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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의 심장은 그 언니 소유물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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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작성일 : 18-12-20     조회 : 334     추천 : 0     분량 : 3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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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하는 놈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 특히나 내처럼 그때가 사업 초창기라 여기저기 쫓아 다녀야 했고 술도 마셔야 했는데 모두들 술과 담배로만 내가 건강을 잃었다고 매도해 버리더라. 그 병에서 살아 온 후에 나는 술과 담배를 일체 하지 않았어. 그런데 또 병에 걸리는데 내보고 어쩌란 말이야? 그때 내가 부정맥과 관련 된 약을 먹고 있다 보니 그 약을 끊고 시술할 날을 약 20일 정도 기다려야 했어. 그리고 의사가 수업이 없는 날과도 맞춰야 했고. 그때 나는 나이론 환자라서 5인실 암 병동에 있었어. 거기서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듣고, 그 말을 들려 준 사람이 집에 아닌 장례식장으로 영원한 퇴원을 하는 걸 봤어. 그 암 병동에 자리가 비면 그날이 여지없이 장례식장이 붐볐다. 그 장례식장을 붐비게 했던 사람들이 내한테 들려 준 얘기의 주제는 거의 다 똑 같았어. 그 생각은 너도 나도 항상 하고 있는 생각일 수도 있어. 누군가를 도와줄 때는 뭔가를 돌려 받기 위해 도와주는 건 아닌 데 도움을 받은 사람이 세월이 흘려 잘 된 후에는 그 도움을 하찮게 여기더란 거지. 그때의 기분은 거지 같다더라. 꼭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된 기분을 느꼈다 더라. 특히 돈 많고 권력을 쫓아가는 사람들이 그런 짓을 많이 한다면서 그런 놈들 근처엔 얼씬도 않는 게 좋다는데, 이유는 그 놈들에게 그 도움은 당연한 거기 때문에 만약에 돕지 않으면 파렴치한 놈으로 매도 된다더라.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내하고 관련 없는 사람들 주변에는 얼쩡거리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정신 차렸네. 네가 오지랖 넓은 짓을 할 때마다 내가 화 낸 이유를 알겠지?”

 

 콧방귀를 한번 내리 치고는 수리를 한심스럽게 쳐다보면 말한다.

 

 “그래! 두 번 병원 갔다 오니 정신이 들은 모양이다, 허허”

 

 “건강할 때와 건강을 잃고 난 뒤와 창업을 할 때와 패업을 할 때의 사람들의 시각차이는 극과 극임을 절실히 실감했다. 패업을 할 때 허무한 마음보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허무함을 더 느꼈다”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상대방이 대하는 태도에 따라 진실과 가식을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그 걸 아는 사람들조차 그 걸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특히 뒤에서 쑥덕대는 사람들! 아무리 입 꼬리에 미소를 지어도 한 눈에 모조리 들어 간다는 걸 모르고 사는 사람이 의외로 너무 많다. 병으로 저 세상 문턱에서 돌아와서 이런 예지력이 생긴 건 절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다. 그렇게 보는 사람만 모를 뿐이다. 아니 간과해버린 것이다.

 

 “그 마음 변치 마라. 우리 나이에 허무를 또 느낀다는 건 인생의 실패지. 다시 회복할 시간도 힘도 없으니 단단히, 야무지게 살자. 한 홀 한 홀 최선을 다 하듯이. 이렇게 세월이 빨리 갈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열심히 살았을 걸 하는 후회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월급쟁이가 열심히 살아봤자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던다. 내가 열심히 산다는 건 출퇴근 칼 같이 하고 허튼 데 돈 안 쓰는 거… 그걸 말고 또 있겠나. 가능하면 밥도 반찬도 적게 먹고… 참! 사는 게 뭔지 헷갈리네. 그래도 어디다가 최선을 다하는 몰라도 최선을 다해야지. 혹시 아나? 홀인원이 나올지. 허허허”

 

 ‘푸’ 소리와 함께 웃고는 갸우뚱하고는 세상을 한탄하는 소리를 하고 있다.

