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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rnica for the city
작가 : 날개이름
작품등록일 : 20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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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타이저_ [Jazz]
작성일 : 19-01-29     조회 : 399     추천 : 0     분량 :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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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Jazz).

 색소폰의 소리가 비에 젖은 도로에 관능적으로 내려앉고

 늘어선 가게의 주황색 불빛들이 빗물에 녹아났다.

 비는 멎었어도, 하늘은 우중충.

 다만 먹구름도 조금은 불거진 느낌이랄까

 심장 표피에 따듯한 오렌지칵테일이라도 부어놓은 듯이

 비온 날의 적적한 습기와도 어울렸다.

 헤드폰을 끼고 환상 속에서 걷는 사람은 나 뿐만은 아닌 것 같다.

 좁게 굽은 상점가 언덕 여기저기, 드문드문.

 색소폰이며 피아노, 가라앉는 드럼 소리에 세상의 소리를 지워놓고서.

 주황색 웅덩이를 덧없이 밟고 지나가는 자동차나

 골목의 담벼락 위에서 가만히 세수하는 고양이도

 왠지 둥글둥글한 감성에 젖어 있는 듯이 보인다.

 지붕에서 떨어져 터진 물방울과, 튀어 오른 웅덩이의 파다거림이 주황으로 물든 동공을 별빛처럼 수놓다가, 다시 소리 없이 하강한다.

 그 와중에 언덕의 꼭대기에 다다랐다.

 평야가 있을 줄 알았더니, 발 아래로 언덕이 몇 개나 더 있다.

 구겨진 카펫처럼 구불구불.

 걸어도 나아가지 않고, 도로며 건물들이 뒤로 밀려난다.

 하늘은 낮게 가라앉아 비교적 느리게 흐른다.

 손을 뻗으면 주황색 구름 위로 손목까지 잠길 것만 같다.

 뭐가 잡힐 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식지 않은 영감 같은 것이 딱 잡혀 내려오려나.

 역시 둥글둥글하고, 따뜻한 빛으로 빛나고 있을 것이다.

 ....뭐, 상상은 그쯤 해 두자.

 다시 눈을 감고

 재즈 속으로.

 

 비오는 날은, 미적하게 녹아내린 얼음과도 같은 느낌이다.

 약간의 알코올도 있는, 그런 류의.

 

 

 

 

 

작가의 말
 

 앞에 '에피타이저'가 붙은 글들은 본 연재의 주제와는 독립적인 맥락을 가진 시 혹은 소설로, 가끔가다 버리기 아까울 때 이렇게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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