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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왕자 새끼
작가 : 어사화
작품등록일 : 20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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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받을 용기
작성일 : 19-10-27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7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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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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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슬은 샤워를 하면서 따끔거리는 무릎이 신경이 쓰였다.

 

 가만 생각하니 어젯밤에 일로 병원장이 부를 때가 됐는데 연락이 없었다.

 

 잘못한 건 없어도 병원을 나가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 지 고민이 되었다.

 

 노사나 노동청에 고발해도 병원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서울에 있는 병원에는 소문이 나서 받아줄 병원도 없을 것이고,

 

 지금 당장 개원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교수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겪는 자신의 응급 상황이었다.

 

 사모의 입김이 뻗치지 않을 이름 모를 섬으로 가야되는 건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드레싱을 하기 위해 다시 응급실로 내려갔다.

 

 “스승님! 어젯밤에 마녀 할멈 와서 한바탕 하셨다면서요? 괜찮으세요?”

 

 응급실에 들어서니 간호사실에 앉아 있던 수현이 뛰쳐나오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산타 할배가 올해 나한테 왜 이런다니? 많이 울지도 않았는데.......”

 

 윤슬은 말해 뭐하냐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아참! 이거 스승님 핸드폰 아니에요?”

 

 게시판에서 큰 종이의 게시물을 떼오며 수현이 큭큭댔다.

 

 큰 종이에는

 

 『휴대폰 사진과 함께 큰 글씨로 어벤져스가 쳐들어 와도 물리칠 보안 팀장의 전화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이 휴대폰을 어제 별관 8층 복도에서 분실하신 분은 별관 10층 이사장실로 와서 찾아가시오.』

 

 라고 적혀 있었다.

 

 “향낭 달린 거 이거 스승님 꺼 맞죠?”

 

 이번에는 응급실의 식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그 대자보를 보고 큭큭 거리기 시작했다.

 

 “살다 살다 진짜 별 희한한 놈 다 보네. 휴대폰을 이사장실에다 맡겨 놓는 놈이 세상에 어디에 있냐?”

 

 윤슬은 그 종이를 한 번에 손으로 구겨버렸다.

 

 “스승님, 그 별 희한한 놈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수현이 호기심으로 충만한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뭐~ 변태 꼴통, 돌아이 밥통 정도의 가벼운 욕 조금!”

 

 윤슬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어머머, 스승님이 실수를 했네. 그 놈은 스승님 골탕 먹이기로 작정한 거고.”

 

 수현은 재밌다는 듯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윤슬은 그런 수현을 잠시 흘겨보았다.

 

 남의 타 들어가는 속도 모르고 이 상황을 재밌어 하다니.

 

 어젯밤의 그 놈처럼.......

 

 “아휴~ 그냥 버릴까?”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혹시나 다시 그 놈을 본다면 한 대 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리긴 왜 버려요? 스승님 그 향낭 중요한 거라면서요.”

 

 “아! 향낭!”

 

 윤슬은 바닥에 닿을 듯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향낭만 아니라면 정말 휴대폰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숨이 계속 쉬어졌다.

 

 “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우리 스승님 이런 모습 처음인데.....”

 

 수현은 옆에 딱 달라붙어서는 어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좀 말해 보라고 졸랐다.

 

 하지만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 놈이 누구인지, 왜 그 시간에 거기 있었는지 모르기에.......

 

 “크리스마슨데 이사장은 안 쉬나?”

 

 윤슬은 말을 돌렸다.

 

 “그러게요. 우리 이사장님 그 미모 유지하려면 좀 쉬셔야 할 텐데.”

 

 “이사장실 문 잠겨 있는 거 아냐? 괜히 운동시키려고!”

 

 윤슬이 구겨 놓은 대자보를 째려봤다.

 

 “스승님께서 그런 욕만 안 했어도 내가 가보는 건데.......”

 

 수현이 아쉬워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윤슬은 심호흡을 하고 이사장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10층을 누르는데 손이 떨렸다.

 

 “아~ 진짜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이게 뭐냐고?”

 

 엘리베이터 벽에 머리를 박으며 중얼댔다.

 

 그러다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그래, 그 놈 덕에 오늘 그 잘난 이사장 쌍판대기나 한 번 보자.”

 

 지금은 서 있기만 해도 울렁증 나는 이사장 사무실에 가서 휴대폰을 찾아오는 게 급선무였다.

 

 아니 향낭을 찾아오는 게 더 중요했다.

