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3화
더 소름끼치는 것은 그 목소리에 호응하는 다른 목소리들이었다. 각기 다른 말을 하는 너덧 개의 목소리가 겹쳐져 정확히 들을 순 없었지만 분명한 건 선창한 목소리에 하나같이 찬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세은은 더 이상 망설일 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안으로 돌진했다.
“안 돼!”
그녀의 다급한 외침에 바싹 얼어붙은 여러 쌍의 눈이 이세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세은 또한 굳어버리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말문이 막힌 채 눈앞에 펼쳐진 으스스한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둑한 조명과 의문의 영정사진, 괴기스럽게 일그러지며 타오르는 두 자루의 초, 무릎을 꿇은 채 둥그렇게 모여 앉은 사람들까지 차례로 둘러보면서도 이세은은 서둘러 노주원 신자를 찾았다. 그녀의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이자 원을 이루고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해입니다. 저희는 단지, 아니 그게 아니라, 구의민 목사님이 저희의 정신적 지주인 건 주지의 사실이고, 이건 전혀 그런 뜻이……”
이세은은 어쩔 줄 모르는 남자를 보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고 곧 이 사람들이 자신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것을 들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서 상대 또한 이세은의 모호한 태도를 보고 뭔가 오해가 있음을 깨달았다. 남자는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던 입을 다물고 이세은을 예리한 눈빛으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당신은 누구죠?”
“저는 성경 학교에 참석하기 위해 온 이세은 신자입니다.”
“성경학교……. 그렇다면 혹시 소속 교회가 이곳이 아닌가요?”
“네.”
남자는 안도의 기색을 비치며 한순간 긴장을 확 풀었다. 그는 좀 전까지 말을 더듬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심문하는 투로 물었다.
“여기는 무슨 일이죠?”
“찾는 사람이 있어서요. 혹시 여기에 있나 해서…….”
“하지만 아까는 분명 ‘안 돼!’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도대체 누굴 찾기에 그러시는 거죠?”
“아까는 오해가 있었습니다.”
“어떤 오해였죠?”
이세은은 남자가 점점 노골적으로 무례하게 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
“그 전에 오해를 불러일으킨 상황부터 설명해주시죠. 저 사진 속의 남자는 누구고 여러분은 뭘 하고 계셨던 거죠?”
남자는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저희는 추모 예배를 드리는 중이었습니다.”
이세은은 다시 한 번 영정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이내 그녀는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챘다. 이단으로 지목 당해, 그를 따르는 신자라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조리 처형당한, 임재준 목사였다.
데몬교가 성황을 이루기 시작할 즈음, 진짜 악마는 인공지능 따위가 아니라 자신의 몸에 임재해 있다며 나선 작자가 몇 명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운 이가 바로 임재준이었다. 구의민이 타인을 도구화하여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기치로 내걸었다면 임재준은 자신의 뜻을 실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살인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더 많은 약자를 거느릴수록 강자가 누리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던 구의민은 살인은 자신의 존재가 위협받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임재준을 따르는 이는 가차 없이 처형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임재준의 무리는 전과 다름없이 살인을 유희로 삼으며 더 괴기스러운 방식으로 사람을 죽여 나갔다. 그 들은 살해에서 유일한 재미를 느꼈고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중독 증세까지 보였다. 그러다 임재준이 구의민 무리에게 붙잡혀 화형을 당하면서 무리는 오합지졸이 되어버렸고 서로를 무자비하게 죽이다가 극소수의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데몬교에 입교하여 과거를 감추며 살아갔다.
이세은은 자신이 마주한 자들이 바로 그런 자들이라는 것을 눈치 채자마자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임재준을 추모하다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군요. 당장 사람들을 불러오겠어요!”
그러자 남자는 움찔 놀라며 불안한 듯 눈을 깜빡거렸고 나머지 네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세은을 밀치고 영성훈련실을 빠져나갔다. 이세은이 바닥에 부딪친 곳을 문지르며 네 장정의 허둥거림에 맥없이 나동그라진 몸을 일으키려는데, 혼자 남겨진 남자가 서둘러 예배 때 쓰인 물건들을 챙긴 후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세은은 얼른 그를 가로막고 똑바로 노려보며 물었다.
“또 누굴 죽일 작정인가요?”
“화내지 마세요. 전 평범한 데몬교 신자입니다. 누굴 죽일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못 믿겠는데요. 당신은 임재준을 좇던 사람이잖아요. ‘죽일 거야!’라는 말도 제 두 귀로 똑똑히 들었고요.”
남자는 문득 아련한 눈길로 허공을 바라보다 말했다.
“신자님은 살면서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말 돌리지 말아요.”
“임재준 성자님은 우리를 나약한 도덕심에서 해방시켜준 분이에요. 딱 한 번만 살인을 저질러보세요. 그럼 제 마음을 이해할 겁니다.”
“당신 마음 따위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잘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임재준 성인님을 따랐는지. 그게 우연이라고 생각해요?”
“궤변을 늘어놓을 생각이라면 관둬요. 전 절대 당신 수작에 넘어가지 않아요.”
“장담하지 마세요. 사람의 마음은 모두 연결되어 있답니다. 신자님도 언젠가 임재준 성자님의 뜻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그 땐 저 고지훈을 찾아오십시오. 임재준 성자님 그랬듯 저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밝혀주는 친절을 베풀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으니까요.”
