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라.
그렇게 말하면, 빛날 줄 알았거늘.
번쩍번쩍 경련하며 깨질 때까지 발악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번쩍. 절규가 비쳤다.
번쩍. 슬픔이 비쳤다.
번쩍. 체념이 비쳤다.
번쩍. 비치지 못했다.
지직거리며 신음하는 마지막 전류에
아스팔트의 울퉁불퉁한 면만이 실감나는 음영을 현상하고는
눈앞에 아른거리며 사라진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잃어버렸다.
한 발자국의 자취도, 아직 남기지 못했는데
흔적 하나 없이.
거리의 바람에 먼지만이 휘날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