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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외계인의 미묘한 관계
작가 : 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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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무(2)
작성일 : 18-12-22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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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민수는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 머리를 감싸며 벌벌 떨었다.

 

 반에서 무려 3명이나 죽었다. 그것도 자신과 잘 아는 얼굴들이. 심장이 파괴되고 다리가 뜯긴 채로 잔혹하게 죽은 피해자들 전부 민수와 잘 아는 자들이며, 장난이라는 명분 아래 한 사람을 지독하게 괴롭혔다.

 

 “그 녀석이야…… 그 녀석 밖에 없어…….”

 

 다들 외계인의 짓이라고 떠들어댈 때 민수 혼자서만 다른 생각을 했다. 외계인의 짓이 아닌 인간, 저희들에게 원한을 가진 자의 소행이라고.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이 괴롭혔던 그 녀석의 짓이라고.

 

 그 녀석이 자신을 괴롭힌 자들을 찾아서 복수를 하는 거라고.

 

 “그래 맞아……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는 건 그 녀석이야, 그 녀석뿐이라고!”

 

 모두에게 원한을 가질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녀석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괴롭힘 당했다는 걸 알면서도,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실종된 상태였음에도 아무도 그의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쉬쉬해서 실종된 것이 묻혔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아무도 그 녀석의 짓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살해한 수법이 잔혹해서? 인간의 짓이라고 볼 수 없어서?

 

 “바보 같아, 전부다 바보 같아! 왜 내 말을 믿지 않는 건데!!”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짜증과 아무것도 아닌 녀석이 설치고 다니는 꼴이 역겹고 화가 났으나 그와 동시에 자신이 괴롭히고 무시한 자에게 살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온몸을 지배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나 만나봐야 저들처럼 살해당할 것이 뻔했으므로. 그저 방안에 틀어박혀 벌벌 떠는 수밖에 없었다.

 

 “역시 경찰에게 말을 했어야 했나?”

 

 아니, 다른 사람도 믿지 않은데 경찰이라고 제 말을 믿어줄 것 같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이 괴롭혔다는 사실을 얘기해야 하는데……. 과연 폭력 가해자인 자신을 지켜줄까? 아니 비난하면서 경멸의 눈초리로 쳐다볼 것이 뻔했다.

 

 이래저리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도 싶지 않아 입을 꾹 다물었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핸드폰 진동이 미친 듯이 울렸다.

 

 “뭐, 뭐야?”

 

 놀란 민수는 황급히 핸드폰을 확인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누군가의 사진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누군가에게 멱살이 잡혀 힘없이 들려져 있는 것은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폭력 가해자이면서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자였다.

 

 “으아아아아악!!”

 

 창백해진 얼굴로 사진을 보던 민수는 뒤에 따라온 메시지를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다음은 네 차례야.]

 

 *

 

 NK 학교는 9번가에 있어서 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내려온 모두는 누구할 것없이 준비된 차량에 올라탔다.

 

 특수수사대가 사용할 수 있는 차는 총 3대로 이동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먼저 칼릭스와 우드리가 2호차르 타고 사건현장으로 향하고 뒤를 이어서 레이나와 벤자민이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효은은 아이작을 따라 1호차에 올라탔다.

 

 ‘왠지 어색하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어색한 분위기에 견디지 못한 효은은 운전하는 아이작을 힐끔 쳐다봤다.

 

 보통 특수수사대라고 하면 팀원들이 움직이는 건 봤어도 팀장이 직접 사건현장에 뛰어드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다른 곳에 비해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까, 명령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는 것도 놀라운데 신입인 자신을 직접 데리고 다닐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레이카가 아니더라도 다른 팀원에게 맡길 줄 알았는데. 괜히 헛기침을 하며 안전벨트를 점검하고 있는데 아이작이 입을 열었다.

 

 “팀장하고 같이 다니려니까 어색하지?”

 “네? 아, 아뇨 괜찮아요.”

 “처음이라 당분간은 나랑 같이 다닐 거야. 불편해도 참아.”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차린 아이작이 나름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정말 괜찮은데.”

