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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천사
작가 : 심유미
작품등록일 : 2019.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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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천사 15화
작성일 : 19-10-24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1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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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윤은 마음을 굳힌 듯 라율과 세율에게로 다가갔다.

  “라율, 세율.”

  “응?”

  세율은 의외라는 듯이 놀랐고 라율은 하윤의 표정을 보고서는 천천히 일어났다.

  “네. 하윤님 무슨 일이십니까.”

  “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어떤 게 궁금하신 거죠?”

  하윤은 살짝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뜸을 들이고 있었다.

  “하윤님 괜찮습니다. 말씀하시죠.”

  “너희들은 나를 왜 도와주는 거야?”

  “또 그 소리십니까?”

  “나는 아직 이해 못하겠어. 너희들이 왜 나를 도와주는지.”

  “로엘님께서 부탁하셨습니다.”

  “그래. 그럼 다른 질문으로 할게. 너희들 배후가 누구야?”

  “...”

  “어서 말해줘.”

  세율은 갑자기 들어오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고 자신들을 들킨 거 같아 조마조마하면서 라율의 눈치를 봤지만 라율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게 왜 궁금하시죠? 그리고 그건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너희들이 며칠 전에 하는 이야기 들었어.”

  “이야기요?”

 

  며칠 전

  “야! 라율! 너 저 천사 진짜 어떻게 할 거야?”

  “너는 왜 그렇게 마음이 급해?”

  “우선 빨리 정해야 될 거 아냐. 그래야 우리도 움직이지.”

  “어차피 그 마수가 올 때까지는 아무것도 못해.”

  “그럼 그 마수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그렇게 해야지.”

  “그럼 그 분한테는 어떻게 말할 건데?”

  “너 조심해. 우리 계획은 아무한테도 알려서는 안 되는 거 알잖아. 그냥 조용히 있어.”

  “답답하니깐 그렇지!!”

  “나는 뭐 안 답답하겠냐? 일단 지켜보는 게 최우선이야.”

  “너는...”

  “세율아. 우리가 예전에 했었던 약속 잊지 않았지?”

  “응...”

  “그럼 그냥 지켜보자. 나는 우리의 뜻을 절대 굽히지 않을 테니깐.”

  “아... 알겠어.”

 

  하윤은 그 때 숨어서 그 대화를 들었고 충격을 받았었다.

  “너희들이 나를 왜 도와주는지 이제 알고 싶지 않아.”

  “... 그러십니까.”

  “그러니깐 이젠 너희들은 떠나도록 해. 아니다. 이제 너희들이 여기서 살고 있지? 내가 떠날게. 그러니깐 나를 밖으로만 보내줘.”

  “정말 그걸 원하십니까?”

  “응. 너희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는데 이제는 너희들을 보면 슬픈 생각밖에 안 들어. 차라리 여기서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해. 너희들이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이만 찢어지자.”

  “하윤님께서 그렇게 원하신다면 밖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마워.”

  하윤은 슬프지만 가뿐한 마음으로 둘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하민이를 지켜줘서 고마워. 지금도.”

  “... 지금 저희가 지키고 있는지 어떻게 아십니까.”

  “너희들을 오래 본 건 아니지만 그렇게 나쁜 아이들은 아닌 거 같아서.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한테 화를 낼 수 없는 거야.”

  “제가 저번에 말했죠? 믿는 건 확실한 다음에 하는 겁니다.”

  “그래...”

  하윤은 슬픈 눈으로 둘을 바라본 뒤 웃으며 손을 저었다.

  “이젠 보내줘.”

  “네. 이쪽으로 오시죠.”

  세율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지켜보다가 차원의 문을 열어 들어가라며 손짓했다.

  “자. 들어가. 여기로 들어가면 인간 세계에 있는 차원의 통로로 이동하게 될 거야.”

  “응. 고맙다.”

  “... 마지막으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뭔데?”

  세율은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정말 아무도 믿지마. 믿는 거 오직 너 하나야. 그러면 돼. 그 다음에 만나는 존재들도 믿어서는 안 돼.”

