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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천사
작가 : 심유미
작품등록일 : 2019.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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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천사 18화
작성일 : 19-11-01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9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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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윤아.”

  “응?”

  오랜만에 먼저 하윤에게 말을 거는 우찬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는 먼저 단서 찾고 있을래?”

  “무슨 소리야?”

  “나 혼자 다녀올 테니깐 너는 먼저 단서 찾고 있어. 금방 해결하고 갈게.”

  “아.”

  하윤은 단호한 우찬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 이대로 가봤자 우찬이 자신을 봐줄 리가 없을 거 같은 느낌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조심하고.”

  “응. 너도.”

  앞장 서 가는 우찬을 하윤이 붙잡고 진지한 모습으로 우찬에게 말했다. 그런 하윤의 모습이 당황스러웠는지 눈이 커지며 놀라는 우찬은 왜? 라는 표정을 지었다.

  “있잖아. 루칸이라는 자가 너를 아꼈다는 건 거짓말일 거 같지 않아.”

  “뭐?”

  “사실 너를 만나기 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어. 마족들이 너를 헤치려고 해서 보호하기 위해 어떤 천사에게 맡겨졌다고 하더라. 만약 정말 너를 버리려고 했다면 그 자가 너를 위해 그런 짓을 했을까? 적어도 나는 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

  “그리고 그 천사랑 너랑 가까운 사이였대.”

  “너는 왜 지금 그걸...”

  “솔직히 네가 나를 떠날까봐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어. 근데 너는 꼭 알아야 할 거 같아서. 서로 소중했던 사이니깐.”

  “하윤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는 그 천사를 만나면 어떨 거 같아?”

  “...”

  “그 천사의 기억이 돌아온다면... 나를 떠날 거야?”

  “그만해.”

  “아. 미안. 어서 가봐. 나중에 만나자.”

  정색하는 우찬이 두려웠던 하윤은 대화를 끝내며 뒤를 돌아섰다. 그런 하윤을 우찬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하윤아.”

  “왜...”

  “나는 있잖아. 너를 좋아해. 그래서 네가 지금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

  ‘당연히 모르겠지. 지금 네가 나를 얼마나 불안하게 하는데... 요즘 대화도 끊기고... 나를 봐주지도 않았으면서...’

  담담한 우찬이 야속한 하윤이 목까지 차오르는 서운함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아니야. 그냥 혼자 생각한 거야.”

  “... 그래. 너도 얼른 가봐. 연락할게.”

  “응.”

  둘은 서로 다른 마음으로 무거운 발을 떼며 헤어졌다.

  “우찬아... 진짜 네가 나를 안 버릴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하윤의 발목을 잡았지만 고개를 저으며 밝은 모습으로 나아갔다.

  “설령 네가 나를 버리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무조건 너를 보고 갈 거야.”

  “천사라...”

  어지러운 마음에 또 하나의 골치 아픈 이야기가 들어와 우찬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힘들게 해...”

  우찬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아 하윤을 쳐다봤지만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진짜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소중한 걸 아는데...”

  우찬은 몇 분 동안 그 자리에 서서 하윤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하늘에 원망만 했다.

 

  우찬은 며칠이 걸으며 드디어 마성 앞에 도착했다.

  ‘후...’

  긴장 된 모습으로 들어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옆에서 지키고 있던 마족에게 저지를 당한다.

  “뭐죠?”

  “너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지? 함부로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목적이 뭔지 말해라.”

  “... 루칸을 만나러 왔습니다.”

  “뭐? 루칸?”

  “네.”

  마족은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칼을 우찬의 목에 갖다 대며 짐승이 경계하듯 으르렁 거렸다.

  “너는 누구지? 누구길래 루칸을 찾아? 너 마수인 거 같은데 정체가 뭐야.”

  “네. 저는 말 그대로 마수입니다.”

  “네가 루칸과 무슨 관계인지 묻는 거다.”

  우찬은 긴장됐지만 침을 한번 삼키고 조근조근 대화를 시도 했다.

  “그저 몰락한 루칸이 궁금했을 뿐입니다.”

  “몰락한 왕을 찾아서 뭐하게?”

  “그거야 한번 만나보고 싶으니까요.”

  ‘거짓말은 아니니깐...’

  “네 말을 누가 믿지?”

  “아니. 어차피 몰락한 왕을 만난다고 해서 뭐 달라집니까? 아니면 만나면 안 될 중요한 일이 껴있는 겁니까?”

  “알 거 없다! 어서 꺼져!”

