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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천사
작가 : 심유미
작품등록일 : 2019.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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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천사 17화
작성일 : 19-10-29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1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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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안.”

  “네.”

  “놓쳤다고?”

  “네... 그렇게 됐습니다... 둘 사이를 갈라놓는 게 쉽지가 않아서...”

  “그렇군.”

  의문의 남성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옆에 있던 병을 깨며 씩씩 거렸다.

  “죄송합니다...”

  “됐다. 이제 내가 나서야 되겠어.”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다. 그리고 너는 그 마족들을 감시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시안은 남성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 뒤 방을 빠져나왔다.

  “이번에는 절대 실망시켜서는 안 돼...”

 

  여러 고난을 뚫고 하윤과 우찬은 다시 만났지만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하윤아...”

  “응?”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음...”

  고민에 빠진 하윤은 천천히 우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선 그 마족들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너는 그 마족들의 대해서 아는 게 없어?”

  “음... 잘 모르겠어.”

  “그렇다면 일단 마계를 돌아다니면서 알아보자. 아무래도 그때 그 일과 관련 되어 있는 거 같으니깐.”

  “응.”

  우찬과 하윤은 좀 더 사건의 대해 알아내기 위해 마계를 돌아다니며 단서를 얻기로 한다.

  “저기요.”

  “뭐야.”

  돌아다니는 도중 한 마족을 붙잡으며 사건의 단서를 얻기 위해 좋은 미소를 띄우며 말을 걸었다.

  “혹시 그 예전에 마계로 쳐들어와 마족들을 몰살 시키려던 천사들과 거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뭐? 그런 걸 왜 물어봐!! 볼 일 없다. 어서 꺼져. 재수 없게 왜 그 일을 다시 꺼내!!”

  “제발 한번만... 네?”

  간절한 하윤의 부탁에 마족은 화를 가라앉히고 천천히 물어봤다.

  “왜 그 사건에 대해서 알고 싶은 거지?”

  “저희가 지금 풀어야 할 사건이 있는데 그 사건과 관련 되어 있는 거 같아서요. 저희는 꼭 그 이야기가 필요해요.”

  “음... 근데 너희들은 꽤 오래 산 거 같은데?”

  “네. 맞아요. 적게 살진 않았죠.”

  “근데 그 사건에 대해서 모른다고? 그 사건이면 그때에 살던 대부분은 알고 있는 사건 아닌가? 근데 너희들은 왜 모르는 거지?”

  “아. 그게...”

  하윤이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우찬이 끼어들어 하윤 대신 대답해 주었다.

  “그게. 저희는 그 사건에 대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저희는 그때 다른 세계에서 유희중이였거든요. 근데 지금 그 사건을 아직 풀지 못해 또 다시 악몽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저희를 도와주세요.”

  마족은 다시 그 악몽이 올 수도 있다는 말에 흠칫하며 놀랐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줬다.

  “뭐... 그 사건이면 대부분은 알고 있지. 끔찍했어. 정말 저게 천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 우리가 알고 있던 천사들은 깨끗하고 선한 존재라고 생각했으니깐. 하지만 그 사건 이후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 알고 있던 편견을 깼지. 물론 아닌 천사들도 많겠지. 우리 마족들도 많이 바뀌었으니 말이야. 그리고 마족들이 전부 악하다고 하지만 우리의 전 왕은 그러지 않았으니깐. 그거와 비슷해.”

  우찬은 루칸이 거론되자 주체할 수 없이 숨이 가빠오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에 휩싸였다. 그런 우찬을 눈치 챈 하윤이 조심스럽게 등을 토닥여 주자 그제야 안심되는 듯 살짝 웃어 보였고 다시 마족의 말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마족이 이야기 해주는 내용은 대부분 들었던 이야기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마족들을 붙잡고 대화를 나눠봤지만 다들 똑같은 말만 했다.

