이랬다. 두 사람을 만나서 즐겁게 생일 파티를 한 다음, 동생들은 빚쟁이 몰래 모아뒀던 돈과 함께 해외행 비행기로 안전하게 보내버리고, 자신은 자살한다.

 

 "완벽하네."

 

 다만...그가 별로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인생이 그의 계획대로 흘러갈지는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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