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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不可殺伊)
작가 : 비내린
작품등록일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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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불가사리
작성일 : 19-01-22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6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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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군이시여.”

  “이러니 이곳에 올 필요 없다 하지 않았느냐.”

  미리 봐두었던 언덕에 올라가니 기병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물론 다른 곳으로도 가고 있지만 그런 건 별 의미 없다. 단 한 부대라도 자신들을 향해 오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암군은 일단은 그들에게서 신경을 껐다. 저런 소수 병력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강시 두 구도 아니고 한 구면 충분히 없애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저 깃발은 무엇이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는 푸른 깃발이 5개 올라와 있었다. 그것이 왠지모를 불안감을 만들어냈다.

  “소인도 잘….”

  “그래.”

  자신도 모르는 일을 저들이 알 수도 없을 거라 생각은 했다.

  “암군이시여.”

  그의 수하들이 그를 애타게 불렀다. 기병들은 다가오고 있다. 무얼 해야할지 정해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쯧, 쓸모없는 것들.’

  그의 폭정에 의해 나타난 효과일 뿐이지만 암군은 자신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의 수하들에게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자들이 필요하다.’

  강시면 다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얼마 전 동굴 속에서 느꼈다. 자신을 죽일 듯이 쳐다본 그 눈빛. 암군의 몸이 한차례 부르르 떨렸다. 공포였다. 순간 방울을 던져버릴 뻔 했지만, 한줄기의 이성이 그것을 가까스로 막았다. 저주스러운 물건이지만 이것조차 던져버리면 아마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아니,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

  꿀꺽.

  침이 다시 넘어갔다.

  “암군이시여!”

  그의 수하가 다급하게 외쳤다.

  “왜 그러….”

  짜증을 내다 앞을 보았다. 화살비가 쏟아져 온다. 그 속에 불화살이 높이 솟아오른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숨어라!”

  이미 수하들은 그가 말하기 전에 나무나 큰 바위 뒤에 숨고 있었다.

  퍽. 퍽.

  나무에 화살이 박히는 소리부터

  챙. 챙.

  바위나 강시에 화살이 부딪쳐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이익! 가서 저것들을 다 죽여버려!”

  짤랑!

  암군은 안 그래도 마음이 뒤숭숭한데 고작 한인(韓人) 따위가 자기 생각을 끊어버리자 화가 났다.

  “저 둘을 다 보내시는 겁니까.”

  수하들은 화살 비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곁에 둘 있던 강시들이 모두 기병들에게 가자 깜짝 놀라 외쳤다.

  “저것들도 몇 번 부딪혀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도망치겠지. 그때 천천히 퇴각한다.”

  그 말에 수하들은 자신들을 지켜줄 보호막이 없다는 것에 불안해했지만 차마 암군에게 뭐라 말하지 못했다. 주변에 강시가 없지만, 지금까지 느꼈던 공포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곧 기병들과 강시들이 부딪혔다. 정확하겐 먼저 뛰어간 강시 한 구가 기병들과 부딪혔다. 기병들은 어떻게든 도망치려 했지만, 통통 뛰는 강시가 아닌 말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특수한 강시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사람이든 말이든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하지만 일단의 무리가 다가오자 암군은 다시 방울을 짤랑하고 울었다. 그리고 언덕 위에 미리 준비했던 함정들을 기병들을 향해 밀어버렸다. 주변이 모두 나무와 바위가 내려가다 막히는 것이 더 많았지만, 그들을 방해하기엔 충분했다. 그동안 열심히 전장의 강시들과 기병들을 마중 나갔던 강시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퇴각한다.”

  하지만 기병들은 끝까지 화살을 쏘며 그들을 막았다.

  “미련한 놈들.”

  암군은 그들에게 한차례 욕을 한 뒤 방울을 한 번 더 흔들었다. 그 소리에 암군에게 돌아오던 강시가 기병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기병들은 다시 한번 도망쳤지만, 곧 따라잡혀 하나둘 죽어가기 시작했다.

  “암군님! 저곳을 보십시오!”

  그 상황에서 시끄럽게 수하가 암군을 불렀다. 그는 한껏 짜증을 내며 말했다.

  “왜 그러는 것이냐!”

  “몇몇 강시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뭐?”

  그 말에 서둘러 전장을 바라보았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고려군에 둘러 싸여있는 녀석들이 있었다.

  짤랑. 짤랑.

  암군이 춤추듯 열심히 흔들어보았지만, 전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찌해야 하는가!”

  그는 너무 당황스러워 방금까지 욕하던 수하에게 물었다.

  “일단 후퇴하셔야 합니다. 적이 너무 가깝습니다. 지금 있는 강시라도 보전하셔야 합니다!”

