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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외계인의 미묘한 관계
작가 : 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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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무(1)
작성일 : 18-12-21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5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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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미치겠네.”

 

 소파에 앉은 효은은 긴장된 표정으로 몸을 꼿꼿이 세웠다.

 

 익숙하지 않는 유니폼과 익숙하지 않는 사무실은 효은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레이카가 준비한 차만 홀짝거리며 주변 사람들의 눈치만 살폈다.

 

 사람을 구하지 않고 카페를 그만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효은은 아이작에게 양해를 구해 카페에서 사람을 구하기 전까지 카페에서 일하다가 정식으로 특수수사대 일원이 되었다.

 

 워낙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 카페에서 더 이상 일을 못 한다고 했을 때 사장님이 가장 아쉬워했었다. 굳이 그만둬야하냐며 월급을 조금 올려줄 테니까 더 일해달라고 사정사정 했다. 특수수사대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그만두는 이유를 납득했지만.

 

 그녀가 특수수사대에 들어간다는 걸 안 직원들은(은화를 제외하고) 부러움과 왠지 모를 시기와 질투가 담긴 눈으로 쳐다봤다. 저를 보는 시선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렸지만 겨우 모른 척하며 9층으로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찻잔 안에 담긴 차를 모두 마셨을 무렵, 안쪽에서 직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효은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모두 안으로 들어오고, 마지막으로 아이작이 들어와서야 겨우 앉을 수 있었다.

 

 “다들 모였으니까 회의 시작하기 전에…….”

 

 아이작의 시선이 제 오른쪽에 앉은 효은에게 향했다.

 

 “여기는 오늘부터 우리랑 일할 직원.”

 “정효은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효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까지 굽혀 인사했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생각보다 무덤덤한 반응에 민망해하며 자리에 앉았다.

 

 진지한 분위기를 잡으며 효은을 뚫어지게 보던 직원들은 이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

 “너, 너무 긴장하고 있는 거 아냐?”

 “아, 아니 그래도 이 정도로 긴장하고 있는지는 몰랐는데, 푸하하하하하.”

 

 방금까지만 해도 다들 굳은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는, 무척이나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였는데 순식간에 웃음이 터지며 밝은 분위기로 바뀌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보라는 표정으로 아이작을 봤으나 그도 입을 가린 채 끅끅거리고 있었다. 새로운 신입 앞에서 진지한 척 하는 것이 환영식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을 무렵.

 

 “그만들 하세요, 당황해하고 있잖아요.”

 

 보다 못한 레이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유일하게 웃지 않은 직원이자 제 마음을 알아차린 외계인이라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갔다.

 

 “미, 미안. 분위기를 진지하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아이작은 겨우 웃음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다들 그만 놀리고 자기소개들 해.”

 

 아이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들 짠 것처럼 웃음을 뚝, 하고 멈췄다. 가장먼저 효은의 옆에 앉은 레이카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반가워요, 전에도 소개했다시피 저는 루나 행성 출신의 부팀장이자 힐러인 레이카.L.루나입니다.”

 “데이모스 행성 출신 칼릭스.W.데이모스입니다. 주로 정보수집을 하죠.”

 

 효은과 마주보는 곳에 앉은 칼릭스가 밝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옆에 앉은 우드리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우드리.G.유로파입니다. 칼릭스 씨와 마찬가지로 정보수집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 저야말로.”

 

 우드리가 고개를 숙이자 효은도 덩달아 고개숙여 인사했다.

 

 ‘역시, 저번에 내게 본 게 맞았구나.’

 

 나무 같이 빛나는 갈색 빛에 나무껍질 같은 피부, 초록빛으로 빛나는 줄기와 같은 머리카락은 유로파 행성 출신 외계인이 갖는 특징이었다. 지나가면서 본 거라 확실하지 않았는데, 지금보다 제대로 본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외계인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문제인데, 너무 정확해서 문제였다.

 

 “환영합니다, 저는 아이작 님의 개인집사인 벤자민이라고 합니다.”