  “...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가보면 알 거야.”

  “그래.”

  하윤은 세율과 라율을 뒤로 하고 차원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다음에 만날 수 있으면 다시 만나자. 얘들아.”

  “...”

  세율과 라율은 다시 만나자는 말에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잘 있어.”

  “안녕히 가십쇼.”

  그렇게 하윤은 세율과 라율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내고 차원의 문으로 들어갔다.

  “라율.”

  “알아. 가자. 그 분께 보고해야지.”

  “응.”

  세율과 라율은 하윤을 떠나보내며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위해 한발짝씩 내딛고 있었다.

 

  힘든 여정으로 지쳐버린 우찬이 조그마한 오두막집을 발견하고는 바로 그 집의 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누구시죠?”

  “아. 저는 여행을 하고 있는 마수입니다. 지금 시간이 늦어 혹시 오늘 하룻밤만 자고 갈 수 있을까요?”

  “흠...”

  잠시 고민하는 거처럼 보이더니 문이 살며시 열리고 그 안에서는 이쁘게 생긴 여자 마족이 나왔다.

  “오늘 하룻밤만 자고 가실 건가요?”

  “네. 오늘 하루만 신세 좀 져도 될까요?”

  “네. 뭐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우찬은 여자의 허락이 떨어지자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사시나 봐요.”

  “네. 혼자 살고 있어요. 그래도 뭐 저는 제 몸 스스로 지킬 수 있어서 그렇게 무섭지도 불안하지도 않아요.”

  “아. 그러시군요.”

  할 말이 없는 두 사람은 몇 초간 정적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오늘 지내실 방 안내 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혹시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요. 아직...”

  “그럼 잠시 방에서 쉬고 계세요. 식사 준비해 드릴게요.”

  “아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저도 아직 식사 전이라. 같이 드시죠.”

  “아 그럼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네. 쉬고 계세요.”

  여자는 우찬을 끝 방으로 안내하고는 식사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다행이다. 친절하게 대해주시네.”

  우찬은 영인을 만나기 전에 힘없는 마수라고 무시당하며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살짝 긴장하고 있었지만 다행이도 친절하게 맞이 해주는 여자 덕분에 안심하고 방 안에 있는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하윤이... 보고 싶다... 맨날 이런 말만 하고 볼 수도 없으니...”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우찬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맛있게 차려진 상을 보니 놀라웠다.

  “이걸 다 준비하신 겁니까?”

  “네.”

  “이렇게까지...”

  “손님이니깐 당연히 이렇게 해드려야죠.”

  “저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는데...”

  “괜찮습니다. 오랜만에 말동무가 생겼으니 그걸로 만족해요.”

  “아... 오랫동안 혼자셨나보군요.”

  “네. 맞아요.”

  “뭐 괜찮으시다면 오늘 하루 편한 친구가 되어 드릴게요.”

  “감사해요. 얼른 앉아서 식사하시죠. 음식은 식으면 맛이 없으니까요.”

  “네.”

  우찬은 맛있게 차려진 음식 앞에 앉아 조심스럽게 음식을 집어 먹었다.

  “요리도 굉장히 맛있네요. 요리를 잘 하시나 봐요.”

  “조금 할 줄 압니다.”

  “아니에요. 정말 맛있어요.”

  “감사해요. 얼마든지 더 드세요.”

  “네.”

  우찬과 여자는 마주보고 앉아 대화하며 음식을 먹었다.

  “아 맞다. 이름을 안 물어봤네요.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제 이름은 시안이에요.”

  “아주 이쁜 이름이네요.”

  “그럼 그쪽은 이름이 뭐죠?”

  “저는 박우찬입니다.”

  “아 우찬씨. 만나서 반가워요.”

  “네 저도 반갑습니다.”

  두 사람은 식사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시안은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었기 때문에 자신이 마족인데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배우지 못해 혼자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정착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정말 안타깝네요...”

  “그렇지도 않아요. 이제는 익숙해져서 잘 적응하며 살고 있어요.”

