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달 뒷면의 깊은 지하에는 용국이라는 아름다운 바다 속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의 왕자 천마가 인큐베이트 같이 생긴 특수 침대에 핏기 없는 얼굴로 누워 있다.
최첨단 생명 유지 장치들과 수액들이 그의 꺼져가는 생명을 겨우 붙잡고 있는 듯 했다.
근심 가득한 얼굴을 한 여왕과 국서(여왕의 남편)가 급히 들어왔다.
천마의 곁을 지키고 있던 어의와 천마의 호위 병정 다니엘이 여왕과 국서를 보고 예를 갖추었다.
여왕이 천마의 모습을 보더니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렸다.
“괜찮으시옵니까?”
모두들 놀라 곁으로 모여드니 여왕이 괜찮다는 손짓을 했다.
“왕자의 상태는 어떤가?”
“송구하옵니다. 폐하!”
어의가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왕자에게 이 나라의 운명이 달린 거 어의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예,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런데도 정녕 왕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단 말이더냐......”
여왕이 절망한 듯 말끝을 흐렸다.
“송구하오나 그러하옵니다. 소인을 죽여주십시오.”
어의가 머리를 조아리며 흐느꼈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어의 영감! 왕자마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잖습니까?”
천마의 호위병 다니엘이 방법이 있는데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시위하듯 물었다.
여왕이 어의를 바라봤다.
어의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그 방법이 뭔가?”
“폐하, 그 방법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한 번도 행한 적이 없을뿐더러 실패 시에는...... 손쓸 겨를도 없이 왕자마마를 떠나보내야 하옵니다.”
“이리 되든 저리 되든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라도 해 봐야 되지 않겠느냐?”
여왕이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뭔가? 그 방법이라는 것이!”
국서의 눈치를 살피던 어의가 말을 하려다 멈칫 멈칫 했다.
“왕자님과 천천 대군의 몸을 바꾸는 것입니다.”
보다 못한 다니엘이 답을 했다.
“뭐라? 왕자와 천천 대군과 몸을 바꾼다고?”
여왕이 놀라 눈을 부릅뜨며 되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왕자마마와 신체 조직 구조가 가장 비슷하고, 국서의 피가 흐르는 천천 대군의 몸에 왕자님의 뇌와 생식 기관 등을 이식하는 것입니다. 성공만 한다면 백성들을 생산하는 일은 문제없을 것입니다.”
“왕자 너를 살릴 방법이 정녕 그 방법밖에는 없다 말인가?”
국서가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천마를 바라보며 혼자 중얼댔다.
“어떻게든 왕자를 살려야 이 나라에 미래가 있습니다.”
여왕이 국서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그랬다.
이 나라를 이루고 이끄는 백성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채 5%도 되지 않은 남성들은 혹시나 모를 적으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훈련을 하거나 인간 세상으로 나가 바다 속에서 나는 진주 등의 무역을 하는 일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 나라의 백성들은 물속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에 의해 생식 능력을 잃어 생식을 할 수가 없었다.
종족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 받은 단 한 명의 남성!
생식 능력이 있는 남성만이 왕자로 추대되어 귀한 대접을 받으며 자라다 성인이 되면 국서(여왕의 남편)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의 존망이 걸린 그 생식 능력을 가진 왕자가 병이 나 혼인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나 아직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방법이라 성공 여부는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어의가 여왕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어의 영감은 이대로 손 놓고 계실 겁니까?”
다니엘이 발끈했다.
“이식 수술이 만약 실패라도 한다면 자네가 책임질 건가?”
어의도 발끈했다.
“그런 생각하실 시간에 수술에 성공할 수 있도록 공부를 하십시오.”
“호위병 주제에 어디서 감히.....”
어의가 다니엘을 째려보며 이를 꽉 물었다.
“그만들 하게!”
여왕이 소리치자 어의와 다니엘이 여왕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방법 밖에 없다면 어쩌겠소? 한번 해 봐야지.”
여왕이 의연하게 천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사실이 새나가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하고, 어의는 왕자의 수술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시오.”
“예, 폐하!”
이 큰 일을 깊은 고심 없이 쉽게 허락하는 여왕과 국서의 태도가 의외여서 어의와 다니엘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병정 다니엘은 지금 당장 지구로 가서(하는데)....”
“네, 소인이 빠른 시일 내에 모시고 돌아오겠습니다.”
