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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rnica for the city
작가 : 날개이름
작품등록일 : 20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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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경직
작성일 : 19-08-27     조회 : 479     추천 : 0     분량 :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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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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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팔을 벌린 채, 십자가.

  

  고가를 타고 정신없이 내달리는 바람들을 전부 먹어 삼킬 기세로

  금방이라도 터질듯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팽배하게 부풀린 가슴을 보란 듯이 내세우고는

  

  차선의 한가운데서, 두 팔 벌려 십자가.

  

  계란 껍질같이 탁한 흰자의 중앙에

  좁쌀만 한 크기의 방점을 찍은 검은 눈동자는

  이리저리 휘둘리며 얼굴을 물들이는 자동차의 조명에도 옴짝달싹 않고 허공을 노려본다.

  

  습기 차 희미한 유리 상자 속, 두 팔 벌려 십자가.

  

  겹쌓여 울리는 경적과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는 수많은 바퀴들의 신음,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유리를 흔들어대는 고가의 강풍에도

  그는 고요하게 경직되어 있을 뿐 그 어떤 행위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교착된 팽창.

  폭발에 대한 갈망은 피부 거죽의 질김에 비례해서.

  아니, 딱 그와 같아서.

  터지지 아니한 채 정지해버린 것일지도.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달밤의 연쇄 추돌, 그 한복판에 멀쩡히 선 채-

  고요히 방치되어버린.

  

  도시 그 어느 곳의, 두 팔 벌린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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