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과의 점심 약속 장소가 병원에서 멀지 않은 거리라 철인이 직접 운전해 갔다.
남 비서를 데리고 와 봐야 점심도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어야 할 게 신경이 쓰였다.
주차장에는 김 비서가 벌써 주차를 해 놓고 철인을 보자 내려서 인사를 했다.
“회장님은 먼저 들어가 계십니다.”
“네, 초행길이라 제가 좀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좀 일찍 도착한 거 뿐입니다.”
“점심 식사 하고 계십시오. 이야기가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얼른 들어가 보십시오.”
서로 허리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김 비서는 돌아서 가는 철인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철인이 조선 시대 때나 지었을 법한 큰 나무 대문을 지나고 나니 잘 꾸며진 정원 사이로 큰 한옥이 나왔다.
직원이 나와 철인을 맞았다.
외관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지은 한옥이나 안은 현대식으로 편리하게 꾸며 놓은 고급 한정식 집이었다.
철인은 제일 구석진 곳에 있는 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한지가 발린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회장이 정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습니다.”
철인이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하며 말했다.
“남자가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얼른 와서 앉아라.”
회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철인이 자리에 앉자 임금님의 수랏상처럼 고급 재료들로 만들어진 산해진미 음식들이 차려졌다.
회장이 놋숟가락을 들며 얼른 먹으라고 철인을 재촉했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말없이 식사하는데 집중했다.
먼저 침묵을 깬 건 철인이었다.
“오늘 병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내가 네 병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세하게 알 정도로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느냐?”
“그럴 줄 알았습니다. 숙모님이 막으셨겠지요.”
국을 뜨다 말고 회장은 철인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숟가락을 놓고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더냐?”
“있었지요.”
철인이 국을 숟가락으로 휘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한 아이가 어젯밤에 응급실에 실려 왔습니다. 폭력과 굶주림으로 인해 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로.”
회장은 철인이 무슨 말을 꺼낼지 몰라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그 아이의 부모를 찾고 보니 눈에 익은 사람이 나오더라구요. 금고문!”
회장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벌써 손을 썼는지 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사건 종결 됐고, 부모는 아이 주치의에게 당장 퇴원 시켜 달라고 하고, 병원장까지 나서서 주치의에게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무리 됐으면 됐지 않느냐?”
“어머니처럼요? 제 동생을 그렇게 잔인하게 누가 데리고 갔는데도, 어머니가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는데도, 회장님은 제대로 조치도 안 하고, 경찰은 제대로 조사도 안 했습니다.”
“그건.......”
회장이 말을 잇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
철인은 회장을 몰아 붙였다.
“어머니를 탐탁치 않아하는 집안사람이 있었겠지요!”
회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철인은 회장의 그런 눈빛에 마음이 착잡했다.
회장이 그게 아니라고 말해 주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램은 바램으로 끝났다.
“이번에도 제 식구 감싸느라 어린 아이의 목숨을 뺏어 가실 겁니까?”
“........”
“회장님 항상 제게 하시는 말 있으시잖습니까? 장사꾼이라는 말! 그럼 아셔야겠네요. 지금 청와대 게시판, SNS에서 이 아이의 부모를 처벌해 주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거요.”
“뭐라구?”
“좀 있음 언론에서도 움직일 거고, 아이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대국 그룹 사람이라고 해 보십시오. 그룹 이미지가 어떻게 되나?”
“잠시 스쳐가는 바람일 뿐이야. 그 정도로 우리 그룹 약하지 않다.”
“회장님은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십니다. 저희 병원은 그룹의 입장과는 별개로 아이의 부모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것입니다. 돈과 권력으로 법은 막을 순 있어도, 국민들의 법 감정을 막지는 못할 테니까요.”
철인이 회장을 매섭게 노려봤다.
*
*
대국 그룹 회장실에는 사모와 그의 막내 동생 고문이 앉아 있다.
회장이 고문을 당장 조사 받게 하라는 철인의 말에 따라 그들을 부른 것이었다.