  아마 그 말을 참모가 들었다면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가 생각한 최상의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가장 걱정한 것은 반대로 모든 강시의 총공격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덕분에 참모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알았다. 모두 후퇴한다.”

  “화살이 옵니다!”

  후퇴하려 했지만, 기병들은 둘에서 넷으로 넷에서 여덟로 나누어 계속 화살을 쏘아댔다.

  “미친 새끼들!”

  기어코 암군이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멈추지 않았다.

 

  “저쪽은 성공했나 보군.”

  “그러게 말입니다.”

  이쪽의 작전은 간단했다. 방울의 효과를 무시시키는 부적을 상대할 수 있는 숫자라 판단한 5구에 붙이고 주술사들을 직접 압박해 다른 강시들을 빼게 하는 방법이었다.

  “이들을 빨리 처리한다!”

  그리고 참모가 말했다시피 적들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저들이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도망이 아닌 공격을 택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이들을 처리해야 했다. 만약 저들이 돌아오면 막을 병사들이 앞으로 튀어나가고 다섯 구의 강시들을 공격할 타격대가 강시를 둘러쌓아 지속해서 피해를 주고 있었다. 곧 뛰어난 무신들에 의해 팔, 다리 그리고 머리가 잘려나갔다.

  “오지 않는군.”

  저들은 아예 퇴각하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최 중랑장은 안심하면서 안타까움도 같이 느껴졌다.

  “차라리 이곳으로 오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르지.”

  그는 작게 말을 내뱉었다. 숫자를 보니 다시 돌아왔다면 이곳에서 많이 힘들었겠지만 결국 저곳에서 두 구 정도의 강시만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속도전으로 가야만 했다. 강시들이 모두 가기 전에 저들을 무너트려야 했다. 이것이 실패하면 복잡해진다. 수장이 바보가 아니라면 똑같은 수에 당할 리가 없고, 원나라로 쳐들어가긴 힘드니 다시 고려를 노릴 것이다. 혹시 홍건적과 붙으면 최악이 된다.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은 진군하라!”

  이 때문에 최 중랑장은 모든 강시가 쓰러지고 외쳤다.

  콰직.

  보통 사람의 머리를 꿰뚫는 소리와 다른 소리를 내뿜으며 그의 칼이 강시의 머리를 뚫고 들어갔다. 그는 그 칼을 높이 들었다.

  “나머지 강시도 처리하러 간다!”

  “와아아아아아아”

  그의 말에 호응하듯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다시 사냥을 시작해야 할 때였다.

 

  저곳은 이미 혼란의 도가니일 것이다. 기병들의 습격으로 말이다. 그사이에 경애와 헤아 그리고 공저 스님을 필두로 한 승병들이 말을 타고 빠르게 불화살이 날아올랐던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쪽으로 갔던 기병들도 서둘러 그곳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뒤에선 강시들이 그들을 쫓아오는 것인지 아니면 돌아가는 것인지 모르게 흉흉한 기세를 뿜으며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도사님 정말 가능하시겠습니까.”

  “해야 하는 겁니다.”

  그 말에 공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으아아아아!

  그때 비명이 들렸다. 그에 경애 앞에 있는 헤아가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돌아갈래?”

  “싫어요!”

  경애는 그 모습에 말해보았지만 헤아는 단호했다. 하는 수 없이 한숨을 쉬고 고삐를 강하게 쥐었다. 그렇게 비명이 난무하는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위는 피가 낭자했다. 기병들도 숫자가 많이 준 상태였다. 말들은 지쳐서 속도가 줄은 반면에 강시들은 아직 쌩쌩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결국 통통 뛰어다니는 강시들에게도 따라잡힌 상황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결국, 기병들은 퇴각하게 되었다.

  “질긴 녀석들.”

  암군의 말에 수하들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게 안심하는 순간 다시 화살이 한 발 날아들었다.

  퍽.

  비명도 없었다. 암군의 바로 옆에 있던 수하의 이마가 꿰뚫려 죽은 것이다.

  “뭐냐!”

  암군과 수하들은 화살이 날아온 곳을 보았다. 그곳엔 승병들과 익숙한 두 여인이 말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이익!”

  짤랑.

  암군은 분노해 하며 방울을 한 번 더 거칠게 흔들었다.

 

  “갑니다!”

  공저 스님의 외침에 다른 사람들도 모두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강시들에게 달려들었다. 멀리서 주술사 수장의 비웃음과 같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이길 것이다.

  “으아아악!”

  먼저 달려든 것은 목표인 특수한 강시였다. 그의 주먹 한 방에 승병 한 명이 절명했다.

