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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천사
작가 : 심유미
작품등록일 : 2019.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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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천사 7화
작성일 : 19-09-20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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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네. 들어오세요.”

  “아 저 안녕하세요.”

  “응? 어 선생님 아니세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니요.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쉴 수 있을까 하고 왔습니다.”

  “아 네네. 여기에 누우세요. 다행히 지금은 아무도 없네요.”

  “감사합니다.”

  하윤은 지정 받은 침대에 눕고 눈을 감으며 천천히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고? 왜? 어떤 게 이상했던 거지. 도대체 왜...’

  곰곰이 생각하던 하윤은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100년 전

  “아버지. 오늘도 마족들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거 어떻게 할까요.”

  “또 걔네들이냐. 지겹구나.”

  “그러게요. 왜 자꾸 반란을 일으키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나를 죽이고 이 자리를 가지고 싶은 거겠지.”

  “참 쓸데없는 일이네요.”

  “그렇지. 하윤아. 네가 만약 나라면 걔네들을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 하냐.”

  이 세상의 중심인 주신이 마족들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하윤은 의아해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떻게 하긴요. 그냥 다 쓸어버리죠.”

  “그게 네가 생각하는 방법이냐?”

  “당연하죠. 귀찮게 구는 애들을 뭐 하러 살려둡니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주신은 하윤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다른 방법이요?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요. 만약 봐주게 된다면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게 뻔합니다. 그냥 다 처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내 손으로 만든 모든 아이들을 죽이고 싶지 않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악은 악입니다. 선과 악은 다른 겁니다.”

  단호한 하윤의 모습은 주신까지 오싹하게 만들었다. 하윤은 신들 중에 가장 전투력이 강한 아이고, 또 주신인 자신이 나서기 전에 항상 먼저 나서 일을 처리하는 아주 영리한 아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잔인한 모습이 모든 존재를 떨게 만들었다.

  “언제 다시 반란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한 번에 싹을 자르는 것이 맞는 거겠죠.”

  “같은 생명을 가진 아이들이다.”

  “같은 생명을 가졌다고 한들 모든 존재들이 선하지 않습니다. 악의 무리들은 그야말로 대재앙이에요.”

  “대재앙이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인데 그게 대재앙이라고 생각 하냐?”

  “제가 아까도 말했습니다. 악과 선은 다릅니다. 선한 자들은 많은 존재들을 사랑해주고 악한 자들은 많은 존재들을 시기 질투합니다. 그런 악한 자들이 있는 한 절대 이 세계는 평화로울 수 없습니다.”

  “평화라... 그게 모든 존재들이 원하는 건가.”

  주신은 하윤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악의 존재가 있는 이상은 이 세상은 평화로울 수 없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세상을 원해서 선과 악을 나누었던 건 아니었고 외로운 자신의 세계에서 같이 있어줄 존재들이 필요해서 많은 존재들을 탄생시켰다. 그 존재들과 함께 이 세계를 만들었고 꾸려나갔다. 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많은 존재들이 서로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크게 선한 존재와 악한 존재가 나뉘게 되었다.

  “하윤아... 나는 내 자식들을 전부 버릴 수가 없다. 천사도 마족도 악마도 인간들 또 다른 존재들도 다 내 자식들이야. 그런 자식들을 죽이게 놔둘 수는 없어.”

  “... 아버지는 평화를 바라지 않습니까?”

  “평화를 위해 내 자식들이 죽는 걸 볼 수는 없지.”

  “만약 그렇다고 하면 선한 자들에게 상처가 될 겁니다.”

  “하윤아. 나는 너나 다른 아이들이나 내 뜻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단다.”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뜻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군요.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하윤은 자신의 생각을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주신의 방에서 바로 빠져나갔다. 주신은 그런 하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슬픈 감정에 빠졌다.

  “도대체... 뭐가 잘못 된 것일까...”

  주신의 목소리에서는 슬픔과 절망이 묻어났다. 자신을 원망하기도 해봤고 다른 존재들을 원망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누구를 원망하든 이 어지러운 세상이 다시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원망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로부터 70년 후

  갑자기 터진 사건으로 인해 신계는 시끄러워졌으며 천사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다.

  “당장 이하윤을 끌고 와!!!!”

  “네.”

  주신은 현재 분노에 휩싸여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네가... 정말 이런 일을 꾸민 것이냐... 정녕 네가...’

  손을 꽉 지며 눈을 감고 심호흡하고 있는 도중 하윤이 천사에게 잡혀왔다.

  “아버지... 갑자기 이게 무슨...”

  “말해 보거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족의 대부분이 살해를 당했다!!! 그것도 아주 끔찍하게... 내가 예전에 분명 말 하지 않았느냐!!! 악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한들 다 내 자식이라고!!!!”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마족들이 살해를 당했다니... 저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믿어주세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한 마족이 너를 지목했다.”

  “네?”

  천청벽력 같은 소식에 하윤은 머리가 멍해졌다. 마족의 대부분이 살해당했다는 소식도 어이가 없는데 어떤 마족이 그 일을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지목했다.

  “저는 정말 아닙니다. 믿어주세요... 제가 아버지의 뜻을 거역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마족이 그러더군. 그 천사가 ‘이 세상을 더럽히는 악의 존재들은 선한 존재들에게 피해만 갈 뿐 쓸모가 없지.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지만, 나는 너희들을 살려둘 순 없다.’라고 했다더군. 예전에 너와 나눈 대화와 비슷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천사의 힘은 무시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런 전투력을 가진 천사는 너 하나뿐이지 않은가? 마족들의 대부분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천사는 너뿐이다.”

  “... 겨우 그런 걸로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그런 마족들 때문에!!!”

  “겨우...? 내 자식들이 죽었다... 그런 마족들이 아니다!!! 내 자식들이란 말이다!!!”