  “어떤 천사들이 마계로 쳐들어와 몰살 시키려고 했고 그 사건 때문에 많은 마족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 천사를 본 마족들은 정신을 흔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또 마족의 왕이었던 루칸은 다른 마족들과 다르게 따뜻한 감정을 가진 마족이었고 어떤 천사와도 친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천사가 여기 마계가 바뀌게 된 계기다. 이것뿐인가...”

  “그래... 모든 마족들이 그렇게만 말했어.”

  어떠한 단서를 찾지도 못한 하윤은 답답했는지 나무 밑에 주저앉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자 우찬이 그 하늘을 가리고 하윤을 쳐다봤다.

  “너무 답답해 하지마. 그래도 알게 된 건 좀 있으니깐.”

  “어떤 거?”

  “일단 마족들은 그 천사들의 얼굴을 봤다고 했어. 만약 그 마족들이 너를 봤다면 바로 기억했을 거야. 하지만 마족들은 너를 전혀 모르는 눈치더라고. 한마디로 네가 했던 일이라는 건 증명 됐잖아?”

  “그건 그렇지만... 혹시 그 마족들이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잖아.”

  “나는 네가 절대 그런 일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고마워 너라도 그렇게 생각해줘서.”

  “나만 그런 건 아닐 텐데...”

  “뭐?”

  “아니야. 일단 그 천사들이 어떤 천사들인지 알아야 할 거 같고. 그리고...”

  우찬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힘겹게 내뱉었다.

  “루칸과 그 천사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거 같아. 그러니깐 그 천사가 누군지 부터 알아야 할 거 같아.”

  “천사...?”

  하윤은 우찬을 만나기 전 친절한 마족에게 들었던 루칸과의 친분을 가지고 있던 천사가 우찬과 어느 정도 가까운 사이였다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그 천사보다는 우선 마족들이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가 아는 건 천사들이 마족들을 몰살 시켰다와 루칸과 친분을 쌓고 있던 천사뿐이야. 우선 우리가 아는 것부터 천천히 알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우찬은 진지한 모습으로 하윤을 달랬다. 하지만 만약 우찬의 기억이 돌아와 그 천사의 기억까지 돌아오고 그 천사와 가까이 지내는 우찬의 모습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나는...”

  “하윤아.”

  “왜...”

  “너는 혹시 알고 있는 게 있는 거야?”

  “뭐?”

  “너 나한테 뭔가 숨기는 거 같아... 그래서 많이 불안해... 혹시 네가 나를 떠날까봐...”

  ‘내가 아니라... 네가 떠날 수도 있는데...’

  하윤은 목까지 차오르는 말을 삼키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너를 만난 게 좋아서 나도 모르게 그랬나봐.”

  “...”

  의심되는 눈으로 하윤을 간절하게 바라보는 우찬을 뒤로 하고 다시 단서를 찾기 위해 나섰다.

  “빨리 가자. 조금만 더 알아보고 결정해보자.”

  “응...”

  우찬은 하윤의 뒤를 따르며 손을 잡을까 생각하다 이내 포기하고 힘없이 따라갔다. 그런 우찬을 보지 못하고 앞으로 앞장서며 생각이 많은 하윤이었다.

 

  “마계를 몰살시키려고 했던 천사들?”

  “네. 그 천사들에 대해 알고 싶어요.”

  “음...”

  계속 허탕을 치며 지쳐가던 하윤과 우찬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급해져 갔다.

  “그 사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내가 그때 당시 앞장을 섰던 마족의 수장과 잘 알던 사이니깐.”

  “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저희에게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마족은 하윤과 우찬의 애절한 눈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때는 천사들이 몰살시키기 위해 마계로 내려와...”

  계속 끝임 없이 말을 이어가는 마족의 이야기는 자신들이 알고 있던 내용이기에 하윤과 우찬은 점점 실망을 하고 있던 도중 깜짝 놀란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때 그 천사들은 신을 보좌하고 있던 천사를 보좌하던 천사들이였어.”

