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동백꽃 저물던, 그 계절
작가 : 한은겸
작품등록일 : 2016.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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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우리는 오늘도 살아있다.
작성일 : 16-08-24     조회 : 538     추천 : 0     분량 : 6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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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고생했어요. 이한 씨.”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짧게 대화를 마치고 스튜디오를 나서는 한 남자.

 

 검은색 수트가 잘 어울리는 훤칠한 키와 넓은 어깨, 다갈색 눈동자에 그윽한 눈매, 오뚝한 콧날, 조각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릴 만큼 잘생긴 외모를 가진 그의 이름은 강 이한.

 

 고등학생 때 모델로 데뷔해 연예계에 발을 들인 건 약 3년,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임에도 TV를 틀면 그가 나오지 않는 광고가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거기에 집안의 재력도 한 몫 하면서 완벽한 여자들의 로망이 된 이한.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다고 했던가, 겉으로는 완벽 그 자체인 이한이지만 그의 속은 빛 한 점 없는 어둠 그 자체였다.

 

 이한이 화보 촬영을 마치고 스튜디오를 나선 그 시각, 거뭇거뭇한 하늘에선 하얀 눈꽃이 한 송이, 한 송이 내리고 있었다.

 

 ‘눈 오네.’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텅 비어있는 눈동자. 하늘을 보는 그의 눈동자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났다.

 

 이한은 시선을 하늘에 눈 채 허공으로 손을 내밀었다. 손으로 떨어진 눈송이는 그의 열기에 금세 녹아버리고 말았다.

 

 “형.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그 때, 이한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 형석이 우산을 들고 그에게로 뛰어왔다.

 

 [겁쟁이.]

 

 우산으로 시야를 가리는 형석의 목소리 위로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나가는 자동차 한 대 조차도 없는 조용한 도로에 사람이라곤 형석과 이한 밖에 없는 거리에서 여자의 목소리는 오로지 이한의 귀에만 들리는 목소리였다.

 

 이한은 늘 있는 일인 듯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등신 같은 새끼.]

 

 그는 별안간 들려오는 작은 욕지거리에 실소를 터트렸다.

 

 “별이 넌, 항상 맞는 말만 해서 탈이라니까.”

 

 “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한. 형석은 이한을 이상하게 보며 이한의 어깨를 흔들었다.

 

 “형, 괜찮아요?”

 

 “......”

 

 이한은 형석을 가만히 보더니 깊은 한숨을 푹 내쉬곤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라탔다.

 

 “진짜 괜찮아요?”

 

 이한을 따라 차에 올라탄 형석이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며 돌아보았다.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아니, 귀신들린 사람마냥 만날 혼잣말을 하는데 형 같으면 걱정 안 하겠어요?”

 

 “......”

 

 이한은 형석의 말에 옅게 웃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또, 또 저런 표정. 완전 세상 다 산 사람 같다니까.”

 

 촬영할 때를 빼고는 대부분 저런 표정. 마치 빈 껍데기만 걸어 다니는 느낌이다.

 

 형석은 이한이 연예계에 발을 들인 때부터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웃는 얼굴을 본 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휴, 출발할게요.”

 

 형석은 이제 포기했다는 듯 혀를 내두르며 차를 출발 시켰다.

 

 약 1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이한의 집. 아니, 그의 부모님의 집이었다.

 

 “오늘도 고생 많았다.”

 

 “네 형. 푹 쉬세요.”

 

 이한은 차에서 내린 뒤 형석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이 되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간 집은 마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억 소리 나는 물건들로 잔뜩 꾸며져 있는 공간이었다.

 

 널찍한 거실, 하얀 대리석 바닥에 호화스러운 인테리어, 나란히 진열된 값비싼 도자기들, 그리고 그곳엔 명품으로 치장한 채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성희가 있었다.

 

 “어서 오렴.”

 

 성희는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서 이한에게 다가갔다.

