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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외계인의 미묘한 관계
작가 : 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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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욕망(3)
작성일 : 19-01-13     조회 : 69     추천 : 0     분량 : 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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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언니를 아세요?”

 

 언니란 말이 나오자 이 교수의 낯빛이 달라졌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온 탓인지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뒤섞인 얼굴로 효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 동생이었군요. 어쩐지…….”

 

 그는 말끝을 흐리며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사실 이 학교에 오기 전에 효원 양을 가르친 적이 있어서 혹시나 했습니다.”

 “진짜요? 저희 언니를요?”

 “네, 효원 양이랑 닮아서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이작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레이카에게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저 남자…….”

 

 언니를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이 반가운지 눈을 크게 뜨고 환한 얼굴을 짓는 효은과 달리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당혹스러워하며 진땀을 빼는 이 교수. 상반된 반응에 아이작과 레이카는 의아한 얼굴로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정말 예상하지 못한 건가?

 

 “뭔가 이상한데요?”

 

 레이카가 두 사람이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였다.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공감을 표하며 이 교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정효원?”

 

 어디서 들어봤는데? 효원의 이름을 곱씹던 아이작은 이내 아, 하고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정효원이라는 이름은 저번에도 들어본 적이 있다. 효은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장의 개인비서가 그녀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다가와 정효원이냐고 물었으니까.

 

 자매라면 서로 닮기도 하니 착각하는 건 이해간다.

 

 다만 한 가지 이해가지 않는 것은 효은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였다.

 

 왜 스스로 정효원이라는 이름을 내뱉는 순간 혹은 효은이 그녀의 동생이라고 답하면 반응이 모두 한결 같을까. 도대체 정효원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이길래 물어보는 당사자들의 얼굴이 전부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잔뜩 섞인 얼굴로 변하는 걸까.

 

 ‘저번에 그랬지, 언니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고.’

 

 효은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결정적인 이유.

 

 언니를 살해한 외계인을 찾기 위해서.

 

 자신은 효은에게 언니를 죽인 살인범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사건이 워낙 연속적으로 일어난 탓에 잠시 잊고 있었는데. 상기된 기억에 뭔가를 생각하던 아이작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레이카, 나 그 녀석에게 통화 좀 하고 올게 두 사람이 대화를 끝낼 때 연락해.”

 “알겠습니다.”

 

 아이작은 이 교수의 방과 반대편 복도로 걸어갔다.

 

 손에 든 휴대전화에는 통화 연결음이 흘러나왔다. 한참을 들리던 연결음이 끊기고 이윽고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야, 사건 조사하느라 바쁜 거 아는데, 미안한데 하나만 더 조사해줘.”

 

 상대방에게서 볼멘소리가 튀어나왔으나 전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정효원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사해줘.”

 

 *

 

 윤 조교를 만나기 전 칼릭스 일행과 합류한 세 사람은 우선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학교 식당은 학생들이 많이 모여있어서 앉을 자리가 없으니 학교와는 조금 떨어진 곳이니 자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자리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자리가 없었다.

 

 학생뿐만 아니라 주변에 회사도 있는 건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이들은 다른 식당을 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런 식으로 3번 정도 돌아다녔을 때 간신히 6명 다 앉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았지만.

 

 “이거 너무 애매한데요?”

 

 6명이 같이 먹을 수는 없었다. 테이블은 정확히 네 사람이 앉는 곳과 두 사람이 앉는 곳이 비어 있었다. 바닥에 붙어있어서 테이블을 옮길 수도 없었다.

 

 “어떻게 자리를 나눌까요?”

 

 시간을 끌면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빼앗길까 빠르게 골라야 했다. 현재 남자가 4명이고 여자가 2명이니까 남자끼리, 여자끼리 앉으면 될 것 같았다.

 

 “역시 저랑 레이카 씨가 두 사람이 앉는 곳으로―.”

 

 효은이 말을 잇기도 전에 칼릭스가 누군가를 가리켰다.

 

 “팀장님하고 효은이가 같이 앉아.”

 “네, 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래?

 

 당황한 효은과 달리 아이작은 알겠다고 답하며 먼저 자리에 앉았다.

