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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외계인의 미묘한 관계
작가 : 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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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욕망(6)
작성일 : 19-01-18     조회 : 67     추천 : 0     분량 : 5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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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K 대학에 유명한 교수들이 많이 있으나 그 중 학생들에게 가장 유명하고 인기 많은 교수는 당연 ‘행성이론’을 가르치는 서현오 교수였다.

 

 강의실 안으로 현오가 들어오자 10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두 입을 꾹 다문 채 현오의 얼굴만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연예인 같은 수려한 외모와 180cm가 넘는 키, 3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20대 외모로 보이는 서현오 교수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교수 자리에 오른 천재 중의 천재. 이 학교에서 가장 젊은 교수였으나 가냘픈 외모와 달리 주변을 압도하는 낮은 음성과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지니고 있어 그를 무시하거나 얕잡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여학생은 물론이거니와 남학생에게도 동경의 대상이었다. NK 대학의 대표적인 교수하면 서현오 교수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그가 하는 모든 것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덕분에 하루에 한 번씩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나 진짜 이 교수님 수업 듣고 싶었어.”

 “나도, 나도. 그래서 친구에게 부탁했잖아.”

 

 서현오 교수의 수업을 듣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 1초 컷으로 수강신청이 마감되었다. 아이돌 티켓팅 못지않게 빡센 수강신청에 진저리를 치나 서현오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 그런 생각이 사그라졌다.

 

 “그런데 아까 보니까 특수수사대가 돌아다니는 것 같더라.”

 

 현오가 강의 준비를 하는 동안 뒤편에 앉아있는 여학생이 제 옆에 앉은 친구에게 작게 소곤거렸다. 친구는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진짜? 하긴, 살해당한 학생들 전부 우리학교 학생들이니까.”

 “맞아, 그래서 학교 측에서도 시끄럽잖아.”

 “그것도 미스터리 연구부 학생들만 당했으니…… 이 교수님이 골치 아프시겠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건지 맨 뒤편에 앉아 엎드려 있던 진우가 몸을 떨었다.

 

 “진우야, 왜 그래? 어디 아파?”

 

 옆에 있던 진아가 걱정스러워하며 물었으나 진우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어? 아냐, 아무것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었으나 역시 몸이 안 좋은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학교에 오자마자 몸이 급격히 나빠졌다. 비상용으로 가져온 약을 먹었음에도 나아지기는커녕 더 안 좋아져 엎드리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다른 교수면 모르나 서현오 교수는 수업과 성적에서만큼은 깐깐하기로 유명했기에 차마 빠질 수도 없었다. 되도록 버티자는 심정으로 겨우 몸을 일으켰는데.

 

 “오늘 강의 주제는 아메바인에 대해서다.”

 

 요번 강의 주제는 아메바인에 관해서였는데, 아메바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정우는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흠칫 몸을 떨었다.

 

 ‘뭐, 뭐지? 나 왜 떠는 거야?’

 

 사색이 된 동시에 이마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메바인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그것은 인간과 외계인도 예외가 아니지.”

 

 현오는 아메바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화면에 띄우며 설명을 이어갔다.

 

 “아메바[amoeba]인은 지구를 포함한 여러 행성에 입국이 금지되어 있는 외계인이자 위험랭크 A+에 속하는 외계인이다.”

 

 위험랭크라는 말에 주변이 술렁거렸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외계인을 대상으로 D부터 A까지 위험랭크를 지정하는데, A+이라는 건 가장 위험한 외계인이라는 의미였다.

 

 “그들은 해파리 혹은 액체괴물처럼 생겨서 우주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 어느 행성에 불시착하게 되지. 그렇게 되면 그들은 살기 위해 살아있는 생명체를 잡아먹는다.”

 

 살아있는 무언가를? 순간 진우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지지직거리며 흐릿하게 떠오르는 기억 속의 자신은 무언가를 보고 두려워하며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잡히지 않게 필사적으로 도망갔으나 결국에는―.

 

 나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한 거지?

 

 “그들의 삶에는 이유도 목적도 없다. 그들은 그저 살기 위해, 본능이 이끌리는 대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삼켜버린다. 형태가 없는, 누군가에게 기생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바로 아메바인이니까.”