다니엘이 마음이 급한 듯 여왕의 말을 중간에 끊고 서둘러 나갔다.
“저! 저! 저!.......”
국서가 다니엘의 불손한 언행에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왕자를 위하는 마음이 그만큼 큰 것이겠지요. 크게 마음 두지 마십시오.”
여왕은 다니엘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듯 국서를 다독였다.
“국서마마, 그리고 국서마마께서 한 가지 해 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혹시나 불호령이 떨어질까 어의는 바짝 엎드려 얼른 말을 이었다.
“저기.....저기......”
어의가 말끝을 흐리며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국서의 눈동자가 어의의 손가락 끝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저기라니? 뭔가? 얼른 말해 보게!”
답답함에 국서가 재촉했다.
“그게 저......”
“옥황상제께 가셔서 왕자마마와 천천 대군의 명부를 다시 정리해 오셔야 합니다.”
밖에서 급히 뛰어 들어온 왕의 책사이자 천마의 스승인 대제학이 어의 대신 말을 하곤 숨을 골랐다.
“지금 뭐라 했는가? 나더러 원수보다 더한 형을 찾아가란 말인가?”
국서는 대제학을 보며 기가 찬 듯 실소를 지었다.
“네, 마마! 천천 대군은 인간의 영혼을 지닌 심장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인간의 영혼은 300년 정도 살다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저희와는 완전 다른, 불멸의 존재입니다.”
“불멸의 존재라면 왕자에게 더 좋은 거 아닌가?”
“인간의 영혼은 불멸하지만 영혼을 담고 있는 심장은 그 명이 너무나 짧다는 게 문제이지요. 인간들은 심장의 명이 다 되면 옥황상제께 올라가 영혼을 담는 다른 심장을 부여받아 옵니다.”
“그 말인즉, 우리 왕자도?”
“네, 다음 세대에게 이 나라를 물러주실 수 있을 때까지는 적어도 두 세 번의 똑같은 심장을 다시 부여 받아 와야 하는데, 만약 옥황상제께서 똑같은 심장을 부여해 주지 않았을 시에는......”
“이 나라를 유지해 나갈 수가 없다 이 말이더냐?”
국서가 침통한 표정으로 대제학을 바라봤다.
대제학이 고개를 숙였다.
‘이는 형님에 대항한 저를 벌주기 위한, 형님의 큰 그림입니까?’
국서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탄을 했다.
그 때 천마의 생명 감시 장치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의가 급하게 달려와 천마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왕자가 왜 이러는 것이냐?”
여왕이 애끓는 표정으로 어의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꿈을 꾸고 계신 듯 합니다.”
여왕과 국서가 한숨을 돌리며 눈을 감았다.
“이 상황에 도대체 무슨 요란한 꿈을 꾸기에......”
*
*
천마는 용국의 신전 앞에 서 있다.
큰 나무문을 살며시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길게 늘어진 형형색색의 쉬폰 천 사이로 입을 다물고 있는 커다란 가리비가 보였다.
신전 안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천마는 홀린 듯 가리비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희고 앙상한 손으로 구슬을 쓰윽 문지르니 비밀번호 여섯 자리를 입력하라는 음성이 흘러 나왔다.
천마가 능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뒤로 물러섰다.
가리비가 입을 열더니 오묘한 빛이 나며 블루마블처럼 신비하고 아름다운 구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마는 눈부심을 막기 위해 팔을 들어 눈앞에 가져다댔다.
천천히 팔을 내리며 그 눈부심에 적응을 해 내갔다.
구슬은 170cm이 넘는 천마의 키보다 훨씬 커서 올려다보지 않으면 눈앞에 그냥 벽이 있는 것 같았다.
천마가 손끝으로 턱 선을 쓰다듬더니 씨익 웃으며 구슬에게 다가갔다.
“구슬아 구슬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젤 잘 생겼냥?
“천천 대군이십니다.”
“그럼, 이 세상에서 누가 젤 섹시한 몸을 가졌느냥?
“천천 대군이십니다.”
“아니, 같은 씨를 받아 같은 배에서 태어나 같은 걸 먹고 자랐다고 들었는데 나는 심폐 소생도 안 되는 병약한 꼴뚜기고, 그 놈은 잘 생기고 섹시하기까지 해? 그래도 내가 이 나라의 왕자고 걔는 대군인데.”
그가 얼굴까지 새빨개지며 투덜댔다.