  “저자는 내가 맡겠다. 두 명의 승병은 따라와라! 나머지는 저 외팔 강시를 막아!”

  공저의 명에 따라 승병들이 나누어졌다. 외팔이 강시를 상대하는 승병들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죽일 수 있으면 죽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특수한 강시를 상대하는 자들은 달랐다. 그들의 목표는 죽이는 것이 아니라 부적을 붙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간신히 버티고만 있을 뿐이었다. 부적을 붙일 틈이 전혀 나지 않았다. 다른 승병들에게 부탁하기도 힘들었다. 그들도 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시는 공저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듯이 이번엔 발을 뻗어왔다. 공저의 입장에서 왼쪽에서 날아오는 다리에 공저는 뒤로 훌쩍 달아났다. 아까 발길질을 막아냈다가 봉은 반으로 쪼개지고 갈비뼈가 몇 개 나가고 말았다. 지금도 고통을 어떻게든 참아내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한 번 더 맞으면 싸우지 못하리라.

  “이야야야!”

  발을 사용하면 당연히 동작이 커서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저의 왼쪽에 있던 승병이 달려들었다. 그의 손엔 부적이 들려있었다. 그대로 그의 머리에 부적을 붙일 찰나였다.

  퍽.

  균형을 위해 뒤로 뺐던 손을 휘둘러 승병을 쳐낸 것이다.

  “으으윽.”

  비록 큰 타격이 아닌지 일어났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결코 그곳에서 그만한 힘을 낼 수 없었다.

  “유연한 강시다! 절대로 방심하고 들어가지 마!”

  “알겠습니다!”

  말 그대로 유연한 강시였다. 여태껏 뻣뻣한 강시를 상대하다 보니 이런 강시는 감을 잡기 힘들어 보였다.

  공저는 반으로 쪼개진 봉을 양손에 쌍검처럼 잡고 자세를 낮춘 다음 강시를 노려보았다. 공저의 왼쪽에 있던 승병은 일어서긴 했지만, 타격이 큰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럼 살짝 주위를 살핀 틈에 강시가 다시 들이닥쳤다. 간단히 오른손을 내지른 것뿐이지만 저 주먹 한 방에 인간은 물론 말까지도 절명시킨 것을 보았다. 결코, 우습게 볼만한 것이 아니었다.

  공저는 왼쪽으로 몸을 틀면서 오른손에 들고 있는 봉으로 그의 오른손을 밀어냈다. 힘이 부족했지만 상관없었다. 공저는 바로 왼손에 들려있는 봉을 훤히 비어있는 오른쪽 허리를 쳤다. 이번엔 양쪽에 있는 승병들도 함께 봉을 내질렀다.

  치이익.

  미약하긴 했지만 살 타는 냄새가 나고 공저가 공격한 부분만 살짝 그을렸다. 강시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왼손으로 바로 앞에 있는 승병을 쳤다. 그는 빠르게 방어를 해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저 멀리 날아가 나무에 부딪히는 거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크윽.”

  공저는 암울한 상황에 침음을 흘렸다.

  ‘작전 실패다.’

  저 강시를 너무 얕봤다. 전에 부딪혔을 때 무술 실력이 낮아 이 정도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자신의 몸을 내주면서 차근히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이대로 몇 번만 더 부딪히면 필패였다.

  ‘여기서 뼈를 묻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강시들이 더 오고 있어요!”

  그리고 공저의 생각에 쐐기를 박는 소리가 들렸다. 헤아의 목소리였다. 공저는 이를 악물었다. 이제 방법이 없다. 말을 탄다 해도 도망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뒤에 있는 여인들에게 미안하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팔 한쪽이라도 가져가야 할 거 같았다.

  “도망치시오!”

  공저는 둘을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 둘만이라도 살려야 했다.

  후웅.

  다시 한번 묵직한 소리와 함께 주먹이 날아들었다. 공저는 그것을 살짝 피해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바로 반대 손이 파리 잡듯이 공저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공저는 가까스로 그것을 피했다.

  쾅.

  강시의 가슴과 손바닥이 부딪힌 소리가 터져나갔다. 공저는 그대로 녀석의 뻗어 나간 팔 쪽의 겨드랑이를 향해 봉을 찔러넣었다.

  치이익.

  무언가 지져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도 별 효과는 없었다.

  “윽.”

  공저가 봉을 찌르는 순간 강시는 겨드랑이를 쪼여 봉을 잡고 무릎을 쳐올렸다. 공저는 그 무릎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손바닥으로 대고 있었다. 타격은 없었지만 밀려나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보였다.

  “피해!”

  공저는 자신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왔지만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가 지켜야 하는 두 명 중 한 명. 경애가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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