  “네?”

  “신을 보좌하고 있던 천사를 보좌하던 천사들. 그때 당시 수장은 잠시 몸을 숨겨 피하고 있던 도중 그 천사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지. 그때 그 천사들의 대화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일은 절대 우리가 한 게 아니야. 하윤님을 떨어뜨리는 게 우리 목표인 것만 알아둬.’ 라고 어떤 여성체 천사가 말했다더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하윤이라는 천사를 내리려고 했던 모양이야. 뭐 우리끼리야 그 천사를 내려오게 한 다음 그 자리를 꿰차려고 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그 자리는 공석이라고 하더군. 그 이후로 그 천사들은 그 자리에 욕심은 없었는지 아무런 항의조차 안하는 걸로 봐서 그 자리 때문에 일으킨 일은 아니라는 거지.”

 “그런...”

  하윤은 충격을 받았는지 신음조차 낼 수가 없었고 우찬이 하윤의 앞을 막아서며 마족에 물었다.

  “그럼 그 천사들은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잘 모르겠지만 그 천사들은 아직 천벌을 받지 않은 모양이야. 아마 그 하윤이라는 천사가 천벌 받았나 싶어.”

  “그렇군요... 그럼 혹시 그 천사을 보셨습니까?”

  “음... 나는 하윤이라는 천사는 보지 못했고 그 천사들의 이야기는 좀 들었지.”

  “알려주세요.”

  “그 천사들은 내가 아까도 말했다시피 하윤천사를 보좌하던 천사들이었어. 하지만 그 천사를 보좌하는 천사들이 한 둘이여야지. 뭐 일단 그 여성체 천사는 하윤천사에게 악감정이 있었나봐. 아주 말하는 게 더럽다고 하더라.”

  “그 천사들의 이름이나 다른 건 모르세요?”

  “알 리가 있나. 그 천사들이 그런 거 알리고 다닐 거 같아?”

  “아... 그렇겠네요.”

  “아 그리고 루칸이 자신의 마수 새끼를 많이 아꼈다는 거 그것도 알려줘야 하는 건가?”

  하윤의 점점 흔들리는 눈빛을 보지 못한 우찬은 ‘아...’하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음... 너희들이 왜 그 일을 궁금해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이야기가 너희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

  “충분히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마족은 짧게 대답하고는 바로 뒤돌아갔다. 우찬은 많은 이야기를 듣고 한참동안 고민에 빠져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우찬...?”

  “시안씨가 말한 게 거짓이 아니었구나...”

  우찬의 작은 혼잣말을 들은 하윤은 심장이 내려앉으며 우찬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가자. 하윤아.”

  “어딜?”

  “일단 루칸이 있었던 성에 가봐야 할 거 같아. 여기서 조금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가서 한번 보고 오는 게 가장 좋을 거 같아.”

  우찬은 하윤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빠르게 걷기 시작했고 하윤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세율과 라율은 시안의 뒤를 쫒았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다.

  “결국 놓쳐버렸군.”

  “아마 우리가 쫒아가는 걸 눈치 챈 거 같아.”

  “그런 거 같네.”

  “이제 우리 어떡해?”

  “음...”

  잠시 고민을 하던 라율은 결정을 내린 듯 세율을 잡고 어딘가로 끌고 가고 있었다.

  “야! 어디가!”

  “어디긴 하윤님한테 가지.”

  “뭐? 그 천사가 우리를 보고 반가워하겠냐?!”

  “일단 가보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런 느낌이 든 거야?”

  “응.”

  세율은 라율의 표정을 보고 하윤에게 곧 안 좋은 일이 있을 거 같은 느낌에 불안했다.

  “그 천사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니지?”

  “아니길 바래야지.”

  라율은 좀 더 빠르게 세율과 함께 하윤의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윤과 우찬은 며칠을 걸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는 루칸의 성을 생각하며 둘은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우찬이가 요즘 말을 잘 안 하네... 설마 그 시안이라는 여자 생각하는 건가...’

