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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외계인의 미묘한 관계
작가 : 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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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무(6)
작성일 : 18-12-28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5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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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이 수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락을 받은 구급차가 먼저 쓰러진 주호를 실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송되는 과정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구속구를 채우려고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에 구급대원들은 알겠다고 말하며 주호의 몸을 들어 들것에 실었다.

 

 축 늘어진 채 의식 없이 들것에 실려 가는 주호를 보며 효은은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는 언제 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폭력의 피해자였으니까 가해자를 죽이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자신이 한 행동으로 인해 받아야 할 처벌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또 다른 차량에는 민수가 다른 이의 부축을 받으며 탑승하고 있었다. 살해당할 뻔한 것도 모자라 다리까지 잘릴 뻔했으니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며 무서워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자업자득이기도 했다.

 

 그가, 다른 피해자들이 그를 괴롭히지만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일 테니. 그래서 효은은 그를 힐끔 쳐다보다 이내 외면해버렸다.

 

 “괜찮아?”

 

 아이작이 효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새하얗게 질려버린 핏기 없는 얼굴과 떨리는 손은 그녀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다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살해당할 수도 있었다는 공포는 민수뿐만 아니라 그녀 역시 느끼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이미 한번 겪어보긴 했으나 죽음의 공포는 절대로 익숙할 수 없었다. 더는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겠다고 하지 못하겠는 것은 언니의 원수를 잡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위험한 걸 알면서도 아이작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언니를 살해한 원수를 잡아주겠다는 말 때문이었으니까. 그만두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붙잡고 싶었다.

 

 “그 아이, 피해자의 심장과 다리를 노렸어요.”

 

 한 번은 우연이라 치부할 수 있으나 두세 번은 우연이 아니었다. 주호는 집요하리만치 민수의 다리를 노렸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다리만은 자신의 손으로 뜯어버리겠다는 집념을 가진 채. 달려들고 또 달려들었다.

 

 “심장은 한 번에 죽이기 위해서라고 쳐도 다리를 노렸다는 건…… 자신을 짓밟은 발을 잘라내고 싶어서겠죠?”

 

 대답하지는 않았으나 아이작도 효은과 같은 생각이었다.

 

 자신을 무자비하게 짓밟은 발. 자신의 온몸에 멍을 새기고 말하지 못할 고통에 신음하게 만든 증오스러운 다리를 뜯어내고 싶었을 테니. 피해자의 심장을 부수고 다리를 잘라낸 것도 참아왔던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이었을 거다.

 

 물론 자신이 주호가 아니니 어떤 생각으로 저런 행동을 했는지 속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지만…….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건 언제봐도 좋지 않은 광경이라 범인을 잡았음에도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레이카.”

 “네, 팀장님.”

 

 칼릭스의 상태를 보던 레이카가 그에게 다가왔다.

 

 “칼릭스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우드리도 다친 곳을 거의 회복했고요.”

 “그래? 수고스럽겠지만 이곳을 부탁해.”

 “알겠습니다.”

 

 레이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엉망이 된 현장으로 다가갔다. 아이작의 냉기로 인해 생겨난 얼음은 거의 녹은 상태였으나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절로 입김이 서렸다. 그 주변에는 얼음으로 인한 물과 함께 주호의 몸에서 나온 회색빛의 액체가 섞여 여기저기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성분은 나오셨나요?”

 “아뇨, 전혀.”

 

 수습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자세한 것은 분석팀에게 넘겨줘야 알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외계인의 흔적과 동일한 거라는 겁니다.”

 “그렇군요.”

 

 수습팀이 주호의 몸에서 나온 수상한 액체를 수습하는 동안 레이카는 망가진 곳에 손을 대 망가지기 전으로 되돌렸다. 그녀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부서지거나 엉망이 된 곳이 순식간에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레이카 씨는 다친 누군가를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망가진 곳을 원래대로 돌릴 수도 있나보네요?”

 “루나인들의 특성이지.”

 

 흔히 루나 행성의 인간들은 누군가를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은 무언가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루나인의 진정한 힘이었다. 그것은 생물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살아있지 않는 무생물에도 포함되었다.

