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찬과 라율, 세율은 밖에서 한참동안이나 싸우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나오려는 거야!!!!”
“세율 진정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다 됐다 싶으면 또 나오고!!! 이게 몇 번째야!!”
세율이 짜증났는지 들고 있던 무기를 땅으로 던져버렸다. 라율은 그런 세율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누구의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족들뿐만 아니라 악마, 몬스터 등등 많은 종족들이 자신들을 공격함으로써 다들 지쳐가고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 우리를 공격해서 우리의 힘이랑 정신을 빼놓을 생각인 거 같은데.”
“그러니깐!!!!! 도대체 어떤 놈이!!!!”
“저... 괜찮으십니까?”
옆에서 징징 거리던 세율을 보며 우찬은 눈치가 보였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아!! 괜찮은데 너무 정신이 없다고!!! 언제 끝나!!”
“그래도 많이 처리한 거 같은데...”
“그래. 이 정도면 많이 버텼어. 그리고 아마 적들도 거의 아군들이 소진 됐을 거야. 조금만 버텨.”
“아이씨... 진짜...”
세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무기를 들고 자신들을 공격하는 존재들을 처리해갔다.
“저기 세율씨라고 하셨죠? 혹시 하윤은...”
“아!! 지금 이 상황에서 꼭 물어봐야 돼? 이것들 다 처리하고 나서 물어봐도 안 늦어!!! 우리가 아무 대책 없이 걔를 피신 시켰을 거 같아?”
“아 죄송합니다. 나중에 물어보겠습니다.”
우찬은 하윤이 걱정 됐지만 지금은 자신이 사는 것이 우선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하윤이 살아있든 죽어있든 다시는 볼 수 없을테니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 정말 오래 버틴 거지만 자신을 도와주는 정령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이봐. 라율. 거의 다 끝난 거 같은데?”
“그러게.”
한참동안이나 싸웠고 이제야 더 이상 공격해 오는 존재가 없는 거 같아 보였다.
“아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뭐. 내 생각에는 목표가 그 천사일 거 같은데.”
라율의 말에 세율과 우찬이 당황하며 라율을 쳐다봤다.
“천사라니?”
“시간을 벌려고 이렇게 시간차 공격이 들어온 거겠지.”
“아니!! 너는 그걸 알면서!!!”
“알면 뭐. 아직 그들은 그 천사를 죽일 이유가 없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을 텐데 죽일 일이 뭐가 있겠어.”
“아니. 그래도...”
“그리고 그 천사가 약한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깐 우리한테는 그 천사보다 이 마수를 지키는 게 우선이었을 뿐이야.”
우찬은 괜히 자신 때문에 정령들과 하윤이 고생하는 거 같아 너무 미안하고 자책감이 들었다.
“야. 마수. 그렇게 절망한 표정 짓지 말고 우리는 이제 그 천사한테 갈 거야. 너는 어떻게 할래?”
“네? 당연히 저도!!!”
우찬은 자신도 당연히 따라간다고 말하려다 갑자기 예전에 마족이 그 사건을 언급하며 자신을 비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아니... 저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그 일이 끝나고 찾아갈게요.”
“뭐?”
“지금 아무것도 준비 안 된 상황에서 하윤이를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깐 준비가 다 끝나면 찾아가겠습니다.”
“... 네 마음대로 해. 자 이거 받아.”
라율은 우찬에게 뭔가를 던져 쥐어줬다.
“그것만 있으면 우리가 어디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테니. 네가 스스로 준비 됐다고 생각이 들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네. 감사합니다. 아. 저기 하윤이 잘 부탁해요.”
“너는 너 앞길이나 걱정해. 걔가 아무리 타락 천사라도 해도 너보다는 힘은 강하니깐.”
“네. 알겠습니다. 부디 몸조심 하세요.”
우찬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돌리며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본 세율이 놀라며 라율에게 소리치며 물었다.
“야!! 어쩌려고 그래!! 나 그 천사한테 걔 데려간다고 말했단 말이야!! 그리고 쟤 혼자 가게 해도 돼?!!”