  “그래도... 뭐 시안씨가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우찬씨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신 거 에요?”

  “아... 저는 찾고 있는 게 있어서요.”

  “뭘 찾고 계신데요?”

  우찬은 시안에게 이야기해야 될지 말지 고민하다가 이왕 친해진 겸 알아낼 수 있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 물어보기로 했다.

  “찾는 게 물건은 아니고요. 알아내고 싶은 게 있는데 그게 참 어렵네요.”

  “뭘 알고 싶으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문제라면 같이 도와드릴게요.”

  “그게... 혹시 몇 십년 전에 있던 사건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어떤 사건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게... 몇 십년 전 많은 마족들이 살해당했던 사건이요.”

  “아... 그 사건이라면 조금 알고 있습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우찬은 흥분한 듯 언성을 높이며 시안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괜찮아요. 그래서 그 사건의 어떤 게 궁금하신 거죠?”

  “그때 일을 조금만 자세히 알려주세요.”

  “음...”

  시안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어갔다.

  “그때는 저는 이곳에 살고 있을 때였죠. 여기는 아무도 없는 곳이기에 저는 그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죠. 하지만 소문이라는 게 아무도 모르는 이곳까지 오게 돼서 저도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그 사건에 대해서 말해드리자면 어떤 천사들이 이 마계로 찾아와 많은 마족들을 몰살 시켰습니다. 그 때 그 천사들은 아주 강하고 꽤 유명한 천사였던 모양이에요.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마족들이 그 천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제가 들었거든요.”

  “어떤 이야기입니까?”

  “한 여성체 천사가 마계를 몇 십분만에 몰살 시켰다는 거요. 그 천사는 아무도 막을 수 없을 만큼 강했다고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마족들이 힘을 쓰지 못했죠. 물론 같이 왔던 천사들의 힘도 강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한순간에 일어난 거겠죠. 그리고 그 가장 강한 천사는 마족들을 쓰레기라며 쓰레기는 빨리 처리해야 냄새나지 않는다고 아주 지독한 말들을 퍼부었다고 해요.”

  “... 그게 정말입니까?”

  “네. 그 사건으로 인해 살아났던 마족들에게 들은 거니 확실합니다.”

  “그럴 리가...”

  “그리고 그 천사는 어떤 마수를 인질로 잡았다고 했죠.”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마수라뇨?”

  “그 마수는 마족의 왕이신 루카의 마수 새끼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 만약 그게 진짜라면 도대체 왜 그 천사는 그 마수를 인질로 삼은 거죠?”

  “당연한 거 아닌가요? 루카님께서는 그 마수를 이뻐하셨으니까요.”

  “그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절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뻐했다니...”

  “거짓말이 아닙니다.”

  “제가 알기론 그 마수는 힘도 없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겨 버렸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아닙니다.”

  “루카는!!”

  “한번 마족들에게 물어보시죠. 정말 이뻐하셨습니다. 루카의 근처에게 보필하고 있던 마족들은 그 마수를 죽여야 된다고 했지만 루카님께서는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자신의 마수 새끼이니 이뻐하셨겠죠. 루카님은 마족이시지만 참 따뜻한 마족이셨으니까요.”

  “...”

  “근데 그 마수는 그 천사가 데려가서 루카님께서 찾아 다니셨는데 결국 못 찾았죠. 그리고 루카님을 마음에 안 들어하던 마족들이 반란을 일으켰고요.”

  “내가 알던 이야기랑 다르군요...”

  “음... 어떻게 알고 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대부분의 마족들은 알고 있는 이야기에요.”

  “그렇구나... 뭔가 한참 잘못 됐구나...”

  “아 그리고 그 여성체 천사는 그 마수를 인질로 잡고 있다가 반란이 일어나고 루카가 약해지니까 버렸다고 들었어요.”

  “버려요...?”

  “네. 루카를 없애기 위해 데려갔던 마수가 이제는 필요 없어진 거겠죠.”

  “그거 진짜입니까?”

