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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왕자 새끼
작가 : 어사화
작품등록일 : 20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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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작성일 : 19-10-09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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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슬은 급하게 집으로 튀어 들어왔다.

 

 “아~ 오늘은 정말 정장의 늪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겠네.”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정장이 걸려 있는 옷장 문을 두 번이나 열었다.

 

 검은색 정장을 빼내 침대 위에 던져 넣고는 입고 있던 추리닝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얼른 껴입고, 자켓을 들고 뛰어나갔다.

 

 밖에서 짱순이 투덜대며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야아, 그래도 나 빨리 나왔지?”

 

 들고 있던 자켓을 껴입고는 숨을 골랐다.

 

 “안전벨트 해.”

 

 윤슬은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지으며 안전벨트를 했다.

 

 “이 동네는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든다 말이야.”

 

 “그렇지?”

 

 “병원하고도 가깝고, 예쁘기도 예쁘고, 나도 이리 이사 올까?”

 

 “그럼 나야 좋지!”

 

 “좋겠지? 나를 운전기사로 부리기에.......”

 

 “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

 

 “나한테 오해받기 싫으면 이제 너도 차 사라. 응급 때마다 택시 안 잡혀서 발 동동 구르지 말고, 오늘 같이 버스에서 죄 없는 총각에게 그런 민폐 끼치지 말고.”

 

 “그래도 되려나?”

 

 “어머니 기일 때 이번에 나 없이도 잘 다녀왔잖아. 그럼 된 거 아닌가?”

 

 “그래 ,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

 

 윤슬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 윤슬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모친상의 부고를 받은 오늘 같은 날은 윤슬의 마음도 괜히 그랬다.

 

 “뭐해, 얼른 들어가자.”

 

 “어? 어.”

 

 입구에는 각지 인사들에게서 온 조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빈소 안으로 들어가자 삼베 완장을 한 유 기한 교수와 그의 부인이 그녀들을 맞았다.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유 교수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윤슬과 짱순의 뒤로 조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자리를 얼른 피해 주었다.

 

 빈소 바로 옆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았다.

 

 주위에 먼저 온 병원 동료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었다.

 

 장례식장 직원들이 빠르게 테이블 위에 음식들을 차려냈다.

 

 윤슬은 젓가락을 쪼개 제일 먼저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를 집어 들었다.

 

 늘어나는 위장을 용납 못하는 정장 바지임을 의식하여 적은 양으로 배를 부르게 할 수 있는 음식부터 그녀의 레이더에 걸린 것이었다.

 

 몇 개의 인절미를 집어 먹고, 쇠고기 국에 밥을 말기 위해서 숟가락의 포장을 벗기려는데 아직까지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는 짱순의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입구 쪽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윤슬도 따라 바라보며 물었다.

 

 “왜? 나 말고 같이 올 사람 있었어?”

 

 “아니, 이사장님 오는가 해서.”

 

 헐~ 이제야 좀 벗어나나 싶었는데.

 

 윤슬은 들고 있던 플라스틱 숟가락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헛소리를 하는 걸 보니 너 당 떨어졌구나. 얼른 이거나 좀 마셔라.”

 

 윤슬은 사이다를 따른 컵을 짱순의 입에 물렸다.

 

 *

 *

 

 철인은 자신이 직접 뽑은 비서 남 비서에게 더 이상 스케줄이 없음을 확인하고 퇴근을 하기 위해 책상 정리를 했다.

 

 그 때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남비서가 뒤따라 들어와 철인을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철인은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나가 있으라고 했다.

 

 그 사람은 벌써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철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뭐 하니? 와서 앉지 않고?”

 

 회장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철인을 한번 째려봤다.

 

 “아침에 오셨으면 됐지, 저녁에는 또 무슨 일로 오셨어요?”

 

 회장의 옆에 앉으며 철인이 차갑게 말했다.

 

 “어디서 저런 놈을 뽑아서는! 내가 누군지 몰라? 어디서 기다리라 마라야?”

 

 철인이 들으라는 듯 회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투덜댔다.

 

 “여기는 제 사무실입니다. 예의를 좀 갖춰 주시죠!”

