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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일까요
작가 : j_재인
작품등록일 : 2016.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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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로만 안 보이면 다행이지!
작성일 : 16-08-23     조회 : 128     추천 : 0     분량 : 3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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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오징어로만 안 보이면 다행이지!

 

 

 "일어났어? 천천히 출근 준비해. 내가 데려다 줄게."

 인영이 알람을 끄고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오는데 거실에 있던 하진이 다가오며 말했다.

 

 "너 벌써 일어났어? 안 피곤해?"

 "피곤하긴."

 "그래도...... 그동안 촬영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모처럼 늦잠 좀 자지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어. 얼른 좀 더 자."

 "잠 안와. 그리고 시간 될 때마다 누나 출퇴근 시켜주기로 했었잖아. 까먹었어?"

 "그거야 너 스케줄 없는 날 얘기고. 오늘 인터뷰 많지 않아? 나 오늘은 혼자갈래. 넌 잠이나 더 자."

 

 “나 다음 주부터 또 바빠진단 말이야. 그냥 내 차 타고 가.”

 “너 자꾸 이러면 나 다시 혼자 살 거야.”

 "그건 절대 안 되지. 누나는, 어떻게 그런 일 겪고도 어떻게 혼자 살겠다고 우기냐?"

 "네가 자꾸 고집피우니까 그렇지.“

 "내가 고집피우는 게 아니라 누나가 고집피우는 거지."

 "무슨 소리야, 고집이야 네가 한 수 위지. 결국 네 고집에 져서 내가 여기로 이사했잖아."

 

 인영은 몇 달 전, 당시 일본에서 촬영 중이던 하진이 연락도 없이 한국에 들어와 다짜고짜 이사를 강요했던 날을 떠올랐다.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그래서 잠깐 친구 집에 와있다는 인영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급하게 비행기표를 구해 한국으로 날아온 하진의 추진력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 했다.

 빨리 일본 촬영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기어이 직접 이삿짐센터를 부른 하진은 세상이, 너어어어어무 험하다고 시간시간 한탄을 해대며 이사를 추진하고는 그날 밤 비행기로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렇게 인영은 말 그대로 얼떨결에 이모 집에서 살게 된 거였다.

 

 덕분에 출퇴근 시간이 배로 길어져버린 인영을 위해 하진은 촬영이 겹치면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이 비는 날 만이라도 회사에 데려다 준다고 선언했고, 그 약속을 잘 지켜왔다. 문제는 출퇴근만 아니면 이모 집에 사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던 인영의 예상을 빗겨가는, ‘차하진의 폭풍 잔소리’ 였다. 돌아가신 부모님보다 잔소리가 심한 하진 덕에, 그동안 인영은 마치 엄하기로 소문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무슨 생각 해?”

 “네 말대로 안 했다간 잔소리 폭탄이 시작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어.”

 “잘 아네. 그러니까 오늘은 내 차 타고 가는 걸로 하자. 근데 누나 배 안고파? 나 아침부터 허기가 진다. 엄마는 어제 늦게 주무셔서 아마 아홉 시 넘어야 일어날 것 같은데 우리 가는 길에 차에서 토스트 먹자.”

 "알았어. 나 얼른 준비할게."

 "천천히 준비해. 토스트 사서 차에 있을 테니까 20분 뒤에 나와."

 

 콜! 야구를 좋아하는 하진 덕에 어릴 적부터 익힌, 둘 사이에서만 통하는 수신호 -포수가 쓸법한- 를 해 보이며 인영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하진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편안하게 출근하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고, 토스트도 맛있고, 커피 향기도 좋고, 하진이랑 노닥노닥 얘기하는 것도 좋다. 출근하기 싫어. 이대로 하루만 땡땡이치고 하진이랑 놀고 싶다. 인영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벌써 다 와가네? 출근하기 싫다아......"

 "오늘 땡땡이 치고 나랑 놀까?"

 "진짜 그러고 싶다."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많지. 바다도 가고 싶고, 산에도 가고 싶고. 수목원도 가고 싶고. 넌 이번에 촬영하면서 어디 가고 싶었던 데 없었어?"

 "완전 있었지."

 "어디?"

 "집. 집에서 엄마랑 누나랑 삼겹살 구워먹고 뒹굴뒹굴거리고 싶었어."

 "촬영 힘들었구나?"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때 옆 차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하진은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왼손으로는 핸들을 잡은 채, 인영의 정면 허공으로 오른손을 뻗었다.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인영이 혹여나 놀랄까 배려하는, 혹여나 반동으로 몸이 앞으로 쏠릴까 보호해주는 하진의 습관이다.

