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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외계인의 미묘한 관계
작가 : 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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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3)
작성일 : 18-12-18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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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락이 올까? 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얼마 지나지 않아 효은에게서 연락이 왔다.

 

 퇴근을 하자마자 909호로 간 효은은 레이카의 안내로 안쪽 방, 아이작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방 소파에 앉아 그가 올 때까지 말없이 기다렸다.

 

 “팀장님은 지금 사건 때문에 바쁘셔서 외출중이세요. 조금만 기다리면 올 겁니다.”

 “괜찮아요, 이해해야죠.”

 

 여기저기서 외계인과 관련된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던 탓에 특수수사대 대부분이 사건 수사 밑 처리로 인해 정신이 없다는 건 알고 있다. 더욱이 요즘에는 알 수 없는 외계인의 짓으로 보이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 더 골치 아프다고.

 

 제가 들어가자마자 사건에 뛰어들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괜히 연락을 한 건가 생각하며 레이카가 건넨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어라? 처음 먹는 낯선 맛에 다시 한 번 한 모금 마셨다.

 

 “맛있다.”

 

 레몬 향 같으면서도 자몽 향이 풍겨왔으나 차 특유의 쓴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달달해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과일주스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마음에 드셔서 다행이네요, 루나에서 가져온 식물인데 맛이 좋아 제법 인기가 많답니다.”

 

 루나 행성에서는 이런 식물도 자라나는구나. 행성에 대한 지식이 그다지 많진 않아 레몬 혹은 자몽 향이 나는 식물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언니가 외계인 통역사를 맡으면서 행성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던 것도 같은데, 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서 제대로 기억나는 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들을 걸. 작은 후회를 하며 찻잔을 내려놨다.

 

 “레이카 씨는 루나 행성 출신이시니 의료계에서 많이 찾을 텐데, 굳이 이곳에서 일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아이작…… 아니 팀장님을 도와주려고요.”

 

 레이카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팀장님과 예전부터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같이 일하자고 해서 특수수사대로 들어왔어요.”

 

 단순히 아는 사이라서 부탁을 들어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작을 말하는 레이카의 표정이 애틋하지는 않을 테니. 그렇다 해도 섣불리 판단하는 건 결코 옳지 않기에 모르는 척하며 다른 질문을 건넸다.

 

 “여기 있는 팀원들 전부 외계인인가요?”

 “한 분 제외하고 외계인이에요. 아무래도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수수사대이니까요.”

 

 원래 있던 부서가 아니라 급하게 만들어진 부서라 인원이 적다는 말이 덧붙여 말했다.

 

 특별한 목적이라고? 장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를 굳이 특수수사대에 일하라고 한 것과 레이카가 말한 목적과 관련이 있어 보여 그게 뭐냐고 물어보려고 했으나, 타이밍 좋게도 문이 열리며 아이작과 팀원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 오셨어요?”

 “네, 안녕하세요.”

 

 효은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면서 아이작 뒤에 있는 팀원을 쳐다봤다.

 

 갈색 머리의 토끼 같은 동그란 갈색 눈동자, 새하얀 피와 마른 체형에 작은 키는 남자가 아닌 소년으로 보였다. 옆에 보이는 붉은 털의 늑대를 보지 않았다면 꽤 어리게 보이는데? 라고만 생각했을 텐데.

 

 “데이모스?”

 

 무심결에 내뱉은 말을 들었는지 그는 흠칫 놀라며 효은을 빤히 쳐다봤다. 저를 알아봤다는 경악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그는 이내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팀장님 말씀대로 저를 알아보시네요.”

 

 외모와 어울리지 않은 낮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뭔가 실수한 건가 생각한 효은이 변명을 내뱉으려고 했으나 그의 말이 더 빨랐다.

 

 “말씀하신대로 저는 데이모스 행성 출신입니다. 칼릭스.W.데이모스라고 합니다.”