  가슴이 답답한 하윤과는 다르게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우찬은 요즘 하윤이 질문하면 대답도 짧고 대화도 거의 하지 않았다.

  ‘시안씨가 말한 게 사실이라면... 루칸을 만나봐야 돼. 왜 나를 버렸는지... 정말 버린 게 맞는 건지...’

  서로 답답했지만 다른 고민을 가지며 같이 걷고 있는 상황이 우스워보였다.

  “저런... 둘이 분위기가 왜 저래?”

  “아무래도 뭔가 있었나보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거야 나도 잘 모르지. 애들한테 물어보면 알겠지.”

  라율은 근처에 있던 정령들을 불러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아니. 그러니깐 단서를 찾고 있는 도중 루칸의 정보를 듣게 돼서 우찬이 루칸의 성을 향해 가고 있다?”

  “응. 맞아.”

  “지금 그게 중요한 건가?”

  “저 마수에게는 중요한가보지.”

  “지금 저런 일을!!”

  “세율 잠시만.”

  “아 왜!!”

  라율은 세율의 입을 막고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어차피 의도는 달라도 저 둘이 그 성에 가면 많은 단서를 찾을 수도 있지 않겠어?”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세율은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 단서는 찾을 수 있겠지. 하지만 저 둘의 상태는 안 보여? 저 마수는 루칸의 성을 가야겠다라는 생각만 하고 있어서 모르겠지만 저 천사는 아닐걸? 지금 이 상황에서 저 천사가 ‘아이고. 빨리 그 성에 가서 단서를 찾고 사건을 풀자!’ 이러겠냐고.”

  “...”

  “저 상황에서 둘의 신뢰가 깨지면 깨지지 쌓일 거 같아? 서로 향하는 마음이 닫혀 버릴 수도 있는데?”

  “... 우리가 지금 그걸 신경 쓰고 있을 때가...”

  “나는 그게 더 중요해. 나는 저 둘을 저렇게 냅두고 싶지 않아. 그리고 그 분의 부탁 너도 알잖아.”

  “하... 그럼 뭐 어떡하자고. 저 마수가 지금 우리말을 들을 거 같아?”

  “감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면... 언제나 좋아하는 감정을 가질 수는 없어. 하지만 그 감정을 믿게 된다면 이제 다시 돌이킬 수 없게 돼. 나중에 후회해봤자 늦어.”

  “... 너는.”

  “후회 안 하는 일을 만드는 게 가장 좋겠지. 하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닥치게 된다면 누군가가 상처받게 되잖아. 나는 그 상처받는 게 저 천사가 아니길 바랄 뿐이야.”

  세율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하윤과 우찬을 바라보며 눈물을 떨궜다.

  “응? 제발...”

  “하... 그래. 알겠어.”

  라율은 슬퍼하는 세율이 안타까워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했다.

  ‘저 둘이 제발 서로를 의심하지 않길.’

 

  “둘이 분위기가 이상하네?”

  시안은 자신이 따르는 그 분의 말에 따라 마족들을 감시하러 가는 도중 하윤과 우찬을 보게 됐다.

  “마족들을 감시하러 가는 도중 저 둘을 만나다니. 어차피 시간 좀 남았겠다. 저 둘 좀 시켜볼까?”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거 같은데.”

  시안은 음흉하게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한 남성과 여성이 서 있었다.

  “뭐야? 정령이 왜 여기에 있어?”

  “우리가 우리 발로 여기에 있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지?”

  “그냥 이상한 거지. 정령들이 마계에 있다니. 다들 마족들 같은 종족들을 싫어하지 않나?”

  “너 같은 더러운 마족들이 싫을 뿐이야.”

  거침없이 내뱉는 라율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시안은 공격 자세를 취했고 옆에서 지켜보던 세율도 금방이라도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세율 그만. 어차피 이 계집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니깐.”