 

 “다녀왔습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형식적인 말투. 이한의 표정은 아까 형석과 있을 때보다 더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진 성희 여사는 개의치 않고 그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

 

 “촬영은 잘 했니?”

 

 “......”

 

 “많이 지쳐 보이는구나.”

 

 “......”

 

 “감독님이 널 그렇게 예뻐해 주시니 내가 감사를 표하고 싶은데. 우리 아들이 자리 한 번 만들어 주렴.”

 

 자신을 향한 끝없는 물음에도 입을 꾹 다문 이한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성희를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성희는 자신을 무시하고 가버리는 그를 빤히 쳐다보다 입술을 잘근 씹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우리 아들 혼처를 알아봤는데,”

 

 순간 이한의 몸이 우뚝 멈춰 섰다.

 

 “이러면 엄마랑 대화할 마음이 생기겠니?”

 

 이한은 성희를 향해 몸을 돌렸다. 마치 범같이 매서운 그의 얼굴.

 

 성희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이한을 올려다보고 있음에도 느낌만은 그녀가 이한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나 여유로운 말투, 뭐든 자신의 손 안에 있다는 저 거만한 표정. 이한은 이제 성희의 그런 표정에 신물이 났다.

 

 “저는 결혼할 생각, 없습니다.”

 

 “앞으로 너에게 날개를 달아줄 집안이란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네 위치가 온전히 네 것이라고 생각하니?”

 

 “......제발 그만 하세요. 어머니.”

 

 “그렇게 못하겠다면?”

 

 결국엔 당신이 원하는 데로 할 거면서.

 

 이한이 지친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고개를 떨구자 성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성희는 언제나 아들을 위한 일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겼다. 이한이 1인 기획사인 이유 또한 이한으로 인해 생기는 수익을 그녀가 다 챙기기 위해서였다.

 

 이한이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그가 소화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스케줄을 잡은 것도 그녀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그녀.

 

 성희는 겨로 자신의 원하는 것에 대해선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고 이번에도 역시 다를 것 없었다.

 

 “좋은 자리야. 자리뿐만 아니라 사람도 좋고.”

 

 “......”

 

 “좋은 날로 잡아 놓으마.”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생각된 이한은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돌렸다.

 

 ‘못난 놈.’

 

 매서운 그녀의 눈매가 더욱 사나워졌다.

 

 ‘여자 하나 때문에 아직까지도 저 꼴이라니.’

 

 터덜터덜 걸어가는 이한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성희가 혀를 끌끌 차며 소파에 앉았다.

 

 그리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나 싶더니 이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어머님, 안녕하세요.]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아씨, 바쁜가요?”

 

 바로 성희가 말한 ‘좋은 혼처’의 주인공이었다.

 

 [아니에요. 지금 막 집에 들어왔어요.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한 건 아니고 우리 이한이가 세아씨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요.”

 

 [아, 정말요? 다행이네요. 이한씨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 싶었는데.]

 

 “호호. 세아씨처럼 좋은 여자를 우리 이한이가 마다할 리가 있나요.”

 

 [어머, 과찬이세요.]

 

 “세아씨 시간은 언제가 괜찮나요?”

 

 [이한씨 스케줄에 맞춰서 정해주세요. 전 언제든지 좋으니까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호호”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요~”

 

 ‘그래, 이한아. 네가 별 수 있겠니.’

 

 성희는 전화를 끊고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찻잔을 들었다.

 

 한편, 방으로 올라간 이한은 침대에 몸을 맡기며 털썩 누웠다.

 

 화려한 집에 비해 아무 꾸밈도 없는 넓은 방 안. 있는 거라곤 방 한 쪽에 있는 화장실과 1인 침대와 그 옆에 놓인 서랍장 하나. 그리고 그 위로 나있는 창문 하나가 전부였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이한이 길쭉한 팔을 뻗어 서랍장 첫 번째 칸을 열었다.