 인영은 괜찮냐는듯 자신을 살펴보는 하진의 시선을 느끼며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짜식. 매너 하나는 정말 국보급이란 말이지.

 

 “누나 오늘 저녁에 빨리 올 거지? 말 나온 김에 저녁에 삼겹살 구워 먹자.”

 "삼겹살 좋~지! 근데 나 오늘은 안 돼. 내일 먹자.“

 안된다고? 대단히 나쁜 비보라도 들은 양 하진의 얼굴이 서운해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변했다. 누가 배우 아니랄까 봐 표정 연기가 자유자재다.

 

 “오늘은 왜 안 되는데?”

 "오늘 우리 병원 5주년 행사해. 호프집 하나 빌려서. 원장님부터 의사들, 간호사들 전부 다 참석하는 행사야."

 "무슨 그렇게 큰 행사를 목요일에 해? 보통 금요일에 하지 않나?“

 "그러게. 왜 목요일에 하나 몰라. 불금엔 호프집 장사가 잘돼서 통으로 안 빌려줘서 그런가?"

 "난 오늘 누나랑 같이 있으려고 저녁 시간 비워놨는데. 아쉽다~"

 

 입술이 댓 발 나온 하진이 툴툴거리는 가운데 병원 입구에 다다랐다. 차를 멈춰 세운 하진이 뒷자리에 놓여있던 핸드백을 집어 탁탁 털며 모양을 잡아 인영에게 넘겨주었다. 매너 하나는 정말로 끝내준다니까.

 

 "왜 그렇게 봐? 새삼스럽게 멋있어? 아무리 봐도 너무 잘생겼어?"

 맞아. 널 맨날 보는데 다른 남자들이 눈에 들어올 수가 있겠니? 오징어 문어 꼴뚜기로만 안보이면 다행이지. 인영이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세로로 끄덕였다.

 

 "농담이 아니라, 너 같은 애 옆에 있으니까 내가 눈만 높아지는 거 같아."

 "어어? 농담한 건데 무섭게 왜이래?"

 하진이 정말 무섭다는 듯 몸을 웅크리며 물었다.

 

 "기사 보니까 너보고 외모기능, 몸매기능, 성격기능에 뭐라더라? 아 그래, 매너기능까지 탑재한 풀옵션 완벽남이라더라.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 내가 눈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 나 벌써 서른 살인데, 이러다가 올해도 그냥 보내면 너 때문이야. 책임져"

 "뻥치고 있네! 왜 내 탓을 하냐? 그놈 때문이면서.“

 “그놈 때문 아니야. 너 때문에 눈 높아져서 그런 거라니까.”

 “그렇다면.......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게.”

 

 인영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자 하진은 자기가 말해놓고도 웃긴지 큭큭 하고 웃어버린다. 하얀 치아가 가지런히 담긴 빨간 입술 끝이 보기 좋게 올라가고, 오른쪽 입꼬리 옆에 보조개가 콱 박혀 있는 게 너무 예뻐서 하마터면 꼬집어 줄 뻔 했다. 으이구, 진짜 잘생겼단 말이지.

 

 "누나 병원엔 괜찮은 의사 없어?"

 "있다 쳐도 어떻게 사내연애를 해? 아니다, 서른 된 기념으로 사내연애 한 번 해 봐?“

 “오~ 괜찮은 의사는 있나보네?”

 “괜찮은 의사야 많~지. 총각이 한 명밖에 없어서 문제지. 그 총각이란 의사도 바람둥이로 온 병원에 소문이 짜 하다는 것도 문제고. 근데 너는 요새 어때? 너도 연애 몇 달 쉬었잖아. 동료 연예인 중엔 맘에 드는 사람 없어?”

 인영의 질문에 하진이 고개를 내저었다.

 

 “나 연애 길게 못하는 거 알잖아. 연예인 만났다간 스캔들 감당하기 힘들어. 난 연예인은 사절이야.”

 “그러게 맨날 짧게만 만나지 말고 진득하게 만날 사람을 좀 찾아봐.”

 “진득하게? 어유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내 인생에 간섭하는 여자는 엄마랑 누나로 족해. 으악! 시간 봐. 누나 시간 괜찮아?”

 “엄마야! 이러다 지각하겠다. 나 올라갈게. 이모한테 오늘 나 늦으니까 먼저 주무시라고 말씀드려 줘."

 "끝날 때쯤 전화해. 밤에 데리러 갈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이따 전화 줘."

 "알았어. 조심히 가."

 

 차에서 인영이 내리자 하진은 창문 너머로 수신호를 보냈다. 좋은 하루 보내라는 둘만의 신호. 인영 역시 수신호로 답해주었다. 너도 좋은 하루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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