  “저는!!! 저는... 아버지의 자식이 아닌 건가요...?”

  “나는... 그런 자식 둔 적 없다. 서로 사랑해야 할 형제들을 그렇게 죽이는 아이는 내 자식이 아니다.”

  주신의 말에 하윤은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군요... 그런 자식은 없으시군요... 저는 아버지께 버림받는 거군요...”

  무너져 버린 감정은 서서히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

  “어서 이 아이를 감옥에 가두거라.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반성하게 만들어라!”

  “네.”

  주신의 말에 천사들은 하윤의 양쪽을 잡고 끌고 나가려고 했지만 하윤이 팔을 빼며 주신을 재려보며 한마디 했다.

  “언젠간...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제 발로 나갑니다. 이제는 제 몸에 손대지 마시죠.”

  하윤은 비웃듯이 웃으며 제 발로 천계를 내려갔다. 주신은 그런 하윤을 안타깝게 보며 혀를 찼다.

  “안 잡아도 되겠습니까.”

  “잡자마라...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이니.”

  하윤을 감옥으로 보내기보다는 자신 혼자 살아가는 걸 더 바라는 주신은 그저 잡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하윤아. 너 혼자서 뭘 어떻게 할 텐가.’

  생각하던 주신은 생각을 접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천사들과 회의를 하러 방을 나섰다.

 

  양호실에서 쉬고 있던 하윤은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숨을 가쁘게 쉬며 일어났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많이 안 좋으시면 그냥 퇴근 하세요. 아프면 쉬는 게 최고죠.”

  “그렇겠죠. 근데 저 정말 괜찮아요. 좀 쉬었더니 편안해졌네요.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 수업은 해야 할 거 같아서요.”

  “알겠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몸조심 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하윤은 양호 선생에게 인사를 하고 양호실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도저히 예전 생각에 머리가 나아지지 않았다.

  “하... 괜찮겠지.”

  한숨을 쉬고 교무실로 돌아가는 찰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선생님? 이렇게 빨리 나오셔도 돼요? 조금만 더 쉬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박 선생님...? 왜 여기 계십니까. 수업 안 하세요?”

  뒤를 돌아보니 우찬이 걱정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오늘 저도 애들 자습 시키려고 했거든요.”

  “아. 그러시군요. 저는 괜찮습니다.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 네.”

  하윤은 단호하게 돌아서며 교무실로 돌아가려 계단을 올라갔지만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 중심을 잃고 말았다.

  “이 선생님!”

  밑으로 넘어지려는 찰나 누군가 자신을 안고 넘어졌다.

  “괜찮으십니까. 하윤님.”

  “로엘? 아직 안 갔어?”

  “네. 하윤님이 걱정 돼서 발길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왜 말이 안 됩니까. 저는 언제나 하윤님을 향한 마음은 진심입니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나는 너와 그저 형제간의 우애일 뿐 아무것도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이쁘게 웃는 로엘의 모습은 역시 천사여서 그런지 참 볼만 했다.

  “뭐 일단 고마워.”

  “아닙니다. 하윤님 다치시면 안 되니까요.”

  역시 오랫동안 봐온 사이라서 그런지 누구보다도 편하게 느껴졌다. 하민과 대화할 때보다 훨씬 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그 두 존재를 지켜보는 우찬의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져 갔다.

  ‘천사... 오랫동안 같이 지내온 천사구나...’

  서로 마음을 잘 안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하민이랑 친하게 지냈을 때처럼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그런 우찬을 살핀 로엘이 눈을 가늘게 뜨며 천천히 훑어봤다.

  ‘마수? 왜 마수가 여기에... 그리고 이 냄새는 뭐지. 어디선가 맡아본 냄새가 나는데. 어디서 맡아봤더라.’

  익숙한 냄새에 로엘은 의구심이 들었다. 어디선가 맡아본 냄새를 맡자 기분이 나빠졌고 불안한 기분의 휩싸였다.

  “로엘.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아. 네?”

  “너 계속 저 남자 쳐다보고 내 말에 대답을 안 하잖아.”

  “아...”

  우찬과 눈이 마주친 로엘은 크게 당황했고 우찬도 마찬가지로 크게 당황해 눈이 커졌다.

  “혹시 저를 아십니까.”

  “아니. 그냥 마수의 냄새가 나서 본 것뿐이야.”

  “아... 그렇군요. 네, 저는 마수가 맞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수가 천사를 보고 영광이라니 참으로 특이한 마수인 거 같구나.”

  “저는 천사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서로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는 눈빛에서는 경계심이 가득해 보였다.

  “하윤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위쪽도 걱정이 돼서...”

  “그래. 얼른 가봐.”

  “네. 거기 마수씨도 잘 지내시죠.”

  “... 네. 그러죠.”

  아무런 표정 없이 지켜보던 로엘은 문득 뭔가 생각이 난 듯 하윤을 등진 채 우찬을 향해 비웃으며 입모양으로 말을 전했다.

  ‘이제 생각해보니 당신 그 마족의 마수였군요. 재미있는 상황이네요.’

  우찬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러자 로엘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웃음을 날리고 입모양으로 말을 전한 다음 바로 사라졌다.

  ‘루.카.’

  “...”

  우찬은 로엘이 한 말을 눈치 채며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고 곧바로 반대방향으로 도망치듯이 달려갔다. 그 상황을 지켜 본 하윤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채 눈만 깜박이며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쳤다.

  “뭐야...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눈 거 같았는데.”

  하지만 알 길이 없는 하윤은 우찬을 쫒아갈까 생각했지만 고개를 흔들며 그만뒀다. 지금 몸 상태가 말이 아닌데다가 왠지 쫒아 가면 안 될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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