하지만 고문은 회장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당당한 표정과 자세로 앉아있었다.
“처남, 지금 그렇게 여유 부리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네?”
“지금 청와대 게시판이고, SNS에 난리난 거 모르나?”
“아니, 당신은 그깟 일 가지고 바쁜 애를 부르고 그래요?”
“그깟 일이라니? 당신은 모르면 가만히 좀 있어요.”
“그게 왜(하는데)”
고문이 사모의 팔을 잡으며 그만 하라는 눈짓을 보내고는 자신이 대신 말했다.
“제가 알아서 다 처리할 테니 매형은 걱정 말고 있으세요.”
고문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
“지금 웃음이 나오는가?”
회장이 안일한 고문의 말투에 화가 난 듯 소리쳤다.
“애 엄마한테 돈 좀 집어 주고 뒤집어씌우면 쉽게 해결될 문젠데 매형은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회장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 그러면 되겠네. 너는 이제 나가 봐. 누나는 따로 회장님과 할 말 있어.”
표정을 잔뜩 찌푸린 금고가 일어나 인사를 하고 나갔다.
이들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지 생각도 못했던 회장은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
금고가 나가자 사모가 회장을 향해 눈을 번뜩거렸다.
“금고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회장이 눈을 번쩍 뜨며 사모를 노려봤다.
“당신이 그렇게 나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당신 정말!”
“나하고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그 애를 기어이 한국으로 불러 들였고, 그 자리에 앉혔잖아요.”
속에 담아 두었던 불쾌함을 드러내며 사모가 팔짱을 꼈다.
“그냥 병원 이사장 자리 하나야. 회사를 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
“그럼, 고문이는요? 남자가 한 번 실수할 수 있는 일 가지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에요?”
“실수는 처남이 딸 뻘 되는 여자에게 미친 게 실수고, 아이를 학대 한 건 범죄야.”
회장이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누르며 소리쳤다.
“지가 알아서 해결한다니까 당신은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만약에 손끝 하나라도 건들이면 나도 그 때는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사모가 번쩍이는 명품 가방을 집어 들고 회장실을 나갔다.
회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신세에 한탄을 했다.
*
*
아이의 병상 앞에는 건장한 체격의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서 있었다.
아이 엄마라는 젊은 여자는 도둑 걸음으로 그 광경을 살짝 보고는 비상 계단으로 뛰어가 고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빠 죽겠는데 계속 전화 하면 어떡해?
“그럼 어떡해? 보디가드들이 쭉 서서 개미 한 마리도 접근 못하게 하는데!”
아이의 엄마라고 온 젊은 여자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 하나 똑바로 처리 못하고 뭐하고 있었던 거야?
“그럼 오빠는 알아서 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더니 이게 뭐야?”
그 여자도 화가 나는 듯 소리를 쳤다.
-이게 어디서 소리를 높여? 솔직히 네가 그렇게 만들었지, 내가 그랬냐?
“그러게 내가 못 키운다고 데리고 오지 말랬잖아.”
-야아, 그 동안 내가 너한테 준 돈이 얼마야? 거기에 아이 양육비도 포함된 거 몰랐냐?
“오빠가 나 좋아하는 게임하고 쇼핑하라고 준 돈이지, 전처 애 보라고 준 돈 아니잖아.”
여자의 목소리도 점점 더 높아져 갔다.
-이게 정말! 너 잘 들어. 만약에 조사를 받는다 해도 이건 다 너 잘못이야. 나는 늦게 퇴근하고 일찍 출근해서 아이 자는 모습만 봐서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야~
“오빠, 정말 이러기야? 오빠도 밥 시킬 때 쟤 밥 안 시키고, 꼴 보기 싫다고 화장실에 가둔 것도 오빠잖아.”
-나는 그런 적 없다하면 그만이야! 쓸데없는 소리 관두고 어떻게 해서든 병원에서 당장 데리고 나와!