  “그럼 루칸이 어디에만 있는지 알려주세요. 이 성에는 관심 없습니다. 그저 정말 루칸을 만나기 위해 온 거에요.”

  마족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우찬을 살펴봤지만 그의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지 석연치 않은 목소리로 답을 해줬다.

  “이 성에만 안 들어간다면야 뭐... 크음. 이봐 너 저기 산 보이지?”

  “산이요?”

  “그래. 거기로 가봐. 그럼 루칸이 살고 있는 집이 볼일 거다. 그리고 네가 왜 루칸을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는 여기에 얼씬도 하지마라.”

  “저 산에 루칸이 있다는 게 정말입니까?”

  “내가 쓸데없이 거짓말하지는 않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찬은 마족에게 고개를 꾸벅이고 인사한 뒤 알려준 산으로 걷지 시작했다.

  ‘산이라... 또 산이네. 언제까지 산을 타야 하는지 원... 그리고 저 마족 성에 들어가는 것만 막고 있어. 아마 저 성에 뭔가가 숨겨져 있나 보군. 나중에 찾아와야겠다.’

  의문투성이인 상황에서 잠시 후 루칸을 만난다는 생각에 긴장 된 표정이었다.

  “나를 잊지는 않았겠지... 혹시 진짜 버려진 건데 나 혼자 이러고 있는 건 아니겠지...”

  우찬 긴 심호흡을 끝으로 비장한 표정으로 숲 속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쯤일 거 같은데...”

  예전에 느꼈던 루칸의 기운은 많이 약해졌지만 아직도 강한 힘을 뿜고 있는 기운을 따라 걸어가 보니 큰 집이 나왔다.

  “저기가 루칸이 사는 곳인가?”

  우찬은 천천히 집을 향해 걸어갔고 그 집에서는 루칸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똑똑-

  “계십니까...?”

  안에서 아무 반응 없자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다.

  “안에 아무도 안 계시나요?”

  여전히 반응이 없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문 앞에 앉아 루칸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어디 가셨나...”

  “거기 누구야.”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었을 그때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루칸님...?”

  “?”

  천천히 그 남자의 모습을 보며 우찬은 두려움과 반가움이 느껴졌다. 예전과 같은 잘생긴 얼굴로 우찬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거 같지만 예전보다 약한 모습에 살짝 놀랐다.

  “응? 너는 누구지?”

  전혀 모르겠다라는 표정으로 우찬을 쳐다보자 곧 눈물이 쏟아질 거 같은 얼굴로 다시 한 번 이름을 불렀다.

  “루칸님... 저 우찬입니다...”

  “우찬...?”

  루칸은 놀란 눈으로 우찬을 쳐다보고는 손에 쥐고 있던 무기를 떨어뜨렸다.

  “네. 저 우찬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말 우찬이야?”

  “네. 저 맞아요. 지금은 잠시 예전과 다른 몸이지만 우찬이 맞습니다.”

  “아이고... 우리 아가 왜 이제 왔어...”

  루칸은 감격 받은 표정으로 우찬을 반기며 얼굴을 잡고 잘 지냈는지 확인했다.

  “잘 지냈어?”

  “네... 잘 지냈습니다... 루칸님은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잘 지냈지... 아이고 우리 아가 한번 안아보자...”

  루칸은 우찬을 힘껏 당기며 따뜻한 품으로 우찬을 안아주었다.

  “아가... 어디 갔다 온 거야...”

  “... 그러게요... 제가 어디 갔다 온 걸까요...”

  따뜻한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며 루칸을 꽉 안았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렇게 왔으니 됐다. 춥지 않니? 어서 들어가자.”

  루칸은 우찬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코코아를 우찬 앞에 내려놓았다.

  “내가 얼마나 걱정 한 줄 아냐... 그 천사는 너를 잘 데리고 있겠다고 해놓고 그대로 사라져 버리고 그래서 너를 찾으러 다녔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 결국 나는 마성에서 쫓겨나고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고...”

  서러웠던 마음을 우찬에게 한탄하며 여태껏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너 모르냐?”

  “아니... 그게... 사실은 제가 기억을 잃었습니다. 아 모든 기억을 잃은 건 아니고요. 그저 그때 일만 기억나지 않아요...”

  “너야말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그러게 말입니다...”

  한숨을 쉬며 시무룩해 있는 우찬을 루칸이 밝게 웃으며 장난치듯이 옆구리를 찔렀다.

  “그럼 나는 기억 나?”

  “당연하죠!! 제가 어찌 루칸님을...”