  “그래.”

  “야.”

  “네가 부르면 내가 대답해야 하는 건가?”

  시안은 코웃음을 치며 라율을 위아래로 쳐다봤다.

  “대답하든지 말든지. 그것보다 너 저 둘한테 더 이상 접근 하지마.”

  “일개 정령주제에 어디서 명령질이야.”

  “재수 없어.”

  세율은 시안이 짜증난 듯 뒤로 물러서며 말조차 섞기 싫어 째려보기만 했다.

  “너를 보낸 게 누구지?”

  “말하기 싫은데?”

  “그럼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지?”

  “그것도 말할 가치를 못 느끼겠다.”

  “흠...”

  라율은 계속해서 대답을 피하는 시안을 비웃어주고 귓속말로 작게 속삭였다.

  “네가 그렇게 해봤자 그 분은 너를 보지도 않을 텐데. 고생하네.”

  시안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라율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눈치 챈 세율이 그 앞을 막아섰다.

  “멍청해.”

  “뭐라고?”

  “내가 뭘? 내가 뭐라고 했나.”

  “너희들이...”

  “세율. 가자. 지금 이런 애 신경 쓸 시간 없어.”

  “응.”

  라율은 세율을 끌고 가기 전 시안을 보며 한마디하고 사라졌다.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깐 조심해라.”

 

  “저기...”

  “응.”

  하윤은 조용한 우찬을 불렀지만 우찬의 대답은 그저 짧은 대답으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 슬슬 가봐야 하지 않을까.”

  “아. 그러네.”

  “응. 우리 너무 많이 쉬고 있었어. 얼른 가서 알아보고 빨리 단서를 찾아야지.”

  “그래.”

  우찬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하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앞장서서 걸어갔다.

  ‘진짜 만약 네가 그 천사를 기억하게 된다면 나를 버릴 수도 있을 거 같아...’

  불안한 마음이 하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는데 요즘 내가 더 매달리는 거 같네.’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 하윤으로서는 답답했지만 또는 우찬과 함께 있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이 하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하윤이 복잡한 심정으로 우찬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우찬은 루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하윤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루칸. 당신이 저를 버리지 않은 것이라면 당신 곁으로 갈 수 있을까요?’

  자신은 버림받지 않았다. 이 말 한마디가 자신을 조금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해. 정말 답답해. 고구마 한 천개를 물도 없이 먹은 기분이라고!!!”

  “하...”

  둘을 몰래 따라가며 지켜보던 세율은 가슴을 내리치며 거의 거절할 거 같았다.

  “저거 저번부터 자꾸 마음에 안 들어.”

  “어쩔 수 없잖아. 지가 버림받은 줄 알고 그렇게 미워했었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고 하니깐 미안한 거겠지.”

  “아니. 그래도 너무 답답하게 굴잖아. 옆에 있는 천사는 안중에도 없다는 저런 태도가 나는 마음에 안 들어.”

  “지금 쟤가 다른 거 신경 쓸 수 있겠어?”

  “그래도 쟤는 저 천사한테 그러면 안 되지.”

  “그냥 좀 냅두자. 쟤가 그때 일을 기억 못하잖아. 그리고 우리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근처에서 얼씬 거리는 쓰레기만 치우면 돼.”

  라율은 냉정했지만 세율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라율은 영리한 정령이었고 또한 그 영리함으로 많은 일을 해왔지만 감정적인 세율에게는 그런 라율이 속상하기만 했다.

  “너는 너무 냉정해. 감정이라는 걸 잘 모르는 거 같아.”

  “...”

  라율은 어이없는 말에 헛웃음만 나왔다.

  “너무 감정적으로 다가가면 다치는 건 너야.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냉정하게 판단 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해.”

  “알고는 있어... 하지만 다치면서도 지키고 싶은 게 있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건데?”

  “...”

  라율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며 세율을 차갑게 내려다 봤다.