 

 그러자 데구르르 굴러오는 약통 하나와 그 옆에 놓인 담뱃갑. 그는 자연스럽게 담뱃갑을 라이터를 빼내고 담배를 한 대 꺼내 입에 물었다.

 

 치익, 불을 붙이자 끝에 붉은 빛을 내며 타들어가는 담배. 이한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고 그 앞에 섰다.

 

 “후,”

 

 그가 길게 숨을 내뱉자 뻗어 나오는 희뿌연 연기. 이한은 하늘을 보며 연거푸 연기를 들이 마시고 내쉬길 반복했다.

 

 “오늘은 하늘이 뿌옇다. 그치 별아.”

 

 그가 넋두리처럼 내뱉는 말이 허공에 퍼졌다.

 

 조금씩 타들어가는 담배. 이한은 담배를 한 손에 든 채 다른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려 지갑을 꺼냈다.

 

 지갑 안에 들어있는 건 달랑 사진 한 장뿐. 그 사진 속에는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이한과 다른 두 인물이 활짝 웃고 있었다.

 

 ‘이한아, 이렇게 해봐!’

 

 ‘이, 이렇게?’

 

 ‘아니! 좀 더 입꼬리를 이~렇게 올려야지!’

 

 이한은 오래돼 흐려지는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는 기억 속 그 때처럼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꼬리를 쓱 올렸다.

 

 [천하의 머저리.]

 

 “......”

 

 [병신]

 

 낮에 들렸던 여자의 목소리와는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한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다 너 때문이야.]

 

 “그럴지도 모르지.”

 

 다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한은 대답을 하며 피식, 자조적인 웃음을 띠었다.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나도 그러고 싶다 별아.”

 

 이한은 다 타들어간 담배를 창틀에 비벼 끄곤 창문을 탁 닫았다. 그리고 열려 있는 서랍에서 약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보이는 수북한 수면제들. 이한은 두어 알을 꺼내 물도 없이 꿀꺽 삼키곤 다시 침대 위에 몸을 뉘었다.

 

 [그렇게 해서 죽을 수 있겠어?]

 

 [그냥 옥상에서 떨어져버려.]

 

 [머리가 팍! 박살이 나서 죽을 수 있을 걸?]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가 뒤섞여 기괴한 소리가 났다.

 

 그는 귓가에 울리는 끔직한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죽을 준비를 하는 사람처럼 배 위에 가지런히 손을 모아 올려놓고 두 눈을 감았다.

 

 ‘......이대로 깨어나지 않았으면.’

 

 알싸한 담배 향이 몸에 스며들 듯, 몸에 약 기운이 퍼지자 그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

 

 송이송이 내리는 하얀 눈꽃은 어느새 시골 어귀를 덮었다.

 

 눈이 덮여 마치 새하얀 도화지처럼 변한 논밭.

 

 그 옆,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 위, 혹여 넘어질까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 한 여자가 있다.

 

 쇄골 정도 오는 단발머리에 인형처럼 긴 속눈썹과 옅은 쌍꺼풀이 진 커다란 눈, 앵두 같은 입술, 검은 머리칼 때문인지 더욱 하얘 보이는 피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같이 생긴 그녀.

 

 가녀린 몸에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 긴 기장의 두꺼운 외투를 입고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두꺼운 목도리를 얼굴 절반이 가려지도록 칭칭 감고 있는 그녀는 바로 이한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예 별’이었다.

 

 ‘으, 춥다.’

 

 별은 손을 모아 호호 입김을 불며 길을 따라 쭉 걸었다.

 

 10분 정도 걸으니 그녀의 시야에 차도가 들어왔고 맞은편엔 나란히 지어져 있는 슈퍼와 방앗간 등 작은 건물들이 보였다.

 

 그녀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 인도에 서서 까치발을 들고 도로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코가 루돌프 코처럼 빨갛게 변하면서 시리다는 느낌이 들 때쯤 저 멀리서 아기자기한 노란색을 띤 버스 한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왔다.”