  “흐음.”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우찬을 쳐다보자 우찬이 안절부절 못했다.

  “괜찮다. 다 이야기 해봐.”

  “그게... 저는 사실 그때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리고 루칸님이 저를 버린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응? 내가?!”

  “아니 그게... 루칸님이 저를 버리신 게 아니라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루칸님을 보고 그런 짓을 하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 전까지는 나를 의심 했겠네~?”

  “아...”

  당황한 우찬이 코코아를 쏟으며 불안해했다.

  “괜찮다 우찬아. 네가 왜 나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맞는 거 같기도 하구나.”

  “네?”

  “나는 너를 어떤 천사에게 맡겼어. 그게 버린 거 아니면 뭐겠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어쩔 수 없었던 거잖아요...”

  “그래도 나 너 엄청 예뻐했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저를 이렇게 반겨주시고...”

  “그래. 언젠간 다시 그 기억이 돌아오겠지.”

  “그렇게 된다면 저는 무조건 루칸님을 먼저 기억해 낼 겁니다.”

  “나를?”

  “네.”

  확신에 찬 우찬의 눈빛을 보며 루칸은 크게 웃으며 배를 부여잡았다.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아이고. 우찬아. 네가 만약 나를 먼저 기억하게 된다면 기분은 좋겠다만 아마 너는 나보다 그 천사를 먼저 기억할 걸?”

  “네?”

  “기억 안 나? 기억을 잊어 버려서 그런가. 그때 네가 그 천사를 얼마나 따랐는데. 내가 너를 보러가도 너는 나보다 그 천사에게 안기는 걸 더 좋아했어. 아. 생각해보니 너 너무했던 거 아니냐?!”

  과거를 생각하며 우찬에게 내심 섭섭했던 루칸은 우찬의 볼을 꼬집으며 불만을 토해냈다.

  “아니이. 그겡...”

  “변명은 필요 없다!!! 내가 그 천사한테 얼마나 질투가 나던지.”

  ‘쳇’하며 손을 내리고 입술을 내민 다음 우찬에게 등을 돌리며 궁시렁 거리는 루칸을 보고 우찬은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죄송합니다.”

  “흥.”

  “아. 루칸 저 사실 그 천사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 천사가 어떤 천사인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우찬은 며칠 전 하윤이 헤어지기 직전에 이야기 해줬던 그 말이 아직도 우찬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가까웠던 사이...’

  “큼... 뭐 어려울 건 없지.”

  “감사합니다.”

  “어디 보자. 그때 너는 아주 약한 아이였지. 그래서 다른 마족들은 너를 반대했어. 자신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거겠지. 그래도 나는 너를 포기 못하겠더라고. 그러자 마족들이 너를 헤치려고 했어. 그게 불안했던 나는 그 천사에게 너를 맡겼지.”

  “하지만 루칸은 강하시잖아요. 도대체 왜 그런 반란을 두고만 보고 계셨습니까?”

  “나는 내가 왕이란 이유로 그 아이들을 헤치고 싶지 않았어. 어쨌든 나와 함께 지내는 내 아이들과 같으니깐.”

  “그렇다면 왜 하필 그 천사였죠?”

  “그 천사는 신을 보좌하던 천사였지. 그래서 그런지 내가 항상 말하던 ‘나의 아이들’ 이런 말이 그 천사에게는 와 닿았던 모양이야. 그래서 나와 함께 손을 잡자고 제안하더군. 당연히 나는 처음에는 거절했지. 천사와 손을 잡는다면 분명 마족들이 반대할 테니깐. 근데 그 천사는 항상 찾아왔어. 그래서 내가 왜 자꾸 나와 손을 잡으려는 건지 물어봤지. 사실 그렇잖아. 이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천사가 마족과 손을 잡는다는 게.”

  “그것도 그렇네요.”

  “그래서 내가 그랬더니 그 천사가 ‘다른 존재들과 손을 잡는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자신의 아이들을 아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을 뿐입니다. 저희 신께서도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죠. 아이들이 나쁜 짓을 하지만 자신의 아이이기 때문에 쉽게 미워할 수 없는 거라고. 사실 저는 그때 그 말에 반박했죠. 나쁜 짓을 저지르는 아이를 감싸주다니... 하지만 당신을 보고 당신처럼 악의 기운을 가진 마족이 전부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거든요. 악은 마족들이나 악마들이 아니라 악적인 감정을 가진 그런 존재들이 악이라는 것을. 인간들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겉으로만 봐서 알 수 없는 게 인간이니까요. 나쁜 짓을 저질러도 항상 감싸주는 게 옳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분은 그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당신도 그 분과 같은 마음이신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라고 그러더구나. 그래서 나는 이 천사와 이 세상에 함께 많은 걸 알려주고 싶었어. 그렇게 친분을 쌓으며 친해져 갔지.”

