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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셜 월드
작가 : 아비스
작품등록일 : 20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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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로의 첫 걸음
작성일 : 18-12-27     조회 : 358     추천 : 0     분량 : 8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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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는 시청 중앙 길드로 가서 자신의 두 번째 퀘스트를 얻었다. 이번에는 처음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가장 평범한 퀘스트를 골랐다.

 

 같은 퀘스트를 하게 된 다른 플레이어 4명과 NPC 1명으로 구성된 5 인 파티를 이루어 남문 밖으로 나섰다.

 

 “어? 아저씨는 근데 탱커에요? 마법사에요?”

 

 이쁘장한 여성 힐러가 철수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름은 김‘기사’에, 들고 계신 무기는 목검, 근데 파티 지원은 원거리 딜러로 하셨죠?”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네, 그게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서 마법사로 다시 키우고 있습니다.”

 

 “하하, 핑크엔젤님. 질문이 좀 짓궂군요. 무슨 사정이 있으셨겠지요.”

 

 단단한 몸매의 전사 왕탱커님이 말을 거든다. 중년의 외모에 벌써 어느 정도 레벨업도 했는지 금속 세공이 세련되어 보이는 방패와 한 손 검으로 무장을 하고 있다.

 

 ‘포텐셜 월드’에서의 외모는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나이, 키, 몸무게 등은 유저가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러면 게임 시스템이 자동으로 현실의 외모를 바탕으로 원하는 키, 나이, 몸무게 등에 맞게 변형해서 캐릭터를 생성해 준다.

 

 ‘흠... 왕탱커씨는 실제 중년일까? 아님 꼬맹이가 중년인 척하고 있는 것일까?’

 

 철수는 왕탱커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제 막 발매된 게임에는 일반적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

 

 왜냐하면, ‘나이 많은 사람’이 뜻하는 것은 이미 다른 게임을 오랫동안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하던 게임을 버리고 새 게임으로 옮겼다는 것인데, 그 동안 적응한 게임을 나이 먹고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새 게임을 시작하더라도, 젊은 사람들의 레벨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쉽게 도태된다.

 

 따라서 요즘 시대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게임을 꽤 오래했다 싶으면, 그냥 그 게임에서 은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긋한 나이가 되어서 자신의 꿈을 더 펼치기 위해 이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훗, 뭐 게임 초보신가 보네. 분명 아무 직업이나 선택했다가 실제 스텟이 마법사 쪽으로 나와서 이제야 부랴부랴 직업을 변경하려는 것이겠지?”

 

 옆에 서있던 사납게 생긴 도적이 냉소를 띄며 이야기한다. 옆에서 조용히 듣던 활잡이가 웃음을 참느라 입을 가리며 얼굴을 찡그린다.

 

 “내가 이런 애랑 같이 파티를 맺다니. ‘도리안의 최강 저격수’라고 불리던 내 이명이 우는구나.”

 

 ‘정확한 분석은 맞지만 듣는 사람이 너무 짜증나자나! 뭐지 이 자식은? 확 패버리고 싶다.’

 

 철수는 소심하게 마음 속으로 복수를 다짐해 본다. 절대 상대가 두 명이라서가 아니라 이제 같은 파티니까 참는 것이다.

 

 “자~ 모두 모이셨나요?”

 

 때 마침, 이번 퀘스트의 의뢰인인 NPC가 철수의 파티 앞으로 와서 퀘스트 세부 내용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충국이라고 합니다. 도적으로 지내 온지 15년이 지난 베테랑이지만, 이번 퀘스트는 조금 까다롭기에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번 퀘스트는 키파 정원 남문 밖의 농장에 출몰하는 호넷을 제거하는 일인데요. 호넷의 독침 공격엔 지속 데미지가 있어서 가급적 아예 안 맞고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호넷은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빠르고 무리를 짓는 습성 때문에 그게 쉽지 않습니다.”

 

 어릴 적 말벌에 쏘인 트라우마가 있는 철수는 순간 경직된다. 요즘 세상에는 밖을 돌아다니다가 말벌에 쏘이는 일이 흔치 않기에, 치료받기도 어려워서 사경을 해맨 적이 있다. 그 때부터 철수는 지금까지도 가끔 잘 때 말벌이 자신의 다리를 으적으적 씹어 먹는 꿈을 꾸고 있다.