 

 “그, 그냥 저랑 레이카 씨가 같이 앉으면 되지 않나요?”

 

 아니면 레이카가 부팀장이니 팀장인 아이작과 마주보는 곳에 앉는 게 더 낫지 않나?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효은의 생각은 이어지는 칼릭스의 말에 자연스럽게 묻히게 되었다.

 

 “안 돼, 레이카는.”

 “왜, 왜요?”

 “레이카와 팀장님이 같이 있는 거 보면 그 녀석이 질투할 테니까.”

 

 그 녀석이 누군데?

 

 “어쨌든 우리끼리 앉을 테니 너는 팀장님과 오붓하게 둘이 앉아.”

 

 라고 말하며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쪽에 앉는 칼릭스가 얄미웠다. 뭐라 따지고 싶었으나 다른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앉는 탓에 도리어 그게 어쨌는데? 라는 반박이 돌아올까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내가 불편하면 다른 사람과 바꿔줄게.”

 “그런 거 아닙니다.”

 

 이상한 오해를 하게 만든 것 같아 아니라고 딱 잘라 답하며 메뉴판에서 음식을 골랐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백반 위주로 파는 식당이었는데, 유로파인인 우드리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인간 음식이 입에 맞는지 자연스럽게 음식을 주문했다. 물론 칼릭스는 고기 위주로, 벤자민인 생선이 들어간 음식으로 주문했다.

 

 다들 평소에도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탓에 양쪽 테이블에는 기본반찬을 포함해 시킨 음식으로 꽉 찼다. 아이작과 효은의 자리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아이작이 워낙 양을 많이 먹은 탓에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만 보더라도 6명이 먹을 양은 됐다.

 

 ‘나도 꽤 많이 먹는 편이긴 하지만.’

 

 이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이럴 때만 보면 정말 외계인들이라니까. 효은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으며 앞에 놓인 참치김밥을 입에 넣었다.

 

 그러고 보니 이들과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한 적은 별로 없었다. 의뢰로 인해 주로 바깥에서 식사하는 일이 잦았고, 다 같이 모여 있어도 회의 때문에 햄버거나 피자 등 패스트푸드 위주로 시켜 먹었으니.

 

 그 탓에 꽤 오랜 시간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지 못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이런 느낌이려나. 효은은 괜스레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시끌벅적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식사는 의외로 조용하게 끝났다.

 

 할 말은 많으나 주변에 듣는 이가 많아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평소보다 빨리 식사를 마쳤다.(아무 말 없이 음식만 먹는 모습에 적응되지 않았으나 그들의 페이스에 맞춰 간신히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본관에서 왼쪽에 떨어진 NH홀에 들어간 그들은 자연스레 지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고 강의실이 없는 시설이라 그런지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연극공연 혹은 영화상영관이라 사람이 별로 없네요.”

 “그렇지, 곧 수업시간이고 여기보다는 본관 뒤편에 있는 편의시설을 이용할 테니까.”

 

 즉, 얘기를 나누기에는 적당한 장소라는 의미였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던 효은이 옆에 앉은 아이작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건 그렇고 윤 조교에게선 연락이 안 왔나요?”

 

 아이작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하네.”

 “아, 그렇군요.”

 

 각자가 시킨 음료수가 모두 나와서야 본격적으로 사건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우드리였다.

 

 “혹시나 해서 피해자들과 친했던 학생들을 만나봤는데, 죽은 피해자들 모두 같은 동아리라고 합니다.”

 “동아리요?”

 “응, 뭐라고 했더라? 미스터리 연구부? 하여튼 그런 이름이었어.”

 

 같은 학교에 다니며 같은 동아리 출신이 학생들 위주로 살해당했다. 우연과 우연이 만나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문제는 아메바인이 자신의 의지로 표적을 고를 만큼의 지성을 가지고 있냐는 거였다.

 

 “‘먹는다’는 본능 밖에 없는 아메바인이지만 가끔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녀석들도 간혹 있으니까요.”

 “그건 논외로 치더라도 왜 하필 같은 동아리의 학생들이냐는 거지.”

