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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不可殺伊)
작가 : 비내린
작품등록일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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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철을 먹는 자
작성일 : 19-01-04     조회 : 321     추천 : 0     분량 : 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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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은 힘차게 그녀들을 향해 뛰어나갔다. 다른 강시들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인지 아닌지 나와 강시들은 입구에서 멀리 있었다. 하지만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을 얻었던 그 마을에서 봤던 강시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양 발로 달리고 있는 나와 비슷한 속도니 그곳에 있는 모든 이성이 있는 존재들은 조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안돼!’

  나는 필사적으로 내 행동을 막으려 했다. 그러자 가슴과 머리가 계속 간지러웠다. 하지만 아까와 비교할 만큼은 아니었다. 참을 수 있었다. 내가 내 손으로 저들을 죽이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나는 간지러움을 참아내고 더 빠르게 발을 놀렸다.

  “아니!”

  나를 조종하던 검은 망토의 사내는 놀란 듯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 틈을 노려 둘을 빠르게 잡아 동굴을 벗어났다. 강시들은 그자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기 위해 날 아니, 내가 안고 있는 두 여인을 따라왔다.

  짤랑.

  그때 불길한 방울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돌아와!”

  나는 간지러움이 한층 더 강해진 것을 느끼면서 몸이 잠시 멈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잠시였고, 간지러움도 아직 참을 만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강시들이 전부 그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에잇! 멍청한 녀석들! 저 녀석을 쫓아!”

  방울 소리가 한 번 더 귓가에 울렸다. 하지만 이번엔 간지러움이 느껴지거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은 없었다.

  ‘뭐지.’

  나는 궁금증이 생겼지만, 지금은 도망치는 것이 더 급했다. 다행히 강시들은 빨라지고 강해졌지만 내가 최선을 다해 두 다리로 뛰어가는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곧 강시도,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나를 조종하던 자들도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나는 계속 발을 놀렸다. 보이지 않는 정도가 아니다. 불안감이 사라질 때까지 달릴 생각이었다. 최소 오늘 하루 동안은 계속 말이다.

 

  “후퇴하라!”

  “후퇴하라!”

  공저의 말에따라 승병들은 빠르게 몸을 빼기 시작했다.

  “공저 스님. 저희가 막을테니 뒷일을 부탁드립니다.”

  “안….”

  갑자기 한 승병이 다가와 그렇게 말하고 공저가 말하기도 전에 빠르게 전열을 이탈했다. 그를 따라 50여 명의 승병이 몸을 돌려 강시들에게 뛰어들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500여명으로도 어찌하지 못했다. 처음 나타났던 강시 중 2구를 부시고, 주술사들도 30여 명만 남기고 모두 처치하였다. 그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단지 강시들의 힘 때문이었다. 항마군은 이들을 모두 처리하고 남은 20여 구의 강시를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산 위에서 재앙이 몰려온 것은 말이다.

 

  “저희가 저들을 막을테니 남은 강시들을 부탁드립니다!”

  한 승병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유언이 되었다.

  공저의 생각도 그와 같았다. 빠르게 강시들과 저들을 무너트리고 남은 강시들을 처리한다는 것을 말이다. 강시들은 뭉치면 뭉칠수록 더욱 상대하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이었다.

  “끄아아악!”

  저주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20여 구의 강시를 막기 위해 올라간 승명 100여 명의 죽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한 식경이었다. 죽어가더라도 필사적으로 막는 그들의 모습에 공저는 남은 세 구의 강시와 30여 명의 주술사를 빠르게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2구의 강시와 10여 명의 주술사를 죽이는데 멈췄다. 희망이 보인 주술사들이 필사적으로 버틴 것과 동료의 죽음에 승병들이 흔들린 것이 겹친 것이었다. 그렇게 한차례 물러던 뒤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강시들과 부딪혔다. 결과는 처참했다. 한 번의 격돌로 30명에 가까운 승병이 목숨을 잃었다.

  공저는 순간 공포에 휩싸였다. 한 번의 공격에 몇몇 존재는 2명 이상의 승병을 쓰러트린 것이 아닌가.

  “으아아아!”

  다시 한번 공격이 이어졌고, 척 해준도 버티지 못하고 칼이 부러져 버렸다.