  “네. 진짜에요. 제가 뭐 하러 처음 본 당신에게 거짓말 하겠어요.”

  “그렇...겠네요...”

  우찬은 자신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달라 혼란에 빠졌다.

  “괜찮으세요? 일단 들어가서 좀 쉬세요. 안색이 많이 안 좋아보이네요.”

  “네...”

  우찬은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럴 리가 없어... 왜...”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믿어야 하나 고민에 빠진 우찬은 충격 받아서인지 그대로 쓰러졌다.

 

  다음날 눈을 뜬 우찬은 낯선 곳에서 눈을 뜨자 당황했지만 어제 자신이 시안이라는 여자 마족의 집에서 신세를 졌던 것을 생각해냈다.

  “하... 어제 그 이야기가 진짜일까...”

  어제 밤 들었던 충격적인 이야기는 우찬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게 정말 하윤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우울감에 빠져 정신이 어지러워 도중 방문이 열리며 시안이 들어왔다.

  “아. 시안씨.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아닙니다. 어제 밤에 갑자기 쓰러지셔서 많이 놀랐어요.”

  “그게 너무 충격적이라...”

  “괜찮습니다. 이거 스프 좀 만들어 와봤는데 좀 드시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네. 아 뜨거우니까 좀 불어드릴까요?”

  “네?”

  “스프가 많이 뜨겁습니다. 그러니 제가 불어드릴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제가 먹을 수 있어요.”

  “어제 쓰러지셨잖아요. 힘도 없을 실텐데.”

  “아니...”

  “후후- 자 여기요. 얼른 드세요.”

  스프를 직접 불어주며 먹여주는 시안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자신을 친절하게 받아주는 시안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맛은 괜찮아요?”

  “네. 아주 맛있네요.”

  “많이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우찬씨 몸도 안 좋으신데 조금만 더 있다 가세요.”

  “네?”

  조금 더 지내라는 말에 우찬은 당황하며 스프를 넘기던 목에 걸려 기침을 했다.

  “몸도 안 좋으신데 돌아다니다가 큰일나요.”

  “괜찮습니다.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어도 인간이 아니니 이정도로 끄떡없어요.”

  “그래도...”

  “생각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바로 출발할게요.”

  “도대체 왜 그렇게 서두르세요?”

  왜 서두르냐는 말에 하윤의 얼굴과 어제 밤 들었던 이야기가 겹쳐 보여 선뜻 말할 수가 없었다.

  “그냥 조금 쉬다가 가세요. 마음 정리를 조금 해야 할 거 같네요.”

  “마음 정리요...?”

  “네. 지금 많이 복잡해 보여요.”

  “아...”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들키자 어쩔줄 모르며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걱정 돼서 그래요.”

  “그럼... 조금만 더 신세 져도 되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세요. 저는 이만 나가 볼게요. 푹 쉬세요.”

  시안은 푹 쉬라는 말과 함께 그릇을 들고 방 밖으로 나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우찬은 심정이 더욱더 복잡해져 갔다.

  “하윤아... 나 진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너를 의심하고 싶지 않은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 걸까...”

  누군가 쿡쿡 찌르는 거처럼 가슴에 통증 때문에 가슴을 부여잡았다.

  “제발... 아니길...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아니길 바라며 하윤을 떠올리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하윤은 차원의 문을 통과하고 인간 세계로 나오자 여태껏 답답했던 마음이 녹는 거 같은 기분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인간 세계... 우찬을 만났는데... 잘 지내고 있겠지...?”

  우찬을 떠올리며 이내 번지는 미소가 하윤의 얼굴을 더더욱 빛내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너를 찾아갈까...? 아니면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당장이라도 달려가 만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참자고 생각했던 마음이 인간 세계로 오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었다.

  “너는... 나를 보고 싶어 할까... 나는 이렇게 네가 보고 싶은데... 그래서 너한테 달려가고 싶은데... 네가 아닐까봐 그게 너무 겁나...”