 

 데이모스 행성 출신들은 늑대와 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다. 이성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늑대인간의 형상을 가진 자들. 늑대의 강인함과 영특함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지배한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온전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적들을 제외하고는 호의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늑대와 같은 강함과 외형 때문에 그들을 붙잡아 애완동물로 쓰는 외계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외계인 중에는 단연 카론 행성, 나흐트크라프 가문이 있었고.

 

 “정효은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혹시라도 저를 알아봤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쁘면 어쩔까? 하는 생각에 형식적인 인사를 하며 말을 아꼈다.

 

 “이만 나가봐, 나는 저분하고 할 얘기가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칼릭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일단 늦게 온 점 죄송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에요, 바쁘신데 그러실 수 있죠.”

 

 아이작은 효은의 맞은편에 앉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요즘에 여기저기서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서 정신이 없네요.”

 “이해합니다.”

 

 이곳에 오기 전 다른 특수수사대 직원들이 급하게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면 느낄 수 있었다.

 

 시청이 어수선할 정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밤을 새는 건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잔뜩 사서 들어가기도 했다. 이렇게 바쁜 모습만 보다보니 절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것을 지금 자신이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숨이 막혔다.

 

 아이작의 앞에 잔을 내려놓은 레이카는 말없이 두 사람 잔에 차를 따른 후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레이카까지 밖으로 나가자 방안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이 사람하고 할 말은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에도 뭐했다. 무슨 얘기를 나눠야 하는 걸까 고민하는데 아이작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서, 제가 한 제안에 대해서 생각해보셨나요?”

 “네, 그 대답을 하려고 연락드렸고요.”

 

 효은은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 제법 식었는지 미적지근한 느낌만 받았다. 긴장감을 풀기 위해 미적지근한 차를 몽땅 다 마신 후,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나서야 대답이 돌아왔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생각보다 담담한 말투였다.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 확실치 않았는데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오자 의외란 생각부터 들었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효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그 탓에 이곳에서 일하려고 하는 거고요.”

 

 누군가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는 일이었기에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되도록 찾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만 찾는 분이 누구인데 그러는 거죠? 인간인가요?”

 “아뇨, 외계인입니다.”

 

 외계인?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그 외계인이 효은 씨와 무슨 관계인데 찾으려는 거죠?”

 “……제 원수입니다.”

 

 우리 언니를 죽인,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은 원수.

 

 *

 

 “저 여자, 생각보다 거물이었네?”

 

 효은이 돌아가고 난 후, 눈치를 보던 칼릭스가 말을 꺼냈다. 사무실 주변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다는 걸 느낀 칼릭스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인간과 외계인을 구별하는 건 다른 자들도 할 수 있지만, 정체까지 아는 건 드문 일이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붉은 늑대 모습의 칼릭스 옆에는 체격이 큰 남성이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그의 피부는 나무처럼 갈색 빛이었으며 피부도 나무껍질처럼 푸석거렸다.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줄기는 초록색으로 반짝거렸다.

 

 그의 이름은 우드리.G.유로파로 유로파 행성 소속 외계인이었다.

 

 “저도 보고 흠칫 놀랐습니다.”

 

 밖으로 나가기 전 우드리를 본 효은은 의아한 눈을 하다 고개를 숙이는 걸로 짧게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나무가 왜 여기 있지? 라는 표정이었다. 게다가 짧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서는 분명 ‘유로파’라는 단어가 나왔었다. 정황상 제 원래 모습을 본 것이 뻔했기 때문에 놀라운 표정으로 그녀가 나가는 것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정말 평범한 인간 맞아? 어떻게 남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건지.”

 

 안 그래요? 칼릭스의 시선에는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아이작이 있었다.

 

 푸른빛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은 가뜩이나 서늘하다고 생각이 드는 그의 이미지를 더더욱 차갑고 서늘하게 만들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그의 얼굴을 보던 칼릭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성과는 있었나요? 아이작 님.”

 

 아이작 옆에 서 있는, 제법 나이가 든 노신사가 정중한 태도로 물었다.