 

 퀘스트 제목은 단지 ‘남문 밖 농장에 출몰하는 몬스터 소탕’이었는데, 하필 그 몬스터가 ‘벌’이었을 줄이야.

 

 다시 한 번 퀘스트 선택에서의 마지막 미세한 디테일을 놓친 철수의 얼굴은 새빨개지고 이를 보고 도적과 활잡이는 또 낄낄 댄다.

 

 “저 분 벌써 쫄았네! 쫄았어. 사내 대장부가 그렇게 쉽게 쫄면 안되죠. 퀘스트 설명은 이래도 초반 퀘스트라 쉬울 거야!”

 

 “따라서, 이번 전략은 ‘한 놈만 맞자’입니다. 왕탱커씨가 모든 몹의 어그로를 끌고, 그 뒤에 핑크엔젤님이 포진하여 어떻게든 왕탱커님을 살립니다.

 그리고 그 외 저를 포함한 모든 딜러들이 빠르게 호넷을 한 마리씩 확실하게 죽여 나가는 작전입니다.

 따라서 성과는 제일 고생하실 탱커님이 4, 힐러님이 2, 그리고 딜러분들 중에선 딜량이 제일 높으신 분이 2, 그리고 나머지 두 분은 1로 분배받게 됩니다.”

 

 [띵~ 포진에 대해 알게 됩니다.]

 

 “퀘스트 클리어에 전혀 도움이 안되면 혹시 보상 못 받을 수도 있나요? 예를 들어 삽질만 하는 초보 법사의 경우는 어때요?”

 도적이 또 얄밉게 질문을 한다.

 

 “네, 제가 말씀드린 것은 일반적인 경우에 그렇고,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변할 수도 있습니다.”

 

 철수가 살짝 째려보자 도적이 변명을 한다.

 

 “워~워~. 당신한테 한 이야기가 아니야. 보상 비율이 시작부터 고정되어 있으면 의욕이 안 생기자나. 난 그냥 의욕을 불태우고 싶어서 말이지. 낄낄.”

 

 “키리시키님, 너무 그러지 마세요. 특히 이번 퀘스트는 협동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왕탱커님이 철수를 도와 도적, 키리시키에게 한 마디 한다.

 

 “흠!흠! 그냥 궁금해서 물어 본 거래두 그러시네. 걱정하지 마세요.”

 

 키리시키는 킥킥거리며 말을 했다. 철수는 점점 녀석이 미워졌지만 일단 참고, 다 같이 퀘스트를 위해 남문 밖으로 나가 농장으로 향한다.

 

 철수는 길을 걸으며, 전투를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려 했지만, 미리 게임에 대한 정보를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상대 몬스터의 정보를 하나도 모른다.

 

 심지어 상대가 ‘벌’인 것도 몰랐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상대방을 전혀 모르고 전투를 시작하는 것은 엄청난 손해인 것을 다년의 고등 교육으로 숙지하고 있던 철수는 그나마 우호적인 왕탱커씨에게 몬스터 정보를 물어보기로 한다.

 

 “왕탱커님, 혹시 호넷에 대한 정보를 아시나요?”

 

 “아. 그런 것 정도는 미리 찾아보시고 오셨어야 하는데...”

 

 친절했던 왕탱커씨의 얼굴에도 이번에는 귀찮음이 깃들었다.

 

 “일단 호넷의 속성은 바람(風)으로 HP는 19, 기본 공격력은 5~10 정도되지만, 한 번 맞으면 지속 공격력에 의해 5초간 HP가 1~2씩 추가적으로 감소하지요.

 저 NPC 말대로 DOT (damage over time)에 의한 초당 데미지(damage per second, DPS)는 무시 못 하니까 조심해야 해요.“

 

 그래도 그 와중에 대답은 친절하게 해주신다.

 

 ‘정말 게임은 시작부터 어렵구나.’

 

 철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 번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을 시작한다.

 

 ‘퀘스트 목표로 설정된 잡아야 하는 호넷수는 50마리이다. 현재 내 매직 애로우로는 한 마리당 2번 공격하면 되니까 내가 가진 MP를 다 쓸 때까지 퍼부으면 끝날 것같군. 물론 다른 딜러들도 있으니 보다 쉽게 가겠지.’

 

 철수가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체 시뮬레이션을 끝낼 때 쯤 퀘스트 목적지에 도착했다.

