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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외계인의 미묘한 관계
작가 : 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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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무(4)
작성일 : 18-12-25     조회 : 63     추천 : 0     분량 : 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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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민수라고 소개한 소년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짐작 간다고 말하며 변명을 내뱉듯 이런저런 얘기를 주절주절 떠들어댔다.

 

 “장주호라고…… 저희 반에 왕따 비슷한 애가 있었어요.”

 

 ‘비슷한이 아니라 왕따였겠지.’

 

 장주호는 실종된 학생의 이름이었다. 벤자민이 조사한 내용을 힐끔 살펴본 아이작은 일단 모르는 척하며 민수의 얘기를 들었다.

 

 “솔직히 나쁜 짓이라는 거 알지만…… 저 역시 다른 애들하고 같이 장주호를 괴롭혔어요.”

 

 그들의 타깃이 된 이유는 단순하다. 왜소하고 소심한 성격에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성격인 탓이었다. 피해자 나아가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가지 않고 억울한 이유였다.

 

 작은 시비에서부터 무자비한 폭력으로 변하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툭하면 발길질에 심한 경우는 기절할 정도로 폭력을 휘둘렀다. 말리는 사람이 없어 폭력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절대 멈추지 않았다.

 

 “그,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 뒤편에 장주호를 불러서…… 폭력을 가했어요. 기절한 그를 내버려두고 집에 갔는데…….”

 

 그날이후 장주호가 실종이 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3일에 걸쳐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인해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다. 낯선 이에게 살해당할까 봐 불안해하는 학생들 가운데에 민수는 그들을 살해한 자가 장주호이며 자신도 곧 그들과 마찬가지로 살해당할 거라는 예감을 받았다.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아 방안에만 틀어박힌 채 벌벌 떨었다. 그러던 와중 장주호에게서 친구가 살해당했을 당시의 사진을 받았고―.

 

 “그대로 튀어나와서…… 이곳을 찾았어요.”

 

 말을 마친 민수는 입을 꾹 다물고는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

 

 역시 이들은 폭력의 가해자라서 피해자에게 살해당한 거였어. 아이작은 한숨이 새어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이곳은 어떻게 안 겁니까?”

 “……누가 이곳으로 가면 해결해준다고 해서…….”

 “그렇군요.”

 

 아이작은 그 말을 끝으로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런 사건을 접하면 언제나 기분이 나쁘다.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고 집요하게 괴롭힌다. 인간이나 외계인이나 왜 누군가를 배척하고 괴롭히려 드는 걸까. 괜히 도와주다가는 자신도 왕따가 될 거라는 생각 때문에 도와주지 않는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에게 가해자나 방관자 모두 원망의 대상이었으니까. 왜 그들이 두려워했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마음 같아서는 도와주고 싶지 않았다.

 

 “일단 알겠습니다.”

 “저, 저 그러면…….”

 “최대한 보호해드리겠습니다.”

 

 안심하는 민수와 달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아이작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한숨을 쉬던 그의 시선이 제 옆에 있는 효은에게 향했다.

 

 옆에 앉은 효은은 아이작이 말하는 내내 민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다른 직원이 아닌 자신을 부른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뭔가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을 불렀다는 건 틀림없으므로 아무 말 없이 민수만 바라봤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번에 봤던 수상한 무언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그는 외계인이 아닌 인간이었다.

 

 “……인간이에요.”

 

 효은은 민수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그래?”

 

 뭔가가 있을 것 같았는데.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부터 저희 직원을 한 명씩 배치하겠습니다.”

 “오, 오늘부터는 안 될까요?”

 

 살해당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인지 목소리가 격양되어 있었다. 눈을 치켜뜨며 저를 보는 얼굴이 마음에 안 들었으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아이작은 한숨을 푹 내쉬며 옆에 있는 서랍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에게 넘겼다.

 

 하얀색으로 된 심플한 팔찌였다. 팔찌 가운데에는 시계처럼 동그란 무언가가 달려있었으나 작동되지는 않았다.

 

 “이걸 착용하면 다른 사람이나 외계인의 공격을 어느 정도 보호해줄 겁니다.”

 “…….”