  하윤은 우찬의 대한 마음을 인정하고 나서는 혹시 우찬은 아닐까봐 그게 항상 걱정이고 불안했다.

  “왜... 이렇게 커진 건지... 그건 알아?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 그냥... 나랑 같으면... 너를 안아줄 수 있어... 그러니깐 만약 네가 나를 좋아한다면 포기하지 말아줘.”

  하윤은 우찬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부디 이 고백이 우찬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라율!!!”

  “하...”

  “이거 어쩔 거야?”

  세율은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지?”

  라율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 집의 창문 안을 바라보며 실소를 터뜨렸다.

  “저 마수가 왜 저기 있는 거야.”

  그 창문 안에는 침대위에 누워있는 우찬의 모습이 보였다.

  “그 쪽이 먼저 움직인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어떡해!!!”

  “일단 지켜보자.”

  “지금 그럴 때야? 너는 그 천사랑 있으면서 닮아갔냐? 왜 이렇게 꾸물거려!!!!”

  “섣불리 나섰다고 일을 망치면 어떻게 하려고!”

  라율은 자신답지 않게 언성을 높이며 세율을 몰아세웠다.

  “너 왜 그래...”

  “섣불리 나서지마. 우리는 아직 해야 하는 일이 조금 늦춰졌을 뿐이야.”

  “만약 그쪽이 먼저 손을 쓰면 그때 우리는 어떡하라고...”

  “그렇기 때문에 지켜보는 거야. 절대 눈에서 떼지마.”

  “그 천사는...”

  “우리가 만약 하윤님을 미행한다면 금방 눈치 채실 거야. 그러니깐 우리가 감시해야 하는 사람은 저 마수라는 거 잊지마.”

  “알았어. 그럼 일단 내가 이 근처를 돌아보면서 확인해볼게.”

  “그래. 조심하고.”

  “응.”

  세율은 비장한 모습으로 근처를 돌아보기 위해 숲속 안으로 더 들어갔다. 라율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지긋이 누르며 우찬을 주시했다.

  “제발 부탁이니깐 네 마음 의심하지 마라. 그쪽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흔들려서는 안 돼.”

  라율은 힘겨워 보이는 우찬을 주시하며 행동을 지켜봤다.

  “너는 도대체 왜 힘들어하고 있는 거냐. 만약에 나중에 가서도 네가 그렇게 힘들어 할 거냐...”

 

  “하윤아... 하윤아...”

  우찬이 하윤을 애타게 부르며 찾고 있을 때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똑-

  “들어오세요.”

  “오늘도 푹 쉬셨나요?”

  “아 네. 덕분에요.”

  “다행이네요.”

  시안은 자신을 보며 미소 짓는 우찬에게 다가갔다.

  “우찬씨.”

  “네?”

  “혹시 저와 같이 사실 생각 없으세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어이없는 제안에 우찬은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우찬씨와 지내다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친한 친구가 생긴 거 같아 좋았지만 점점 갈수록 우찬씨가 신경 쓰이고 더 잘해주고 싶고 그래요.”

  “그러지 마세요. 저는 시안씨가 좋은 분인 거 압니다. 하지만 저는...”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제 감정을 숨기는 거는 저에게 못된 짓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깐 저와 함께 지내주세요.”

  “그건 안 됩니다. 저는 가야 할 곳도 있고...”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가요?”

  “...”

  우찬은 이상하게 아무런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하윤이를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야 했지만 며칠 전 들었던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없나요?”

  “저는...”

  ‘나 왜 이러는 거야... 하윤이를 좋아하는데... 왜...’

  “우찬씨.”

  “네?”

  “그렇게 확신이 들지 않았다면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

  “확신도 안 서는데 어떻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죠?”

  “확신이 섰었습니다.”

  “지금은요?”

  “지금은... 사실 복잡해요.”

  “저랑 한번 만나보실래요?”

  “그건...”

  “저랑 만나보시고 그때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그때 저를 버리셔도 됩니다.”

  “어떻게 그렇게 하겠습니까... 시안씨는 좋은 분이신데 그런 분을 버리라뇨...”