 

 “그렇다고 비서를 뭐 그런 식으로 뽑아? 스펙 빵빵한 놈들은 다 재껴 두고 저런 놈을........”

 

 철인이 뽑은 남 비서가 회장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회장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했다.

 

 회장이 그 동안 철인을 여기에 앉히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그런 철인을 보좌할 비서를 지방대 고학생으로 뽑아놓았으니!

 

 “남 비서는 회장님과 어머님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라고 뽑아 놓은 인형이 아니라 제 일을 도울 제 사람입니다. 저를 존중하듯 남 비서도 존중해 주십시오.”

 

 철인은 회장의 속셈을 벌써부터 눈치 챘었다.

 

 이것저것 가르친다는 명목아래 사사건건 간섭하려고 자신의 제일 가까운 비서를 자기네들 사람으로 뽑게 하려고 한 것을.

 

 그래서 철인이 먼저 선수를 쳤다.

 

 내 사람은 내가 뽑겠다고.

 

 철인은 면접장에서 그들에게 종이 한 장과 볼펜 한 자루를 주고 자신이 하는 말을 따라 적게 했다.

 

 그가 적게 한 것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나이팅게일 선서였다.

 

 철인은 그것을 제일 정확하게 따라 적고, 제일 잘 이해한 사람을 뽑았다.

 

 병원에서 이 두 선서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해외 유명한 학교 유학생이니 하는 스펙은 필요 없었다.

 

 “음”

 

 회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남 비서 때문에 이렇게 오신 겁니까?”

 

 “장례식장에 다녀오다 잠시 들렀다. 정형외과 유 기한 교수라고 있지, 아마?”

 

 “네, 소식 들었습니다. 저는 남 비서 통해 벌써 조문 마쳤습니다.”

 

 “그래 잘 했다. 그리고 이거!”

 

 회장은 책상 위에 차키 하나를 올려놓았다.

 

 “명색이 대국 병원 이사장이라는 놈이 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냐? 애비 면면 안 서게. 쯧쯧쯧.”

 

 “요즘 생각할 게 많아 운전을 하고 다니는 것보다 버스 타는 게 안전해서 그랬습니다.”

 

 “돈 많은 아버지 뒀다 뭐 할 거야? 이럴 때 써 먹어야지.”

 

 “회장님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저는 부담스럽습니다.”

 

 철인의 말을 들은 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 일 자리 하나 더 만든다고 생각하고 기사 붙일 테니까 타. 나는 이만 간다.”

 

 회장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일어서 나갔다.

 

 표정은 말할 수 없이 참혹한 표정이었다.

 

 아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니.......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모든 걸 다 말하기 어렵겠지만 언젠가 철인도 자신을 이해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회장은 철인의 사무실에서 문을 열고 나와 허리 굽혀 인사를 하는 남 비서를 다시 한 번 째려봤다.

 

 회장의 눈빛을 본 남 비서가 멈칫했다.

 

 회장은 고개를 젓고는 그대로 걸어 나갔다.

 

 남 비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철인의 사무실의 문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제 일을 도울 제 사람입니다. 저를 존중하듯 남 비서도 존중해 주십시오.”

 

 철인의 말투를 흉내 내며 혼자 큭큭 댔다.

 

 그 때 사무실 문을 열고 철인이 나왔다.

 

 남 비서는 잽싸게 책상을 정리하는 척 했다.

 

 “남 비서!”

 

 “네.”

 

 남 비서가 고개를 들자 차키를 남 비서에게 던졌다.

 

 남 비서가 차키를 받아들자,

 

 “운전할 줄 알지? 내가 낯선 사람과 폐쇄된 공간에 같이 있는 게 싫어서 말이야. 아직 한국 지리도 좀 낯설고.”

 

 “제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철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몸을 틀었다.

 

 남 비서가 몸을 꼬며 그를 불러 세웠다.

 

 “이사장님~”

 

 “왜?”

 

 영문을 모른 철인이 돌아봤다.

 

 “주 52시간입니다. 정확하게 2시간 8분 32초를 초과해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만 퇴근하시지요.”