 

 NPC 충국의 말대로 농장에는 군데군데 벌 모양의 몬스터들이 대형을 갖추고 날아다니고 있었다. 윙윙 거리는 호넷의 날개 소리에 일행은 귀가 아플 정도였다.

 

 “여기가 남문 농장입니다. 아까 말씀 드렸던 작전 잊지 않으셨죠? 준비되셨으면 왕탱커님부터 돌격 시작하실까요?”

 

 철수의 파티는 간단히 진형과 장비, 도구 등을 점검하고, NPC의 지휘에 따라 돌격을 시작했다. 왕탱커가 최전방에 서서 달리고 그 뒤를 바로 핑크엔젤이 따라 갔다.

 

 “자! 우리도 갑시다.”

 

 “해치워 버리자구!”

 

 NPC의 호령에 도적과 활잡이가 뛰어간다. 철수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지 않고 따라 나섰다.

 

 “몬스터 놀리기!”

 

 “쾅!”

 

 왕탱커가 한 손 검과 방패를 부딪쳐 호넷들의 어그로를 끌었다. 호넷 5~6마리가 순식간에 왕탱커에게 달려들었다.

 

 “오른쪽부터 갑시다.”

 

 NPC 충국이 지휘를 시작한다.

 

 “네!”

 

 철수는 얼른 대답을 하고, 제일 오른쪽 호넷에게 매직 애로우를 타겟팅했다. 그 순간,

 

 “올려치기, 급소노리기!”

 

 키리시키의 공격이 제일 왼쪽 호넷에게 꽂힌다. 이어서,

 

 “매의 눈, 연속 발사”

 

 활잡이가 정확도를 높여주는 버프와 함께 키리시키가 공격하는 호넷을 같이 공격하기 시작한다.

 

 “오른쪽부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키리시키님! 명궁스나님! 통제에는 따라주셔야죠!”

 

 충국이 외쳐보지만 도적과 활잡이는 막무가내였다.

 

 “경쟁하는 것이 더 재밌지 않겠어? 너네는 오른쪽부터 우린 왼쪽부터. 그러는 것이 더 효율적 이자나.”

 

 키리시키가 썩소를 날리며 대답했다. 철수는 도적놈의 행동이 몹시 얄밉고 당황스럽지만, 일단 우선 타겟팅해 두었던 오른쪽 호넷에게 매직 애로우를 날렸다.

 

 그런데, 큰 문제가 발생했다.

 

 그 와중에 충국은 최대한 원래의 계획-한 놈씩 일점사-를 유지하기 위해 타겟팅을 이미 왼쪽으로 바꾸고 있었다. 따라서, 철수가 날린 매직 애로우를 맞은 호넷은 한 방에 제거되지 못하고 어그로가 튀었다.

 

 매직 애로우에 맞은 호넷은 주변의 호넷 2마리를 더 데리고 철수에게 달려들었다. 호넷들은 빠른 날개짓을 하며 급속도로 거리를 좁힌 후, 특유의 날카로운 침을 이용하여 맹렬하게 철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으악!”

 

 달려드는 거대한 호넷의 번질번질한 얼굴과 그 강인한 턱을 보다 보니, 철수는 어렸을 적 죽도록 자기를 쫓아오던 말벌의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

 

 공포에 빠진 철수는 어느 새 진형을 이탈해 버리고 말았다.

 

 진형에서 벗어난 철수는 주변 다른 군집의 호넷 무리의 어그로를 끌게 되고 그로 인해 다른 군집의 호넷들 마저 어그로를 먹고 철수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김기사님 그렇게 갑자기 대형을 벗어나시면 어떻게 해요!”

 

 누군가가 외친다.

 

 “저 놈 때매 우리 다 죽겠네! 퀘스트 망했어!”

 

 그러한 소리는 철수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민첩성이 특출나지 않은 철수는 벌써 몇 방인가 호넷들에게 유효타를 허용하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와중에 쿨타임이 끝나는 대로 바로바로 착실하게 매직 애로우를 호넷에게 날렸다.

 

 하지만 이미 진형은 무너져서 점점 추가적으로 여기저기에서 호넷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파티는 열심히 호넷을 제거해 나갔지만 철수의 빈 자리 때문에 어그로 정리가 안 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 번 무너진 진형은 수습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고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와해되기 시작한다. 난전이 시작된 것이다.