 

 “글쎄! 최선을 다한다는 당연한데 솔직히 이 현실이 싫다. 두 번째 병인 담낭염 시술을 받고 퇴원하는 날을 생각하면 정말로 비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통장뿐만 아니라 내 재산 모두를 압류해버렸더라. 장모님께서 병원 비를 계좌 이체 해주고야 퇴원을 했고 처방 받은 약도 못 사고 돌아와야 했고, 갑자기 아파서 급히 병원에 가는 바람에 차에 기름이 거의 다 떨어진 것도 몰랐다. 그날이 사업을 하면서 두 번째 치를 떨게 한 날이었지. 처음엔 설 연휴 전날 세무서에서 체납되었다고 300만원이 수금된 통장을 압류해 큰 비에 가는 건 둘째치고 차 기름값이 없어 자전거 타고 일하려 다녔다. 그 해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저 세상 갈 뻔 했지. 만약에 그때 죽었다면 우리 가정은 풍비박산 났겠지. 애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였으니 애들은 학교 구경도 못 했을 건 당연하고. 나는 빚으란 유산만 남겨줬을 것이고. 그땐 정말 피눈물 났다. 담낭염 시술을 받고 퇴원하던 날 기름 값이 없어 혹시나 도중에 차가 퍼질까 싶어 고속도로로 못 오고 시골 길로 집으로 오던 중에, 하필 그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가 왔는데 체납된 돈을 내지 않으면 형사고발을 한다더라. 그때 불현듯이 거기에 근무하는 아는 놈 한 놈이 떠오르더라. 너도 아는 놈인데 그 놈이 요즘 말하는 채용 비리로 입사를 했었어. 그때 그 놈을 위해 시험을 치러 간 놈의 이름을 너도 아는 놈이야. 내가 똑똑히 기억해. 두 놈이야. 그래서 그때 그런 일을 떠올리며 해결하는 데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그 놈들의 몇 십 년 전의 비리를 리얼하게 설명하며 욕을 해버렸어. 너도 혹시 그런 놈 아니냐며. 그때는 내뿐만이 아니라 세상천지가 원망스러웠어. 그때 너 빼고 손을 벌리지 않은 데가 없었는데 아무에게도 도움을 못 받았다. 물론 그 이유를 알지. 너한테 도와달라고 말을 하지 이유가 동생도 나와 마찬가지로 애들 키운다고 한창 돈 나갈 때인데 무슨 돈이 있겠냐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 건 형님들로 마찬가지인 현실이었더라. 그렇게 압류 당하고 집은 경매 직전에 팔았고, 그렇게 헤매다가 건강도 다시 회복되고 돈도 벌고, 돈 벌어 국가에 상납도 하고. 그땐 형제들을 원망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원망할 상대는 이 나라고 권력을 이용한 터줏대감이더라. 실업자 구제나 일자리 창출인 연일 떠들어대면서도 이런 창업 조건으로 족쇄를 채워 놓은 나라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겠나? 말 그대로 개 짖는 소리지”

 

 “그래서 다 정리하고 이 짓을 하는구나. 그런데 이 돈 벌어서 언제 체납된 돈 갚을 거야. 얼마나 남았어?”

 

 “담낭염 걸리기 전에는 술, 담배, 외출을 일체 하지 않고 돈만 벌어서 갚았지. 창업을 할 때 대출한 돈의, 지금 남은 건 5%도 안돼. 거의 다 갚았어. 그런데 그 놈의 돈! 병에 또 걸리고는 진짜 허무하더라. 그래서 다시 골프도 치고 친구도 만나고, 그렇게 살다 보니 이제 3% 남았다. 아마 두 번째 병이 걸리기 전처럼 살았다면 빚을 다 갚거나 죽었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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