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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여인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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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굴속으로(2)
작성일 : 18-12-24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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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한 군데도 청소할 때가 없었다.

 

 단지 버려야 할 일만 남았다.

 

 “지혜야!”

 

 순이가 작정이라도 한 듯이 한참을 지혜를 꼭 껴안는다.

 

 “내가 폐기물 업체를 부를게. 너는 버릴 거 정리해”

 

 “안돼!”

 

 “아직까지 이러고 있으면 안돼! 아들을 생각해야지. 응!”

 

 지혜가 쪼그려 앉아 무릎을 꼭 껴안고 또 흐느낀다.

 

 “얼른 일어나! 같이 치우자”

 

 순이가 서둘러 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던 지혜가 힘없이 여기저기를 만진다. 깔끔한 지혜 성격을 보여주기나 하는 듯이 지저분하게 늘려 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했지 막상 청소를 시작하고 버릴 건 버리는데 걸리는 사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혜야! 밥 먹으러 가자!”

 

 순이가 지혜 손을 잡으려다 지혜가 쳐다보고 있는 바닥에 깔린 등기들을 쳐다 본다.

 

 “이게 뭐야?”

 

 등기를 보내는 일에 익숙한 순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온 등기를 열어 본다. 아무 말도 없이 쳐다 만 보는 순이도 지혜만큼 할 말을 잃은 듯 했다.

 

 “순이야! 이게 뭐야? 왜 형사 고발을 받지?”

 

 무슨 내용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은 지혜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에 체납이 길어 지면 압류 수순을 거쳐 이마저도 해결을 하지 못하면 형사 고발을 받는 다는 걸 보며 순이도 놀라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세무서서 온 등기에도 체납액이 장난이 아니었다. 어떻게 운영을 했냐며 따지고 물어 볼 신랑도 없다. 육신도 영혼도 빠져 나가버린 신랑이 지금 지혜의 영혼만 빼나가고 있다.

 

 곧 육신도 곧 따라 갈 것만 같다.

 

 “지혜야! 지혜야!”

 

 초점을 잃은 지혜가 기가 죽은 목소리를 낸다.

 

 “괜찮아! 죽을 만 했네!”

 

 혼자서만 짊어진 압박과 고통을 지금에서야 알게 된 자신이 큰 죄를 진 죄인이라는 생각에 허무한 죄책감마저 몰려 왔다.

 “지혜야! 이럴수록 정신 차려야 해!”

 

 이 말을 하면서도 순이는 이때 정신을 어떻게 차려야 할 지 모르고 있다.

 

 “나 좀 누울게!’

 

 감당이 되지 않은지 지혜가 머리를 팔에 맡기고는 잠시 초점을 잃은 눈으로 벽을 쳐다 보다 스르르 눕는다.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순이를 보더니 허탈한 듯이 빙긋이 웃는다.

 

 “순이야! 고마워! 걱정하지 말고 너도 집에 가서 쉬어. 신랑 밥 해줘야지”

 

 그런 지혜 볼을 애처롭게 쓰다듬던 순이도 빙긋이 웃는다.

 

 “지금 그런 말이 나오냐?”

 

 또 한숨을 깊이 내리 쉰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자고 싶어. 영원히! 허! 좀 쉴래!”

 

 그런 지혜를 걱정스럽게 쳐다 보던 순이가 일어선다.

 

 “그래! 조금 자! 모든 걸 잊고 싶을 땐 자는 게 최고일 수도 있어!”

 

 ‘그래! 자는 게 최고야! 깨어나지 않으면 더 최고일 수도 있지!’

 

 방금 순이가 한 말을 떠 올리며 지혜도 자는 게 최고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들 인생은 아들 인생이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갈 잊고 영원히 이대로 잠 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원이던 잠시던 잠만 오면 좋겠는데 잠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뒤척거리다가 서랍장 귀퉁이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노트가 눈에 들어 왔다.

 

 ‘이건 뭐지?’

 

 여러 노트 중에 유독 손 떼가 많이 뭍은 노트.

