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일희일비
작가 : 하늘새25
작품등록일 : 2019.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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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작성일 : 19-09-10     조회 : 484     추천 : 0     분량 : 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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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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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물러나라고 소리치면서도, 시선은 품에 안고 있는 여자아이에게로 갔다.

 

 먹을 것을 찾아서 계속 몰려드는 좀비 떼를 죽이고, 땅에 반쯤 묻힌 이것을 파내었다. 이 모습이 드러나자마자,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이런 것을 발견하다니 대박이야, 역시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야,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찼다.

 

 신나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이것들이, 내 기분을 순식간에, 실시간으로 망치고 있다.

 

 “비켜.”

 “안고 있는 거 내려놓고, 있는 거 다 두고 가면.”

 “미쳤어?”

 

 이 자그마한 몸에 얼마나 많은 기술이 모였을까, 지금 봐도 상상이 가지 않는데, 생각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근데, 이걸 그냥 내놓고 가라고? 절대로 안 될 소리다.

 

 “말로 할 때 저리 가.”

 

 손짓하면서, 부디 저쪽으로 알아서 물러나 주길 빌었다. 그러기는커녕,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딴 말이나 지껄이고 있다.

 

 “내가 알기로, 너는 구역 안에서도 살지 못하고, 총알이나 어디서 물어다 파는 재주밖에 없을 텐데.”

 뭐, 누구 고용이라도 했나 봐?

 

 웃음소리가 황무지에 퍼진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농담에 따라 웃는다.

 

 “그럴 돈이 어딨어? 마지막이다. 이거나 받고 꺼져.”

 

 그들 발밑에 .22탄을 몇 개 던져준다. 당연하게, 그것을 본 사람은 화냈고, 물론이지만, 모욕을 참지 못한 사람들은 손에 들고 있는 총으로 이쪽을 갈겼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총알을 보고만 있는 멍청이는 거의 없다.

 

 “맨몸으로 왔을 리가 없잖아.”

 

 거기에 맞춰서, 미리 방어막을 펼쳐 두었다. 총알들이 거기에 맞더니, 힘없이 구겨져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언젠가 말했던, 신이 없다는 사람들의 증명을 비웃듯, 그것이 세상에 발표되자마자 갑작스레 생긴, 인간이 마력이라고 명명한 이상한 기운.

 방금, 그것을 활용하는 마법이란 것을 사용했을 뿐이다. 알고 나면 인간의 기술과 다를 바 없다. 알기 힘들어서 그렇지.

 

 “7구역 출신이라더니, 5구역이었군.”

 

 그들은 뒤로 물러서서 거리를 만들 뿐, 당황하지 않는다. 비슷한 사람을 몇 번 상대해봤나 보다.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은데, 조금 긴장해야겠다.

 

 “대 마법용 탄!”

 “장전했어, 어, 어어어-”

 

 손가락으로 그 사람을 가리킨다. 지목받은 사람이 몸을 부르르 떨다가 쓰러진다.

 총을 쏘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더니 사격을 중지한다. 뒤로 잠깐 물러나서 기회를 다시 노리거나, 아예 후퇴해서 있을법한 본진에 알리려는 심산이겠지.

 

 당연히 전부 안 된다.

 방금 쓰러진 사람 위로, 못이 하나 떠오른다. 이것으로 시작이다. 그 옆에 있는 사람 목으로 그것을 날리고, 정확하게 꽂힌다. 다시 못 두 개가 떠오른다. 이쪽으로 가져온다.

 

 “사람에게 있는 철분을 모두 뽑아내면, 못 하나밖에 못 만든다던데.”

 

 몇몇 사람들은 포기했는지 총을 버리고 도망친다. 그런 사람을 먼저 없애자. 사람들이 한 명씩 픽픽 쓰러져가고, 큰소리치던 사람은 반쯤 포기한 눈빛으로 울부짖는다.

 

 “쏴, 쏘라고, 저 망할 막을 뚫어!”