 

 얼핏 철수는 자신에게 몰려든 호넷 수를 세어보니, 이미 10기는 훨씬 넘었다.

 

 다른 파티 멤버들이 계속 뭐라 소리를 질렀지만 호넷들의 웅웅거리는 날개짓 소리에 뭍혀 버렸다. 이미 철수는 그 소리를 신경 쓸 틈이 없다.

 

 공포와 두려움에 빠져 그저 맞고, 피하고, 공격하고를 기계적으로 반복할 뿐이다. 몇 방을 찔렸는 지조차 모르겠다. 가상 현실 특유의 데미지에 대한 고통이 전해져 와서 여기저기가 아프다. 그 와중에도 공격을 꾸준히 날리는 철수가 대견한 것이다.

 

 그런데, 높은 레벨 덕분인지, 기본 캐릭터가 전사여서 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째든 철수는 본인이 예상 외로 잘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수의 좌상단 사각 지대에서 또 호넷 몇 마리가 철수에게 벌침을 날리기 위해 날개를 접고 엉덩이부터 내리 꽂힌다. 철수는 급히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날렸으나, 전부 피하지는 못하고 또 몇 방을 허용했다.

 

 그 때, 이제 HP가 80% 이상 감소하였다는 노란 경고등이 들어오며 눈 앞이 점등된다. 그 순간, 동시에 MP가 모두 소진되어 매직 애로우를 날릴 수 없다는 시스템 메세지도 발생했다.

 

 ‘아... 이제 끝인가? 두 번째 퀘스트만에 죽다니 나도 참 바보다.’

 

 밀려오는 호넷을 바라보며 철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철수가 바로 턱 밑까지 쫓아온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며 패배를 인정하려는 순간, 또 다른 시스템 메세지가 들었다.

 

 [축하합니다! 농장에 침입한 호넷 토벌을 성공하였습니다. 파티의 용맹에 놀란 살아 남은 호넷들은 모두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퀘스트 목표인 50기를 초과하여 총 135기의 호넷을 제거하였기 때문에 추가 보상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그제야 철수는 정신을 차리고 파티창을 확인했다.

 

 왕탱커, 전사 [사망]

 핑크엔젤, 성직자 [사망]

 키리시키, 도적 HP 20%

 명궁스나, 저격수 [사망]

 충국, 도적 HP 10%

 

 참담한 결과다. NPC와 얄미운 도적을 빼고 전멸이다.

 

 “야~ 이 멍청한 법사놈아. 너 때매 진형이 깨지고 전멸했자나! 너 왜 그렇게 게임 센스가 없냐?”

 

 어디 숨었다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도적놈이 아전인수 격으로 철수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이 때, 충국이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나선다.

 

 “키리시키님도 갑자기 작전을 변경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만들 하시지요.

 일단 퀘스트가 완료되었으니, 보상을 분배하겠습니다. 예상 외로 사망자가 세 분 발생하였습니다. 이 세 분은 사망으로 인해 보상 분배에서 자동으로 제외됩니다.

 그럼, 공적 발표를 하겠습니다. 김기사님 7, 그리고 키리시키님이 3입니다. 축하합니다. 시청의 정산 데스크로 가셔서 보상을 수령하세요.”

 

 “아니 저 놈 때문에 망할 뻔 했는데, 저 놈이 왜 보상을 더 받아??”

 

 도적이 험악한 얼굴로 충국에게 따지고 들었다.

 

 “일단 총 딜량이 김기사님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김기사님이 아니었으면, 퀘스트도 완료 못하고 전멸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끙.”

 

 제 살길만 찾으려던 키리시키는 제대로 공격도 안하고 숨어만 있었다. 따라서 충국 앞에서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긴 했지만 팩트 앞에 더 할 말은 없었다. 충국이 말을 이어간다.

 

 “시청에는 위와 같은 내용으로 보고해둘 터이니 각자 시청에서 보상을 수령해 가세요. 그리고, 김기사님, 초보자의 행색이시나, 훌륭한 마법사의 자질을 갖추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을 마친 충국은 워프를 통해 마을로 돌아갔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나를 두고 도적도 워프를 탈 준비를 한다.

 

 “너 운이 좋은 줄 알아. 이 트롤놈아. 내 다시는 너랑 같은 파티하나보자. 두 번 다시 눈에 띄지 말아.”

