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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셜 월드
작가 : 아비스
작품등록일 : 20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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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의 일상 2
작성일 : 18-12-27     조회 : 366     추천 : 0     분량 : 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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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박사가 박민구를 본인의 사무실로 불러 왔다.

 

 “박민구씨! 오늘은 내가 인공 지능 게임의 기본을 알려주겠어. 잘 듣고 배우라고!”

 

 ‘아... 황 박사님의 말대로 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너무 지겹다.’

 

 박민구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가 김박사가 눈치채기 전에 폈다. 어차피 성공을 위해 아부를 떨려면 이렇게 하는 것은 기본이 아닐까?

 

 “먼저 박민구씨는 인공 지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흠... 인공 지능은 ‘인간이 만들어 낸 스스로 생각하는 지능’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렇지. 그런데, 그렇게 당연한 말만 하지 말라고. 그럼 다시 질문하지. 인공 지능은 어떻게 스스로 생각할까? 그 생각이란 무엇일까?”

 

 “넷?”

 

 박민구는 갑자기 날아온 심오하고 철학적인 질문에 말문이 막힌다.

 

 ‘이 사람 박사 맞긴 하구나.’

 

 “오. 당황하는구먼. 좋아. 좋아. 내 그럼 다른 질문을 더 하지. 박민구씨는 엄마가 더 좋나? 아빠가 더 좋나?”

 

 한 30년 전, 아이였을 적에나 들었을 법한 질문을 들은 박민구는 다시 정신이 아늑해짐을 느낀다.

 

 박민구가 머뭇머뭇하며 대답을 못하자 김박사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쉽게 대답 못 할 거야. 왜냐하면 박민구씨는 엄마도 좋아하고 아빠도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그렇게 당연한 걸!’

 

 박민구는 다시 한 번 인상을 쓴다.

 

 “그래. 그럼 여기서 인공 지능의 큰 개념 하나가 나오게 되지. 그것은 바로 판단이야!”

 

 “그... 그렇군요.”

 

 “그래, 그래, 바로 그거지! 인공 지능의 생각은 판단이다. 그 때 그 때 주어진 조건에 따라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야. 그리고 그 판단은 확률적 모델을 바탕으로 하고 있네.”

 

 “그 말의 뜻은 무엇인가요?”

 

 “잘 생각해 보라고. 인생은 그렇게 쉽지 않아. 단순한 흑백 논리로는 설명할 수가 없어.

 만약 박민구씨가 엄마가 더 좋다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일반적으로 100% 엄마가 더 좋다는 뜻은 아니겠지.

 아마 엄마를 좋아하는 마음이 60%~70% 정도라면 아빠를 좋아하는 마음이 30%~40%였을 것이라는 말이야. 물론 반대였을 수도 있겠지만.”

 

 “네... 맞습니다. 어떻게 맞추셨나요?”

 

 여기서 박민구의 맞장구 스킬이 빛을 발한다. 박민구도 프로 직장인이었던 것이다!

 

 “그럼 일단 예로 박민구씨는 60%의 확률로 엄마를 더 좋아한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아마 그래서 내가 엄마가 더 좋은 지 아니면 아빠가 더 좋은 지 100번 물었다면, 자네는 분명 60번 정도는 엄마가 더 좋다고 대답을 했을 거야. 나머지 40번은 아빠가 더 좋다고 했을 것이고.”

 

 “네. 맞습니다. 맞아요.”

 

 박민구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기계적인 맞장구를 친다.

 

 “후후! 그렇다면 이제 당신은 인공 지능을 다 이해한 것이야. 그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어떤 조건, 예를 들어 아빠가 용돈을 주는 상황이나,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었다면, 분명 박민구씨는 아빠가 더 좋다고 대답을 했을 확률이 올라갔을 것일세.”

 

 “그럴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조건부 확률. 인공 지능은 바로 그것으로 이루어진 것이란 말일세!!!”

 

 “헉! 그랬던 것이군요.”

 

 “그래.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기존의 경험(training)에 의해 인공 지능은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행동할 확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주변 환경 변화 등에 의해 상태가 변할 때, 행동할 확률도 같이 변하게 되는 것이야.”

 

 “이제 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 역시 명석하구먼, 박민구 사원. 그것이 바로 기존 룰(rule) 기반 흑백 논리의 인공 지능이 아닌 진정한 버라이어티 인공 지능이지.

 확률 모델에 따라 똑같은 상황을 만나더라도 다른 선택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주어진 조건에 따라 또 다르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야.”

 

 “그렇군요.”

 

 “우리 게임의 NPC들은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설계되었지.

 다시 말하면, 우리는 ‘포텐셜 월드’를 발매하기 전에 먼저 수 많은 NPC들을 이용해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지.

 시뮬레이션에서 NPC들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네. 그러면서 NPC들은 어떤 동작을 했을 때, 그 동작이 해당 NPC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보상을, 부정적인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패널티를 받았지.

 그러한 교육 (training)에 의해 해당 NPC가 다음에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가급적 긍정적인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행동의 확률이 높아지게 되었지. 이것이 바로 인공 지능 학습의 시작이란 말이지.”

 

 “아! 포텐션 월드의 전작인 크리미널 월드 4의 파티 시스템도 혹시 이것에 관련이 있나요? 그 때, 플레이어들이 혁신적이라 말했던 파티 시스템이 기억납니다.”

 

 “오. 박민구씨! 생각보다 예리하구만. 바로 맞췄어. 그 때, 크리미널 월드 4에서는 파티를 맺어 퀘스트를 수행한 다음, 파티를 탈퇴할 때, 기존 파티원들에 대해 평가를 하면 경험치 보너스와 약간의 골드를 나눠줬었지.”

 

 “맞습니다. 그러한 상호 평가 시스템 덕에 파티 플레이에서 비매너 유저들이 많이 사라지고, 파티 플레이가 활성화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맞아. 맞아. 그리고 우리는 그 때의 데이터들을 이용해 ‘포텐셜 월드’의 NPC들의 초기 행동 양식을 학습시킨 것이지.”

 

 “아! 그랬던 것이군요. 혹시 그럼 ‘사생활 침해 문제’같은 것은 없었나요?”

 

 “박민구씨 날 뭘로 보는 것인가? 내가 그런 불법을 저질렀을 것 같나? 나는 그 때 엘진에 없어서 모른다고!!! 모르는 일이야!”

 

 김박사는 의외로 버럭한다. 뭔가 정곡에 찔린 것같다.

 

 “그런 세속적인 이야기는 넣어두고 우리 기술 이야기나 더 하세. 그 때, 받은 정보들은 단순히 유저의 평가 정보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그 평가를 준 유저의 평가까지 같이 저장이 되었던 것이야.

 그래서, 어떤 성향의 유저들이 어떤 성향의 유저의 플레이를 좋아하고 어떤 성향을 싫어하나 정보까지 확보된 것이지. 바로 ‘조건부 확률’을 적용할 수 있게 말이야.“

 

 박민구는 김박사의 말이 길어지자 오늘도 야근 확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설명 지옥을 어떻게 벗어나지?’

 

 박민구는 내일 멘토인 황희원에게 가서 이 지옥을 어떻게 빠져 나갈 수 있을 지 상의해야겠다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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