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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외계인의 미묘한 관계
작가 : 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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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2)
작성일 : 18-12-11     조회 : 120     추천 : 0     분량 : 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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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것은 많은 이들이 겪은 고역 중 하나였다. 돈이 아니었으면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 이 말은 효은에게도 포함되는 말이었다.

 

 “으, 졸려.”

 

 저녁형 인간인 효은에게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고역 중의 고역이었다. 알람을 세 개 씩이나 맞춰 놓았음에도 제 시간 때에 제대로 일어나는 일이 드물었다. 겨우 잠을 깨더라도 비몽사몽 상태라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더 자고 싶다.”

 

 오픈이라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하는 탓에 오늘도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인 덕분인지 아침을 먹고 갈 수 있을 만한 여유가 있었다. 부엌에서 시리얼, 우유를 챙긴 효은은 자리에 앉아 큰 그릇에 시리얼과 우유를 동시에 부어 말아먹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종일 있어야 하지 않나?”

 

 매니저의 부탁을 가장한 협박에 의해 내일 쉬는 대신 아침부터 저녁까지 카페에 있어야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부러 그런 게 분명해.”

 

 가만 안 둘 거야 그 인간! 무조건 오픈하라며 자신을 오픈으로 배치한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하루 종일 부려먹을 생각만 하는 매니저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오도독 소리가 날 정도로 시리얼을 씹었다. 체중조절용 시리얼이라 다른 시리얼에 비해 딱딱해 이가 다 아플 지경이었으나 간신히 씹으며 삼켰다.

 

 아, 진짜 가고 싶지 않다.

 

 오늘따라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취직이 힘든 요즘 같은 때에 일자리를 잃을 수는 없으므로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출근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해봤자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면 끝이라 빠진 것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핀 후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문을 닫는데 옆집에서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오더니 효은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이웃집에 사는 레나 씨였다.

 

 미남미녀가 많다는 금성 출신답게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나름대로 잘나가는 모델이었는데(돈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다.) 아마 원래 모습으로 있었으면 더 잘나갔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하러 가는 거예요?”

 “네, 그래서 죽을 것 같아요.”

 

 효은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힘드시겠다. 참, 그 얘기 들으셨어요?”

 

 수다스러운 성격답게 손뼉을 치며 본격적으로 대화 주제를 꺼냈다.

 

 “요새 이 근처에 살인사건이 극성이래요.”

 “살인사건이요?”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20대 여성들만을 노려 살인을 저지르고 달아나는 살인마에 대한 뉴스. 자신도 20대이고 혼자 살고 있어 조심하자고 생각했는데, 남에게서 이 얘기를 듣자 온몸에 털이 쭈뼛 서는 동시에 소름이 끼쳤다.

 

 “벌써 피해자가 5명으로 늘었대요. 경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요?”

 

 피해자는 총 5명으로 모두 혼자 사는 20대 여성이었다. 모두 뾰족한 것으로 인해 일격에 목이 찔려 즉사했다. 금품이 목적이었는지 지나가는 여성들을 습격, 일격에 피해자를 죽이고 금품을 훔친 후 달아났다.

 

 “근데 어제 경찰이 그러더군요. 범인이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주변에 CCTV가 없는 곳만을 노려서 습격한 탓에 목격자도, 흔적도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던 가운데, 사건현장 주변에 외계인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되어 외계인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돌입했다.

 

 용의선상에서 인간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으나 발견된 흔적이 있으니 용의자를 외계인으로 두고 살인사건 주변에 살거나 일하는 외계인을 중점으로 조사하며 수상한 행동을 보이면 가차 없이 잡아들였다.

 

 “살인사건 때문에 저희들이 죽을 맛이에요.”

 “그건 그렇죠, 만약 반대였어도 그랬을 테니까요.”

 

 지각할 위험이 있어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으나 괜히 레나의 기분이 상할까 봐 효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적당히 맞장구 쳐줬다.

