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을을 가던 여자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하거나 공기놀이를 하면서, 사내 아이들은 망까기 놀이를 하면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야 이 노래의 의미를 차마 알지 못하고 그저 고을마다 유행처럼 번지니 따라 불렀을 뿐이지만 백성들은 진짜 새로운 나라가 출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과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원래 유언비어라 함은 날이 갈수록 그 소문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곽가오의 소문은 점차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으로 백성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봐 자네 들었는가? 곽씨와 오씨가 나라를 세운다는구만."
"개똥이 아부지 거 머시냐 곽가온지 카카온지 거 나라가 생기면 참말로 우리가 살기 좋아 지남유?"
"오가야 거는 골값의 2할을 떼가는게 아니라 1할만 떼간댜 글쎄~~니는 같은 오간데 뭐시기 들은거 없을까?"
"아부지 곽가오 나라는 전화방을 설치 안한데유~~근데 전화방이 뭐래유?"
"이놈아 넌 아직 어려서 몰라도 되야~~"
"스승님 곽가오가 생기면 노지국은 어떡해 되는 건가요?
"그래두 구관이 명관이여. 곽가오라고 별간 있간디?"
"암만..그놈이 그놈이제라.."
이렇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백성들 사이에서 곽가오의 이야기는 화제가 되었고 대리지역의 노지국뿐만이 아닌 골만어국, 아이곤국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소문이 무성하게 났다.
곽가오의 소식은 노지황제 귀에 까지 전해졌고 이를 들은 황제는 진노를 하였으며 백성들 사이에 불려 지던 노래를 금지하였다. 이 노래를 부르다 적발된 자는 태형에 처하고 골 잡는 자격을 박탈한다고 고을마다 방을 붙혀 알렸으나 오히려 소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여러 이야기가 덧 붙혀서 더 더욱이 퍼지고 있었다.
이에 노지황제는 각 지역의 전화방의 성주들을 도성으로 불러 들였고 각 전화방성주들과 노지국 대신들과 함께 어전회의까지 열게 되었다.
"경들은 곽가오국에 대해 뭐라도 아는 바가 없는가?"
황제가 최고 높은 자리에서 성주들과 신하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곽씨와 오씨 성을 가진 두 자가 나라를 세운다는 소문은 무성하나 그저 지나가는 소문일터이니 폐하께서는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한 신하가 머리를 읍조리며 말을 한다.
"아니 백성들치고 이 곽가오국을 모르는 자가 없는데 내가 어찌 심기가 불편하지 않겠느냐. 곽가란 자는 누구고 오가란 자는 또 누구란 말이냐. 누구든 허심탄회하게 말해 보거라 "
"예 폐하. 곽가란 자와 오가란 자는 성남(城南, 노지도성에서 남쪽에 있는 지방) 동향 출신으로 둘은 우애 깊은 벗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이 둘은 판교(判敎)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누구도 이 곽가란 자와 오가란 자를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하여 폐하께서 군사를 내어 판교로 가서 그 곳을 쓸어버린다면 나라의 걱정이 한 순간에 사라지리라 생각하옵니다."
한 신하가 말 하였다.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자 그럼 누가 판교로 가서 나라의 역적을 쳐부수고 큰 공을 세우고 오겠느냐?"
노지황제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주변을 돌아보며 물었다.
"폐하~~ 신 대표(大豹, 대표전화방 성주)가 폐하의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그 때 한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고 앞으로 나왔다.
"오 대표 그대가 있었구나. 그대가 진정한 충신이구려. 그래 그대는 어떠한 비책이 있는가?"
황제가 용상에서 일어나 대표에게로 걸어갔다.
"예 폐하 제게는 수아제(壽兒諸)라는 장수가 하나 있사옵니다. 아직 나이는 어리나 *패액투(貝液鬪)라는 무기를 잘 사용하며 *가성비(假聲備)라는 비법을 깨우친 용맹스런 아이이니 믿고 맡기셔도 그르침이 없을 것이옵니다."
*패액투(貝液鬪) : 10관(약37키로)의 무게가 나가는 쇠로 만든 20척(약 6미터) 이 넘는 긴 창의 무기로써 이 창 한방을 맞으면 마치 조개껍질 깨지듯 무참히 부숴진다 하여 지어진 이름.
*가성비(假聲備) : 가짜 목소리란 뜻으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있는 기술.
"오 우리 노지국에 그런 장수가 있었단 말이냐. 어서 그 늠름한 장수가 보고 싶구나."
황제가 애가 타는 듯 재촉했다
"수아제는 어서 들라"
대표가 밖을 보고 말하니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와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표하였다.