 

 대 마법용 탄환을 장전했을 이들이, 총을 다시 겨누고 쏜다. 곧이어 벌집이 될 나를 상상했는지 일말의 웃음이 지나가지만, 곧이어 그것들도 막히자 거의 울상이 된다.

 저런, 사기당하셨네.

 

 못을 튕긴다. 사람이 또 한 명 쓰러진다. 못이 하나 더 늘어난다.

 이제는 오줌을 지리려는 상대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인생 잘못 살았어. 그치?”

 

 못 10개가 탁자를 뒹군다. 도망친 사람은 없다.

 어두운 동굴 안을, 불빛 몇 개만이 밝히고 있다.

 

 매일매일 똑같은 황무지를 도저히 보고 살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하도 집이 잘 무너져서, 아예 밑에 땅을 파고 들어갔다. 덕분에 불을 켜지 않으면 불빛 하나 없지만, 그런대로 만족하고 살 것이다.

 

 뺏어온 무기와 안고 온 여자아이의 시체를 내려놓는다. 시체 가지고 뭐 하냐고? 그런 취향 있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사람에게 있는 기술력이, 처음 보는 온몸을 감싼 갑주 – 내 주관이지만, 여전히 값비싼 나노로봇을 사용했을 것이다 – 가, 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막아섰다.

 

 다시 생각해도 운이 정말 좋다. 이런 날에는, 통조림을 하나 더 까서 먹자.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우울해진다. 근처에 아무것도 없어서, 식료품 하나를 사고 싶어도 여길 잠깐 떠나 신생 지역인 4구역이나, 애초에 평화지대인 3구역으로 가야 한다.

 

 평화로운 곳이 있다면서 왜 거기서 살지 않냐고? 내가 그곳으로 가면 더는 평화롭지 않게 될 것 같아서 안 갔다. 여기에 처박히기 전에 저지른 짓이, 나를 이곳에 묶어놓고 어디로 못 가게 막고 있다.

 

 그러니 얌전히 틀어박히는 게 내 인생에 도움이 된다. 안전, 어디까지나 안전이 제일이다. 필요해서 나갈 때, 그리고 오늘같이 미칠 것만 같아서 바깥을 구경할 때 빼고는, 괜히 움직이지 말자.

 

 

 “얼마나 자랐나 볼까.”

 어쨌거나, 그런 이유가 있어서 식물을 직접 키우고 있긴 한데, 모두 실패다. 방사능에 절어 있는 이 땅이 여전히 새로운 생명체를 거부하고 있다. 다른 개체로 시도해 봐야겠다.

 아니면 마법을 쓸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렇게 많은 마력을 24시간 내내, 일 년 동안씩이나 유지할 힘은 내게 없다.

 

 나는 어떻게 살아있냐고? 모르겠다. 인간은 적응하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내 부모님께서도 이런 메마른 땅에서 태어나셨고, 역시 그런 나를 기르셨다. 물론 구역 간 전쟁에 휘말리셔서 일찍 돌아가셨지만, 지난 이야기니 생략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 기다랗게 헝클어진 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는 깨끗한 곳에서 나고 자랐으리라. 그 생각을 하니 괜히 억울함과 짜증이 치민다. 그래서 차갑게 식었을 게 분명한 이 여자아이의 볼을 그냥 툭, 하고 건드렸다.

 

 따뜻하다.

 뭐야. 살아있어?

 

 아냐, 오늘도 덥잖아. 땅에 반쯤 묻혔으니, 자자, 생각해보자. 그러니까, 죽고 나서, 모래폭풍이 불어서 반쯤 덮고, 냄새를 맡은 그것들이 온 거지. 어때, 완벽하지?

 

 그래도 혹시나 해서, 맥박을 재 본다. 매우 느리지만, 확실히 뛰고 있다. 무슨 곰도 아니고, 설마 1구역에서 쫓겨나거나 몰래 도망쳐서, 이런 곳에 땅을 파고 겨울잠 같은 걸 잤던 건 아니지?

 

 그것보다도. 어떻게 살아있지?