“우리 헤어져! 금방 해결해 줄 거처럼 해서 안심하고 왔더니 이게 뭐야 정말! 이런 거 제대로 처리도 못 해 주고.”
-너 지금 이 상황에 헤어지자고 했냐?
“그래 헤어져! 돈방석에나 앉혀 줘서 그 동안 참고 있었지. 나같이 어리고 예쁜 여자가 뭐 때문에 너 같은 늙은 너구리 옆에 붙어 있었겠냐?”
-뭐라고? 늙은 너구리?
“태현이는 늙은 너구리 네가 와서 데리고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어디서 나한테만 뒤집어씌우려고 들어?”
-야!
그 여자는 휴대폰 전원을 아예 꺼 버렸다.
*
*
“교수님 또 한 건 하셨던데요. 아까 보니까 포털의 메인 화면에도 떴던데요.”
수술실로 가는 복도에서 만난 지성과 수현이 윤슬에게 말했다.
“이게 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힘이지. 아이가 있는 병원 직원 분들이 맘 카페에도 올려주시고, 많이 도와주셨어.”
윤슬이 뿌듯한 듯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런데 태현이는 어떻게 교수님 댁 앞에 쓰러져 있었대요?”
수현이 궁금한 듯 물었다.
“우리 집 대문 앞에 우유 통이 달려 있거든. 그 안에 우유가 들어 있는 줄 알고 뒤지다가 쓰러진 것 같아.”
“어휴 불쌍해서 어떡해~”
수현이 한숨을 지었다.
“우리나라는 아동범죄에 너무 관대한 거 같아요. 이번에도 부모와 몇 마디하고 경찰이 조사도 제대로 안 했다면서요.”
“그러게요. 훈육 차원이었다고 하면 그러냐 하고 조사 마무리 하고, 술 먹어서 기억이 안 난다면 감경해 주고, 우울증 있다고 해 주면 감경해 주고, 돈 있고 힘 있으면 감경해 주고......”
수현이 지성의 말에 거들었다.
지성이 수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윤슬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그럼 지금 어떻게 하고 있어요? 교수님 수술 들어가는 거 알고 몰래 데리고 나가는 거 아녜요?”
“이사장님께서 아이 병상 앞에 보디가드를 세워 주셨어.”
“보디가드를요? 이사장님이요?”
둘이 입이라도 맞춘 듯 똑같이 말하고 똑같은 표정으로 윤슬을 쳐다봤다.
윤슬은 ‘왜들 이러지?’라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역시, 우리 이사장님! 너무 멋있어.”
수현이 경기를 일으키듯이 몸을 떨었다.
“와아~ 같은 남자가 봐도 멋있네.”
수현의 말에 지성이 거들었다.
“나는 이 병원에 뼈를 묻을 거예요. 이사장님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될 거예요.”
수현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만 할 수 없니? 여기서도 이사장님! 저기서도 이사장님! 아주 질려!”
윤슬이 앞서 가며 투덜댔다.
“저는 해바라기처럼 매일 이사장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 해바라기 목 확 부러뜨리기 전에 얼른 가서 수술 준비나 하지!”
윤슬이 수현을 재촉하며 등을 떠밀었다.
*
*
태현의 엄마라던 젊은 여자는 어디로 갔는지 그 날 오후부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태현은 그 다음날 중환자실로 옮겼다.
윤슬을 비롯해 다른 의료진들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밤낮없이 그렇게 챙기는데도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언제든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윤슬은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태현의 사건이 화제가 되자, 사흘이 지난 시점에서야 경찰은 사건 재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그 소식을 들은 고문은 길 가에 차를 급정거했다.
그리고 글로브 박스에서 2G 폰 하나를 꺼내 전화 연결도 되지 않는 번호로 계속 전화를 해댔다.
“네가 정말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내가 그렇다고 너를 못 찾을 줄 알아?”
고문은 재빨리 또 다른 2G 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사람 한 명 찾아줘야겠어.”