 

 *

 *

 

 조용하던 문 밖이 시끌한 걸 보니 그녀가 온 거 같았다.

 

 한참을 문 쪽을 바라봤으나 그녀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참다못해 일어나려는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는 다시 의자에 앉아 일하는 척 했다.

 

 “네에. 들어오세요.”

 

 남 비서에게 등 떠밀려 들어오는 윤슬을 봤다.

 

 남 비서가 그녀를 사무실 안으로 안전하게 밀어 놓고는 잽싸게 빠져 나가자, 그녀도 따라 나가려고 했다.

 

 “거기는 나랑 할 게 있지 않나?”

 

 철인이 일어서며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철인의 말에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인 체 얼굴도 보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찾으러 왔다고 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것만 결제하면 되니까.”

 

 목소리를 기억 못하는 것 같았다.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 못해 주니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바쁘신 거 같은데 제 휴대폰만 주심 가겠습니다.”

 

 목소리는 여전히 당당했으나 떨렸다.

 

 “그건 안 되지. 어제 내가 들은 욕이 얼마나 치욕적이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설마 어젯밤에 그...... 변태 꼴통 돌아이 밥통, 당신이 이사장...님?”

 

 철인은 의심스러워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쵸? 아니죠? 어젯밤 예수님처럼 나타나 신음에 든 저를 구해주신 멋진 이사장님이 당신일 리 없지!”

 

 윤슬은 확신하는 듯 다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당신의 그 확신을 무너뜨려서 미안하긴 하지만.....”

 

 철인은 인터폰을 눌렀다.

 

 “네, 이사장님!”

 

 남비서가 낭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죄송합니다. 잘못 눌렀습니다.”

 

 “이걸로는 부족하나? 병원 한 바퀴를 돌아야 할까?”

 

 그녀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철인은 토끼눈을 하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그녀가 너무나 귀여워 볼이라도 한 번 꼬집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긴 풍성한 갈색 머리는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티 나지 않게 단정하게 빗어 뒤로 묶었고, 큰 눈망울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떨어진 콧날과 촉촉해 보이는 도톰한 입술, 하얀 피부가 정말 예뻤다.

 

 후줄근한 티셔츠와 수술복 바지를 입은 차림은 그대로였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을 감추지는 못했다.

 

 심장이 그녀의 향기와 자신의 가슴께에서 느껴지던 간지러움이 생각나 다시 두근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변태 꼴통, 돌아이 밥통이라는 말을 들을만큼 잘못한 게 없는데, 억울해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응급실에서는 그렇게 멋졌다가......”

 

 그녀의 입술이 들썩대다 멈추었다.

 

 “내가 그토록 찾던 사람을 만나서 반가움의 표현을 좀 한 거 뿐인데......”

 

 그가 도발적인 발언으로 그녀를 자극하자,

 

 그녀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이사장님께 쓰레기라고까지 하고 싶지 않으니 그만 하시지요.”

 

 왕자와 마찬가지로 계산이 안 서는 쓰레기 부잣집 아들로 보는 것 같았다.

 

 “알아들었으니 이쪽으로 따라와 봐요.”

 

 철인은 창을 열고 나가 섰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되돌아 와서 서 있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밀어붙여 테라스로 나갔다.

 

 “뭐하는 겁니까? 아무리 당신이 이사장이라도 저한테 이러면......”

 

 테라스에는 그가 준비해 놓은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간이 테이블 위에 먹기 좋게 세팅되어 있었다.

 

 “이런 데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렇긴 한데, 여기는 너무 춥네요.”

 

 그녀는 양 팔을 손으로 문질렀다.

 

 “아~”

 

 철인은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안 쪽 테이블로 옮겨 놓고는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아침 안 먹었을 텐데 좀 들어요.”

 

 샌드위치 포장을 벗겨 윤슬 앞에 내밀었다.

 

 “됐어요. 빵 별로 안 좋아해요.”

 

 야몰 차다 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했다.

 

 “그래요? 유기농 야채와 글루텐 프리에다 브랜드 있는 놈이라 비싼 건데......”

 

 “죄송합니다.”

 

 “취향 한 번 확고하네.”

 

 철인이 샌드위치를 내려놓으며 말끝을 흐렸다.

 

 “장이 좀 약해서요. 아침부터 이런 빵 쪼가리가 들어가면 가스가 차서....... 아니 속이 안 좋아서요.”

 

 “장 안 좋은 건 진즉에 알았지만 빵 때문에 그런 건 몰랐네요.”

 

 “제 장을 어떻게 이사장님께서 아세요?”