 

 아이작의 뒤에 서 있던 벤자민이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벤자민의 온화한 얼굴 옆에는 그의 원래 모습이 선명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푸른빛으로 빛나는 피부와 지느러미, 갈퀴와 아가미와 더불어 물고기와 같은 하반신은 인어 혹은 돌고래를 연상케 했다. 눈을 깜빡거리며 벤자민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효은은 자신도 모르게 생각한 것을 내뱉었다.

 

 “프로테우스?”

 “역시 제 정체도 꿰뚫어보시는 군요.”

 

 벤자민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저는 벤자민.O.프로테우스라고 합니다. 말씀 그대로 프로테우스 출신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하다니까.”

 

 칼릭스가 턱을 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팀장님이 처음 얘기했을 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지금 보니까 확실하네요.”

 

 인재가 맞아요,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칼릭스가 눈웃음을 지었다. 제 칭찬 같기는 한데 뭔가 묘한 것이 그렇게까지 좋은 느낌은 아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은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가 잠시 딴 길로 샌 것 같은데, 소개 아직 안 끝났다.”

 

 아이작의 말에 효은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뭐, 굳이 내 소개를 하지 않아도 되나 해야 할 것 같아서. 특수수사대 9반 팀장 아이작.N.카론. 앞으로 잘 부탁해.”

 

 존대를 하든, 반말을 하든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모든 직원의 소개가 끝나자 잠시 사무실 주변에 어색함이 감돌았다. 서로가 뻘쭘해하는 상황을 보던 아이작이 헛기침을 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뭐, 지금 확인했다시피 새로 온 직원은 인간이면서 우리의 정체를 알아보는 능력을 가졌어. 현재 상황에 꼭 필요한 인재지.”

 

 너무 띄워주는 거 아냐? 효은은 민망함에 고개를 숙였다.

 

 “어쨌든 자기소개는 이쯤하고, 회의로 넘어가지.”

 

 아이작이 손짓하자 벤자민이 들고 있던 파일을 각자에게 나눠줬다. 아이작은 파일을 펼쳐보다 멍한 표정으로 파일을 받는 효은에게 시선을 뒀다.

 

 “입사한 첫날부터 미안하지만 봐줘. 꽤 큰 사건이 들어와서.”

 “아니에요, 괜찮아요.”

 

 잘 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요. 효은은 애써 뒷말을 삼키며 파일을 펼쳤다. 파일 안에는 요번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 문제는 시체 사진도 같이 들어있어 보자마자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사진은 총 3장으로 전부 교복을 입고 있는 남학생이었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사지가 훼손되었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죽은 피해자 모두 오른쪽 다리가 뜯겨져 나갔다는 거며 모두 구멍이 보일만큼 심장 부위가 뻥 뚫려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심장을 노린 것처럼.

 

 “피해자는 지금까지 3명으로 전부 NK 대학 부속 고등학교 출신이지.”

 “기자들이 엄청나게 좋아하겠네요.”

 

 칼릭스가 혀를 끌끌 차며 중얼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학생 3명이 연속으로 살해당한 것도 있지만 그들이 다니는 학교가 NK 대학 부속 고등학교인 탓이 컸다.

 

 NK 대학은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신생 대학교였음에도 유명한 자들을 여럿 배출시킨 덕에 이름만 들어도 알 명문대학교로 자리 잡았다. 유명한 자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뜨고 있는 연예인 대부분이 이 학교 출신이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건물 자체도 깨끗하고 시설 또한 좋아 학생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숙사도 웬만한 원룸 못지않았으며, 식당도 화려해 학교식당이 아닌 음식점에 오는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등록금이 다른 학교에 비해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장학금 제도도 빵빵했다. 게다가 취업률도 굉장히 높았는데, 졸업 후 취업이 되지 않은 학생이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게 지원금을 주거나 책임지고 취업알선까지 해준 탓이었다.

 

 이렇듯 단점은 보이지 않고 장점만 명확하게 보이는 학교였기에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이 자신의 학교를 자랑스러워했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그들을 부러워했을 정도인데, 그들의 부모님이라고는 오죽할까.(자기 자식이 이 학교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명함이었다.)

