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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천사
작가 : 심유미
작품등록일 : 2019.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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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천사 3화
작성일 : 19-09-09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7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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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여기서 이 저자는...”

  하윤은 수업을 진행하는 도중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우찬의 모습에 눈이 갔다. 배구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쁘게 생긴 얼굴로 운동하는 모습이 어떤 여자라도 반할 모습이었다.

  ‘짐승의 냄새라... 맡아본 적 있는 냄새인 거 같긴 한데 말이야.’

  생각에 잠겨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하윤은 갑자기 자신과 눈이 마주친 우찬 때문에 놀라 넘어졌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아... 그래. 괜찮아.”

  민망함에 재빨리 일어나 다시 우찬 쪽을 쳐다봤는데 영인과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쯧. 수업 중에 선생과 학생이 연애질이라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든 다음 다시 수업 진도를 나갔지만, 학생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해 보였다. 아마도 창밖에서 보이는 인물을 수업을 끊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에 흥미를 느낀 듯 보였다.

  한편 수업 중에 우찬은 갑자기 영인이 끌고 가는 바람에 살짝 화가 났다.

  “수업 중에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얼른 가서 다시 배구 연습해.”

  “아까 그 여자 선생이랑 눈 마주쳤지?”

  영인의 말에 뜨끔하며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그 여자랑 뭐 있어? 왜 갑자기 수업 중간에 눈빛 교환을 했던 거야?”

  “그런 게 아니야. 그냥 우연히 마주친 거야.”

  “그런 거 치곤 네 눈빛이 남달라 보이더라?”

  “무슨 뜻이야.”

  정말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묻는 모습에 영인은 어이가 없었다.

  “너 나를 볼 때도 그렇게 쳐다보지도 않더니. 왜 그 여자는 그렇게 쳐다봐? 아니 무엇보다 아무리 우연이라고 해도 네가 계속 그 여자가 있는 교실 쳐다보고 있었던 거 모르고 있을 줄 알았어?”

  “아니. 나는...”

  “너 그 여자한테 마음 있냐?”

  “...”

  우찬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모르는 게 맞았다. 왜 자신이 그쪽을 쳐다보고 있었는지도 몰랐고 자신이 하윤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몰라. 나는 그 여자한테 아무 감정 없어.”

  “너 그 말 잘 기억해둬. 그리고 더 이상 가깝게 지내지 마.”

  “응.”

  영인은 천천히 우찬의 앞으로 다가가 입을 맞췄고 우찬은 자연스럽게 받아드렸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하윤이 떠올라 크게 놀랐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지? 아니야. 나는 그저 그 여자의 당당한 모습이 좋고 부러울 뿐이야. 그런 게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을 마치자 우찬은 영인을 꽉 안았다. 그 모습에 영인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키스를 이어갔다.

 

  교무실에 들어온 하윤은 우찬을 보자 아까 수업 중에 눈이 마주친 기억이 떠오르자 갑자기 얼굴이 달아올랐다.

  ‘큼. 창피하네. 꼴사납게 넘어졌으니. 젠장.’

  하윤은 천천히 우찬에게 다가갔지만 흔한 눈길조차 주지 않아 의아하게 쳐다봤다. 뚫어져라 쳐다봐도 미동도 없는 모습에 인상을 쓰며 말을 건냈다.

  “요즘 날씨가 점점 더워지네요. 체육 하는 거 힘드시겠어요.”

  “...”

  계속 자신을 무시하는 모습에 화가 난 하윤은 그냥 자기도 무시하기로 하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서로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는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수업시간 종이 울리자 하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업하러 교실로 갔다. 그런 모습을 곁눈질로 쳐다보고 있던 우찬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후... 왜 이러지. 그냥 아까 말 걸어 주실 때 대답할걸... 바보 같아.’

  아까 영인과 있었을 때 하윤의 모습을 떠올랐던 자신은 하윤에게 아무런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럽게 느껴져 몸을 뒤로 젖히며 하윤의 자리를 쳐다본다.

  ‘향기 좋다. 향수 쓰시는 건가.’

  자신을 스치는 향기에 기분이 좋아진 우찬은 곧바로 수업하러 갔다.

 

 며칠이 지나 하윤도 슬슬 익숙해져 갔다. 그 날 이후로 하윤과 우찬은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지냈다.

