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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여인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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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굴속으로(1)
작성일 : 18-12-24     조회 : 53     추천 : 0     분량 : 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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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도 어린데 이 녀석을 어떻게?’

 

 눈물이 쏟아져 친구들 손을 잡고 빈소를 나가는 아들을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영전 사진 쪽으로 돌린다. 인상을 잔뜩 찡그린 듯한 신랑 눈에서 제 어미만 홀로 빈소를 지키게 놔 두고 나가는 아들에게 화가 나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어? 나! 괜찮아! 그렇게 걱정할거면서 왜 이렇게 먼저가?”

 

 지혜가 몸을 일으켜 신랑을 달래주려고 일을 서다 다시 주저 앉는다.

 

 갑작스런 서러움이 지혜 눈을 온통 눈물로 채우다가 그 서러움이 억울함으로 변해 가슴을 가득 메웠다. 순이가 아무 말없이 등을 어루만지며 손을 꼭 잡고만 있다. 몇몇이 앉아 소주잔이 오가는 것 말고는 적막함까지 느껴졌다.

 

 순이가 일어서서 향에 불을 붙이는 사이 한 무리가 들어 왔다. 신랑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은인이며 원수인 형식이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고 있다. 그 뒤로 형식에게 보답해 줘야 할 그 은혜를 보답해줘야 할 사람들이 또 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얼버무리며 위로를 하는 성화의 말이 들린다.

 

 ‘그래! 너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지혜 속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형수님! 힘 내십시오”

 

 ‘그래! 이 영악한 놈아! 반드시 되돌려주기 위해서라도 힘을 낸다’

 “재수씨! …….. “

 

 형식이 지혜 앞으로 다가와 손을 꼭 잡고 말을 잇지 못한다.

 

 ‘그래! 너는 그 주둥이가 수천 개라도 열 수가 없을 것이다’

 

 신랑을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원흉들이 지금 신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은 한다.

 고래를 돌려 신랑을 쳐다 본다.

 

 이 놈들을 쳐다 보는 신랑 눈빛이 붉은 핏발로 가득 차 부르르 떨고 있다. 신랑이 당장이라도 영전 사진 밖으로 튀어나와 이 놈들을 덮칠 듯이 노려 보다가 지혜를 쳐다 본다.

 

 뭐가 그렇게 원통하고 할 말이 많은지 부라린 눈매로 지혜와 이 놈들 사이로 갈팡질팡하기까지 한다.

 

 형식은 신랑을 자기 회사의 대표로 앉혔고 성화는 이 회사에 일감을 전적으로 준 은인과도 같은 사람들인데 지금 신랑을 울분으로 가득 차 이 놈들을 노려 보고 있다.

 

 그 눈빛이 하는 얘기를 아는 듯이 이 놈들이 지혜와도 신랑과도 이제는 거리를 두려는지 멀찌감치 앉는다.

 

 그렇게 바쁘게 뛰어 다니던 신랑이 어디 한적한 산속에만 다녔는지 문상객도 그리 많지 않다.

 

 외로운 신랑 곁에 앉아 지혜는 허탈해 하며 헛웃음을 띠고 있다.

 

 이렇게 빨리 떠날 줄 알았다면 경조사비 지출 내역이라도 메모 해 두었을 걸……

 

 은인들이지만 그 동안 지혜 앞에서마저 신랑을 무시하며 대한 행태들을 떠 올리면 다시는 상종도 하고 싶지 않은 저 놈들인데 이상하게 계속 시선이 간다.

 

 웬만하면 눈치껏 제일 먼저 일어서야 할 놈들이 그들의 습성을 여기서도 버리지 못하는지 벌써 본전을 훌쩍 넘어 포식마저 하고 있다. 마치 길가에 버려진 앙상한 뼈다귀 하나라도 먼저 물어 보려고 으르렁거리는 개새끼들마냥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먼저 그 이야기하려고 안달이 나 있는 자리로 변해 있었다.