 

 특수수사대 팀에 루나인이 한 명씩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외계인으로 인해 엉망이 된 부분을 루나인들이 되돌릴 수 있으니까. 굳이 큰돈 들여 복구하지 않아도 되니 시청에서는 루나인이라면 두 손 들고 환영했다.

 

 레이카가 주변을 수습할 동안 아이작은 효은과 같이 칼릭스가 누워있는 벤치로 가까이 다가갔다. 언제 변신을 한 건지 칼릭스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요, 근데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고기를 잔뜩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농담을 던지는 것을 보니 정말로 괜찮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급소를 피해서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었죠.”

 

 안 그랬으면 수술을 받아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제 몸에 감긴 붕대를 풀었다. 붕대 여기저기에는 칼릭스가 흘린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고마워.”

 

 칼릭스는 효은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

 “네가 그 녀석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덕분에 급소를 피할 수 있었으니까.”

 “아, 아니에요. 저는 그저…….”

 

 본 것밖에 없다고 작게 중얼거렸다.

 

 아무 힘도 없는 인간이라 그들이 다칠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멍하니 그를 본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 쓴웃음을 지으며 안절부절 못하는 효은을 보며 아이작이 입을 열었다.

 

 “본 것밖에 없기는, 네가 약점을 가르쳐줘서 내가 그 녀석을 막을 수 있었는데.”

 “아, 그건…….”

 “네 덕분에 모두가 살았다는 건 사실이니까 네 능력이 하찮다고 생각하지 마.”

 

 절대 하찮은 거 아니니까. 아이작의 말에 효은은 놀란 눈으로 아이작을 바라봤다.

 

 단순히 팀원을 위로해주기 위해 내뱉은 말도 아니고 입에 발린 소리도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효은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거짓 없이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와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 효은은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데 어떻게 거기가 약점이라는 걸 알았어?”

 

 칼릭스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효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그건 저도 잘…….”

 

 그저 ‘보였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주호 옆에 보인 검고 불쾌한 무언가가 유난히 짙고 선명한 부분이 있었다. 그게 오른쪽 종아리였고 우연히 그게 약점이 되었던 것뿐이다. 라고 생각하고 설명했으나 효은과 달리 다른 사람들은 우연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외계인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이니 약점을 보게 된 것도 결코 우연히 아니라고.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

 “네? 아뇨, 전혀요.”

 “그래?”

 “뭐, 외계인의 원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커가면서 또렷해졌긴 해요.”

 

 예전에는 외계인이 앞에 있더라도 눈동자의 색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다였는데, 지금은 옆에 외계인의 형상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가 어떤 외계인인지, 그의 원래 모습을 확인하며 위험한 외계인이다 싶으면 피했다.

 

 더는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능력(능력이라 칭하기도 애매하지만)이 점점 발전되고 있는 탓에 곤혹스러웠다. 언니처럼 외계인의 말이 통역이 되는 것도 아니라 그저 외계인의 모습이 보이는 것뿐이라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절대로 인정받지 못 할 능력. 저 역시 능력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어 그들이 칭찬하면 할수록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고민스러웠다.

 

 “성인이 되고 나서 외계인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거야?”

 “정확히는 성인이 아니라 중고등학교였을 때지만요. 어쨌든 인간 모습이더라도 원래 모습이 옆에 또렷하게 보여요, 그래서 더 당황하긴 했어요. 저 아이는 인간인데 외계인처럼 흐릿한 무언가가 보였으니까요.”

 “인간이라…….”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지 아이작이 살짝 인상을 썼다.

 

 “효은아, 아까 그 아이가 실려 갔을 때도 보였어?”

 “아뇨, 안 보였습니다.”

 “그래?”

 

 어쩐지, 라는 아이작의 중얼거림을 들은 효은 역시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효은도 의아하긴 했다. 분명 그 아이는 인간이었다. 원래 모습도 보이지 않고 팔찌도 채워져 있지 않았으니까. 분명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왜 외계인 같이 무언가가 보인 건지, 갑자기 외계인처럼 변했는지, 약점을 건드린 순간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간 것도 전부 다.

 

 인간으로 돌아간 후로는 더는 수상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보였다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말은 그는 의심할 것도 없이 인간이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왜 그에게서 외계인과 비슷한 것이 보이며 외계인처럼 변해버린 걸까.