“자기가 아직 준비 안 됐다는데 뭘 어떻게 해. 그리고 저 상태로 그 천사 만나면 지가 뭘 할 수 있는데? 차라리 마음잡고 돌아오는 게 훨씬 나아. 그리고 걔 몸은 걱정마. 애들 불러서 걔 몰래 붙여놓을테니까.”
“뭐 그러면 상관은 없겠지만...”
“그냥 우리는 그 일에 대해서 더 이상 간섭하지 않는 게 나을 거야.”
“뭐. 그렇긴 해. 에휴. 둘 다 잘 풀렸으면 좋으려만.”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라율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우찬이 사라진 방향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없도록 하면 좋겠다.”
밤이 지나고 맑은 하늘에 구름이 떠도는 화창한 날씨에 하윤은 기분이 좋아졌다.
“하민아. 날씨가 참 좋은 거 같지 않니.”
“그러게요. 근데 여기는 어디에요?”
세율이 알려준 방향으로 나왔더니 인간 세계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신전 같은 곳으로 나오게 되었다.
“여기는 내가 살던 곳. 물론 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살던 곳이야. 여기서 한 3천년? 정도 살았던 곳이지. 진짜 아름다웠던 그 모습 그대로야.”
“네?!! 3천년이요?!!”
하민은 어이없는 숫자에 놀라며 하윤에게 소리쳤다.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 나는 천사잖아. 그 정도는 거의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지금 내 나이가 거의 만 살 정도 다 되어 가는데.”
“우와... 쌤 나이 진짜 많네요.”
“보통이야.”
“만 살... 대박... 근데 얼굴은 진짜 그냥 20대이신데.”
하민은 만 살 정도 된다는 말에 얼굴을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그저 20대에 불과한 얼굴이 신기했다.
“인간 나이랑 우리 나이랑 비교하면 안 되지. 그리고 그냥 말하자면 나는 지금 이 모습이 다 큰 거야. 더 이상 변하지 않아.”
“진짜 부럽네요. 인간들은 자기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고 싶어서 엄청나게 관리하는데. 천사들은 그런 걱정도 없겠어요.”
“인간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천사라고 다 좋은 건 아니야. 인간 세계에서는 환상의 환상을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환상적인 존재는 아니야. 할 일도 많고 인간들 관리에 틈만 나면 악마랑 마족들이랑 전쟁 나지. 얼마나 고충이 많은데. 나는 인간들의 그 자유로움이 훨씬 부러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는 거야.”
“아... 역시 살아있는 생명들마다 장점이랑 단점은 있나 보네요.”
“그런 게 공평하니깐. 그게 또 신의 바램이이도 하고 말이야.”
하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저 어렸을 적에 살았던 신전을 천천히 둘러보며 옛 추억에 빠졌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대천사라는 이유로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했으며 많은 공부를 해야만 했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옛날에 살았던 시절이 그리운 건 맞는 거 같았다.
“여기서 매일 공부하기 싫어서 숨어 다녔는데.”
한 기둥 앞에 서서 자신의 어렸을 적 모습을 상상한 하윤은 피식하며 웃음이 나왔다.
“우와. 그건 인간이나 천사나 마찬가지네요? 저도 공부하기 싫어서 숨어 다녔는데.”
“야. 너는 지금도 안 하잖아. 나는 달라. 그래도 할 일은 했다고.”
“강요는 나쁜 거예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더 행복한 길이잖아요. 성적 좋아서 좋은 대학가고 좋은 곳 취직하고... 물론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행복지수가 다르잖아요. 저는 공부가 행복이 아닌 거예요!!”
“그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만약 그게 잘 안 된다면? 그것도 행복이야?”
“음... 아까 쌤이 말씀하셨잖아요. 모든 건 장단점이 있는 거라고. 그리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돈 잘 벌어서 잘 사는 걸 추구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하면서 살아가는 추구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걸 어떻게 깨 닫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게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들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겠지.”
“네. 맞아요.”
“너는 그래서 잘 선택했냐.”
“저는...”
하민은 뜸을 들이며 대답을 거부하는 제스쳐를 취했고 하윤은 뭔가 눈치 챈 듯 달래주며 이야기했다.