 

 그 이야기 속에는 가끔씩 무용담도 섞여 들렸고 그 무용담의 중심에 오늘의 주인공인 지혜 신랑의 무용담이 주류와 비주류로 패를 나누고 있었다. 지혜 귀에 들려 오는 그들만의 무용담이 길어 질수록 주류들도 가장 강한 힘을 가진 형식의 잔에 건배를 부딪히는 횟수가 늘어나며 문상 자리가 어느새 지혜 신랑의 성토 자리로 변해 버렸다.

 

 어느 누구 하나 술판을 엎어 버릴 정도로 형식만큼 힘을 가진 자는 문상객들 중 아무도 없었다.

 

 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쫓아가 신랑 영전에 이 놈들 얼굴도 같이 걸고 싶은 심정을 부들부들 떨리며 심하게 요동치는 심장만이 지혜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지혜 신랑의 비주류만의 회식 자리가 되어 버린 지금 지혜 손을 잡는 사람은 순이 뿐이었다.

 

 꼭 잡은 손을 밀쳐내며 순이가 금방이라도 그 자리를 달려갈 듯이 벌떡 일어선다.

 

 지혜도 순이도 믿을 수 없는 한마디가 이들 손을 꼼짝 못하게 하고 만다.

 

 “누구를 원망하겠어!”

 

 너무 멀리 있어 이 말을 누가 한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꼭 알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시선이 그들을 향하는 사이 지혜를 아예 주저 앉혀 버리는 말이 들린다.

 

 “그래! 자기가 뿌린 씨 자기가 거둬 가야죠!”

 

 동방예의지국인 이 나라에서 문상객이 갖춰야 할 철저한 예의가 지켜진 자리는 아무런 고성도 들리지 않은 채…..

 

 ‘그래! 자기가 뿌린 씨 자기가 거둬 가야죠!’

 

 이 한마디를 끝으로 지혜 신랑은 이들에게 어떤 매도인지 모르지만 매도되어 또 한번 매장 되 영원히 이들 기억 속에 사라져 버렸다.

 

 화가 난 듯 슬픈 듯했던 영전 사진에서 본 남편 말고는 남편 얼굴도 다정했던 목소리도 벌써 잊혀진 것 같다.

 

 불과 며칠 전에 본 그 따듯한 미소가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워해도 영영 돌아 오지 않을 남편이 너무 야속해서 장롱이며 서랍장에 베인 남편의 손 떼 뭍은 모두를 버리려고 갔던 손이 뒤돌아 오기를 숱하게 반복하고 있다.

 오늘도 지혜는 장롱에 걸린 남편 양복을 붙잡고 흐느껴 눈물만 흘리고 만다.

 

 “엉엉! 내 혼자 어쩌려고….. 내 혼자 어쩌려고…. 엉엉엉!!!”

 

 양복을 붙잡은 채로 덥석 주저 앉는 지혜를 따라 온통 신랑 냄새로 가득 찬 양복이 머리를 덮어 눈물을 감춘다. 살아 있을 땐 느끼지 못했던 따듯한 온기가 이제서야 알 게 된 지혜가 양복을 부둥켜 안고 흐느끼기만 한다.

 

 “나! 어떻게? 나! 어떻게? 나! 어떻게?”

 

 젖어가는 양복을 쳐다 보다가 흐느껴 울며 얼굴을 양복에 파묻고 만다. 신랑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지혜 팔에 축 늘여져 있기만 한다.

 

 “문도 안 잠그고 왜 이렇게 있어?”

 

 양복을 감싸 안고 축 늘어져 눈물만 흘리고 있는 지혜를 쳐다 보는 순이 눈에도 벌써 눈물이 흐르고 있다. 순이가 일어서 여기저기를 치우려고 쳐다보니 마땅히 치울 때가 없었다.

 

 오랜 투병 생활을 했더라면 간호하느라 집안에 소홀했겠지만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유언 한마디 못 남기고 갑작스레 떠나 버렸기에 집안은 신랑이 아직도 같이 있는 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정결하기 그지 없는 걸 보고 순이는 오랜 공직 생활에 집안에 게을리한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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