  “너는 지키고 싶은 게 없어? 감정적으로 다가가고 싶은 게 없냐고.”

  “그만해.”

  “너 있잖아.”

  “그만하라고 했어.”

  “너처럼 냉정한 애를 받아준 그 분을 생각해봐. 너를 생명처럼 생각해주고 아껴준 그 분이 이런 너를 본다면 좋아하실까? 너도 그 분 덕분에 많이 달라졌잖아.”

  “너 도대체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제발 그 분을 생각해서라도 너를 감추지 말라는 거야. 영리한 건 좋지만 너는 너무 기계적이야.”

  “내가 뭐 그 분을 좋아한다는 거야?”

  “아니. 너를 오랫동안 봐온 나는 네가 그 분에게 좋아하는 감정이 없다는 거 정도는 알아. 하지만 그 분을 생각하는 너는 다르잖아.”

  “하... 세율아. 나는 너도 그렇고 그 분도 그렇고 나한테 소중해. 둘을 다르게 생각한 적 없어. 나한테 그 분만 특별한 게 아니야. 너도 특별해.”

  “안다고. 내 말은 네가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저 둘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잖아.”

  “...”

  “서로 좋아하는 감정만 있다고 감정을 말할 수는 없어. 네가 좋아하는 감정이든 존경하는 감정이든 연민하는 감정이든 그런 감정이 있다면 너도 저 둘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

  “하... 알겠어. 나도 노력해 볼게.”

  세율은 라율의 말이 기쁜 듯 표정이 환해지며 라율의 목을 감고 방방 뛰며 좋아했다.

  “오구구. 우리 라율이.”

  “떨어져.”

  “싫어.”

  “던져버린다.”

  “쳇. 너는 진짜 던져버릴 놈이라 내가 떨어진다.”

  입을 내밀며 툴툴 거리던 세율을 라율이 살짝 미소를 보이며 머리를 쓰담아 주었다.

  “가자. 따라가야지.”

  “응!”

  기분이 좋아진 세율은 본래의 밝은 모습으로 앞장섰고 라율도 그 뒤를 쫒아갔다.

 

  음기가 가득한 방에는 한 남자가 탁자를 두드리며 미소 짓고 있었다.

  “너무 오래 걸려.”

  “그럼 지금 가보시겠습니까?”

  “아니. 내가 직접 나서기에는 자존심이 상해서 말이야.”

  “그럼 저희가 빨리 이곳으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왜죠?”

  “우리가 나서는 건 그 놈들이 그 둘을 벼랑 끝으로 내몰 때야. 그러니깐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정말 유치하군.’

  옆에서 남자를 보좌하고 있던 마족은 그런 남자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럼 저희가 한번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그래. 하지만 들키지는 마.”

  “네. 조용히 다녀오겠습니다.”

  옆에 있던 마족은 남자에게 고개를 숙인 다음 방을 빠져나왔다.

  ‘진짜 저 놈은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작정일까. 진짜 미친놈 같다니깐. 유치한 놈.’

  마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하윤과 우찬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남자는 방안에서 그 마족을 쳐다본 뒤 고개를 꺾으며 한참을 크게 웃었다.

  “저것도 참 멍청하단 말이야. 뭐 멍청해야 내가 부리기 쉽다는 게 좋은 점이지만.”

  숨길 수 없는 웃음을 억지로 숨기며 옆에서 자고 있는 마수의 머리를 쓰담았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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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고유천사 12화 10/14 329 0
11 고유천사 11화 10/9 324 0
10 고유천사 10화 10/7 319 0
9 고유천사 9화 9/30 552 0
8 고유천사 8화 9/23 308 0
7 고유천사 7화 9/20 307 0
6 고유천사 6화 9/18 321 0
5 고유천사 5화 9/16 330 0
4 고유천사 4화 9/13 312 0
3 고유 천사 3화 9/9 314 0
2 고유천사 2화 9/2 340 0
1 고유천사 1화 8/29 54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