“네가 결정한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라도 거기서 네가 어떻게 해쳐 나가냐도 가장 중요한 일이야. 절망 할 것인지 아니면 늦더라도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
“저는...”
“그리고 또는 그 선택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네 결정에 따른 거야.”
“... 만약에 쌤이 말한 마지막을 선택했는데 그것도 아니라면요?”
“하민아. 모든 인간들이 똑같이 같은 대답을 할 수 없는 거처럼 똑같이 잘 된 선택을 할 수는 없어.”
“아. 그렇군요.”
“그래도 포기하는 것보단 하고 싶은 일 하고 포기하는 게 덜 억울하지 않겠냐.”
“음... 그렇겠네요!!!”
하민은 하윤의 말에 맞는 말이라는 듯 손뼉을 치며 이제야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활짝 웃어보였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면 하고 싶은 일 못하고 평생 후회하는 것보단 하고 후회하는 게 훨씬 낫지. 못해서 나중에 후회할 때 누구를 원망할래? 너를 원망할래?”
“아니요...”
“그러니깐 하고 싶은 일 있으면 도전해봐. 무조건 그걸 하라는 게 아니야. 나중에 후회 안하도록 도전이라도 해보라는 거야.”
“네. 꼭 그럴게요.”
“그래. 자. 이제 이런 이야기보다는 나가서 아이들 기다려볼까?”
“네!!!!”
하민은 뭔가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감정을 느끼며 재빨리 대문으로 보이는 문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런 모습을 하윤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하민과 하윤은 대문까지 걸어와 그 자리에 털썩 앉으며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밤이 될 때까지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쌤... 너무 늦는데요?”
“조금만 기다려보자. 영적 싸움이라는 게 인간들이 싸우는 거처럼 바로 해결 나는 게 아니야. 좀 더 길어질 수도 있어.”
“그래도... 걱정 되잖아요.”
“걱정은 되지만 그 아이들이라면 무사할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불안한 감정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영적 싸움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적 힘으로 싸우는 것을 말하는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강하더라도 한 번에 많은 힘을 사용하게 되면 쉽게 지쳐버리게 된다. 그만큼 힘을 사용하게 되면 며칠은 쉬어야 할 만큼 체력소모가 나는 게 정상인데 우찬 같은 경우에는 원래부터 약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길어지는 싸움에서는 상당히 불리할 수밖에 없기에 하윤은 불안한 것이다.
“무사하겠지. 우리가 그렇게 생각해야 돼.”
“...”
“하민아?”
자신도 걱정하고 있지만 인간인 하민을 불안하게 만들 수는 없기에 자신의 강한 모습을 보이려 말을 해봤지만 하민은 하윤의 말에 대답은커녕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하늘만 앞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유하민?”
“쌤... 저기...”
하민이 가르킨 방향에는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한 존재에 하윤은 점잖게 놀랐다.
“네가 어떻게 여기를...”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저번에 그렇게 가버려서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아십니까?”
“네가 나를 왜 찾아.”
“저번에도 말씀 드렸잖아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하윤님과 관련되어 있다고.”
“나는 모른다. 썩 꺼져.”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못합니다.”
“나는 정말 기억 안 난다고!!! 그러니깐 더 이상 나를 찾아 오지마. 하민아 들어가자. 애들이 조금 늦는 거 같으니 들어가서 기다리자.”
“애들? 아 혹시 그 쓸모없는 마수랑 정령들 말씀하시는 겁니까?”
“뭐...?”
“그 아이들이라면 걱정 마세요. 우리 애들이 잘 놀아 줄 테니.”
“지금 뭐라고 했어.”
하윤은 남자 마족이 하는 말이 전부 다 거슬렸다. 정령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부터 우찬을 쓸모없다고 하는 그 말에 화가 나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게 됐다.
“뭘 그렇게 화내십니까. 솔직히 정령들이 나설 줄은 몰랐지만 그 마수가 쓸모없는 건 맞지 않습니까? 얼마나 쓸모가 없었으면 그 루카가 그 마수를 버렸겠습니까.”
“닥쳐!!!!! 우찬은 그렇게 쓸모없는 아이가 아니야.”
