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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여인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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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모두가 위선(3)
작성일 : 18-12-24     조회 : 47     추천 : 0     분량 : 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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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무님 그리고 위원장님! 저희 울산 사무소는 다른 사무소와 다르게 차등 임금 인상을 요청 드립니다. 이유는 모두 알고 있겠지만 지금 회사 매출의 70% 는 울산 사무소에서 벌여 드립니다. 그 다음으로 여수고. 이런 현실인 만큼 울산과 여수의 직원들은 밤낮없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잘 고려하기를 바라며 만약 차등 인상을 하지 못한다면 야근 수당과 기름값은 마땅히 줘야 된다고 봅니다. 위원장님도 이 부분 다시 한번 검토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 울산의 의견이 부당하다고 저희 울산 사무소 직원들은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기고만장하셨던 전무님도 지금은 회사 눈치를 살펴야 할 시기가 왔다.

 

 방금 전 가졌던 가물치의 속내인

 

 ‘나는 저 나이가 되도록 나를 월급쟁이로만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젊음은 번개처럼 지나간다. 전무님도 젊을 때는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단 며칠이라도 회사에 더 남아 계셔야 한다. 이게 현실이다. 나는 절대로, 절대로’

 

 그래도 전무님에게는 아직 직원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단지 그 표현을 할 만큼 기력이 없을 뿐이다. 서글프다. 그래도 전무님은 고개를 끄덕이는 시늉은 낸다. 그 시늉에 위원장은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곧 전무가 바뀔 것 같은 예감이 들 정도로 난감해한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더 있었다. 여수를 제외한 나머지 사무실의 노조 대의원들이다.

 

 그때 노조 위원장의 난데없는 말이 튀어져 나왔다.

 

 “어이! 가물치! 울산 사무소 과장들은 외근을 나가지 않는다며? 그렇게 사무실에 앉아 서류나 쳐다보고 있으면서 후배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네. 부끄럽지 않나?”

 

 ‘부끄럽지 않나?’

 

 순간적으로 가물치를 당황하게 만든 이 한마디는 회의장을 잠깐 동안 정적을 감돌게 했다. 모든 대의원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었다.

 

 갑작스런 노조위원장의 한마디에 할 말을 잃은 가물치는 아무런 대꾸도 못한 채 회의장에 앉아 있는 대의원들을 당황스런 눈으로 쳐다 만 본다.

 

 이 말의 의미를 아는 대의원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가물치가 노조를 대표해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노조위원장 또한 임금 협상 자리에서 부회장을 이런 식으로 질책한다는 건 노조 위원장이 아니라 이 회사의 대표나 할 일을 대신 하고 있다는 순간적 직감이 대의원들에게도 느껴졌다.

 

 이 자리에서 가물치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죄지은 범죄자가 선처를 호소하듯 가증스런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아니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역할을 강탈 당하고 말았다.

 

 그때 울산에서 같이 온 대의원도 당황스런 표정으로 가물치를 쳐다 본다.

 

 무언가 오해가 있다는 표정이 읽혀 진다. 그러나, 분위기는 벌써 일을 하지 않는 과장으로 낙인 찍힌 뒤였다.

 

 이 자리는 회사의 문책을 받으러 온 자리가 아니고, 전 노조원 아니 전 직원의 임금 인상을 하러 온 자리이고, 부 회원장의 자격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직원들의 애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전무 앞에서 진짜로 사무실에 앉아 서류만 쳐다 보고 있는 노조 위원장 앞에서, 지방 사무소 직원들의 애로를 임금 인상으로 보답하기 위해 온 자리다.

 

 이런 자리에서 일을 하지 않는 과장이 뻔뻔스럽게 직원의 애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숨이 막힐 것 만 같았다. 억울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물치가 했던 한마디 한마디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 인격자의 연설에 불과했다. 여기서 피하게 되면 평생 이중 인격자로 낙인 찍히고 만다.

 

 “어떤 놈이 그런 말을 했습니까?”

 

 위원장 노려 보고 있다.

 

 “자식이! 어디 눈을 부라리고 쳐다 봐! 울산에 가서 네 동료들에게 물어 봐”

 

 위원장이 언성을 높이며 가물치를 아예 무시해 버린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 가고 있는 중이다.

 

 거친 바다에서 선박과 선박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다리를 타고서 곡예를 하듯 뛰어 다니며 며칠 밤을 샌 일들도, 선적을 위해 육상 유조 탱크와 선박 유조 탱크를 연결한 호스가 터져 그 위험한 빙 초산이 얼굴을 덮칠 때, 자칫 화상을 입어 평생을 흉악한 얼굴로 살지 않으려고 그 빙초산을 피해 바다로 뛰어 들었던 일들도, 타자에서 컴퓨터로 바뀌던 시점에 모두 퇴근한 밤에 전산화를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숱한 밤을 지샌 노력들 모두가 ‘부끄럽지 않나’ 한방에 한낱 물거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동료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모두 퇴근한 밤에 조용히 노력한 대가가 가물치는 외근과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결과로 돌아 왔다.

 

 그런 위원장의 말에 본연의 업무를 자칫 망각할 뻔한 가물치가 정신을 차린다.

 

 “위원장님! 지금 여기는 임금 협상을 하기 위해 온 자리입니다. 저를 거세하려고 만든 자리가 아닙니다. 일단 현금 협상부터 합시다. 우리는 타 지방 사무소보다 야근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외근도 많기 때문에 기름값도 많이 듭니다. 우선 외근과 야근이 많은 사무소에는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지금 임금 인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근과 외근이 많은 사무실의 직원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수당 지급도 중요합니다. 타 지방 사무소에서 제 의견에 불만이 있다면 직접 울산에 와서 근무를 하시기 바랍니다. 제 의견이 불합리하다면 전 직원이 각 지방 사무소로 돌아 가며 근무할 수 있게 회사 규정을 바꿔 주십시오”

 

 회의장에 앉아 있는 모두가 놀라고 있다.

 

 “뭐? 새끼! 정신 나간 놈 아니야!”

 

 위원장이 고함을 지르며 일어선다.

 

 “새끼? 어디서 반말이야”

 

 가물치도 벌떡 일어선다.

 

 아수라장이 되기 직전이다.

 

 모두 일어서 위원장과 가물치를 말리려고 했지만 가물치 주먹은 벌써 위원장의 턱으로 날아간 뒤다. 개를 패도 이보다 더 패지는 않을 것이다. 개는 자기에게 위협을 주지 않으면 절대 물지 않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먼저 가물치를 위협하고 있다.

 

 개가 먼저 위협을 하고 있다.

 

 그 위협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가물치도 대의원들도 벌써 알고 있다.

 

 노조위원장의 다음 코스는 이사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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