 

 「한 가지 다른 가능성이 있기는 한데…….」

 

 그때, 아이작이 한 말이 떠올린 효은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작을 쳐다봤다.

 

 아이작은 요번 사건의 범인이 인간이나 외계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무언가 짐작가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굴었다. 결정적으로 자신이 학교에서 주호와 똑같이 검은 무언가가 보이는 인물을 봤다는 말에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러고 보면 아이작은 언제나 자신을 나아가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어했다. 무언가를 숨기는 것도 눈치 채고 있어 무슨 이유냐고 물었으나 나중에 얘기해준다는 말로 회피했다. 상황이 상황이니 말해주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지만.

 

 어쨌든 요번에 일어난 사건과 아이작이 자신에게 말하려고 하는, 자신을 특수수사대에 들어오라고 권유했던 이유가 연관이 있는 걸까?

 

 그 연관에 자신의 능력이 꼭 필요하고?

 

 “팀장님,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아이작 팀장님!”

 

 효은이 말을 걸었으나 멀리서 우드리가 온 탓에 의도치 않게 끊겼다.

 

 “무슨 일이야?”

 “그게 말입니다.”

 

 우드리는 아이작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게 귓속말을 했다. 심각한 내용인지 들으면 들을수록 아이작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칼릭스.”

 “네, 팀장님.”

 “괜찮으면 네가 효은이를 집까지 데려다줘.”

 

 갑작스러운 말에 효은과 칼릭스는 놀라 동시에 네? 라고 크게 외쳤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말 그대로야. 나는 남아서 할 일이 있어서 그러니 너희 먼저 퇴근하라고.”

 “퇴근하는 건 하는 건데…….”

 

 특수수사대가 맡은 사건이 마무리되면 사무실로 돌아가 사건 경위서를 작성하거나 사건현장에서 바로 퇴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퇴근하라는 말이 놀랍지는 않았다.

 

 아직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않은 신입을 집까지 데려다주라는 말에 놀랐을 뿐. 왜 굳이 신입을 집까지 데려다줘야 하냐는 말을 애써 감추며 중얼거렸다. 효은 역시 아직 어색한 사이인 사람과 불편하게 집에 가고 싶지 않아 괜찮다는 말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저, 저는 알아서 갈 수 있습니다. 칼릭스 씨는 아직 몸도 다 낫지 않았는데 그런 신세까지 지게 할 수는 없어요.”

 “원래는 내가 데려다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그래.”

 

 뭐라고요? 팀장님이 저를요? 경악한 효은이 연신 괜찮다고 말하며 격하게 손사래를 치는 동안 뭔가를 눈치챈 칼릭스가 날카로운 눈을 하며 물었다.

 

 “뭔 일 있는 겁니까?”

 “어.”

 

 아이작은 단호하게 답했다.

 

 “내가 괜히 그러는 거 아니니까 잘 좀 데려다줘.”

 

 무언가로 인해 일그러진 눈과 굳은 표정을 읽은 칼릭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효은 씨를 데려다 줄게요.”

 “네? 하지만…….”

 “이유는 일이 해결되는 대로 말해줄 테니까 여기서 그만 퇴근해.”

 “아, 알겠습니다.”

 

 여기서 더 고집 부려봤자 소용없다는 걸 안 효은은 하는 수 없이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 푹 쉬어.”

 “네, 팀장님도요.”

 

 효은은 칼릭스와 같이 근처에 주차된 특수수사대 전용 차량에 올라탔다.

 

 무언가 있는 것이 분명 하지만 나중에 얘기해준다니 여기서 물러나는 것이 낫겠지. 저를 바라보는 아이작과 눈을 마주친 효은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다.

 

 두 사람이 탄 차가 사건 현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본 아이작은 한숨을 쉬더니 이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들린 후 여보세요? 라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벤. 지금 사무실 안인가?”

 [네, 아이작 님이 말씀하신 걸 찾고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분석팀으로 가. 나도 곧 그곳으로 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목소리가…….]

 “……흔적이 발견되었어.”

 

 오랫동안 찾아다닌 형 블레이즈의 흔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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