“그거야. 하윤님만의 생각이신 거죠. 마족들은 그 마수를 얼마나 혐오했는지 아십니까? 아무리 애완동물이라고 해도 그렇게 약해 빠진 마수가 마계에 나오게 되다니. 그건 우리 마족의 수치입니다. 언제나 완벽해야 되는 게 마족이니까요. 그런 마족에게서 나온 그런 마수가 쓸모 있겠습니까?”
“너 말 조심해. 더 이상 우찬을 그딴 식으로 이야기했다간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뭘 어떻게 할 생각이시죠?”
하윤은 남자의 말에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손에 힘을 모아 검을 꺼냈다.
“이렇게 할 생각이다.”
‘천검이라...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남자는 검을 보자 위험한 감지를 느끼고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이 됐다. 무엇보다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는 하윤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니 조금 곤란해진 것이다.
“다시는 우찬을 그렇게 말 하지마. 적어도 너희들보다는 착하고 깨끗한 아이니깐.”
“만약 그 마수가 다른 마수처럼 강한 힘을 가졌다면 지금의 그 아이 모습일까요?”
하윤은 잠시 움찔하며 빠르게 생각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틀렸습니다.”
“뭐?”
“틀리셨어요. 그 아이가 만약 다른 마수와 같았다면 지금의 그 아이가 될 수 없겠죠.”
“우찬은 달라.”
“아니요. 인간이든 마족이든 악한 기운을 가진 존재들은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면 욕심이 생기죠. 그 마수는 아무리 약한 마수라 할지언정 마족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입니다. 그런 마수가 강한 힘을 가졌다면 당연히 욕심을 가졌겠죠.”
“지들은 악한 존재인 건 알고 있네. 하지만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우찬이 욕심내지 않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봤으니까요.”
“봤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더 이상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우선 여기로 왔으니 제 할 일을 끝내고 돌아가야겠군요.”
“너!!!!!!”
남자는 자신의 힘을 손으로 모으더니 마검을 꺼내 하윤과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다.
“자 여기서 누가 이길지 궁금하군요. 여태껏 지금을 위해 힘을 키워 온 저와 한때는 가장 강한 천사였지만 결국 타락한 천사인 하윤님. 누가 이길까요?”
“시끄러워!!! 내가 아무리 타락했지만 너 같은 마족한테 지고 싶지는 않아.”
“그거야 싸워봐야 알겠죠.”
둘은 정말 싸울 작정인지 서로의 검을 빛내며 언제라도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하민은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옆으로 피하며 눈을 감고 제발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길 빌고 있었다.
“자. 하윤님께서 먼저 오시죠. 받아드리겠습니다.”
“아주 자신만만하구나.”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난 하윤은 검을 휘둘며 공격을 시작했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남자를 향해 빠르게 공격했다.
“쳇. 그래도 예전에는 강했던 천사라 이건가. 꽤 힘들겠네.”
“뭘 혼자 궁시렁 거려. 빨리 끝내버리자고.”
“알겠습니다. 저도 이제 공격 들어가죠.”
그 말을 끝으로 하윤과 남자는 서로 엉키며 싸웠고 하민은 그저 몸이 얼어붙은 거 마냥 가만히 있다가 살며시 눈을 뜨며 상황을 살폈다. 그때 남자의 공격이 하윤의 어깨를 스쳤고 하윤은 타격이 꽤 컸는지 어깨를 부여잡으며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뭡니까. 역시 타락한 뒤로는 싸움 같은 거 전혀 안한 모양입니다? 몸이 이렇게 느려서는 어떻게 제 공격을 받으실 거죠?”
“시끄러워. 잠시 방심했을 뿐이야.”
“계속 그렇게 방심하시면 이대로 저는 하윤님을 죽일 수 있습니다.”
“흥. 어디 한번 해보시지.”
하윤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다시 바로 공격에 들어갔고 남자도 그 공격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하민은 하윤의 얼굴이 점점 찌그러지는 것을 확인했고 역시 그 어깨를 공격했던 게 타격이 꽤 있었는지 어깨를 잘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쌤... 어떡해... 진짜 이걸 어떡해...’