 

 “초과 근무 수당 청구해. 돈 많은 상사 뒀다 뭐 할 거야? 이럴 때 써 먹어야지.”

 

 철인이 씨익 웃어보이고는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최고의 상사는 개뿔~”

 

 그는 입을 쭉 내밀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때 철인이 다시 나왔다.

 

 “왜요?”

 

 남 비서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차키가 네 손에 있잖아. 타고 가 버리면 나만 손해일 거 같아서!”

 

 남 비서가 생기를 되찾으며 벌떡 일어났다.

 

 “가시죠!”

 

 남 비서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철인은 사무실을 나왔다.

 

 *

 *

 

 “라면 먹고 갈래?”

 

 “아니, 내일 수술 아침에 수술 있잖아. 속을 비워둬야 탈이 안 나지.”

 

 “맞다. 나도 낼 유 교수님 수술 있다. 아~ 고무줄 바지가 아니라서 양껏 먹지도 못했는데.”

 

 윤슬이 억울한 듯 다리를 동동 굴렀다.

 

 “어휴, 그러셨어요~ 우유나 한 잔 데워서 먹고 자.”

 

 “당 떨어지면 새벽에 잠이 깰 텐데.”

 

 짱순은 고개를 흔들었다.

 

 “여하튼 고맙다. 조심해서 가라.”

 

 그녀가 차문을 열고 내렸다.

 

 “그래, 아침에 속 안 좋다고 후회하지 말고 간단히 먹고 자~”

 

 조수석 창문을 열고 짱순이 외쳤다.

 

 “암요암요. 분부대로 하지요.”

 

 윤슬이 손을 흔들며 답했다.

 

 짱순의 차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본 후에야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으로 돌렸다.

 

 오늘 하루는 정말 길다고 하소연을 하며 집 앞에 다다랐을 무렵.

 

 대문 앞에 축 늘어진 체 쓰러져 있는 아이가 보였다.

 

 세 네 살 밖에 안 됐을 체구였다.

 

 거기다 저녁에는 어른들도 한기를 느낄 정도로 쌀쌀한데 앙상한 몸이 드러난 얇은 여름 티셔츠와 팬티 차림에 몸에서 락스 냄새가 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윤슬은 놀라 얼른 자켓을 벗어 아이의 몸에 덮어 주고, 무릎을 꿇고 앉아 신체반응을 살폈다.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다.

 

 몸 구석구석에 멍 자국과 타박상, 그리고 팔에 골절 소견이 보였다.

 

 그녀는 일단 119를 불러 놓고 집에 들어가 구급함과 저체온 방지 시트를 들고 와 아이의 몸을 감쌌다.

 

 골절이 보이는 부위는 부목을 대고 응급처지를 했다.

 

 그리고 119가 도착했을 때 의사임을 밝히고 구급차에 동행을 했다.

 

 밝은 불빛에 몸에 난 상처들이 잔인할 정도로 신랄하게 보였다.

 

 “혹시 아는 아인가요?”

 

 구급 대원이 물었다.

 

 “아니요. 퇴근해서 오는데 집 앞에 쓰러져 있었어요.”

 

 윤슬은 빨리 병원에 도착하여 이 아이의 상태부터 봐야 할 것 같았다.

 

 응급실로 전화를 했다.

 

 마침 수현이 당직이라 응급실에 내려와 있었다.

 

 곧바로 검사와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마음이 급해 목소리가 떨렸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아이를 내리는데 윤슬이 엄마라도 된 듯 울상이었다.

 

 수현을 비롯해 다른 의료진에게 아이의 상태를 설명하며 치료 방향을 지휘했다.

 

 앙상한 팔에 주사 바늘이 꽂히고 수액이 달렸다.

 

 다른 의사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숨을 고르는 동안, 검사 결과들이 속속들이 나왔다.

 

 아이의 x-ray 사진만 봐도 그녀의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었다.

 

 아동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심한 영양실조, 저체온증, 전해질 불균형, 탈수 등은 그녀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뀌게 했다.

 

 거기다 락스로 인한 전신 화학 화상, 골절, 타박상 등은 어디 넘어지거나 부딪혔다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 했다.