 

 역겨운 생명체를 설명하는 것처럼 신랄하게 비판을 늘어놓는 현오를 보자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동시에 또다시 무언가가 떠올랐다.

 

 피로 물들어진 주변과 엉망이 된 방안, 옆에 누군가가 있었는지 찢어진 옷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피가 고인 바닥을 지나갈 때마다 찰박찰박 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방안을 돌아다닐 때마다 피로 인해 끈적거리며 바닥에 달라붙는 발바닥. 무언가를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아다녔다.

 

 온몸에 피를 묻힌 채로, 바닥에 피로 물든 자국을 남긴 채 돌아다니다 거실 구석에 놓인 전신거울 앞에 선 사람은…….

 

 “욱!”

 

 역겨움이 밀려와 저도 모르게 구역질했다.

 

 겨우 입을 막았으나 계속해서 구역질을 한 탓에 학생들 나아가 강의를 하던 현오의 귀에까지 들리게 되었다.

 

 “거기 무슨 일 있나?”

 

 현오가 강의를 잠시 멈춘 채 차갑게 올려다보며 물었다.

 

 평소에도 무표정한 얼굴이 무섭다고 생각했으나 써늘한 인상과 더불어 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눈동자는 오늘따라 유독 두렵고 무섭기까지 했다.

 

 침묵하며 저에게 대답을 바라는 얼굴은 냉랭하기 그지없었고 눈동자에는 왠지 모를 경멸도 담겨져 있었다. 잘못한 것도 없음에도 저 눈을 보면 온몸이 압박받는 기분이었다. 그로 인해 아까까지 느껴졌던 역겨움이 더욱 증폭되었으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교수님.”

 

 가까스로 역겨움을 삼키며 말했다. 이에 현오는 알겠다는 말과 함께 다시 강의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미 강의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가 된 진우는 아랫입술만 깨물었다.

 

 ‘요번 강의 끝나자마자 양호실로 가야겠어.’

 

 중간에 빠지면 현오는 가차 없이 결석처리를 할 테니.

 

 정말 괜찮냐는 여자 친구의 물음에도 고개만 끄덕일 뿐, 계속해서 올라오는 역겨움과 어지러움을 가까스로 참으며 강의가 끝나기만을 바랐다.

 

 강의가 끝날 무렵에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다음 강의를 준비하려 했으나 또다시 몸이 나빠져 밥도 먹지 않은 채 보건실로 향했다. 교수님이 준 약이 워낙 센 탓에 먹자마자 누가 와도 모를 정도로 잠이 들었는데, 그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일어나보니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져 있었고, 보건실로 온 진아가 저를 보며 무언가를 추궁하고 있었다.

 

 진아의 가는 목덜미를 물어뜯으려고 했던 자신, 소극장으로 가려하지 않았냐며 악에 받친 질문을 퍼붓는 여자 친구.

 

 엉망이 된 머릿속을 정리하려할수록 혼란스럽기만 했다.

 

 아무것도 기억이 없는 자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리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소극장에서 누군가에게 다가갔고…… 그 뒤 어떻게 되었는가.

 

 도대체 자신은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했던 걸까.

 

 *

 

 아메바인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누군가가 들어오지 못하게 폴리스라인을 쳐서 주변을 통제하고 얼어붙은 소극장 안을 샅샅이 살폈다.

 

 “이 정도면 세포까지 얼어붙었을 텐데 어떻게 도망갔대?”

 

 얼어붙은 극장 안을 돌아다니며 칼릭스가 혀를 끌끌 찼다.

 

 제 몸으로 깨지 못할 만큼 단단히 얼어붙었는데(그것도 아이작이 아닌 효은의 작품이라는 게 놀랍긴 했지만) 두 사람의 몸을 피해 감쪽같이 도망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투성이였다.

 

 “무대 위에서 갑자기 떨어졌다고 했지?”

 “네, 갑자기 떨어졌어요.”

 

 누가 밑으로 내려가는 문을 잠가서 하는 수 없이 극장 안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고 늘어놨다. 얘기를 들은 아이작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일부러 극장 안으로 들어오게 유도한 건가.”

 “아메바인에게 그런 지식이 있다고? 말도 안 돼.”

 

 칼릭스가 반박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기에 우드리나 레이카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공감했다.

