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RECORDERS – 삼형제, 끈을 다시 엮다.
작가 : 윌리암
작품등록일 : 2018.12.21
  첫회보기
 
준서의 인생영상
작성일 : 18-12-21     조회 : 52     추천 : 0     분량 : 4221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저승사자는 아까 잡아오기 직전의 상황으로 보이는 영상을 찾아냈다.

 

  손가락을 한번 가져다 누르니 영상이 재생되었다.

 

  [나는 버스운전기사다. 어느 화창한 봄날, 정류장에 버스를 멈췄을...]

 

  “이, 이건 뭐야? 내가 주인공인 영화 같잖아~! 내레이션까지 내 목소리잖아!”

 

  인간은 두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며 공중에 떠있는 그것들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것들인 것이 실감이 안 되는 눈치였다.

 

  “놀랐나? 너희 인간의 뇌는 너희들이 하는 행동하나하나를 자서전영상으로 만들어 놓고 있지~ 너희 인간들이 쓰는 컴퓨터의 백업을 하는 셈이야! 이 영상들은 그 복사본이라 할 수 있어!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보자고!”

 

  영상은 한쪽 벽을 스크린삼아 플레이되었다.

 

  말 그대로 한편의 단편영화였다.

 

 

  나는 버스운전기사다.

 

  어느 화창한 봄날, 정류장에 버스를 멈췄을 때였다.

 

  작은 투명 창 사이로 내 자리로 주먹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왜 이러세요! 아 진짜! 하지마세요.”

 

  주먹이 내 얼굴을 향해 계속해서 돌진해 왔다.

 

  주먹이 몇 번 오고 간 자리엔, 이번엔 재빠른 발이 송곳이 되어 내 몸을 날카롭게 찌르려 돌진해 왔다.

 

  내 몸은 잔뜩 움츠려들었다.

 

  내 팔은 몇 분 동안 쉴 틈 없이 위아래를 오갔지만 내 얼굴과 몸은 뻘겋게 퍼렇게 점점 썩어갔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고. 왜 자꾸 나에게만...’

 

  정말 울고 싶었다.

 

  어릴 때 헤어진 동생들도 생각이 났다.

 

  ‘애들은 잘 살고 있을까?’

 

  사내는 뭔가에 열이 받아 있는 듯 했고, 마치 피니쉬 기술을 쓰기전의 흥분 가득한 프로레슬링선수처럼 시끄럽게 포효했다.

 

  “여기 좀 도와주세요! 이 사람 좀 말려주세요!”

 

  소리치며 도움을 청했지만 직육면체 공간 속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를 좀처럼 듣지 못했다.

 

  날카로운 발놀림에 고개가 저절로 돌려져 플라스틱 막 밖의 사람들의 공간을 보게 되었다.

 

  순간 그곳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온한 세계처럼 보였다.

 

  그냥 이 상황이 빨리 끝나서 다시 출발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 몇몇의 눈빛은 이런 신호를 보내왔다.

 

  ‘쳐다보면 뭐하게?’

 

  결국 버스는 다음 장소로 출발하지 못했다.

 

 

  이 시점부터 다소 지루해졌다.

 

  저승사자는 영상 쪽으로 팔을 뻗었다.

 

  복수를 시작했던 오늘 그 시각까지의 영상까지 돌려버렸다.

 

  빨리 감기가 되는 영상들만 봐도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린 놈뿐만이 아니라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사람들까지 복수의 대상으로 두었던 듯 보였다.

 

  재취업 실패와 정신적 이상에 아내와 아이마저 이놈을 떠난 듯 했다.

 

  저승사자는 인간에게 연민을 느꼈다.

 

  ‘불쌍한 인간! 어찌 이리 되었단 말인가?’

 

  이놈은 모든 걸 잃고 술에 절어 살다가 우연히 마주친 그 가해자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눈이 뒤집힌 것이었다.

 

  ‘저럴 수 있지!’

 

  저승사자는 복수의 시작점까지 돌렸다.

 

  팔을 내리자 영상은 다시 재생되었다.

 

 

  놈이 드디어 내 앞에 나타났다.

 

  전에 몰던 37번에서 55번으로 바꾼 지 열흘 만이었다.

 

  놈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흥분되기 시작했다.

 

  “어서오십쇼!”