  “정말 멋진 분이셨네요.”

  “그렇지. 그러니깐 너도 그렇게 따랐을지 않을까?”

  “네...”

  우찬은 천사의 이야기를 듣자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런 모습이 루칸은 의문이었다.

  “우찬아. 힘 드니? 그럼 우선 방에 가서 쉬렴.”

  “아. 그래도 됩니까?”

  “그래. 저쪽 방 쓰면 돼.”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루칸님도 쉬십시오.”

  “... 저기 우찬아.”

  루칸은 방으로 들어가려는 우찬을 잡고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너를 오랫동안 봐온 나는 알 수 있어. 나는 네가 하나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여러 개를 볼 수 있던 존재였으면 좋겠구나.”

  “루칸님...”

  “하나만 보고 달려간다면 소중한 것을 놓치게 되니깐. 그런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게 너를 믿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저는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너를 믿어야 여러 개를 볼 수 있어. 너 혼자 믿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거기에만 매달리게 돼. 그렇기 때문에 너를 믿어야 하는 거야.”

  “...”

  “어서 들어가 봐. 내가 한 말은 쉬면서 천천히 무슨 뜻인지 생각 해봐.”

  “네... 알겠습니다.”

  우찬은 루칸을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으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하윤이...”

 

  ‘그 천사의 기억이 돌아온다면... 나를 떠날 거야?’

 

  하윤이가 자신이 떠날 거냐 라는 질문이 우찬은 신경 쓰였다.

  ‘안 떠나. 못 떠나. 내가 너를 어떻게 떠나겠어...’

  착잡한 우찬은 머리를 쥐며 후회하고 있었다.

  ‘그때... 네가 질문했을 때... 내가 바로 이렇게 대답했더라면 너는 불안해하지 않을 텐데... 왜 바보같이 너를 못 봤을까...’

  우찬은 루칸이 한 말을 천천히 되새겨 보았다.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자신을 믿으라니... 무슨 소리일까... 루칸님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 답답한 놈...”

  세율은 우찬을 바라보며 인상 쓰기 바빴다. 하윤과 우찬이 헤어지고 하고 나서 라율과 자신도 함께 찢어져 둘을 살펴보기로 했는데 라율이 자신보고 우찬을 따라가라는 말에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저런 답답한 놈을 보자고 이렇게 지루하게 보내야 돼?!”

  점점 라율의 대한 원망이 커지고 있을 무렵 우찬을 따뜻하게 맞이 해주는 루칸을 보고 신기해했다.

  “근데 진짜 신기하네. 마족일뿐더러 왕이었을 텐데 참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나는 마족이기 때문에 그저 가식덩어리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자신은 예전에 루칸을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멀리서 지켜본 적은 있었다. 그때도 저렇게 사람 좋은 모습으로 헤실헤실 거리는 게 그저 남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가식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혼자 사냥을 하며 잘 버티고 있었고 왕이었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위압감 자체가 없었을 뿐더러 자신의 힘을 남에게 과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만난 우찬을 기분 좋게 반겨주며 좋은 미소를 보이고 반겨주는 모습이 마치 한 아이의 부모 같아 그저 놀라웠다.

  “예전에 가식 덩어리라고 욕했던 게 미안하네...”

  나중에 직접 만나게 된다면 자신이 속으로 욕했던 루칸에게 직접 사과할 마음으로 어서 빨리 이 사건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빨리 마무리해야 돼. 하지만 저 놈이 너무 답답하게 구는데!! 뭘 어떻게 해야 되나... 지금 쟤가 저렇게 한가하게 놀고 있을 때인가?! 루칸을 만났으면 빨리 그 천사한테 갈 생각을 해야지!!! 어휴.”

  “그러게 말이야. 나도 보고 있자니 답답하네.”

  혼잣말로 우찬의 뒷담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세율은 뒤를 돌아봤다.

  “안녕?”

  “뭐야...”

  세율은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 뒤에는 언제 온 건지 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 저번에 걔지? 그 은발 머리 옆에 있던 싸가지 없던 애. 뭐 물론 그 남자애도 싸가지 없었지만 말이야. 아 그리고 우찬씨가 옆에 있을 때 누군가가 감시하는 느낌이 들더니. 그것도 너희들이지? 설마 이런 불청객일 줄은.”