“실망하지 마십시오. 곧 왕자마마의 얼굴에서 그 분의 얼굴을 보게 되실 겁니다.”
“뭐라고?”
천마의 눈이 두 배로 커지며 구슬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아이쿠, 이거 말하면 안 되는 특급 기밀인데......”
구슬이 입을 다물었다.
“괜찮아, 내 일인데 내가 알아서 안 될 게 뭐야? 말해 봐.”
아무것도 모르는 천마는 구슬을 어르고 구슬리는데 온갖 정성을 다한다.
구슬이 못 이기는 척,
“대신 개인 정보 보호법 제 34조에 의거, 개인 정보 유출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음 에도 불구하고 말씀드리는 거니까 아무한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알았어, 알았어. 빨리 말해 봐!”
천마가 구슬에게 바짝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조만간 왕자님께서는 왕자님께서 그렇게 원하시는 비주얼 부자가 되실 겁니다.”
“뭐?”
“눈, 코, 입이 1:1:1로 반짝이는 판타스틱한 얼굴과/ 넓은 어깨와 긴 다리를 비롯해 탄탄한 근육으로 똘똘 뭉친 이기적인 몸매에/ 일할 때는 섹시함과 카리스마를/ 평상시에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과 엄근진의 갭모에를 소유하고 있는 천천 대군의 잘 생긴 얼굴과 건강하고 멋진 몸으로 다시 태어나실 겁니다.”
천마는 구슬이 말하는 대로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싸 가오리!
“진짜야?”
“제가 어찌 왕자마마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근데 어떻게? 어의 말로는 내가 곧 죽는다는데?”
“몸소 느껴 보시게 될 겁니다. 이 나라의 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그래, 기대되는구나! 왕자 노릇도 제대로 못할 병약한 꼴뚜기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좋아하는 천마의 모습을 보면서 구슬이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하지만 세상 이치가 그렇듯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지요. 왕자 마마께서는 느껴보지 못한 그래서 감당하기 힘든 그리움의 고통을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
*
인간 세상의 대한민국 어느 도심의 체육관, 이른 아침.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맨발에 이어 울려 퍼지는 죽도 부딪히는 소리.
숨 막힐 듯한 긴장감 속에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대련이 계속되다가 결국 한 선수는 포기를 선언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드러눕는다.
승리 한 선수는 호구부터 벗는데 점점 드러나는 조각같은 얼굴과 어깨까지 내려와 찰랑거리는 젖은 머리칼이 드라마 속의 멋진 주인공 같다.
천천이었다.
천천은 상대방에게 예를 갖추고 라커룸으로 향하려는데 관장이 다가왔다.
“관장실에 손님이 와 계십니다.”
“손님요? 이 이른 시간에?”
“네, 훤칠한 젊은 남자분인데 성함이 다니엘이라든가?”
관장이 생각이 잘 나지 않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땀을 많이 흘려 이대로 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얼른 씻고 갈 테니 조금만 기다리시라고 전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관장이 돌아서려는 순간 천천이 붙잡는다.
“관장님!”
“네”
천천이 쉽게 말을 못 꺼내고 머뭇거렸다.
관장이 천천의 눈치를 읽은 듯 먼저 말을 꺼낸다.
“아 참, 오늘 아침에 대련하신 분은 어땠습니까?”
천천이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 준 관장이 고마운 듯 웃으며,
“어려서 그런지 너무 공격적이라 막아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매일 아침 저와 대련하던 분은 오늘 안 오셨습니까?”
관장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네, 오늘은 못 오신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왜 무슨 일이 있으시답니까?”
“아니라고는 하는데 목소리 들어보니 많이 피곤하신 거 같았습니다.”
“그럼, 내일부터는 나오시는 겁니까?”
“그건 저도 잘...... ”
관장이 천천의 얼굴을 살폈다.
걱정이 깃든 천천의 눈빛이 고스란히 보였다.
“오늘 많이 서운하셨던 모양입니다. 도련님 때문이라도 내일은 꼭 나오시라고 해야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천천은 관장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 거렸다.
“그런데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지십니까?”
“더워서...... 그럼 저는 씻으러 이만.....”
얼른 몸을 돌려 락커룸으로 들어 왔다.
땀에 젖은 도복을 벗고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샤워기 밑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에 몸의 근육들이 조금 놀란 듯 경직이 되었다.