 

  난 최대한 흥분을 가라앉히며 친절히 인사했다.

 

  놈은 아이와 아내가 함께였다.

 

  “세 명이요!”

 

  [다인승입니다.]

 

  그놈은 날 알아보지 못하고 카드를 찍고 지나갔다.

 

  내 자리는 철로 만든 쉽게 범접할 수 없을 막으로 채워져 날 방해할 요소는 사라졌다.

 

  놈과 승객들은 일반적인 것보다 오바스러운 내 운전석을 그리 신경쓰진 않는 눈치였다.

 

  역시 저 승객이란 놈들은 지들일 아니면 무신경한 놈들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못 참을 정도로 덥거나 춥지 않은 이상 신경쓰지 않는 창문들도 뻑뻑하게, 쉽게 안 열리는 상태였다.

 

  버스를 이제 정류장에 세우지 않았다.

 

  난 이어폰을 끼고 어릴 때 봤던 tv만화 영광의 레이서 오프닝 송을 반복재생으로 해놓고 따라 불렀다.

 

  액셀은 있는 힘껏 밟으며 레이스를 즐겼다.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나에게 둘러싸인 철문을 힘껏 두들기며 나에게 멈추라 소리쳤다.

 

  참으로 적극적인 모습들이었다. 예전과 다르게...

 

  ‘풋! 이거 완전 부산행 좀비들이 따로 없구만!’

 

  “♪...내 마음 뭉게구름 솜사탕같아~!...♬”

 

  어깨를 들썩이며 귓가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내 입고리가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더욱 힘차게 액셀을 밟았다.

 

  버스를 이러저리 요동치며 몰아보니, 이미 버스는 슈퍼유니콘으로 변신해 달려 나를 더욱 더 흥분케 했다.

 

  “부스터~온! 최고점까지 카운트다운 시작! 가자, 슈퍼유니콘~!”

 

  난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외쳐대며 액셀을 밟아댔다.

 

  한참을 달리다가 눈에 보이는 학교 운동장으로 버스를 몰아갔다.

 

  차를 멈춰 세우고 뒤를 돌아보니 사람들은 거의 실신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마침 가까이에 엎어져있는 그놈을 발견했다.

 

  그놈만 끌고 나와 던져놓고, 전에 설치했던 가스의 밸브를 열어놓고 버스 문을 잠갔다.

 

  얼마 되지 않아 창문은 뿌옇게 변해갔다.

 

 

  정신을 차린 그놈이 울먹이며 외쳐댔었다.

 

  “왜, 왜 그러세요. 저희한테.”

 

  이제 와서 약한 척 하는 꼴이란! 난 웃으며 말했다.

 

  “응, 그냥 열 받잖아!”

 

  라이터 하나를 꺼내 놈의 아내와 딸이 타고 있는, 여태까지 내가 몰던 버스 밑으로 던졌다.

 

  “안 돼!”

 

  그놈은 소리쳤지만 이미 버스는 폭발음과 함께 검은 그을음이 되어갔다.

 

  폭발음과 함께 사람들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잘 짜인 오케스트라합창단의 합창 같았다.

 

  ‘아름답구만!’

 

  난 입맛을 한번 다셨다.

 

  그놈은 정신없이 울어재끼며 비명을 외쳐댔고, 난 악마를 소탕한 용사마냥 보람된 웃음도 지어보였다.

 

  “이 새꺄~, 이 악마새끼, 너 뭐하는 짓이야 이게~! 이게 뭐야! 저 사람들 살려내, 살려내라고!”

 

  그 놈이 내 멱살을 잡으며 날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그토록 내가 바라던 이 남자의 반응이었다.

 

  놈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전과 달리...

 

  “그러게, 왜 가만히 있는 날 건드렸어? 버스기사라고 내가 만만했니? 만만하면 니 열 받는 거, 막 화풀이해도 된다든?”

 

  내게 폭행을 가한 놈이 이젠 벌벌 떠는 걸 보니 웃음이 났다.

 

  “네가 아무 상관없는 날 밟은 덕에, 난 직장도 잃고 가족도 다 잃었거든! 사람하나 그렇게 만들었으면 너도 같이 추락해야 이치에 맞는 거잖아 그치? 난 이치에 맞게 널 심판했을 뿐이야! 안 그래? 그러니까 저 사람들, 그리고 네 가족이 죽은 것도, 다 너 때문이에요, 너!”