  “이 선생님~ 오늘 저랑 한잔하실래요? 저번에 이 선생님만 빠지셔서 얼마나 서운했는데~ 어차피 이번에는 친한 선생들끼리 마시는 거니깐 오늘은 참석해~”

  “아 신 선생님. 저 오늘 약속이 있어서...”

  거짓말이었지만 인간들 사이에서 친목을 다지고 싶지 않았다. 인간들은 언제 자신을 배신하고 버릴지 모른다. 그렇기에 좀 멀리서 지내고 담담하게 지냈지만, 그 모습이 쿨하고 멋있어 보인다고 사람들이 좋아했다.

  ‘귀찮아.’

  귀찮게 관심을 쏟는 선생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차피 여기 학교에서 지내야 한다면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네. 뭐 그러죠. 약속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정말이지? 오늘 이 선생님도 온다고 사람들한테 말해야지~ 오늘 저녁 9시!!!!! 잊지마!!!”

  “네.”

  신난 모습으로 다른 선생들에게 알리러 가는 신 선생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오늘 술자리 가시게요? 한번도 안 가셔서 그런 거에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요.”

  계속 두 선생을 지켜본 우찬이 우물쭈물거리다가 말을 걸었다. 하지만 계속 무시하고 지냈던 사이라서 대답하고 싶지 않아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이 선생님...?”

  조심스레 다시 불러보는 우찬의 모습이 짜증이 나 그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 밖을 나가려고 했지만, 우찬을 쳐다보고는 아무런 감정 없이 말을 했다.

  “무시하실 거면 계속 무시하세요. 그렇게 행동하시는 게 오히려 더 기분 나쁘니까요.”

  “... 무시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변명으로 들리네요. 계속 무시하셨던 거 같은데.”

  왜 변명하는 거 같은 우찬에게 화가 난지 몰랐다.

  “영인이가 이 선생님하고 말하는 걸 싫어해서 그랬어요.”

  “... 그럼 저랑 계속 이야기하는 건 별로 안 좋겠네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난 하윤은 교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우찬의 표정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 학생들 기숙사 뒤뜰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우찬은 괴롭다는 듯이 몸을 웅크리고 신음을 참고 있었다.

  ‘아파... 안 돼... 지금 여기서 변하면 안 돼...’

  하지만 더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옆으로 쓰러져 숨을 헐떡였다.

  “정체가 궁금했는데 잘 됐어.”

  어디선가 들리는 차가우면서도 자신에게 혼란을 주는 목소리가 들려 그쪽을 쳐다봤다.

  “이제는 참는 게 한계처럼 보이는데.”

  “으으...”

  “흠... 됐어. 이제는 네 정체를 알 거 같으니까.”

  “이 선생님...”

  갑자기 나타난 하윤이 말하는 거조차 힘들어 보이는 우찬을 보고 혀를 찼다. 힘겨워 하는 우찬을 신경 쓰지 않고 다가가 얼굴을 발로 밟았다.

  “설마 마수일 줄이야.”

  자신의 정체를 파악한 하윤이 놀라운지 눈이 커지며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짐승 냄새가 평소보다 강하게 나서 말이야. 그래서 냄새가 나는 쪽으로 와봤지. 처음 느꼈을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다행히도 마수 냄새를 기억해서 말이야.”

  얼굴을 밟고 있는 발이 더욱더 힘이 들어가 우찬을 괴롭게 했다. 버티면 버틸수록 힘이 빠졌고 결국 자신이 힘겹게 놓지 않았던 정신을 놓아버렸다. 그러자 갑자기 강아지 몸처럼 작아지며 눈은 빨갛게 되고 은색 털을 가진 마수가 눈앞에 나타났다.

  “응? 뭐야. 뭐가 이렇게 작아.”

  하윤은 자신 앞에 쓰러진 마수를 보고 살짝 놀랐다. 사실 마수는 인간보다 더 큰 몸을 가졌으며 보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들게 한다. 하지만 자신 앞에 있는 마수는 강아지처럼 작고 힘은 없어 보였다.

  “끼잉...”

  입에서 나오는 짐승 소리에 하윤은 혀를 차고 한손으로 우찬을 들며 쳐다봤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약한 짐승이였다.

