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구는 며칠 사이 눈이 퀭해졌다. 그 동안 거의 매일 김박사에게 불려가서 지겨운 과외를 받은 까닭이다.
“오늘의 강의 내용은 바로 인공 지능 전략일쎄.”
“인공 지능 전략이요? 그것은 무엇인가요?”
“그래. 그럼 오늘도 예를 들어주지. 박민구씨는 본인이 하는 게임에 절대 지존 플레이어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누구도 물리칠 수 없는 먼치킨 말이야.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먼치킨이 본인 자신은 아니야.”
“아... 그렇다면 게임할 맛이 뚝 떨어지겠죠. 아무리 제가 열심히 해도 저는 그냥 2등 이하일 것이잖아요.”
“맞아. 먼치킨 아이템이나 직업 등은 초반에는 사람들의 흥미를 그리고 욕망을 자극하는 중요한 도구인 것은 맞지.
하지만 어느 정도 게임이 진행되면, 그런 히든 클래스 직업이나 아이템을 얻지 못한 다른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주변부에 머무른다는 생각에 게임에 애정을 잃게 되고 떠나가게 되지.
따라서 그런 먼치킨들은 웹소설 같은 데에는 넘쳐나지만 실제 게임에서 절대 존재하지 않게 되지. 그건 우리 같은 게임 개발자의 적! 절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족속들이야.”
“맞습니다. 맞고요.”
이제는 거의 포기한 박민구가 영혼 없는 맞장구를 친다.
“우리 게임의 인공 지능은 설계할 때 이러한 것들도 반영되었다네. 즉, 인공 지능은 기본적으로 모든 플레이어들의 게임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벤트가 발생하게 되어 있지.
어느 정도 지겹게 고생을 하면 좋은 아이템이나 기연을 만나게 되거나 하는 식으로.
반대로 너무 큰 행운을 맞이하게 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엄청난 위험을 맞이한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네.”
“흠... 일종의 시련을 주는 것이군요.”
“그렇지. 만약 플레이어가 그러한 시련을 이겨내고, 그 행운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때는 그 플레이어의 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겠지. 그런 실력자라면 다른 플레이어들도 인정해야 할거야.
그러나 플레이어의 역량이 그저 평범했다면 그 시련에 의해, 그만큼 레벨업할 시간이나 아이템을 손해 볼 것이기 때문에 다시 기존 플레이어들과의 균형이 맞게 되는 것일세.”
“근데 그러면 플레이어들이 너무 흥미를 잃게 되는 것 아닌가요? 어차피 대박 행운은 맞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요.”
“아냐. 아냐. 그 시련이 노골적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우리가 만든 인공 지능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자네 혹시 로또 맞은 사람의 불행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나?”
“네?”
“예전 아직 돈이 중요하던 시대에는 로또라는 대박 복권이 존재했는데, 의외로 이 복권의 1등을 한 사람들이 불행하게 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더라고.
심지어 로또에 당첨되더라도 그게 오히려 불행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이 여러 번 증명되었지만, 그 후로도 로또 당첨자의 불행은 계속 발생했었지.”
“그것 참 신기하네요. 갑자기 돈이 많아지게 되었으면 당연히 더 잘 살게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우리의 시련도 그렇게 알게 모르게, 너무나 당연한 듯이 그렇게 왔다가 갈 것이야. 인생처럼...”
“오! 그러면 마치 자신이 행운을 받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도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서 어떤 이벤트가 발생해서, 플레이어들 간의 균형이 심하게 깨지는 일이 발생하게 되면, 시스템에서 알람을 울리게 되네.
마치 200년 전 알팡고가 바둑을 두다가 인간에게 처음으로 패배한 그 판처럼, 시스템의 조율을 벗어나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큰 문제가 되는 것이네.
그 때 당시에도 인간의 ‘신의 한수’에 시스템이 당황하여 제대로 대처를 못해 이상한 수만 두다가 결국은 인간에게 패배했지.
따라서 우리는 열심히 모니터링을 하면서 그러한 이상 상황이 발생하는 지? 누가 우리 ‘포텐셜 월드’의 세계관을 망치려 하는 지 철저히 감시해야 하는 것이네.”
“네! 알겠습니다.”
박민구는 김박사 앞에서 시원하게 대답하였으나, 뒤돌아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