 이 생각을 했을 때, 머릿속에서 경이로움이 피어났다. 세상에 이런 기술도 있구나.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만들어졌구나. 역시 세상은 대전쟁 이후로 멈춰있는 게 아니었어, 하는 확신과 안도감까지.

 

 그러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좋았어, 단순히 큰 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건 아예 넝쿨째로 굴러들어온 것이었구나!

 

 손을 여자아이의 머리에 댄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총알 거래상, 환전소 주인인 줄만 알고 있지만, 그랬다간 뼛속까지 빨릴 것이다.

 

 이 여자아이의 신체구조, 현 상태, 신체상 나이 – 거의 탈수 상태에 수액을 통해 양분을 공급받고 있네, 뭐 이러한 잡다한 것들이지만, 별 상관없는 정보들이어서 전부 무시했다 –부터 입고 있는 갑주에 사용된 기술, 용도 구조 등, 여기 있는 이 사람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눈 앞에 펼쳐지고 머릿속에 억지로 들어온다.

 

 이런 욱여넣는 느낌, 싫지는 않다. 무언가를 더 얻어간다는 것이고, 나중에 필요할 때, 이것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더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이 녀석 머릿속에 무언가가 있다. 머릿속부터 길게 뻗어 나와서, 몸속에 있는 주요한 신경을 휘감은 무언가. 정확하게는 뒤통수에 본체가 있는 모양이다.

 

 지금 당장 용도를 알긴 힘들지만, 정확하게 베껴서 조사를 해 볼 수는 있다.

 오랜만에 이런 일이 생기니, 괜히 흥분된다. 무언가 새로운 게 있다는 것은, 항상 환영한다. 물론 내 몸이 조금이나마 안전할 때에만.

 

 여자아이를 들어서 적당한 곳에 내려놓고, 물을 컵에 따른 다음 바닥에 뿌린다. 그것이 방울져서 하나의 마법진을 이루어간다.

 마법식을 써도 되는데, 그렇게 끝이 끊어지는 것은 일회용이기 때문에, 이렇게 원을 기본 형태로 한, 계속 이어져서 유지 및 지속이 가능한 진을 사용해야만 한다.

 

 물컵을 옆에 내려놓는다. 끊임없이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보충해줘야 한다. 주전자를 옆에 둔다. 이걸 매개체로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이어지지만, 다시 쓰려면 힘들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계속하자.

 

 마법진이 만들어지는 사이, 저것을 복제하는 데 필요한 재료들을 챙긴다. 다행히 모두 있다. 가져와서, 이것이 완성되기까지 기다렸다가, 그것들을 올려놓자, 여자아이가 하나도 빠짐없이 베껴진다.

 

 왜 하필 여자아이까지 베꼈냐고? 통째로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렇지만 내게 정밀한 나노로봇을 만들 재료까지는 없었기 때문에, 여자아이는 속옷 차림이다. 왜 갑주 밑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을까, 그게 또 의문이다.

 

 이것은 의식 같은 게 없는 완벽한 시체지만, 계속 보자니 민망해서 대충 거적때기 하나 입혀줬다. 그것을 안아 들어서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도 별거 없다. 그저 넓은 공간, 그리고 이것저것 시험할 수 있는 기계들이 있을 뿐이다.

 동굴 안처럼,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언젠가 방음 시설을 설치한다고 설쳤는데, 하도 넓어서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뭐, 유사시에는 방공호라도 쓸 수 있겠거니 생각하고 식량의 대부분과 창고를 이쪽 근처에 위치해놨다.

 

 여자아이, 아니 시체, 고깃덩이를 가운데에 내려놓고, 기계들을 가져온다.

 

 그럼 시작해보자.

 뒤통수가 보이게 눕히고 기계로 전자파를 쏘려는데, 갑자기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는, 이것저것 만졌다가 내가 계속 다치는 것을 보면서, 이상한 거를 괜히 건드렸다가 그런다면서, 부디 커서는 그러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어렸을 때야 아무것도 모르고 네네, 하고 대답했지만, 지금은 제대로 답할 수 있다.

 

 이것저것 건드려댔으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무슨 상관입니까. 풉!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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