 

 어쩌다가 윤슬의 집 앞에 쓰러져 있어서 목숨만은 건졌지만 그 동안의 굶주림과 폭력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지 생각하니 이가 갈렸다.

 

 이 아이의 엄마 아빠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여러 개의 수액이 추가로 달렸다.

 

 그리고 윤슬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

 

 아동 학대가 의심되니 아니 확신이 드니 이 아이의 부모를 당장 찾아달라고.

 

 관할 파출소에서 경찰이 2명 와서 조사를 했다.

 

 지문 등록이 되어있는 어른들과 달리 이런 아이들은 부모를 찾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상태로 윤슬의 집 앞에 쓰러졌다면 이 아이의 집과 윤슬의 집이 그렇게 멀지는 않을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윤슬의 집 주변 CCTV와 어린이집과 아동 센터를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이 아이의 부모를 찾는데 생각보다 많은 기다림이 필요했다.

 

 응급실에서 꼬박 밤을 지새우고, 윤슬은 수술이 있어 수술실로 향했다.

 

 마침 윤슬의 수술장에 마취의로 배정받은 짱순이 스크럽대 옆에 서는 윤슬의 얼굴을 보고 놀려댔다.

 

 “얼굴이 왜 이래? 너 어제 기어이 라면 먹고 잤구나!”

 

 “아니거든!”

 

 “그럼 이 무릎까지 내려온 다크 서클과 퉁퉁 부은 눈, 탄력 없는 이 피부는 뭐냐?”

 

 “응급실에서 올 나이트 했어.”

 

 윤슬이 솔로 손을 빡빡 문지르며 힘없이 말했다.

 

 “응급 수술 있었어? 인계 시간에 못 들었는데.......”

 

 “나를 보호자로 만든 아들이 한명 생겼다. 왜!”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녀는 무슨 말을 하는지 되묻는 짱순을 뒤로 하고 먼저 수술실에 들어갔다.

 

 짱순에게 설명하는데 남아 있는 힘조차 써 버리면 수술실에서 쓸 힘이 부족할 것 같았다.

 

 *

 *

 

 철인은 윤슬이 결혼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젯밤 퇴근하면서 본 모습을 보고 결혼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기관 삽관에 앰부까지 달고 응급실로 들어왔을까? 반쯤 넋이 나간 그녀의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마음이.......

 

 여하튼 이상했다.

 

 그 이상한 마음은 밤새 이어졌고, 그는 남 비서에게 천천히 출근하라고 문자를 남겨두고, 택시를 타고 아침 일찍 출근하여 사무실 책상 위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응급실 환자 현황들을 살펴보았다.

 

 강 윤슬이 보호자로 되어 있는 이 아이의 이름은 무명이었다.

 

 진단명으로는 다발성 골절과 타박상, 영양실조, 탈수 등등 상황이 심각했다.

 

 아이의 진단명을 보고 철인은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동학대로 보이는 진단명들인데.......

 

 그럼?

 

 남편에게 가정 폭력을 당해 아이를 두고 집을 나왔는데, 그 남편이라는 작자가 강 교수가 없으니 아이에게 화풀이를 한 건가?

 

 강 교수를 데리고 들어오라고 아이를 학대한 건가?

 

 이렇게 하면 강 교수가 들어올 거라고 생각해서 아이를 학대한 건가?

 

 아니면 이런저런 이유로 새 출발을 했는데 전 남편의 아이라는 이유로 학대를 한 건가?

 

 이 가설에는 강 교수도 이 아이와 같이 살고 있다는 건데, 그럼 남편과 같은 가해자라는 건데 설마.......

 

 도대체 뭐야?

 

 그는 궁금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다 멈췄다.

 

 이 상황에 응급실로 가서 다짜고짜 내가 네 친오빠일 수도 있으니 개인 사생활에 대해 말해 보라 수도 없고.......

 

 어머니가 꿈속에 나타나 당신을 보호해 주라 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는 다시 책상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궁금한 걸 참느라 마음에서 졸갑증이 났지만 그는 이성으로 꾹꾹 눌렀다.

 

 머리가 지끈거릴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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