"폐하 신 수아제가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오...그대가 수아제인가. 역시 대표의 말대로 생긴 것 만으로도 참으로 용맹스럽구나. 짐이 대표와 그대를 보니 마음이 든든해저 오는구나."
노지황제가 수아제를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대표와 수아제가 황제 앞에서 엎드려 절을 하였다.
"여봐라. 대표에게 군사 3만과 특히 락을 잘 쓰는 상황녀 일 백명을 함께 내주어 대업을 이루도록 하라~"
그렇게 대표는 수아제를 선봉으로 3만의 병사들과 일 백명의 상황녀들을 데리고 판교로 향하였다.
"이보게 진자(晉子, 대표가 잠시 진나라에 있을 때 수아제를 만나 그를 양자로 삼았기에 진자라 부르기도 하였다.) 나는 아직 곽가와 오가가 누군지 모르네만 이번에 그들을 섬멸해 큰 공을 한번 세우자꾸나."
"예 아버지. 제 패액투만 있으면 그깟 곽가오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오니 너무 걱정치 마세요."
그렇게 그들은 삼일을 쉬지 않고 군사들을 재촉하며 말을 달려 판교에 도착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상대진영은 보이질 않았고 그저 골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골을 기다리는 백성들만 보였고 어떤 백성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투울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봐라. 여기가 판교가 맞느냐?"
이에 수아제는 의심을 품고 지나가는 백성을 잡고 물었다.
"네 나으리. 이곳이 판교가 맞사옵니다."
"그럼 자네는 혹시 곽가오라고 들어는 보았는가?"
"노지국 사는 백성치고 곽가오를 모르는 사람이 어딨겠사옵니까 나으리."
"이 곳이 곽가오의 근원지라 알고 있는데 왜 어찌 곽가오의 군사는 하나도 보이질 않는 것이냐?"
"그건 저희 같은 쇤내들이 어찌 알겠사옵니까. 저희도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서 알고 있사옵니다...앗!! 골이다...아..놓쳤다..."
백성이 지나가는 골을 보고 잡으려 했지만 워낙 빠른 몸짓으로 도망을 치니 백성은 이내 서운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하였다.
"그 골은 내가 보아하니 *동선(動僊)이 좋질 않으니 안 잡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구나. 그만 가 보거라."
*동선(動僊) : 춤추는 모양새, 즉 골의 움직임으로 얼마나 신선하고 건강한 골이냐를 판단하는 기준.
"아버지. 역시 곽가오는 소문이었나 봅니다. 이곳은 곽가오의 군사는 커녕 그저 평범한 고을이옵니다. 이만 군사를 물리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만 며 칠 더 기다려 보자꾸나."
그렇게 대표와 수아제는 병사들을 풀어 판교지방을 여기저기 수색하며 이 잡듯 뒤졌으나 곽가오의 군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삼일을 더 그곳에 머무른 후 아무런 성과 없이 군사를 돌려 판교를 빠져 나왔다.
노지황제는 곽가오란 소문이 실제가 아님을 알고 안도를 하였고 백성들은 역시나 새로운 나라의 출연은 없다는 것을 알고 실망을 하였다.
그렇게 곽가오국에 대한 소문만 무성하고 아무런 실체가 없음을 알고 백성들이 지처 갈 때쯤 판교지방에서는 고을마다 방문(榜文) 붙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방문은 판교지방을 넘머 노지국 전체에 고을마다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곳에는 모두가 붙어 있었으니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나 곽가와 내 오랜 벗 오가는 그간 노지국과 그 일당 전화방들의 횡포에 백성들이 핍박받고 설움 받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여 그들을 구원하고자 나라를 세우니 그 이름을 곽가오(郭家吳)라 명한다. 이에 판교를 곽가오국의 도읍지로 정하여 대의를 도모하니 뜻있는 백성들은 곽가오국으로 오라. 와서 함께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보자. 이에 나 곽과 오는 백성들에게 말하니 곽가오국은 보험요의 세금을 거두지 않을 것이오. 부로고림비와 관리비를 철폐 할 것이며 무엇보다 전화방을 파기하여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 관리들을 두지 않을 것이니 이는 오로지 백성들만을 위한 나라이므로 그대들은 곽가오의 백성이 되기를 주저 말라. 내가 그대들을 구원하리라. 백성은 첫 번째 *고객(古客)이니라"
*고객(古客) : 오래된 손님이란 뜻으로 옛날에는 어진이들을 손님으로 받아 들이는 집들이 많았고 손님이 많은 집일 수록 고을에서 존경받는 집이었다. 그 집에 오래 머무르는 손님이 많을수록 그 집 주인의 인품이 훌륭하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