 

 “가뜩이나 외계인으로 인한 사고가 늘어나서 불안해주겠는데 요번에도 외계인의 짓으로 판명되면 저희는 아마 살 수 없을 거예요…….”

 

 레나가 불안해하는 건 당연했다.

 

 요즘 들어 곳곳에 외계인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물론 인간 범인도 섞여있으나 ‘외계인’의 짓이라는 게 중요했는지 외계인을 추방하라는 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였다.

 

 만약 요번 사건의 범인도 외계인으로 밝혀지면 또다시 그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거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외계인에 대해 별생각이 없는 효은도 외계인을 추방하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범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잡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희도 편안하게 살 수 있죠.”

 “그래도 흔적이 발견되었다니까 꼭 잡힐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저지만 효은 씨가 더 걱정이죠. 피해자처럼 20대 여성이면서 혼자 살고 있으니까요.”

 

 조심, 또 조심하라는 말을 덧붙이며 대화를 끝낸 레나는 나중에 보자며 집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효은의 입에서 한숨을 새어나왔다.

 

 레나가 한번 대화를 시작하면 한 시간이 기본이라 하마터면 지각할 뻔했다. 지금도 간당간당했으나 오랫동안 붙잡혀있는 것보다는 나았으므로 적당이 끊어준 것에 감사하며 밑으로 내려갔다.

 

 시청 안에 있는 카페는 다른 곳과 달리 오픈 시간이 30분 늦지만 출근하는 사람이 많아 아침부터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더욱이 시청을 찾는 사람도 많아 일하느라 정신없어 금방 지나가기 일쑤였다. 오픈하자마자 손님이 몰려오는 통에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만 죽어나갔다.

 

 “주문하신 캐러멜 마끼야또 나왔습니다!”

 

 오픈하자마자 밀려오는 손님을 상대하느라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다르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서야 여유가 생긴 효은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앞치마를 벗어 한쪽 구석에 뒀다.

 

 다른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꼭 커피를 마시는 통에 보통 점심시간보다 두 시간 뒤에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되도록 빨리 먹고 들어와야 했지만.

 

 “효은아, 밥 먹으러 가자.”

 “오케이.”

 

 한숨을 푹 내쉬며 은화와 같이 시청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그마나 시청에 있는 카페에서 일해서 좋은 점은 다른 곳보다 월급이 세다는 것과 직원 취급을 받아 식당이나 도서관 등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식당으로 내려간 두 사람은 자리 잡고 앉아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아, 맞아. 효은이 너 그거 알아?”

 

 식사를 끝내고 1층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 은화가 입을 열었다.

 

 “요즘에 일어나는 살인사건 말이야.”

 “안 그래도 그 얘기 때문에 이웃사람에게 붙잡혀 있었다.”

 

 사건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다시 카페로 들어간 두 사람은 다시 앞치마를 입고 카운터 앞에 섰다. 두 사람의 대화는 손님이 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끊겼다.

 

 “어서 오세요.”

 

 어라? 저 사람……. 인사를 하던 효은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굳혔다.

 

 푸른빛이 도는 검은 머리카락과 사파이어 같은 짙은 눈동자, 연예인 뺨치는 외모와 모델 같은 큰 키를 가진 남자는 며칠 전 일을 마치고 시청을 나가려다 우연히 마주치게 된 정체 모를 외계인이었다.

 

 아니, 이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건데?

 

 “아이스초코 하나 주문할게요.”

 “네? 아, 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주문한 내용을 포스기에 찍었다.

 

 “아이스초코 하나 맞으시죠? 위에 휘핑크림 올려드릴까요?”

 “네, 올려주세요.”

 

 외모랑 마찬가지로 목소리 역시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외계인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않았다면 외모나 목소리 전부 매력적이라 분명 다른 사람들처럼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얼굴이라도 붉혔을 텐데.

 

 “진동이 울리면 와서 가져가시면 되세요.”