  시안은 세율을 보며 기분 나쁘게 웃었고 그런 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세율은 금방이라도 공격할 얼굴로 자세를 취했다.

  “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내가 어디를 돌아다니든 내 마음 아닌가?”

  “왜? 쟤 앞에 나타나려고? 아직 포기 못했어?”

  “흥. 저딴 놈 제발 데려가 달라고 빌어도 안 데려가.”

  “그거 다행이네. 쟤도 그렇게 생각할 테니깐.”

  “여전히 싸가지 없네.”

  “너만 할까.”

  계속해서 말꼬투리를 잡으며 자신을 이기려고 드는 세율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 여기서 흥분하게 되면 계획이 물거품이 될 것을 알기에 참기로 했다.

  “뭐 나는 너랑 싸우러 온 게 아니라서 말이야.”

  “응. 그럼 가던 길 가세요~ 귀찮게 하지 말고.”

  “이게 진짜!”

  “뭐? 때리려고? 아이고 무섭네. 오늘밤에는 라율이랑 같이 자야겠네~”

  “너는 도대체 왜 이렇게 나대는 거지?”

  “그럼 너는 왜 그렇게 나대? 나는 너랑 상종하기 싫어서 시비 거는 너한테 나대는 거지만 너는 나한테 아무 이유 없이 계속 시비 걸잖아? 상종하기 싫으면 그냥 가던 길이나 갈 것이지 왜 자꾸 시비야. 나 좋아하냐? 아 만약 그런 거라면 미리 거절할게. 나는 성격을 많이 봐서 말이야.”

  “누가 너 같은 거 좋아한데?!”

  “아 맞다. 그렇지. 너는 그.분.을. 좋아하지.”

  “... 너...”

  “그 분은 뭐 너 좋아한데? 아니면 짝사랑? 만약 그런 거라면 뭐 내가 잠깐 놀아줄게. 외로울 테니깐. 어때?”

  “닥쳐. 네가 뭘 안다고 떠들어.”

  “너보다는 잘 알 거 같은데?”

  “너는 나랑 뭐가 다른데? 어차피 똑같이 이 일에서 그 천사를 속이고 자신의 이익을 보기 위해서잖아?”

  “나는 말이야. 너처럼 한 남자에게 빠져서 하지 말아야 할 선은 안 넘어. 그리고 네가 하는 일과 우리가 하는 일을 비교하지 말아줘. 기분 굉장히 더럽거든. 너랑 같이 묶이는 게.”

  “이게 끝까지!!!!”

  시안이 세율을 때리려고 하자 갑자기 날아온 하늘빛의 새가 시안 어깨에 앉았다.

  ‘시안. 그만하고 그냥 돌아와.’

  “...”

  “어머. 안녕? 오랜만이네~”

  “세율이군. 오랜만이네.”

  “응~ 근데 반갑지는 않네. 아무리 목소리만 듣고 있어도 기분은 별로라서 말이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설마 너희들이 그쪽으로 넘어갈 줄이야.”

  “네가 말하는 그쪽은 어디인데?”

  “...”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우리는 그 천사와 저 마수의 편이 아니야.”

  “그럼 어째서 거기에 있는 거지?”

  “그건 알 필요 없고요~ 빨리 이 여자나 데려가지? 속이 거북해서 말이야.”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응. 어디 한 번 덤벼봐. 우리는 절대로 지지 않을 테니깐.”

  “그래. 나중에 너희들이 내 앞에서 대립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슬프군.”

  “나는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네. 너랑 대립하는 구도를 즐기고 싶거든.”

  “하여간 말하는 건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그거야 나는 처음부터 네가 마음에 안 들었으니깐.”

  “... 시안 지금 당장 내 쪽으로 와. 오늘은 날이 아닌 거 같구나.”

  “네. 알겠습니다.”

  의문의 남성은 세율이와 대화 해봤자 자신 속만 탈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시안을 불렀고 시안은 짧게 대답하며 세율을 살짝 째려봐준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세율은 다시 조용해진 밤이 기분이 좋아 하늘을 바라보고 미소 지었다.

  “율아. 우리가 꼭 너의 소원을 들어줄게. 너는 항상 사소한 거라고 했지만 나는 네가 원하는 데로 해주고 싶어.”

  별과 달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밤하늘은 밝게 빛내며 점점 다가올 그 날을 대비해 더욱더 밝게 빛을 내고 있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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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유 천사 3화 9/9 314 0
2 고유천사 2화 9/2 340 0
1 고유천사 1화 8/29 54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