  “후퇴하라!”

  그래서 내린 명령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몇 초라도 붙잡기 위해 50여 명의 승병이 목숨을 바친 것이고 말이다.

  “후퇴하라!”

  공저는 이제 200여 명이 되어버린 승병들을 이끌고 그들이 벌어준 시간을 잊지 않으며 더 힘차게 외쳤다.

 

  “하하하하. 좋구나! 아주 좋아!”

  오늘 4구의 강시를 잃었다. 29구에서 시작된 강시는 21구밖에 남지 않았다. 이상한 고려 무사한테 한 구 땡중한테 오늘까지 포함해서 7구나 당했다. 하지만 그래도 암군은 기분이 좋았다. 새로 얻은 20구의 강시는 너무 강력했다. 비록 여기저기 상처 입은 모습이 많지만, 그들은 500여 명의 땡중들을 너무 쉽게 물리쳤다. 가장 큰 방해꾼을 무력화시킨 것이었다.

  “암군이시여.”

  그때 남아있는 20여 명의 수하가 그에게 다가왔다. 모두 몰골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강력한 힘을 얻은 암군은 마음의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겼다.

  “모두 치료하여라. 위에 있는 동굴에 보니 약초가 많더구나. 거기서 쓸 수 있는 것을 쓰도록 하여라.”

  그의 새로운 모습에 다들 놀랐지만 이내 빠르게 머리를 땅에 박으며 말했다.

  “감사하옵니다.”

  “그래, 그래. 경하 받을만한 일이지.”

  그러면서 암군은 강시의 몸을 쓰다듬었다.

  “이리 멋진 병기를 얻지 않았느냐.”

 

  “멈춰주세요.”

  “아직.”

  “이제 괜찮아요.”

  그 말에 나는 겨우 발걸음을 멈췄다. 달리는 것 보다 힘들게 멈추다니. 누군가 듣는가면 어이없어 할 테지만 오늘은 그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지만 계속 주위를 살펴보았다. 혹시나 해서였다.

  “강시는 당신보다 제가 더 잘 느껴요. 주위에 없어요.”

  “알았소.”

  나는 그 말을 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자세가 살아있는 사람 같네요.”

  경애는 그렇게 말하고 작게 웃었다.

  그 말에 헤아는 뭔가를 퍼뜩 생각났는지 내 뒤로 얼른 숨었다.

  “아줌마 뭐예요! 뭔데 그놈들하고 같이 있었던 거에요!”

  그 말에 나도 서둘러 자세를 잡으며 그녀를 견제했다.

  “그렇게 견제하지 않으셔도 돼요. 전 이제 아무것도 아닌걸요. 그저 실패한 한 사람일 뿐이에요.”

  쓸쓸한 그녀의 말에 나는 자세를 풀려 했지만 헤아가 내 팔을 꽉 잡았다.

  “그렇게 약한 척하지 마요. 제가 그렇게 살아온 게 몇 년인데.”

  그 말에 나는 자세를 다시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인걸요. 회천회를 막아보려 했지만 결국은 실패해서 그들이 내려왔고, 그들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것조차 실패했어요. 아니, 오히려 그들을 더 강하게 만들어줬어요. 실패라는 말 따위로 끝나지 않아요.”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무릎을 가슴으로 끌어당기고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지?”

  “글쎄요.”

  “어떻게 해야 그들을 막을 수 있지?”

  “글쎄요.”

  “최 경애!”

  내 외침에 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지지 않고 언성을 높였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강시들은 강해요! 당신을 이용하면 되는데 당신도 저 방울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저 멍청한 승병들도 다 죽을 거라고요! 저들도!”

  경애는 그렇게 말하고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숨을 골랐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경애는 그 말을 쓸쓸하게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으며 작게 말했다.

  “도술서만 있었으면…. 방법이 있었을 텐데….”

  “도술서…?”

  어디서 들어본 말이었다. 그리고 곧 기억할 수 있었다.

  “도술서나 주술서를 끌어 모은 것도 그 일환중 하나지요.”

  “창식이!”

  방법이 생겼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러 갈 때였다.

작가의 말
 

 오늘은 짧게 썼고 내일은 연재가 힘들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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