 

 정체 모를 외계인이라도 일단은 손님이고 시청 안이니 무슨 일이 벌어지겠냐 싶어 최대한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친절하게 보여야 할 텐데. 표정 가지고 진상부리는 손님이 아니기를 바랐다.

 

 말없이 효은의 얼굴을 빤히 보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얗고 긴 손가락으로 진동벨을 건네받았는데.

 

 그때였다.

 

 “너…… 인간 맞아?”

 “……네?”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란 효은이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뭔가를 착각했나보다, 라고 중얼거리며 한쪽 구석으로 가는 남자.

 

 그러나 그의 말을 들었을 때부터 효은은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표정이 굳어져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핏기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로 남자의 얼굴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모두에게 인사하며 카페로 나온 효은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재빨리 시청 밖으로 나갔다. 어느 정도 시청과 떨어진 곳까지 뛰어가서야 겨우 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하, 살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문뜩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잠깐만. 내가 왜 피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신이 뭔가를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잘못한 사람처럼 도망치는 것 같아 불쾌해졌다. 괜한 말에 찔려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

 

 인간이 맞냐는 질문에 흥분해서는 도망치는 꼴이라니.

 

 왜 저에게 인간이 맞냐는 질문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도 그렇고 괜히 동요해 도망치듯 시청을 벗어났다는 것이 화가나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자신을 제외하고는 화낼 대상이 없어 그저 씩씩거릴 뿐이었다.

 

 “아, 몰라 집에 가서 맥주나 마시자.”

 

 저녁 시간까지 하느라 죽는 줄 알았지만 내일은 쉬는 날이니 느긋하게 집에서 쉬자고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골목길 안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중간에 편의점에 들려 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를 사서 손에 든 채 유유히 걸어갔다. 막 골목길을 벗어나 놀이터 근처를 지나가고 있던 순간이었다.

 

 “저기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효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낯선 남성. 왜소한 체격의 남성은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효은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왠지 모를 불안함에 가방을 꽉 쥐었다.

 

 “무슨 일이세요?”

 “그, 그게 말입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건지 눈짓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두 사람이 서 있는 곳과 가까운 낡은 놀이터였다.

 

 낮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절로 풍기는 놀이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지 오래였다. 귀신이 나온다더라 혹은 괴물이 살고 있다더라 하는 뜬소문이 있는 곳이라 아이들도 보이지 않는 곳.

 

 왜 그곳을 힐끔 쳐다보는 거지? 왠지 모를 불안함에 살짝 뒷걸음질 쳤다.

 

 “할 말 없으시면 이만 가볼게요.”

 “그, 그게 아니라…….”

 “아빠?”

 

 그때, 놀이터 안쪽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남자아이를 본 남성의 표정은 살짝 상기되었다.

 

 “어, 어딜 갔었어.”

 

 저 사람의 아들인가? 걱정한 사람의 말투치고는 이상하게 목소리가 떨렸다.

 

 “죄, 죄송해요. 아이가 사라져서 같이 찾아달라고 부탁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찾아서 다행이네요.”

 

 효은은 억지미소를 지으며 자신쪽으로 오는 아이를 빤히 쳐다봤다.

 

 “어?”

 

 그런데, 뭔가를 본 효은은 눈을 크게 뜨더니 자신도 모르게 몸을 옆으로 피했다.

 

 샥!

 

 효은이 몸을 피하는 동시에 들고 있던 봉지가 찢어지며 그 안에 있던 내용물이 흩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역시…….”

 

 바닥에 쓰러진 캔맥주가 두 동강이 난 것을 보며 효은은 식은땀을 흘렸다.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곳에 칼날이 박혀있었다. 식칼과 같은 칼날 여러 개가 땅에 박혀 있었는데, 마치 촉수처럼 이리저리 꿈틀거리고 있었다. 칼날은 정확히 저에게 다가오던 아이의 등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뭐야, 어떻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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