그는 그 여자에 대한 신상 명세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착수금은 늘 가던 바에 맡겨 놓을 테니 그 여자 사진과 함께 찾아가. 잔금은 일이 마무리 되는대로 같은 장소에.”
고문이 전화를 끊고는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너 사람 잘못 봤어! 늙은 너구리? 그 늙은 너구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지!”
그리고는 태현이 있는 대국 병원으로 차를 돌렸다.
고문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중환자실 앞에 서 있었다.
그 때 중환자실로 들어가던 윤슬을 붙잡고 고문은 태현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윤슬은 태현과의 관계를 물었다.
고문은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죄 많은 아빠라며 눈물을 보였다.
윤슬은 고문을 아래위로 한 번 훑어 봤다.
고급 슈트에 구두, 슈트 깃에 달고 있는 변호사 배지를 보아하니 왜 그 여자가 병원에 얼굴 팔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한 게 이해가 되었다.
“이제야 왜 태현이 상태가 궁금하세요?”
윤슬이 삐딱한 말투로 물었다.
고문은 그녀의 말투가 귀에 거슬렸지만 참았다.
“아니, 제가 오늘 새벽에 출장에서 돌아왔는데 아이가 이렇게 됐다는 소식을 들어서.......”
고문은 혼신의 연기를 다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윤슬의 눈엔 그저 죄를 면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밖에 안 보였다.
“다른 건 모르겠고, 아직 살인죄 적용은 안 되겠네요. 방심은 하지 말구요, 언제라도 적용될 수 있는 상태니까!”
윤슬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의 얼굴을 한 번 때린 뒤 돌아섰다.
고문이 벌떡 일어나 윤슬의 팔을 낚아챘다.
윤슬이 고개를 돌려 그를 째려봤다.
고문이 흘렸던 눈물을 닦으며 광기 어린 표정으로 웃더니 목을 양 옆으로 번갈아 가며 기울였다.
“아~ 이 양반 말 못 되게 하네.”
윤슬이 코웃음을 쳤다.
“너만 하겠냐?”
“너만 하겠냐?”
고문이 되물었다.
“그래, 그랬다.”
“이게 어디서 반말이야?”
“너도 하는데 나는 못하라는 법 있어? 변호사니까 나보다 더 잘 알 것 아냐?”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사방을 둘러봤다.
CCTV가 달려 있는 걸 보고는 윤슬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너 내가 누군지 모르고 이렇게 까부는 모양인데, 앞으로 입 함부로 놀리지 말고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영원히 못 놀리게 하는 수가 있으니까!”
살기 띤 눈빛으로 윤슬을 잠깐 쳐다보고는 돌아서 갔다.
윤슬은 순간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침 출근을 하던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고문의 뒷모습을 보며 윤슬에게 뛰어와 일으켜 세웠다.
“교수님, 왜 이러세요?”
“저 사람 누구에요?”
윤슬이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어보였다.
벽 모퉁이에서 처음부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철인은 고문을 따라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고문 옆에 섰다.
고문이 인기척이 나자 옆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철인임을 보고 웃으며 아는 체를 했다.
철인은 아무것도 못 본 척 웃으며 인사를 하며 이른 아침부터 병원엔 어쩐 일로 왔는지 물었다.
“아, 아는 사람이 입원을 해서 병문안 왔어. 내가 워낙 바쁜 사람이다 보니 시간 내기가 힘들어서.”
“네~”
“야~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사람이 달라 보이네.”
“그렇죠! 변호사님도 곧 비싼 슈트 벗고, 빛나는 배지 떼고, 수의로 갈아입고 교도소 가면 달라 보이겠죠!”
“뭐야!”
고문이 소리를 높혔다.
“왜 그러십니까?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
철인은 고문의 화를 더 돋구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이 보자보자 하니까!”
그는 결국 철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쳤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는 철인의 멱살을 잡고는 눈을 부라렸다.
철인도 지지 않았다.
“누가 이기나 한 번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