 

 악담을 끝으로 도적은 침을 탁 뱉고 포탈을 통해 사라져 갔다. 퀘스트는 완료되었지만, 죽어버려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왕탱커와 핑크엔젤에게 철수는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둘은 난전이 시작되었지만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까지 탱킹의 임무를 성실하게 하며 버텨주었다.

 

 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도망을 쳤다면 가장 생존 확률이 높았을 그들이기에 철수는 더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 둘은 사망으로 인해 하루의 접속 불가 패널티까지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철수는 오늘의 대참사가 본인의 잘못만이라곤 할 순 없지만 분명 허둥지둥 당황하며 좋은 임기응변을 보여 주지 못한 실책이 분명 그들의 죽음에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다.

 

 ‘아... 그 두 사람에게 정말 미안하다. 사망 패널티 기간이 끝나서 접속을 하신다면 찾아가서 꼭 사과를 해야 겠다.’

 

 철수의 마음 속에는 그 둘에게 생긴 빚이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시청으로 돌아온 철수는 정산 데스크에 앉았다.

 

 “오! 김기사님, 이번에도 퀘스트를 훌륭히 해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디보자. 랭크 (F) 남문 밖 농장에 출몰하는 몬스터 소탕 퀘스트를 초과 달성하여 랭크 (E)급의 보상을 받게 되시고, 기여도는 7이시니, 보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산 데스크 안내원의 목소리는 언제나 밝았다.

 

 [보상으로 2000G와 물약을 받았습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이름 : 김기사

 *직업 : 전사

 *레벨 : 18

 < 메인 스테이터스 >

 힘 : 16 -> 20

 민첩 : 30 -> 33

 체력 : 20 -> 24

 지능 : 100 -> 110

 행운 : 33 -> 36

 < 서브 스테이터스 >

 HP : 200 -> 240

 MP : 1000 -> 1100

 스테미나 : 160 -> 180

 언변 : 50 -> 58

 손재주 : 30 -> 33

 의지 : 미활성 (10%)

 물리 방어력 : 5%

 마법 방어력 : 2%

 

 높은 공헌도로 인해 레벨업을 두 개나 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일 때, 오늘의 마감을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 로그 아웃할 시간이다.

 

 ------------------

 

 철수가 오늘 플레이한 8시간은 ‘포텐셜 월드’에서의 일주일과 같았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의 3시간이 3일,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부터 6시까지의 5시간이 4일로 계산되었다.

 

  이는 가상 현실 단말이 뇌로 직접 신호를 보내주고, 그 응답을 받아 진행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치 200년 전 야구나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에서처럼 시뮬레이션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정보를 뇌에 직접 정보를 주입하므로써 우리의 뇌가 현실보다 2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서 있었던 일과 이러한 뇌 과부하의 영향으로 철수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윽!”

 

 철수가 머리를 잡고 있자 어머니가 달려오셨다.

 

 “우리 아들 왜 그래? 너무 열심히 게임을 했더니 머리가 아프니? 괜찮아? 오늘 잘 했어?”

 

 쏟아지는 질문에 철수는 머리가 더 아파지려 한다. 하지만 철수는 억지로 어머니에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물론이지! 내가 오늘 얼마나 잘했는데! 엄마 근데 나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잠시 나가줄래?”

 

 “어. 그래, 그래, 우리 아들! 오늘 고생했어. 그럼 쉬어.”

 

 철수 어머니는 말을 마치고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셨지만 철수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황급히 나갔다. 철수는 침대에 누어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복기해 본다.

 

 ‘일단, 하루 만에 레벨 18까지 올린 건 기록 아닌가? 원래 ‘포텐셜 월드’에선 다들 이런 속도로 레벨업을 하나?’

 

 ‘나 때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플레이하다 사망한 왕탱커님과 핑크엔젤님은 너무 눈에 밟힌다. 어떻게 보상할 방법은 없을까?’

 

 ‘몬스터에 대한 사전 지식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고 있지? 나도 예습에 더 신경 써야겠다. 최소한 짐은 되지 말아야지.’

 

 ‘일단, 법사로 전환하고는 있는데 이게 맞는 선택일까? 오늘 보니까 그 와중에 힘이 조금은 더 상승하고 지능은 약간 덜 상승했던데... 기본으로 배운 전사 초반 스킬이 너무 아깝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떠올라 머리가 지근거리는가 싶더니만 어느 순간 철수는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철수의 포텐셜 월드에서의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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