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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영애와 짐승공작의 결혼
작가 : 나디아
작품등록일 : 2019.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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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스펙의 공작님
작성일 : 19-06-21     조회 : 533     추천 : 0     분량 : 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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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뺨에 서늘한 것이 와닿았다.

 

  하늘하늘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는 게……이거 꽃잎인가? 아니면 솜사탕?

 

  ‘향도 좋아.’

 

  리안느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채로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초점이 잡히지 않아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시야 속, 사람 실루엣 하나가 어른거렸다.

 

  ‘응? 누구지?’

 

  리안느는 수없이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잠시 후, 눈 앞이 선명해지면서 주위가 분간되기 시작했다.

 

  일단 처음에 눈에 들어오는 건 크림색 천장이었다.

 

  그 아래로 4개의 기둥과 황금색 덮개가 달린 침대가 보였다.

 

  리안느는 그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아, 깼어?”

 

  별안간 꿀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감미로운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리안느는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순간, 그녀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사람, 그것도 정말 아름다운 남자였다.

 

  졸음이 확, 달아났다.

 

  ‘정말 완벽, 그 자체다.’

 

  리안느의 호박색 동공은 남자의 얼굴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정말 헉, 소리 나게 아름다운 남자였던 것이다.

 

  찰랑거리는 백금발은 바람결에 나부끼고, 눈동자는 아메지스트처럼 예쁜 보라색이었다.

 

  피부도 정말 하얗다. 그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긴 속눈썹이 하얀 피부에 까만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리고 입술.

 

  장미꽃잎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저 입술이 방금 뺨에 닿았던 말랑한 느낌의 정체란 걸 깨달았을 때,

 

  “아!”

 

  리안느는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미안해. 깨우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런데 누구세요?”

 

  리안느는 대뜸 그것부터 물었다.

 

  남자가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춘 경위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남자가 누구이며, 왜 같이 있느냐 하는 사실이었다.

 

  “정말 모르는 거야?”

 

  오히려 남자가 반문했다.

 

  그의 입가에는 선해 보이는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어마어마해서 그 미소가 평범하지 않게 느껴졌다.

 

  “……넌 내 신부야.”

 

  남자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리안느의 어깨에 살포시 얹었다.

 

  리안느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어깨로 옮겨갔다.

 

  “!”

 

  리안느는 숨을 헉, 들이켰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단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순백의 웨딩드레스였기 때문이다.

 

  “오늘은 우리의 기념할만한 첫날밤이야. 자, 어서…….”

 

  남자가 꽃잎 같은 입술로 속삭였다.

 

  “우리 아이를 만들자.”

 

  “…….”

 

 다 좋다. 다 좋은데…….

 

 “옷은 어디다 팔아먹었어요?”

 

 남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왜 내가 이곳에서, 이런 알몸남과 웨딩드레스를 입고 첫날밤을 맞이해야 하는 거야?

 

  제발 말해줘! 제발 알려줘!

 

  그러나 리안느의 호소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

 

 

  슈트라이든 제국 남서부에 위치한 조용한 항구 도시 다스넬.

 

  항구에 무역선이 도착하는 날에나 떠들썩한 평화로운 이 도시가 연일 술렁이고 있었다.

 

  그 진원지는 바로 고지대에 호젓하게 세워진 귀족 저택이었다.

 

  윈드워즈 공작이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매입했다는 이 대저택은 오늘도 발 디딜 틈이 없이 손님들로 가득했다.

 

  손님의 8할은 여자.

 

  갓 사교계를 데뷔한 어린 영애부터 불혹을 넘긴 중년 귀부인까지 한껏 드레스로 치장하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그녀들의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어떤 남자 때문이다.

 

  레온 윈드워즈(25).

 

  귀부인들이 꺅꺅거리는 화제의 이 남자는 윈드워즈 가의 17대 공작인 레온 윈드워즈였다.

 

  역사를 자랑하는 유력 가문의 혈통.

 

  약관 25세의 공작이란 완벽한 스펙.

 

  명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초절정 외모.

 

  그런 남자가 이 작은 항구 도시에 나타났다.

 

  무료한 일상에 지쳐있는 귀족 여성들에게 인기가 폭발할 수 밖에 없었다.

 

  ……딱 한 사람을 제외하고.

 

  “쯧쯧.”

 

  리안느는 벌떼처럼 모여있는 영애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녀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살롱의 구석진 곳에 서 있었다.

 

  벽과 거의 한 몸이 된 것처럼 서 있는 그녀를 눈여겨 보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혀를 차는 소리도, 환멸 가득한 표정도 못 봤을 것이다.

 

  ‘바보들. 속는 줄도 모르고…….’

 

  리안느는 샴페인잔을 들어올렸다.

 

  투명한 유리잔에 검정색 라운드 수트를 차려입은 레온의 모습이 비쳤다.

 

  백금발에 조각 같은 얼굴.

 

  몸도 다부져서 금실 자수가 놓인 검정색 수트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그는 이 작은 항구 도시 뿐만 아니라 제국 전체의 여자들이 환호하는 워너비남이었다.

 

  문제는…….

 

  ‘이 남자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는 거지.’

 

  그는 부인을 한 명도 아닌, 두 명도 아닌, 12명이나 갈아치운 돌싱남이었다.