 

  힘없이 쓰러지는 그놈을 패대기치고 난 유유히 밖으로 걸어갔다.

 

  ‘흐음, 별거 아니네! 새끼! 난 깜방에나 들어가서 푹 좀 쉬어야겠다. 졸립네...’

 

  놈을 스윽 한번 쳐다보고는 곧 나를 데리러 올 시끄러운 불빛의 경찰차 행렬을 기다리면서 나는 지루한 하품을 길게 뽑아냈다.

 

 

  저승사자도 하품을 하며 리모컨으로 tv를 끄듯 팔을 뻗어 영상들을 정지시켰다.

 

  “볼만 했네~”

 

  너무 단순한 구조라고, 또 복수 준비과정이 너무 과했다고 말했다.

 

  저승사자는 마치 영화평론을 하듯이 중얼거리며 상부에 보고할 준비를 시작했다.

 

  “뭐 영화라도 한편 보셨어?”

 

  인간은 저승사자의 태도가 불쾌했다.

 

  “그래, 너도 이 일 오래 해봐~ 평론가 다 된다니까? 뭐, 니들 말로하면 인생평론가랄까?”

 

  저승사자는 웃으며 그 영상을 상부에 전송시켰다.

 

  나머지 영상꾸러미는 작은 조각들이 나뉘어가며 사라져버렸다.

 

  “이제 곧, 명령이 올 거다. 너에 대한 처분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언 메시지가 떴다.

 

  [담당 저승사자의 제량에 맡기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확실히 처리요망!]

 

  “... 이란다!”

 

  놈에게 메시지를 읽어주었다.

 

  “처, 처리? 난 죽는 건가요?”

 

  인간이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

 

  저승사자는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놈이, 그런 큰 죄를 지어놓고 멀쩡하길 바라는 건가?’

 

  저승사자는 인간이 듣고 싶을 대답은 하지 않았다.

 

  딱딱한 말투로 이어나갔다.

 

  “세계는 부당한 갑들이 만연해 있어 선한 영혼들까지도 악함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나라도 이미 심각한 수준이지! 은밀하게 사회전반에서 말이야! 네가 복수를 했던 그 사내도 아마 희생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너처럼! 악에 바친 니들 놈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꼴이지. 복수를 원한다면 본질적인 놈들을 상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인간은 부들부들 떨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겐 선택지 하나를 주겠다.”

 

  저승사자는 검 두 자루를 꺼내들며 말했다.

 

  “자 선택하라! 하나는 이 검! 소멸의 검으로 소멸 당할지 아니면 이 검! 정화의 검으로 갑들을 정화시켜 나갈지!”

 

  인간은 저승사자의 제안을 듣자,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입술을 꽉 깨물며, 한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찌나 꽉 깨물었는지 오도도독 기분 나쁜 소리가 날 정도였다.

 

  그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35 이도 12/31 287 0
34 출발 12/31 304 0
33 엄마, 혜리... 12/31 324 0
32 다시금 떠올린 그때 12/31 318 0
31 회포를 풀다. 12/31 300 0
30 성대한 입학식! 12/31 320 0
29 교장, 궁예쌤! 12/31 344 0
28 사랑 다섯 12/28 303 0
27 사랑 네엣 12/28 307 0
26 사랑 세엣 12/28 318 0
25 사랑 두울 12/28 313 0
24 사랑 하나 12/28 315 0
23 홍길동4 12/23 321 0
22 홍길동3 12/23 331 0
21 홍길동2 12/23 340 0
20 홍길동1 12/23 296 0
19 다짐! 12/22 308 0
18 왕실장, 녹수의 처분! 12/22 327 0
17 두 길동? 12/22 360 0
16 꼭두각시! 12/22 327 0
15 회상 12/22 337 0
14 왕의 강림! 롹큰롤~!! 12/22 359 0
13 게임 좋아하는 대통령? 12/22 336 0
12 각성! 스키아!! 12/22 319 0
11 엄마... 12/22 306 0
10 전설의 삼형제라고? 12/22 324 0
9 세가지 꿈 12/22 345 0
8 준상의 결심 12/22 323 0
7 준상2 12/22 299 0
6 준상1 12/22 283 0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