 

 얼마나 자주 보고 또 봤는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금방이라도 날아 갈 듯이 너덜거리기까지 했다. 노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전율이 밀어 닥쳐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어야만 했다. 마치! ‘나! 이런 인생을 살았어!’라는 한탄과도 같았다. 그 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짐들을 지혜는 하나, 하나 펼쳐보고 있다. 펼치면 펼칠수록 당장이라도 신랑을 따라 가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다.

 이 무거운 짐들을 어린 아들 등에 올릴 수 없으니…..

 

 신랑이 남기고 간 못 다한 이야기들은 지혜가 풀어야만 할 족쇄였다.

 

 신랑이 남겨둔 이야기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비애의 구렁덩이로 빠져 들게 했다.

 

 ‘당신이 바라던 꿈이 이거였어?’

 

 신랑이 적어놓은 이야기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혜 정신과 육신은 더 지쳐만 갔다.

 

 축 늘어져 벽에 기댄 채 금방이라도 손에서 떨어질 것만 같은 이야기들을 지혜는 끝까지 읽어야만 할 의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미 지쳐 버린 육신에 마지막 온 힘을 다해 정신 줄만이라도 놓치지 말자는 심정으로 손에 힘을 힘껏 주고 다이어리를 보고 또 쳐다 본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 편의 막장 도적떼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다이어리를 던져 버리고 싶지만 던질 수 없는 이유는 이 도적떼 드라마를 극본 한 형식이가 고맙게도 신랑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고 조연들 중에는 호형호제하던 우두와 성화도 캐스팅 되어 있었다.

 

 지혜 시선을 오래도록 다이어리에 고정시킨 이름. 성화! 오래 전 형식이가 주도한 거래처 직원들과 송년회 자리에서 신랑에게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모멸을 선물했다.

 

 “사모님하고 골프 치러 다닌다면서요. 흥! 그 돈 있으면 형식이 형님한테 빌린 창업 자금이나 빨리 갚으세요. 솔직히 꼴 사납습니다”

 

 그날 그 심한 모멸을 받고도 신랑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송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 말에 대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 후에 하나 달라진 게 있었다면 골프는 배부른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부정적인 편견을 늘 가지던 신랑이 새벽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골프 연습장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새벽마다 미친 듯이 연습장을 찾은 이유가 이 다이어리에 있을 것 같아 지혜는 많은 시간을 그 날 후에 어떤 말이던 신랑의 심정이 담겨 있을 것 같아 샅샅이 뒤져도 그 날의 심정은 다이어리에 적혀 있지 않았지만 유독 눈에 띄는 눈 떼 뭍은 한 페이지에 담긴 한 줄이 지혜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씹할! 사무실서 뜯기고 골프장서 뜯기고... 몇 푼 되지도 않는데......"

 

 아마 평생 동안 절대 잊혀지지 않을 그날이라 신랑도 굳이 상세히 적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 했을 것이다.

 

 지혜는 이 한 줄을 '승자만이 관용을 베풀 자격이 있다' 로 받아 들였다.

 

 자격을 갖추기 위해 신랑은 배부른 인간 속으로 자처해 들어갔다.

 

 그 배부른 인간 들 속에서 그날의 치욕이 다시 지혜의 온 몸이 다시 부르르 떨리게 하고 있다.

 

 그 치욕적인 순간에도 이만 꽉 깨물고 눈을 지긋이 감고 끝까지 들어 주던 신랑이 갑자기 떠 올랐다.

 

 그 치욕과 모멸감을 가져 오게 했던 골프채가 아직 버려 지지 않고 구석에 우두커니 서서 지혜를 쳐다 보고 있다.

 

 벌떡 일어나 채를 하나 끄집어 내고는 골프를 치고 집에 돌아 오면 ‘져 줬다’는 말이 떠올라….

 

 “더러운 놈! 더러운 놈! 그게 누구 돈인데… 이런 더운 놈”

 

 마치 성화 머리를 박살내듯이 지혜는 방바닥을 내리치고 있다.

 

 “엉엉!! 엉엉!! 그게 누구 돈인데…..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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