 

 “아니 전혀.”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이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흔적은 있는데 그가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아. 그의 옆에 있는 외계인이 제법 많은 건지 여러 가지 흔적이 섞여있거든.”

 “첩첩산중이네요.”

 “그러게, 이곳에 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단서도 없으니.”

 

 이곳에 온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으나 전혀 성과가 없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오른 탓인지 아이작은 쓴웃음을 짓더니 바드득 이를 갈았다.

 

 “어디에 숨어있는 거냐, 블레이즈.”

 

 아이작의 본명은 아이작 나흐트크라프였다.

 

 효은이 짐작한대로 카론 행성 출신이자 멸문당한 나흐트크라프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 그는 가문 사람들을 모조리 다 죽인 후 도망친 자신의 형이자 차기 당주였던 블레이즈 나흐트크라프를 쫓고 있었다.

 

 그가 에일 시티에 온 것까지는 확인이 되었으나 그 뒤로는 어떠한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이곳에 오자마자 증발된 것처럼.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자 세간에는 가족을 죽인 죄책감에 자살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눈을 속이고 몰래 빠져나갔을 거라는 의견이 있었으나 아이작은 이러한 의견들을 단번에 부정했다.

 

 블레이즈는 분명 이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왜 몸을 숨길 곳으로 지구의 에일 시티를 선택했는지는 알지 못하나 느낌은 분명 블레이즈가 이곳에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작은 에일 시티를 돌아다니며 블레이즈의 행방을 쫓았다.

 

 그가 외계인 전담 특수수사대의 팀장으로 들어간 것도 블레이즈의 흔적을 쫓으며 제 손으로 직접 잡기 위해서였다.

 

 에일 시티를 관리하는 간부 중 한 사람과 인연이 있기에 그에게 정중히 부탁했고, 그는 다른 간부들을 설득하여 아이작을 특수수사대 팀장으로 임명했다. 그의 옆에 외계인이 많은 것도 이러한 사정 때문이었다.

 

 시청에서 일하는 자가 아니라 아이작 개인이 직접 뽑은 자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니까.

 

 “요즘 일어나는 사건들과 블레이즈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레이카의 물음에 아이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님의 생각이 정말 맞다면, 엄청난 사건이 되겠네.”

 

 칼릭스는 살짝 어이없다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카론 행성을 지배했던 가문을 멸문시킨 범죄자가 이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골치 아파죽겠는데, 만약 ‘그 사건’의 배후에 블레이즈가 관련 있다면 에일 시티, 나아가 모든 행성이 뒤집어질 만큼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발전된 가능성이 높았다.

 

 가뜩이나 그 사건을 해결하느라 다른 부서들도 밤낮없이 돌아다니는데 블레이즈까지 끼어있다면 모든 특수수사대가 투입되도 모자를 테니.

 

 “인간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알아챌 것이 뻔합니다. 인간들의 정보력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 언제까지 숨길 수만은 없지.”

 

 숨기고 싶어서 숨긴 건 아니었지만. 아이작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오늘은 별다른 성과가 없으니까 이만 돌아가도 좋아.”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조만간 새로운 직원이 한 명 올 테니까 환영식 준비를 해.”

 “새로운 직원?”

 

 세 사람 모두 누군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아이작을 쳐다봤다.

 

 “그렇군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더 이상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안 우드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 다음으로 칼릭스가 밖으로 나갔다.

 

 “그럼, 저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레이카까지 밖으로 나가자 아이작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벤도 이만 들어가 봐요. 여기는 내가 정리하고 갈 테니까요.”

 “아이작 님.”

 

 오랫동안 침묵하던 벤, 벤자민이 방으로 들어가려는 아이작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아이작 님은 정말 그 분이 그들을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벤자민의 물음에 아이작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는 벤자민의 보랏빛 눈동자와 눈을 맞춘 채 고개를 끄덕였다.

 

 “구별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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