 

 때문에 공부를 제법 잘한다는 고등학생의 80%가 이 학교를 목표로 할 정도였다. 워낙 유명해지다보니 부속 고등학교 또한 유명해져서 중학생들이 꼭 가고 싶은 학교로 자리 잡았다.

 

 그런 유명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살해당했으니, 그 화제성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피해자 전부 심장을 꿰뚫린 채 살해당했어. 정확히는 심장을 적출 당했는데, 깔끔하게 도려낸 탓에 시체에서는 심장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지.”

 “살해당한 학생들 전부 인간인가요?”

 “어, 전부 다 인간이야.”

 

 외계인이 살해당한 순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사진 속 인물들은 전부 인간이었다. 굳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손목에 팔찌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그들의 종족이 뭔지 알 수 있었으니까.

 

 “시체 훼손도가 높아서 외계인의 짓이 아닐까 생각하는 자들이 많아.”

 “뭐만 일어나면 우리 탓이래, 언론을 이용해 우리를 엄청나게 까더니 정작 범인이 인간이라면 사과의 글 하나 없이 흐지부지 넘어가면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탓에 칼릭스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다들 말을 하지 않았다 뿐이지 모두 그의 말에 공감하는지 말없이 서류만 넘겼다.

 

 확실히 칼릭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반 외계인파가 극성인 탓인지 무슨 사고가 일어났다 싶으면 외계인의 짓이라며 근거도 없이 떠들어댔다. 문제는 그 주장을 믿는 자들도 꽤 많으며, 옛날부터 내려온 편견으로 인해 몇 학교에서는 인간만 있는 반과 외계인이 있는 반으로 나뉘어 생활하게 했다.

 

 아무리 학교에서 외계인과 인간을 차별하지 말라고 얘기하지만 은연중에 가진 편견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인간들도 이런데 외계인이라고는 오죽할까.

 

 “뭐, 누구의 짓인지는 차차 밝히면 되는 거고 중요한 건 범인을 잡는 일이지.”

 

 아이작은 차분하고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어쨌든 특수수사대로 넘어왔으니까 성심성의껏 조사하고 범인을 잡으면 되는 거야. 인간이든, 외계인이든 말이지.”

 

 그러니 더 이상 인간과 외계인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직원들 전부 입을 꾹 다문 채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의도치 않게 잠시 이어진 침묵, 아이작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입을 여는 것으로 그 침묵을 깼다.

 

 “피해자들 전부 야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살해를 당했어. 현장에는 외계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살해방식이 잔혹해서 인간의 짓이라 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

 

 사지를 망가뜨린 후 마지막에 심장을 뚫어 살해를 한 건지 그 반대인지는 모르나 꽤 고통스럽게 갔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무엇을 이유로 다리를 뜯어내고 심장을 통째로 도려낸 건지는 모르나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었다. 사지를 훼손시킬 만큼 그들에게 깊은 원한을 가진 자의 소행으로 보는 것이 타당했다.

 

 “아무래도 유명한 학교 학생들이 살해당했으니 매스컴 쪽에서 뭔가를 알아내려고 발버둥 칠 거야. 그 사이에 범인을 잡는 것이 우리 일이고.”

 “골치 아프겠네요.”

 

 그쪽에서 사건에 관심이 많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칼릭스의 불평이 이어졌다. 아이작은 그것을 깡그리 무시하며 팀을 나눴다.

 

 “칼릭스하고 우드리는 사건현장으로 가서 빠진 것이 있는지 샅샅이 조사해봐. 주변에 CCTV가 없는지, 근처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라든지 모조리 다 말이야.”

 “알겠습니다.”

 

 우드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칼릭스는 심드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카와 벤자민은 피해자의 가족들을 만나보고, 사건이 일어난 날이나 그 전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가 없었는지 알아내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효은은―.”

 

 자신의 이름이 불러지자 효은은 긴장된 표정으로 아이작을 쳐다봤다.

 

 “효은은 나랑 같이 피해자들이 다닌 학교로 가서 피해자 주변에 대해 조사하자고.”

 “아, 네.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저 사람하고 같이 다니는 건가. 효은은 불편한 기색을 억누르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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