  “이렇게 작아서 쓸모가 있으려나. 그래도 마수라는 생각으로 힘을 흡수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이건 뭐 흡수해 봤자 필요가 없겠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자 하윤은 마수를 땅으로 살짝 던졌다.

  “야! 너 뭐 하는 짓이야?!”

  그러자 갑자기 뒤에서 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려보니 영인이 째려보며 서 있었다.

  “뭐야. 갑자기 나타나서.”

  “네가 뭔데 우리 우찬이를 던져?”

  “뭐래.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

  영인은 하윤을 째려보고 우찬에게로 달려가 품에 안았다.

  ‘마음에 안 들어.’

  그런 영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쳐다보며 행동을 지켜봤다. 그때 갑자기 우찬이 영인의 품속을 빠져나와 힘들게 하윤에게로 다가와 발을 핥았다.

  “야. 박우찬 너 뭐 하는 거야. 이리 와.”

  우찬은 영인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무시하며 계속 하윤의 발을 핥았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하는 거 같아 하윤의 마음이 이상해졌다. 자신도 주신에게 버림받은 존재이기에 우찬의 모습이 안쓰럽고 동정심이 가는 것일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리와.”

  하윤은 자신의 발을 핥는 우찬에게 허리를 굽혀 손을 내민 다음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담아 주었고 그런 손길이 좋은지 우찬은 그릉거리며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둘이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야. 박우찬 너는 애인 앞에서 다른 여자랑 그러고 있냐?”

  화가 난 영인이 두 사람 앞까지 오며 신경질 냈다.

  “왠지 모르겠지만 박 선생님은 너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던데.”

  “네가 뭔데 판단하는 거야? 너는 닥치고 있어. 타락 천사 주제에.”

  타락 천사라고 부르자 째려보는 모습에 영인은 움찔했다. 아무리 타락 천사라고 해도 하윤은 많은 공을 세웠었고 강했던 천사였기 때문에 위압감이 들었다.

  “내가 틀린 말 했어? 처음부터 나는 알고 있었어.”

  “알아. 네가 천사라는 걸 눈치채자마자 나를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미안하지만 나는 네가 어떤 천사였는지 전혀 모르겠더라.”

  비꼬는 말투에 영인이 화가 났고 하윤의 품에서 우찬을 뺏어 자신의 품에 안았다.

  “네가 나를 알든 알지 못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우찬이한테 더 이상 접근 하지마.”

  “너 하는 거 봐서.”

  무슨 말을 하든 전혀 밀릴 생각 없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태도에 영인은 곧바로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박우찬. 너 한번만 더 이딴 짓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우찬은 풀이 죽은 듯 고개를 떨구고 하윤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그러자 하윤과 눈이 마주쳤다. 그 눈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정체를 알고 바라보는 걸까... 아니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윤은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방금 전 자신을 안아 올려 만져주던 손길은 그 어떤 손길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타락 천사라고 했지만 왜 그녀가 타락했는지 어째서 타락한 그녀가 진짜 천사인 영인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지 알 수가 없었다.

 

 저녁이 되고 약속한 술자리를 이동한 하윤은 그 구석에서 우찬을 발견하고는 옆자리에 앉았다. 우찬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는 자신 앞에 있던 빈 술잔을 하윤에게 넘겨줬다.

 “할 이야기 있으니깐 중간에 빠져 나와요.”

  옆에 있는 우찬만 들리게 이야기하는 하윤은 자리를 옮겨 신 선생에게 갔다.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우찬은 이내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술만 마셨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 흘러 하윤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계속 지켜보고 있던 우찬도 함께 일어났다.

  “저는 내일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 이 선생 왜 이렇게 빨리 가~ 조금만 더 있다 가~”

  “안돼요. 오늘 약속 내일로 미룬 거라서.”

  “쳇. 알겠어. 조심히 들어가~”

  서로 인사를 하며 술집을 빠져나오는데 우찬은 벌써 나와 있었다.

  “인사도 안 하고 나오신 거예요?”

  “아. 어차피 인사해봤자 아무도 안 받아주세요.”

  “왜요?”

  “... 영인이랑 사귄 뒤로 선생이 어린 여학생 꼬셨다고 말이 많았거든요. 다들 달갑지 않으시겠죠.”

  “하지만 오늘 술자리는 친한 사람끼리 모이는 거라고 하던데.”