 

 윤슬은 자신의 배를 팔로 가리며 철인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강 교수는 진짜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군요.

 

 그가 실망한 표정으로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며 답했다.

 

 “수술 많은 의사들이 대부분 그렇잖아요.”

 

 그녀는 곁눈질로 그런 그를 찬찬히 훑어보고는 말을 돌렸다.

 

 “당신 같은 사람이 이사장을 하면 어떡해요? 병원이 이래 가지고 제대로 돌아가겠어요?”

 

 “왜?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습니까?”

 

 “병원만큼 여성 직원들의 비율이 높은 곳이 어딨다고?”

 

 “그게 왜? 무슨 상관?”

 

 갑작스런 공격에 철인은 눈을 끔뻑끔뻑 거리며 물었다.

 

 “외모도 너무 조각상이고, 너무 젊고, 결혼도 안 하고, 무엇보다도 너무 우리 편이잖아. 이래 가지고 제대로 일이 되겠습니까?”

 

 윤슬은 자신의 입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예전에 짱순이 했던 말대로 이 사람 앞에서는 이성이 소용없어진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예상치 못한 칭찬에(?) 흐뭇한 듯 웃었다.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가 언젠데, 그걸 왜 이제야 컴플레인 합니까?”

 

 “수술이 워낙 빡세 가지고 취임식에 참석할 시간이 없었네요. 오늘에서야 그 쌍판대기........ 아니, 처음 뵙는 거라.”

 

 “아~ 그래서 아까 못 알아 봤던 거군요.”

 

 “취임식에 참석 못한 직원들을 위해 진료실이나 수술실에다가 액자 하나 걸어 주시든지요. 직원들이 얼굴 못 알아보고 이미나로 오해해서 험한 말 뱉는 일 없도록.”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그가 호쾌하게 웃었다.

 

 웃으라고 한 말이 아닌데 웃는 철인을 보고 윤슬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래서요? 이사장님 얼굴 못 알아보고 개겼다고 혹시 자르기라도 할 건가요?”

 

 그는 화장으로 가렸지만 아직도 벌겋게 부어 있는 그녀의 왼쪽 뺨에 눈이 갔다.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접시에 놓으며 표정을 굳혔다.

 

 “어제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은 어머니 대신 내가 사과하겠습니다.”

 

 그의 갑작스런 발언에 윤슬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병원장이나 나과장이 뭐라고 했습니까? 내가 알아서 한다고 강 선생에게는 아무 말 말랬는데.”

 

 윤슬의 눈치를 살폈다.

 

 “어쩐지! 평소 같았으면 당장 사직서 들고 오라고 난리였을 텐데 말이 없더라니.....”

 

 그녀는 뾰로뚱한 표정으로 중얼댔다.

 

 철인은 그녀의 표정이 귀여워 미소 짓다 이내 근엄한 표정으로 고쳤다.

 

 “다음부턴 대통령이 와도 진료에 방해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마련할 테니 그만 둘 생각 말아요.”

 

 “진심이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부탁 한 가지만 할게요.”

 

 “부탁이요?”

 

 “다음부턴 어머니께 어제처럼 함부로 덤비지 말아요.”

 

 “제가 치료의 주체인 의사인데요? 의사는 생명의 존엄성도 지켜야 하고.....”

 

 그가 그녀의 말을 자르며 건조하게 말했다.

 

 “그러다 진짜 당신 죽을 수도 있어요.”

 

 “소문은 들어 익히 알고 있지만 설마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겠어요?”

 

 그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눈빛을 본 윤슬의 표정이 굳어졌다.

 

 “농......농담이 아니구나......”

 

 그녀가 민망함에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 들고 베어 물었다.

 

 “내 사람 하든지, 내가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라도.”

 

 그가 진지하게 윤슬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슬이 오물거리던 샌드위치를 급하게 넘기다 사레가 걸렸다.

 

 철인이 급하게 뛰어와 윤슬의 등을 두들겨 줬다.

 

 “괜찮아요? 미안해요. 어머니로부터 당신을 보호해 줄 방법이......”

 

 “저 괜찮아요. 싸움은 사모님보다 제가 더 잘할걸요. 제 옆에는 어벤져스도 물리쳐 줄 든든한 보안 팀장님도 있으니까......”

 

 기침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등을 두들겨 주는 것을 멈추고 그가 물었다.

 

 “그 보안 팀장은 도대체 누굴 말하는 거요? 알아보니 보안 팀장은 강 선생과 별 친분이 없다던데.”