 

 별은 버스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윽고 버스는 그녀의 앞에서 멈춰 섰고 열리는 문에선 그녀를 쏙 빼닮아 동그란 눈에 앵두 같은 입술을 가진 작고 귀여운 남자 아이가 어린이집 선생님의 손을 잡고 폴짝 뛰어 내렸다.

 

 “엄마!”

 

 별이 쭈그려 앉아 달려오는 아이를 안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그녀의 품에 폭 안기는 아이는 별을 봐서 기분이 좋은 듯 방긋 웃으며 얼굴을 비볐다.

 

 “우리 빈이 잘 다녀왔어요?”

 

 “네!”

 

 힘차게 대답하는 4살짜리 꼬마. 별은 빈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 주고는 일어나 아이의 손을 잡았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선생님.”

 

 “아니에요. 눈길에 나오시느라 힘드셨죠?”

 

 “힘들긴요. 빈아, 선생님께 인사해야지.”

 

 “안녕히 가세요~”

 

 빈이 머리가 땅에 닿을 것처럼 고개를 숙이며 배꼽인사를 하자 여선생은 빈에게 손을 흔들며 차에 올라탔다.

 

 “우리도 그만 집에 갈까?”

 

 “응!”

 

 버스가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별은 빈의 손을 꼭 쥐고선 아이의 걸음걸이에 맞추며 한 걸음, 한 걸음 그들의 보금자리로 향했다.

 

 작은 시골집들과는 조금 분위기가 달라 보이는 집. 하얀색 담장에 하늘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 대문.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실이 훤히 보이도록 큰 창이 나있는 40평 남짓 큰 건물에 아이가 뛰어놀 수 있을 만큼의 넓은 마당이 보이고 왼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끝에는 아직 피지 않은 동백꽃 몽우리가 가득 맺혀있는 작은 동백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빈아!”

 

 창 너머로 목이 빠지도록 그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현관문을 열머 반갑게 소리치자 빈이 별의 손을 놓고 그를 향해 뛰어갔다.

 

 “아빠!”

 

 바로 이한의 사진 속 또 다른 인물, 한 도윤이었다.

 

 도윤은 뛰어오는 아이를 안으며 얼굴을 비볐다. 그러자 아이는 꺄르르 웃으며 도윤에게 꼭 안겼다.

 

 “빈이 어린이집 잘 다녀왔어요?”

 

 “네!”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네!”

 

 “우리 빈이 착하네~”

 

 도윤은 해맑게 웃는 빈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를 보며 잔잔한 미소를 짓는 그.

 

 “힘들진 않았어?”

 

 그는 한 팔로 빈을 고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으며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

 

 “손 차가워진 것 봐.”

 

 차가운 그녀의 손. 도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손을 어루만졌다.

 

 “괜찮아.”

 

 별이 괜찮다며 손을 빼자 일순간 침묵이 흐르고

 

 “아빠, 빈이 추워요.”

 

 “빈아.”

 

 별이 빈을 보며 단호한 얼굴을 하자 아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도윤은 둘을 번갈아가 보더니 이내 아이를 달래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우리 빈이 추우면 안 되지! 들어가자.”

 

 도윤은 태연스럽게 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안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아이가 올 시간에 맞춰 도윤이 준비해 놓은 맛있는 음식 냄새들이 가득 했다.

 

 식탁을 빼곡히 채운 음식들. 도윤은 어린이용 의자에 빈을 앉히곤 별의 의자를 빼주며 그들의 맞은편에 앉았다.

 

 “매번 이러지 말래도.”

 

 “빈이를 위해서 하는 거니까 좀 봐줘”

 

 별이 미안한 표정을 짓자 도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빈이 많이 먹어~?”

 

 “네!”

 

 도윤은 자신이 손수 만든 불고기를 아이의 숟가락 위에 올려주며 별이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왔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집 안. 이한의 삶과 대조되어 보이는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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