 

  철철이 옷을 해 입듯이 부인을 바꿔서 항상 사교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런 남자가 휴가차 내려온 기념으로 파티를 열었다?

 

  이건 누가 봐도 그 속내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13번째 부인’을 꼬시겠다는 속내가.

 

  그런 것도 모르고 레온 주위에 바글바글하게 모여든 영애들을 보면 참 갑갑해진다.

 

  “겨우 저런 인간이나 만나라고 날 여기 보낸 거야?”

 

  리안느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버지인 캐플라인 백작의 반강요로 얼굴을 내밀긴 했지만, 괜히 왔다는 후회 뿐이었다.

 

  이런 파티를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레온 공작 같은 인간을 만났으니까.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집에 틀어박혀 소설책이나 읽는 게 나을 뻔했다.

 

  물론 그런 딸을 보면서 백작은 한숨을 푹푹 쉬겠지만 말이다.

 

  백작은 리안느를 빨리 출가시키고 싶어했다. 19살을 넘긴 리안느의 나이 탓이다.

 

  이번해 목표를 ‘리안느 시집 보내기’로 세우고, 이렇게 파티만 있으면 꾸역꾸역 참석을 시켰다.

 

  문제는 그 누구도 리안느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리안느에게 별명 하나가 따라붙기 때문이었다.

 

  그 별명이란 바로,

 

  ‘독설 영애’.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남자에게 독설을 날리는데 그 말을 듣고 학을 떼지 않는 남자가 없었다.

 

  그것이 소문이 퍼져나가 독설 영애란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다. 남자들은 리안느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민트색 드레스에 깃털 장식으로 마무리한 머리 스타일까지, 이 파티에서 돋보일 수 있게 온갖 치장을 다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이렇게 벽에 붙어서 샴페인이나 홀짝대고 있었다.

 

  불만은 없었다.

 

  괜히 독설 날리느라 힘을 뺄 필요도 없고, 남한테 싫은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까.

 

  이렇게 조용히 있다가 집에 돌아가면 된다.

 

  그러나 오늘도 리안느의 소박한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애, 혼자신가요?”

 

  한 남성이 리안느에게 관심을 보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이 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서역풍 복장을 한 걸 보니 이국에서 왔나 보다.

 

  ‘그래서 내 소문을 못 들었겠군.’

 

  다른 손님들은 그 이국 청년을 가엾게 쳐다보았다.

 

  또 한 명의 희생양이 탄생하는 순간이라며 조롱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아까부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괜찮으시면 춤을 한 곡 출 수 있을까요?”

 

  남자의 예절은 완벽했다. 어디 하나 지적할 데가 없었다.

 

  그렇지만, 리안느는 그가 심히 거슬렸다. 특히 “아까부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란 그 말이.

 

  “전 비위가 약해요.”

 

  “네? 무슨 뜻인지…….”

 

  “듣자하니 서역에서는 몸을 잘 씻지 않는다던데 그 말이 정말이었나 보네요. 아까부터 냄새가 나서 도저히 대화를 못 할 지경이에요. 그런데 춤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내, 냄새요? 그럴리가!”

 

  남자는 황급히 자신의 몸 냄새를 킁킁 맡았다.

 

  “원래 본인 냄새는 본인이 잘 못 맡죠. 그래서 모르셨나 본데 정말 냄새 지독해요. 가서 씻고 오세요. 그럼, 춤 춰드릴테니까!”

 

  리안느가 싸늘하게 쏘아붙이자, 남자는 귀까지 새빨개졌다.

 

  “먼저 좀 가보겠습니다!”

 

  그는 부랴부랴 그 자리를 떠났다.

 

  ‘휴, 오늘도 한 명 보냈다.’

 

  물론 남자의 몸에서 냄새 따위 나지 않았다. 서역 사람들이 씻지 않는다는 말도 근거 없는 말이다. 저 남자를 떼어내려고 지어낸 것 뿐이었다.

 

  또 한 건 하셨네.

 

  멀찌감치에서 부채로 입을 가린 귀부인들이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리안느를 바라보았다.

 

  흥겨웠던 파티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해졌다. 이래서 싫다. 이래서 파티에 오지 않으려고 했다.

 

  리안느는 흰색 격자창 밖으로 보이는 정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램프등이 등간격으로 놓인 정원에는 장미꽃들이 함초롬하게 피어 있었다.

 

  그 사이를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이 춤을 추듯 돌아다녔다.

 

  과장된 포즈와 동작이 꼭 연극 배우 같았다.

 

  ‘연극 배우?’

 

  순간, 리안느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녀는 창문에 거의 달라붙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장미 덤불 속의 여자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틀어올린 금발도 그렇고, 저 뒷태는 분명…….

 

  “실비아?”

 

  리안느의 얼굴이 단번에 돌을 씹은 표정으로 변했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오빠 등쳐먹고 잠수 탄 꽃뱀을 여기에서 만나게 되다니!

 

  마침 잘 만났다, 실비아.

 

  내가 지금 기분이 좀 안 좋거든? 네가 상대를 좀 해줘야겠어.

 

  딱 기다려!

 

  리안느는 쏜살같이 정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나디아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스토리야에서 연재를 할 예정이에요~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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