 

 “그러니까 그게......”

 

 그녀가 머뭇거리자 궁즘증이 더 폭발했다.

 

 “말해 봐요.”

 

 “거기요!”

 

 “어디요?”

 

 “제 휴대폰이요.”

 

 “휴대폰?”

 

 “네. 거기 달려 있는 향낭이요.”

 

 철인은 휴대폰에 달린 향낭을 들어 보이며,

 

 “이게 보안 팀장과 무슨 상관이라는 건지?”

 

 “저를 지켜주는 부적 같은 거니까요.”

 

 “원래 그렇게 미신을 잘 믿는 겁니까?”

 

 “미신 아닌데.....”

 

 그 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철인이 귀를 기울였다.

 

 귀에 익은 목소리에 그가 깜짝 놀라서 문 쪽을 바라봤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남 비서가 바닥에 뒹굴었다.

 

 그 뒤로 사모가 씩씩대며 걸어 들어왔다.

 

 철인이 벌떡 일어섰다.

 

 윤슬도 따라 일어섰다.

 

 철인은 얼른 윤슬을 막아섰다.

 

 사모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게슴츠레 치켜떴다.

 

 탁자 위로 눈을 돌리더니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콧방귀를 꿨다.

 

 “흥! 동생은 지금 아파서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못 마시고 있는데 형이라는 놈은 호기롭게 이런 걸 먹고 있어?”

 

 사모는 탁자 위에 있던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집어 들더니 바닥으로 던져 버렸다.

 

 “사모님이야 말로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그가 분노하여 소리쳤다.

 

 “뒤에는 누구야? 누군데 그렇게 숨겨?”

 

 “그게 왜 궁금하십니까?”

 

 “내가 보면 안 되는 사람인가? 여자라서?”

 

 사모는 철인을 일부러 자극하는 듯 했다.

 

 “제 손님입니다. 어머님께서 상관할 일이 아니니 당장 나가십시오.”

 

 철인은 단호했다.

 

 “그래? 알았다. 대신 어제 응급실에서 나한테 개기던 그 계집애는 당장 잘라라. 네가 안 하면 내가 할 거니까.”

 

 사모는 손을 털었다.

 

 “어머님!”

 

 “왜? 너 내 성격 몰라서 어제 거기에 끼어들었어? 내가 사람들 앞에서 그런 개망신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그 의사는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이유로 자르라는 말입니까? 잘못한 사람은 어머님이시죠!”

 

 “뭐라구?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사모는 가찮다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여기는 제 병원입니다. 저는 의사들이 여기저기에 휘둘리며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걸 제일 증오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어머님같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갑질하는 사람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이 병원에 발도 못 들이게 하려구요. 왕자도 내일 다른 병원으로 전원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아십시오.”

 

 “뭐라구?”

 

 “그게 싫다면! 제 일에 관여할 생각 마시고, 우리 의료진들한테 갑질 할 생각 마시고, 우리 의료진들이 시키는 대로 얌전히 따라 주십시오.”

 

 “이게 정말! 저번 고문이 일도 그렇고 (하는데)”

 

 “나가십시오. 사람들에게 끌려 나가기 싫으시면.”

 

 “너어!”

 

 “남 비서 뭐해? 보안팀에 연락 안하고!”

 

 “너, 많이 컸다. 너라고 내가 가만히 보고 있을 거 같아?”

 

 사모가 삿대질을 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남 비서!”

 

 입장이 난처해진 남 비서가 사모를 구슬려 데리고 나가자, 윤슬이 풀썩 주저앉았다.

 

 철인이 돌아보고는 윤슬의 얼굴을 살폈다.

 

 “괜찮아요?”

 

 윤슬은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안 듣고 안 봐도 될 거 아침부터 듣게 해서..... 보게 해서.....”

 

 철인도 고개를 숙였다.

 

 “어린 사람이 부모 잘 만나 이런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줄 알았는데......”

 

 윤슬은 말끝을 흐렸다.

 

 “맞는데! 부모 잘 만나 여기 앉아 있는 거.”

 

 그가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

 

 “여기, 휴대폰이요. 이러려고 가지고 온 건 아닌데......”

 

 윤슬에게 휴대폰을 건네고는 그는 일어섰다.

 

 그는 치부를 그녀에게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리고 아까 내가 말했던 거 신중하게 생각해 봐요.”

 

 “뭘 말씀하는 건지?......”

 

 “내 사람 하라는 거.”

 

 철인의 말이 윤슬의 귀에는 계속 내 여자 하라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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