 

 효은은 손사래를 치며 그의 말을 살짝 부정하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차는 다리를 지나가 고 있었다. 낮 시간이었음에도 주변에 지나가는 차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하긴, 이 시간 때에는 차가 별로 없지. 다들 회사에 있을 테니까. 스스로 납득하며 팔에 턱을 괬다.

 

 원래였으면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며 점심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을 텐데. 하루아침에 직업이 바뀌어 밖으로 나가게 되다니,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더욱이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평범한 회사에 있을 테니까 이렇게 나올 일이 없을 텐데.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에 적응이 되지 않아 마음이 살짝 심란해졌다. 심란함을 잠재우기 위해 강이 흐르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작이 다시금 말을 걸었다.

 

 “첫날부터 빡센 일을 맡게 해서 미안, 웬만하면 빼주려고 했는데 상황이 상황이라서.”

 “괜찮아요.”

 “우리야 시체가 익숙하지만 너는 처음일 테니까.”

 

 역시 본 건가. 효은은 쓴웃음을 지우며 대꾸했다.

 

 “솔직히 조금 놀라긴 했어요. 시체의 훼손도가 상상을 초월했으니까요.”

 “네가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평소대로 해버렸어, 배려를 못 해서 미안.”

 “괜찮습니다, 차차 익숙해지겠죠.”

 

 비위가 강한 편은 아니었으나 그 정도로는 그만두겠다 말할 거였으면 그의 제안을 받아드리지도, 이곳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언니를 잔혹하게 살해한 자를 잡아주겠다는 아이작의 약속이 있었으니까. 웬만한 일에는 끄덕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외계인을 상대하는 일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지만 요번이 아니고서는 언니의 원수를 잡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웬만하면 위험한 일이 일어나게 하진 않을게. 위험한 일에 휘말린다고 해도 책임지고 너를 지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단호한 어조와 흔들림 없는 눈동자 덕분인지 그 말이 한 치의 거짓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의 모습에서도 거짓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맑고 청아한 푸른빛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첫인상은 그저 그랬는데, 제법 든든한 팀장님이시네. 효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고, 요번 사건 말이야.”

 

 빨간불이라 차를 정차했을 무렵, 아이작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네?”

 “일단 너에게만 말해주는 건데, 요번 일을 벌인 장본인은 인간이 아닐 수 있어.”

 “네? 그럼 외계인의 짓이라는 건가요?”

 “그것도 아냐.”

 

 인간도 외계인의 짓도 아니다? 그럼 도대체 누구의 짓이라는 거지?

 

 “너도 알지? 외계인이 원래모습으로 돌아가거나 능력을 사용할 때에는 흔적이 남는다는 거.”

 “네, 들었어요.”

 

 외계인이 인간 모습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거나 능력을 사용하면 혈흔처럼 외계인 특유의 흔적이 남는다. 흔적이 있으면 인간의 짓인지 외계인의 짓인지 구별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작은 흔적으로도 어느 별에서 온 외계인인지, 특성이 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으므로 사건이 일어나면 먼저 외계인의 흔적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파악한다.

 

 물론 흔적이 있더라도 외계인의 짓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대중에게는 외계인의 흔적=사람의 혈흔처럼 인식된 탓에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하면 대부분 외계인의 짓이라 단정하고 온갖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반 외계인파와 기자들로부터 한 차례 곤혹을 치른 탓에 확실하지 않고서는 외계인의 짓이라고 발표하지 않았다. 신중의 신중을 기해 누구의 짓인지 확실해질 때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피해자의 근처에서 외계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어. 그러니 외계인의 짓은 아니지. 그렇지만 인간 짓이라고 하기에도 이상한 점이 많이 포착되었지.”

 

 피해자들은 전부 심장을 꿰뚫린 동시에 오른쪽 다리가 뜯어져 있었다. 칼로 잘린 것이 아니라 다리를 잡아당겨 뜯어낸 것처럼 상처부위가 엉망이었다.

 

 “범인이 아무리 힘이 좋다하지만 외계인이 아니고서야 사람의 다리를 닭다리 뜯듯 쉽게 뜯어낼 수는 없으니까.”

 “그건 그렇네요.”