하지만 관장 앞에서 달아올랐던 얼굴은 여전히 화끈거렸다.
아픈 건가?
어지간하면 열을 내고 땀을 빼면 몸이 가벼워진다던 분이었는데......
호구를 쓰고 있어도 영롱하게 빛나는 그 눈빛이 천천은 너무나 좋았다.
천천의 머릿속이 온통 그녀 생각으로 가득찼다.
샤워도 어떻게 끝냈는지 모를 정도였다.
탄탄한 근육에 이슬처럼 맺힌 물방울들이 중력에 의해 또르르 흘러 내렸다.
천천은 그 느낌이 좋았다.
일부러 몸의 물기를 닦지 않았다.
허리에 수건을 감고 얼굴에 스킨과 로션을 발랐다.
대충 바르는 것 같은데도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CF의 한 장면 같았다.
그가 락커룸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다니엘이 벽에 등을 기댄 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천천은 다니엘에게서 풍기는 포스가 보통이 아님을 느끼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용국에서 온 왕자마마의 호위 병정 다니엘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관장이 전하고 간 말이 생각났다.
“급한 일이라 제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내려왔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리 급하십니까? 용국에서 저한테 무슨 볼 일이 있다고?”
천천이 무심하게 상의를 입으며 물었다.
“왕자마마님을 살려 주십시오.”
다니엘이 무릎을 꿇으며 애절하게 말했다.
천천이 바지를 손에 집었다가 멈칫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왕자마마를 살려 달라니?”
“왕자마마님은 어렸을 때부터 앓아 온 심병과 뼈 무름병으로 인해 지금 혼수상태에 빠져 계십니다. 대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쪽의 말투를 보아하니 도와 달라는 말이 나 보고 왕자 자리에 앉아 주십사라는 말은 아닌 거 같고...... 내 몸이라도 내 놓으라는 건가?”
천천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다니엘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
다니엘이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인간의 피가 섞였다고 더럽다며? 끔찍하다며? 그래서 쫓아낼 때는 언제고, 내 몸을 달라고?, 흥!”
천천이 콧방귀를 뀌었다.
“인간 세상으로 쫓겨나지 않으셨으면, 평생 화학적 거세 주사를 맞으며 뼈 빠지게 일만 하다 죽어야 할 운명이셨습니다. 폐하께서 성은을 베푸신 겁니다.”
“성은? 국서한테 가서 물어 봐! 내가 일반 백성의 운명을 타고나서 쫓아냈는지!”
천천이 눈에 힘을 주며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천천의 갑작스런 폭탄 발언에 다니엘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래, 모를 수 밖에 없겠지! 왕자는 한 명 밖에 나올 수 없다는 게 그 나라의 불문율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러니 하지. 그 불문율대로라면 지금 그 나라의 왕자는 나였어야 하는데 천마가 된 걸 보면!”
어느 새 바지를 입고 긴 머리를 능숙하게 묶으며 다니엘을 향해 조용하게 소리쳤다.
“그 말씀은 지금 대군께서도 백성들을 생산할 수 있는 생식 능력이 있다는(하는데)
“인간의 피가 흐르는 건 내가 아니라고! 만약 그랬다면 천마가 아닌 내가 아팠겠지!”
“????”
“너희가 아버지로 모시는 국서라는 작자가 옥황상제와 왜 사이가 틀어진 줄 알아?”
다니엘이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형의 여자가 된 인간과 사랑에 빠져 낳은 아이가 천마야.”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그래? 국서는 대답하기가 좀 그럴 테니 여왕한테 가서 물어 봐! 뭘 눈 감아 주는 대신 여왕이 됐는지? 나를 왜 쫓아냈는지?”
다니엘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천이 설명하기 귀찮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믿지도 않는 표정이니 그만 하고, 왕자가 죽고 나거든 예의를 갖춰서 모시러 와. 그 때가 되면 여왕도, 국서도 나를 찾게 돼 있으니까.”
천천은 자신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서 있는 다니엘을 지나 유유히 락커룸을 빠져 나갔다.
한참이 지나 정신을 차린 다니엘은 천천의 농락에 놀아난 자신이 한심했다.
천천이 드러낸 야욕을 듣고 나니, 다니엘은 어떻게 해서든 천천을 데리고 가 천마를 살려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것만이 용국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길임을 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멀리 가지 못했으리라!
다니엘은 천천의 뒤를 급하게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