  “신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유일하게 챙겨주시거든요. 이 선생님은 늦게 오셔서 못 보셨겠지만 제가 오니깐 사람들이 좋아하진 않았어요.”

  “... 아 그 여 선생... 뭐 일단 카페 가서 이야기할까요.”

  “네. 그러죠.”

  카페에 도착한 두 사람은 서로 마주 앉아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들한테 그런 이야기까지 들어가면서 장영인이랑 사귀는 이유가 뭐예요? 아니 그럼 비밀 연애라도 하든가.”

  술집 앞에서 나눴던 대화 중 선생들의 태도 이야기가 가장 거슬렸던 하윤은 왜 그렇게까지 연애하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영인이가 선택한 거였어요.”

  “아니. 싫었으면 싫다고 하면 되잖아요.”

  “저는 영인이 말 들을 수밖에 없어요.”

  “왜.”

  짜증 난 하윤은 반말했다. 그러자 기가 죽은 우찬은 우물쭈물거리며 대화를 이어간다.

  “제가 마수인 거는 알고 계시죠? 근데 저는 다른 마수랑은 다르게 몸짓도 작고 힘도 없어요. 그래서 마족은 필요 없는 저를 인간 세상에 버렸죠. 근데 그때 영인이가 나타나서 저를 인간의 모습으로 만들어줬어요. 물론 가끔 아까처럼 변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한테 영인이는 은인이었죠. 그래서 사귀자는 말을 받아줬었고 공개 연애하자고 해도 그러자고 했어요. 근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영인이는 절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서 그게 점점 질려버렸어요. 영인이도 알고 있어요. 제가 진심으로 사귀는 게 아니라는 거.”

  “흠. 뭐 네가 인간으로 지낼 수 있는 건 장영인 덕분이다?”

  “네.”

  “그럼 인간으로 사는 거에 만족해?”

  갑작스러운 질문에 우찬은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은 여태껏 인간의 삶이 만족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고 그저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어 살게 해준 영인이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네가 만족하다면야 내가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아니지.”

  “...”

  “나도 주신에게 버림받았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처지를 그저 며칠 본 남자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사건이 있었거든? 근데 그 사건의 진범이 나래. 그래서 주신은 나를 버리셨지. 그렇게 추락 천사가 됐어.”

  “아... 아까 기숙사 뒤에서 추락 천사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래. 그래서 나는 복수하기 위해서 내 스스로 나를 죽이고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났어. 물론 아기로 말이지. 한마디로 나는 28년을 인간으로 살고 인간의 문명을 알아갔지.”

  “복수를 하신다니... 아까 힘을 흡수한다는 말이 그거와 관련 있습니까?”

  “내가 너한테 다 이야기해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알고 싶습니다.”

  “네 애인이 싫어할 텐데.”

  “...”

  애인이라는 말이 나오자 우찬의 표정은 급격히 굳어져 갔다.

  ‘저럴 거면 왜 사귀는지.’

  “야. 그래도 너도 좋아서 사귀는 건 있었을 거 아니야. 뭐 그냥 은인이라고 해도 좋은 게 있어서 사귀는 거 아니야?”

  “... 그런 거 없어요.”

  “없다고? 아니 뭐 걔가 천사여서라던가.”

  “천사라고 다 좋은 건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저는 마수예요.”

  “하긴 마수가 천사랑 사귀는 것도 웃기긴 하네.”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은 왜 자신들이 이런 대화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뭐 됐어. 솔직히 너랑 손을 잡을까 했는데 필요 없을 거 같다.”

  “... 제가 그렇게 필요가 없나요.”

  “흠. 내가 하는 일은 너랑 맞지 않아.” 필요 없다는 말에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우찬이 마음에 걸려 그런 게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천사랑 사귀는 네가 나를 도와준다고? 웃기는 소리네.”

 주신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그의 천사들과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천사인 영인과 사귀는 우찬은 오히려 방해물이 될 것이다. 평소 영인과 사귀는 것을 보아 감정이 없어 보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가 없어 짜증이 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찬이 영인에게 붙잡혀 있는 게 더 마음에 안 드는 하윤은 짜증을 내며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홀로 남은 우찬은 슬픈 눈으로 하윤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조금만 더 같이 있어주시지...”

  우찬은 왜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잘 몰랐지만, 같이 있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까지 하윤이 있었던 자리를 쳐다보며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작가의 말
 

 부족한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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