 

 집으로 가다가 죽으면 책임질 거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이어진 아이작의 말에 그대로 묻혔다.

 

 “오늘은 이걸로 버텨주시고 내일부터 직원을 통해 주변을 샅샅이 감시하라고 하겠습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착용한 대상자가 이상이 있다면 저에게 알려줄 겁니다. 그러니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시죠.”

 

 *

 

 돌아가는 차 안에는 침묵으로 가득했다. 운전석에 앉은 아이작도, 조수석에 앉은 효은도 생각에 잠겨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민수를 집 앞까지 데려다 준 아이작은 자신이 명함을 주며 이상한 점이 있다면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그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후에 잠시 차에 내렸다. 외계인이 침입하지 못 하게 무언의 조치를 취한 뒤에야 차에 탔다.

 

 “여기예요.”

 

 오피스텔이 가까워지자 효은이 입을 열었다. 차는 오피스텔과 가까운 곳에 멈췄다.

 

 “데려다주셔서 감사드려요.”

 

 효은은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손에는 아이작이 저녁을 먹으라면서 사준 초밥이 들려 있었다.

 

 “출근 첫날에 다시 불러내서 미안.”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잘 들어가라며 문을 닫은 효은은 아차 싶었는지 다급히 창문을 두들겼다. 창문이 내려지자 고개를 살짝 내밀어 아이작을 쳐다봤다.

 

 “팀장님, 그런데 왜 하필 저를 다시 부르신 거예요?”

 “확인할 것이 있어서.”

 

 확인? 그러고 보면 아이작은 효은에게서 ‘무언가’를 확인받고 싶어 했다. 그것이 뭔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을 특수수사대로 부른 이유일 거라 짐작한 효은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으나.

 

 “이유는 나중에 꼭 말해줄게. 지금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라서.”

 

 무엇 때문인지 아이작은 대답을 꺼렸다.

 

 확실히 지금은 늦은 시간이고 오피스텔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기에 효은은 나름 납득하며 고개를 뺐다.

 

 “알겠습니다. 붙잡아둬서 죄송해요.”

 “내가 더 미안해, 퇴근한 사람을 다시 불렸으니까.”

 

 진심이 묻어나오는 어투에 효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고생 많았어요, 푹 쉬어요.”

 

 마지막 말을 끝으로 아이작은 창문을 닫았다. 그가 탄 차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니까.”

 

 식탁 테이블 위에는 아이작이 준 초밥이 놓여있었다. 저녁도 못 먹었을 텐데 먹으라면서 오피스텔로 오기 전 식당에서 ―그것도 비싼 거 위주로― 초밥을 사서 저에게 줬다. 퇴근한 사람을 불러내서 미안하다는 이유에서.

 

 “첫인상하고 다른 것 같아.”

 

 차가울 거라는 첫인상과 달리 옆에 있어보니 그가 조금 달리 보였다. 간간이 나오는 서늘한 모습은 적응되지 않지만, 그래도 저에게 미안해하며 챙겨주려는 것을 보면 그다지 차가운 사람 같이 않아 나름대로 안심이 되었다.

 

 “차가운 것보다는 챙겨주는 것이 나으니까.”

 

 그건 그렇고 첫날부터 빡시게 일했더니 벌써부터 죽을 것 같네. 효은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젓가락으로 초밥 하나를 들어 입에 넣었다.

 

 밥알도 부드럽고 위에 있는 회도 부드러워 차갑지만 맛있었다. 피곤함과 배고픔 때문인지 아니면 아이작이 사준 초밥이라 그런지 모르나 몇 개만 먹고 넣어두자는 생각과 달리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

 

 다음 날, 아이작에게서 얘기를 들은 팀원들은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그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먼저 민수에게 연락을 취한 아이작은 그의 집으로 레이카를 보냈다. 혹시라도 다칠 위험이 있어 힐러인 레이카가 나을 거라는 의견이 있어서였다. 지켜줄 외계인을 보낸다는 것에 안심했는지 당장에 와달라는 것을 겨우 달래며 전화를 끊었다.

 

 레이카가 옆에서 민수를 지켜볼 동안 칼릭스와 우드리는 주호가 범인이라면 곧 민수의 앞에 나타날 거라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민수의 집 주변을 살폈다.