 

 “역시, 아메바인 말고 누군가가 이 일에 개입되어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번거로운 방법을 써 가면서까지 효은을 노리진 않을 테니.

 

 아메바인이라면 문을 잠고 제가 있는 곳까지 유도하는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려고 하지. 그렇다는 건 제 3의 인물이 효은을 무대 위로 불러내고 아메바인을 이용해 죽이려고 했다는 의미였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걸까. 누구길래 아메바인을 이곳에 옮겨서 효은을 습격하게 만든 것일까.

 

 효은이 특수수사대라는 걸 안 누군가의 범행인 걸까? 아니면 그녀가 단순히 인간이라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작 님.”

 

 CCTV 담당자를 만나고 온 벤자민이 아이작에게 다가왔다.

 

 “CCTV를 모두 수색했으나 수상한 자가 안으로 들어오는 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사각지대로 들어왔거나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해서 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래, 무대 위에 갑자기 떨어졌다니까 그 방법밖에 없겠지.”

 “아메바인이 스스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면 상황을 잘 아는 자의 소행이겠군요.”

 “그렇지 않고서는 알 턱이 없지.”

 

 자신이 이곳에서 만난 사람은 이 교수와 윤 조교뿐이었다. 윤 조교는 그렇다 쳐도 이 교수는 인간이라 아메바인을 이곳으로 이동시킬 수는 없었으니 용의선상에서는 제외시켰다.

 

 물론 효은에게 보인 수상쩍은 반응만 본다면 그가 범인 같지만.

 

 “주변에 목격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혹시라도 다른 흔적이 있는지 알아봐줘.”

 “알겠습니다.”

 

 벤자민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아이작이 한숨을 쉬며 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꼴사납네.”

 

 두 번이나 위험에 빠뜨리는 짓을 하다니. 일그러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직 용의자가 확실하지 않는 상황에서 효은이 습격당할 뻔했다.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먹혔을 상황. 아메바인에게 당할 뻔한 효은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특수수사대에 들어와 달라고 부탁했던 입장이라 이런 걱정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효은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문양을 새겨서 지켜주려고 했던 건데.

 

 ‘나도 참 미쳤지.’

 

 제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부터가 잘못 되었던 건데. 모순된 행동에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자책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저에게 다가왔다.

 

 “팀장님.”

 

 고개를 돌리니 효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 왜?”

 “아뇨, 그냥……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팀장님 덕분에 제가 살 수 있었다는 말을 덧붙이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정작 고맙다는 말을 들은 아이작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효은은 자신이 잘못 말했나 싶어 뻘줌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머리를 긁적거렸다.

 

 “진짠데, 팀장님 아니었으면 저는 진즉에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나는 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어. 너를 위험에 빠뜨렸으니까.”

 “뭐, 그건 그렇죠. 하지만 팀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저예요. 이왕 이곳에 들어온 거 위험 따위는 감수해야죠.”

 

 언제나 그렇듯 효은에게서는 어떠한 두려움과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애써 감추고 있는 거일 수도 있으나 저에게 말을 하는 내내 눈동자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아이작은 그런 효은의 올곧은 눈동자가 좋았다.

 

 “제가 선택한 일이긴 해도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제가 위험할 때마다 달려와 주셨잖아요, 그거면 충분해요.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뭐?”

 

 저의 얼굴을 가리키자 아이작은 그제야 표정을 폈다.

 

 “미안,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전에 일어났던 일이 블레이즈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모든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효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오버할 일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최대한 그녀가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만들지 말자고 다짐했다.

 

 “일단 사무실로 돌아가자. 여기서 더는 나올 것도 없을 것 같으니.”

 “네!”

 

 아이작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마무리 짓고 밖으로 나왔다. 근처에 남아서 구경하고 있던 학생들 틈을 비집고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으로 향하던 효은은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저 사람…….”

 

 자, 잠깐만요!! 효은이 다급하게 뛰어갔으나 버스는 이미 출발한 뒤였다.

 

 “무슨 일이야?”

 

 상황을 파악한 아이작이 효은에게 달려가며 물었다.

 

 “그게…… 방금 전 버스에서…….”

 

 이상한 형태를 가진 외계인을 본 것 같아요. 당황한 나머지 말이 채 나오지 않았으나 뒷말은 이어지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버스를 탄 사람 중 ‘아메바인’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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