 

 아무리 악력이 좋아도 사람의 다리를 우악스럽게 뜯는 건 무리였다. 외계인이라면 가능하겠지만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외계인의 짓이라 보기는 어렵다.

 

 공범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공범이라도 외계인의 흔적이 있어야하는 것이 정상이니 공범 가능성도 적다.

 

 그렇다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외계인이 있다는 건가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외계인의 특성을 가진 인간이 있다? 그 경우라면 딱 하나 있지 않은가.

 

 “혼혈 말하는 거예요?”

 

 아이작은 고개를 저으며 효은의 말을 부정했다.

 

 “인간과 외계인의 혼혈이라도 외계인의 특성이 강하다면 흔적이 남아. 인간의 특성이 강하면 흔적이 남지는 않겠지만…….”

 “인간과 가까우니 이정도 힘은 낼 수 없겠네요.”

 

 그럼 도대체 누구라는 거야.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게다가 심장을 꿰뚫은 것도 그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서 인간의 힘으로는 등을 뚫어 심장을 파괴할 수 없어.”

 “그럼 도대체 범인이 누구라는 거죠? 인간도 외계인도 심지어 혼혈도 아니라면―.”

 “한 가지 다른 가능성이 있기는 한데…….”

 

 뭔가 알고 있기는 한데 확실하지 않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게 뭐냐고 묻기도 전에 차는 어느 건물 앞에 섰다.

 

 “도착했다.”

 

 타이밍도 좋네. 나중에 물어보자고 생각하고 우선 차에서 내렸다.

 

 “와, 이게 고등학교야?”

 

 차에서 내려 NK대학 부속 고등학교 건물 앞에선 효은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무리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건물이 워낙 깔끔하고 커서 고등학교라기보다는 대학교처럼 보였다. 너무 크고 넓어 어디서부터 돌아다녀야 하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본관은 이곳이야.”

 

 어쩐지 다른 건물보다 크더라니.

 

 가운데 건물을 기준으로 왼쪽은 인간들이 사용하는 건물, 오른쪽은 외계인들이 사용하는 건물이라고 했다. 아이작과 같이 본관으로 들어간 효은은 시끄러운 소리에 시계를 확인했다. 12시 30분이면 점심시간이었다. 시끌벅적한 것도 이해가 갔다.

 

 자연스럽게 왼쪽 입구급식실로 향하는 아이들과 매점으로 향하는 아이들은 전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인간과 외계인 반이 나눠졌고 왼쪽에서 나왔으니 학생들 전부 인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지만.

 

 교실뿐만 아니라 급식실도 나눠진 건지 섞이지 않고 한 줄로 서서 각자 다른 입구로 들어갔다. 나오는 출구도 달랐다. 굳이 반을 나누면서까지 분리를 시켜야 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지 않는 조치였다.

 

 “우선 피해자들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보고 그 반 학생들을 만나볼 거야.”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교무실로 올라가려던 효은은 뭔가를 보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어?”

 

 급식실로 향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고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뭐지? 저 학생만…….

 

 “왜 그래?”

 

 그 자리에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효은을 본 아이작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밑으로 내려오며 물었다.

 

 “팀장님, 저기 모인 학생들은 전부 인간이죠?”

 “뭐? 그렇지. 왼쪽에 있는 건물에는 인간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왜…….”

 

 왜 저 아이에게서는 그게 ‘보이는’ 거지?

 

 “뭐가 보이는 거야?”

 “네, 보이긴 보이는데…….”

 

 뭔가 이상했다.

 

 뭔가가 보이긴 보이는데 평소와 달리 그게 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 외계인이라면 분명 인간으로 변한 모습 옆에 원래 모습이 보여야하는데, 원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림자처럼 이상한 형상이 아지랑이처럼 움직였다.

 

 두 눈동자에 또렷하게 보이는 형상. 착각이라 넘어가거나 자신이 뭔가를 잘못 본 거라 치부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 해도 그림자 같이 꿈틀거리는 저 형상은 도대체 뭐냔 말인가.

 

 “도대체 저건 뭐야?”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하는 가운데, 그것의 형상을 가진 인간은 인파속으로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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