  “그 사람의 대해 확신이 섰을 때 이야기죠. 만약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우찬씨는 저를 버릴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긴 하겠지만...”

  “어때요? 저랑 만나보는 거.”

  우찬은 섣불리 알겠다고도 또 그럴 수 없다고도 말할 수가 없었다.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알겠어요.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시안은 우찬을 향해 미소를 짓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시안이 방 밖으로 나가자 방 안에 혼자 남겨진 우찬은 시안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하윤이를 좋아해... 근데... 정말 그 이야기가 진짜라면...”

  자신이 이렇게 고민하는 것은 하윤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그 이야기가 하윤의 대한 마음을 의심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저런...”

  우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라율은 인상을 쓰며 우찬을 째려보고 있었다. 하윤의 대한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우찬의 모습이 곱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런 일로 흔들리고 있다니... 멍청하군.”

  라율은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너무 답답해 한숨이 나왔다. 만약 우찬이 정말 흔들리게 된다면 자신들의 계획이 물거품이 돼 버릴 수도 있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저렇게 흔들리는데 어떻게 하윤님을...”

  “라율.”

  “뭐야. 빨리 왔네.”

  우찬을 바라보고 있는 라율을 부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율이 의아스러웠다.

  “뭐야. 표정이 왜 그래.”

  “아무래도 그쪽이 먼저 움직인 게 맞는 거 같아.”

  “그래. 역시 그렇군.”

  “응. 근데 저 마수는 어때?”

  “하...”

  우찬이 어떤지 묻자 다시 답답해져 오는 라율이 나뭇가지를 거칠게 자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그런 모습을 세율이 놀라며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너 왜 그래?”

  “저 놈은 하윤님을 좋아할 자격이 있는지 고민 중이다.”

  “뭐야. 쟤가 뭐했는데?”

  “잠깐 만난 여자에게 흔들리는 중이다.”

  “...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여자에게 흔들리고 있다고. 아니 정확하게는 하윤님을 향한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거겠지.”

  “아니. 도대체 왜!!!”

  “내가 알아?”

  라율은 신경질을 내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위해 숨을 고르게 쉬었고 옆에서 지켜본 세율은 우찬을 쳐다봤다.

  “우리... 진짜 이대로 괜찮을까...?”

  “안 괜찮으면?”

  “뭐?”

  “안 괜찮으면 뭘 어떻게 하게.”

  “그거야...”

  “됐어. 일단 쟤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는 게 우선이야.”

  “라율...”

  “나는 그 분의 약속을 깨고 싶지 않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깐 우리는 할 수 있는 대로 하면 돼. 나는 지금 저 자식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믿고 있으니깐.”

  “응... 나도 그래. 아무리 바보 같아도 저 애를 믿고 있으니깐.”

  라율과 세율은 제발 자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하늘에 기도했고 우찬이 자신들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기를 기도 했다.

 

  “음... 여기로 가면 되나...”

  하윤은 차원의 문들을 샅샅이 뒤져본 뒤 자신이 어디 가서 뭘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아 정말!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이러다가 결정도 못하고 우찬을 만나지도 못하겠네...”

  답답한 마음으로 우찬을 찾아 나선 하윤이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우찬이... 만나야 되는데...”

  머릿속에 우찬의 생각으로 가득 찬 하윤은 어서 빨리 우찬을 만나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지만 결국 만나는 건 쉽지가 않았다.

  “우리는... 인연이 아닌 걸까...”

  자신은 우찬과의 인연이 아닌 걸까라는 생각에 절망스러웠지만 우찬이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와 헤집으며 그런 생각을 떨치기 시작했다.

  “그래. 인연이 아니면 뭐 어때. 내가 그 아이의 인연이 되도록 노력하면 되는 거지.”

  긍정적으로 생각이 마치자 우찬과 만나 서로를 보듬어 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상상을 하며 미소가 번지는 얼굴은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우찬아. 우리 곧 만나자.”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하윤은 힘을 내며 우찬을 찾으러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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