 

 아이작이 손톱으로 테이블을 툭툭치며 말했다.

 

 “미스터리 연구라면 외계인에 대해서도 연구하는 건가?”

 “네, 가끔씩 담당 교수인 이동준 교수와 외계인에 대한 것을 논의했다고 해요.”

 

 요번에는 칼릭스가 말했다.

 

 이동준 교수? 역시 그 교수와 요번 사건이 연관 있었나. 아이작은 이동준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미스터리 연구부라고는 하나 의외로 동아리에 든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외계인도 있다고 하니, 폐쇄적인 느낌의 동아리는 아니었던 걸로 추측됩니다.”

 

 외계인이 끼니 미스터리 연구부가 마이너가 아닌 메이저급 동아리로 바뀌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에일 시티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외계인의 존재도 미스터리에 속했으니까.

 

 

 “이걸 한 번 보시겠습니까?”

 

 벤자민은 들고 있던 패드를 켜서 화면에 무언가를 띄웠다. 화면에는 띄워진 것은 동아리 사람들이 MT에 가서 찍은 듯한 사진이었다.

 

 “엇, 이거 어디서 났어요?”

 

 놀란 칼릭스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두 사람이 친구 분들에게 얘기를 할 동안 동아리실에서 조사하다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자리에 없었던 건가요.”

 “동아리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해도 꽤 많은데?”

 

 피해자들과 교수인 이동준 교수를 제외해도 조사하기에는 꽤 많은 인원이 있었다. 윤 조교하고 만나서 이들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보면 될 것 같긴 한데, 과연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정말 아메바인이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얘기?”

 “네, 그게 말입니다―.”

 

 벤자민이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타이밍에 맞춰 아이작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윤 조교야.”

 

 통화 좀 하겠다며 아이작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효은도 급한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어? 뭐야?”

 

 여자 화장실 앞에 써진 공사중이라는 팻말을 보자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는 수 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1층도 공사중이라고 써져 있어 소극장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서야 간신히 볼일을 마쳤다.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안 좋지.”

 

 무슨 화장실이 이곳을 제외하고 다 공사중이래. 살짝 짜증을 내며 손을 벅벅 닦았다. 코트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젖은 손을 닦은 후 밖으로 나온 효은은 카페로 돌아가기 위해 극장을 지나가고 있었을 때였다.

 

 툭.

 

 “……어?”

 

 벽 혹은 바닥을 두들기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착각인가 싶어 다시 걸어가는데 또다시 이상한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뭐지?”

 

 왠지 모를 불안함에 빠른 속도로 걸었다.

 

 엘리베이터는 없어 무조건 계단을 이용해서 내려가야 했다. 복도 끝에 있는 비상구 문을 보며 안심한 효은이 문고리를 잡아 돌렸는데.

 

 “어?”

 

 이상하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문이 닫혔잖아?”

 

 누가 닫은 거야? 짜증이 치솟았으나 여러 번 심호흡을 해 겨우 참았다. 효은이 있는 곳에서는 열리지 않아 여기 말고 다른 문을 찾아야 했다.

 

 “여기에 극장이 있으니까 다른 문이 있겠지?”

 

 극장이 있는 곳으로 향한 효은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닫혀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사용하지 않는 극장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 조그마한 소리도 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반대편에 문을 확인한 효은이 극장 안으로 들어왔다.

 

 무대 밑을 지나쳐 문앞에 다다른 효은이 손을 뻗은 순간.

 

 쿵!

 

 “어?”

 

 무대 위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고개를 돌리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대 위에 떨어진 무언가가 기괴하게 움직이는 장면이었다. 해파리 혹은 슬라임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무언가는 물이 흐르듯 무대 밑으로 떨어져 효은을 향해 다가왔다.

 

 해파리 같은 생김새와 움직임, 저를 향해 날카로운 입을 벌린 것은 분명―.

 

 “아메바인!”

 

 제 앞에 있는 것이 아메바인이라는 것을 인식한 순간, 입을 벌린 아메바인은 이윽고 제 앞에 있는 생명체를 먹기 위해 벌린 입을 다물었다.

 

 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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