하민은 울먹이며 힘들어 보이는 하윤이 걱정됐는지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던 찰나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건 바로 어제 하윤과 이쪽으로 빠져나오기 전 노란색의 머리를 가진 정령이 급하게 쥐어줬던 것이다.
‘거기 인간. 만약 하윤이 위험에 처하게 되면 이걸 하윤에게 넘겨줘.’
‘네? 이게 뭔데요?’
‘그냥 하윤에게 주면 하윤도 알 거야.’
‘네! 꼭 전해줄게요.’
‘그래. 몸조심해라. 너는 인간이여서 그런지 더 걱정되니깐.’
‘조심하겠습니다!’
‘그래. 어서 가봐.’
‘하민아. 빨리 가자.’
‘네.’
그렇게 둘은 여기로 넘어왔고 이제야 생각난 하민은 얼른 그것을 꺼내 확인 해봤다. 다행이도 아직 잘 주머니에 있었고 이제 이걸 어떻게 하윤에게 넘겨줄지 고민에 빠졌다. 만약 그저 인간인 자신이 저기에 뛰어 들어갔다가는 절대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괴로워 보이는 하윤이 눈에 밟혀 ‘에라이. 모르겠다!!!’ 생각하며 하윤에게 돌진했다.
“쌤!!! 이거 받으세요!!!!!”
“? 유하민!!!! 여기 오면 안 돼!!!!”
“그럼 이거 던질 게요!! 잘 받으세요!!!”
“뭐?!”
하민은 하윤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가지고 있던 물건을 힘차게 하윤에게 던졌다. 하윤은 놀라며 그것을 지켜보며 확인하자마자 눈이 반짝였고 바로 그 물건을 낚아챘다.
“쌤!! 꼭 이기세요!!!!!”
하윤은 꼭 이기라고 소리치는 하민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하민이 던져준 것은 바로 여태껏 자신을 위해 힘을 모아둔 카드였다. 이게 왜 하민이 가지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그것보다는 자신 앞에 있는 마족부터 처리한 다음 물어보기로 했다.
“그게 뭐죠?”
“알 거 없어. 곧 알게 될 테니까.”
하윤은 방긋 웃으며 눈을 감고 카드에 집중을 하며 이상한 주문을 외웠다.
“나를 위해 너희들의 그 힘을 나와 함께 손을 잡고 이루보자구나.”
달래듯이 카드에게 속삭이니 갑자기 여러 개의 빛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잘 가라. 네가 이루고자 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너에게 휘둘리지 않을 테니.”
남자는 그 여러 개의 빛을 보고 하윤의 말을 듣자 이거는 정말 위험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빨리 하윤에게 멀어졌다.
“도대체 그게 뭐죠?”
“알 거 없다고 말했을 텐데?”
“쳇.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여기서 피하는 게 좋을 거 같군요. 다음에 만날 때는 이렇게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남자는 말을 마치고 바로 몸을 감추며 사라졌다. 그러자 뒤에서 지켜보던 하민이 재빠르게 다가와 존경하는 눈빛을 보내며 호들갑 떨었다.
“우와!! 쌤!! 방금 진짜 멋있었어요!!!”
“지금 그것보다는 그 놈을 놓쳐버렸어.”
“쌤이 무서워서 도망간 거죠. 뭐 말로는 포장하지만 그냥 제가 보기에는 쫀 거 같은데요?!”
“너는 정말 뇌를 안 거치고 그냥 막 말하는구나?”
“맞는 말인데 왜요!!!”
“그래. 어차피 저 놈은 나를 다시 찾아 올 거야. 그때 마무리해야지.”
“네!!! 근데 쌤... 있잖아요...”
“왜? 어디 아파? 아님 힘들어?”
“저 배고픈데...”
하민은 쑥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 말에 하윤은 잠시 멍했지만 이 상황에서 배고프다고 말하는 하민이 너무 웃겨 그 자리에서 웃어버렸다.
“아!! 웃지 마세요!! 저 어제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단 말이에요!!!”
“그렇겠네. 자 가자. 쌤이 맛있는 거 줄 테니까.”
“네!!!!!!!”
하민은 맛있는 거준다는 말에 어린 아이처럼 하윤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