 

 빠른 시일 내에 나타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며칠이 되도록 수상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 사람은 방심하지 않고 민수의 곁을 맴돌며 범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이게 아이작님이 말씀하셨던 실종자에 관한 내용입니다.”

 

 벤자민은 주호에 대해 조사한 자료를 아이작에게 내밀었다.

 

 “첫 번째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부터 실종이 되었더군요. 아마 실종된 후부터 살인을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들은 그렇다 쳐도 가족들은? 가족이 실종되었으면 찾는 게 당연한 거 아냐?”

 “부모님과 남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만…… 아무도 그가 실종된 걸 알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몰랐다고? 아이작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 그게 가능하나요? 어떻게 가족이 실종된 걸 모를 수가 있죠?”

 

 아이작을 대신 하여 효은이 질문을 던졌다.

 

 “NK 병원에 입원한 기록이 있습니다. 아마 폭력의 강도가 짙어진 탓에 입원을 했던 것 같은데…….”

 “그대로 실종되었다는 건가.”

 

 그렇다 하더라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기절할 정도로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스스로 병원에 들어갔다가 행방불명이 된다? 다른 이가 쓰러진 그를 신고해서 입원한 거면 몰라도?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병원에 물어보니 누군가가 학생을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그가 누군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쨌든 그가 보호자를 자청해서 입원절차를 밟아 입원시켰다고 합니다. 물론 돈도 미리 냈고요.”

 

 수상한 인물의 등장인 건가.

 

 무슨 목적인진 모르나 보호자라고 나서서 실종된 학생을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도 모자라 돈을 내면서 입원을 시켰다. 가족들에게 뭐라 말했는지는 모르나 실종된 것을 모를 정도인 것을 보면 설득이나 혹은 세뇌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그의 행동으로 인하여 그는 입원한 상태로 실종이 됐다. 실종된 학생은 자신을 괴롭혔던 이를 차례차례 살해하며 돌아다녔고.

 

 “그 수상한 인물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우선 실종된 학생을 찾는 것이 우선이야.”

 

 그를 막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관자놀이를 누르며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누군가의 연락을 받은 벤자민이 다급하게 아이작을 불렀다.

 

 “팀장님, 우드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실종된 학생이 나타났다는군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작은 효은과 같이 우드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드리!”

 

 차에서 내린 아이작과 효은은 우드리를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우드리는 민수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아무도 없는 공터에 서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팀장님 오셨습니까?”

 

 우드리의 옆에는 원래 모습으로 누군가를 제압하고 있는 칼릭스가 있었다. 붉은색을 띤 늑대의 발밑에는 검은 후드를 쓴 누군가가 바둥거리고 있었다.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체격은 CCTV에 나온 인물과 비슷했다.

 

 “어떻게 된 거야?”

 “그게 말입니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수상한 자가 있어서 말을 걸었는데…….”

 

 말을 거는 과정에서 도망치길래 수상해서 잡았다는 칼릭스의 말이 들려오는 가운데, 후드를 쓴 으르렁 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놔! 나는 가야해, 그 자식에게 가야한다고!!”

 

 이를 바드득 갈며 사납게 말하는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다는 짐승이 포효하는 것과 같았다.

 짙은 살기를 내뱉으며 어떻게든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으나 외계인인 칼릭스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가만히 있어!”

 “크아아악!! 죽일 거다, 다 죽여버릴 거야!!!”

 

 어떻게든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던 그가 다시금 으르렁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어?”

 

 그때, 그와 눈을 마주친 효은의 눈에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봤던 검은 무언가. 그것은 외계인이 보이는 것처럼 정확히 주호의 옆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이언 외계인처럼 뾰족한 형상의 그림자. 주호가 반항하면 할수록 그것의 움직임은 더욱 격렬해졌다.

 

 “칼릭스 피해요!! 그 아이 인간이 아니에요!!”

 “뭐?”

 

 푹!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호의 팔이 날카롭게 변형되며 칼릭스의 배를 꿰뚫었다.

 

 “칼릭스!!”

작가의 말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성탄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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