고지훈은 아량을 내보이듯 사근사근한 웃음을 보이더니 유유히 영성훈련실을 빠져나갔다. 이세은은 왜 팔뚝에 소름이 돋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런 그의 뒷모습을 얼빠진 얼굴로 바라보았다.
*
이세은은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기도실로 되돌아왔다. 마침 신도들이 막 독방에서 나오고 있었고 그녀는 쭉 기도실에 있던 것처럼 자연스레 합류했다. 그녀는 시름에 잠긴 김은미의 곁으로 가서 슬쩍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김은미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꾸한 후 수심어린 표정으로 땅만 내려다보았다.
저녁 식사 전까지 신도들에게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이세은과 김은미는 본격적으로 노주원의 행방을 찾아보기로 했다. 두 사람은 먼저 노주원의 방에서 단서를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들은 기숙사에 도착하기 전부터 어떤 소식을 맞닥뜨려야 했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그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이는 마찬가지로 기숙사로 향하고 있던 한 신자였다. 그의 고개는 동행자를 향하면서도 주변 사람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기숙사에서 누가 죽었대!”
그 말을 들은 순간 김은미는 휘청거리면서 뛰기 시작했고 이세은도 서둘러 그녀의 뒤를 따랐다. 기숙사 현관은 소문을 확인하러 온 신자들로 바글거려서 도저히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은미는 온몸으로 사람들 틈을 파고들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이세은도 온몸이 짓눌리면서도 억지로 한발씩 내디뎠다. 수많은 사람들의 체취가 뒤섞인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공기 중에 퍼져 있는 비릿한 피 냄새를 맡았다. 마침내 로비까지 다다른 그녀는 피 냄새의 주인이 목이 잘린 채 바닥에 널브러진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발 앞서 시체를 마주한 김은미는 옷만 보고 그의 정체를 알아챈 후 얼굴이 하얗게 질려 발발 떨었다. 김은미는 버티고 버티다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비애에 찬 목소리로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높이 울려 퍼지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쫓아가듯 이세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었는데 그 순간 궁륭형의 높은 천장에 그려진 웅장한 벽화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벽화를 가만히 관찰했다.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수많은 남녀들이 난교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이세은은 눈앞이 아득해지는가 싶더니 속에서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고 땅이 흔들리는 것 같은 어지럼증을 느꼈다. 그녀는 제자리에서 비틀거리며 겨우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구경꾼 사이에서 고지훈의 얼굴을 확인했다.
*
노주원의 죽음으로 인해 극악 교회의 분위기는 한순간 뒤숭숭해졌다. 하지만 의외의 일을 맞닥뜨렸을 때 찰나의 당황스러움이 지나고 나서는 교인들 누구도 그의 죽음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 대한 애도나 동정은 애초부터 아예 없었다손 치더라도 나중엔 그에 대한 조롱이나 비웃음이 심심치 않게 신도들의 입에 올랐다. 얼마나 한심하고 만만하게 굴었으면 누군가의 희생양이 되었느냐는 게 중론이었다. 물론 살인이라는 충동적이고 근시안적인 악행을 저지른 신자를 밝혀내 ‘데몬교 품위 손상’이라는 명목으로 엄벌해야 한다는 얘기도 자연스레 뒤따랐다. 나중엔 누군가 조금만 상스럽고 저급한 언행을 보여도 ‘수준을 보아하니 살인범 낯짝이 딱 너 아니야?’ 하는 우스갯소리가 삽시간에 퍼졌고, 살인자가 누구인지 맞히는 내기까지 유행을 탔다.
김은미는 번번이 거절당하면서도 노주원이 임시 매장된 곳을 수시로 찾아갔다. 보초에게 내팽개쳐진 그녀를 이끌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건 이세은의 몫이었다. 김은미는 기숙사로 돌아와 탈진할 때까지 울거나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악을 쓰며 방안을 헤집고 다녔다.
도저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김은미를 대신해 사건을 파고든 것은 이세은이었다. 그녀가 가장 먼저 품은 의심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경찰이 조사를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세은은 몇 번이고 직접 경찰에 신고했지만 모두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 데몬교의 권세가 어찌나 막강하던지, 극악 교회의 영역이 일종의 신성보호구역처럼 취급되어 공권력의 개입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구의민의 명령 한 마디면 경찰이 얼마든지 조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의민은 살해자가 누구인지 전혀 밝힐 의도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경찰의 출입을 막을 거라면 내부적으로라도 사건을 들여다보아야 할 텐데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노주원의 죽음에 관한 전후사정은 전혀 밝혀진 바가 없었고 이에 이세은은 더욱 끈질긴 오기를 발휘하며 사건에 매달렸다.
그녀는 매일같이 기숙사 경비를 만나러 갔다. 처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경비는 온갖 짜증과 신경질을 부리면서도 차차 그녀의 질문에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떼어내려면 귀찮더라도 그 편이 낫다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
“로비에 떡하니 시체가 놓여 있는데 그걸 신도보다 늦게 발견했다는 게 말이 돼요?”
“쳇, 경비라고 하루 종일 경비실에 처박혀 있는 줄 알아? 건물 주변을 순찰하는 것도 경비 업무야, 이 애송아.”
“무슨 순찰을 하루 종일 해요? 그 정도면 외출 아니에요?”
“누군들 편하게 앉아있기 싫어서 나갔겠어? 어떤 망할 작자가 모함을 하는 바람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무슨 모함이었는데요?”
“데몬님을 조롱하는 글이 자기 사무실에 붙어 있었다고 최태준 장로가 찾아와서 따지더라고. 그 글에는 떡하니 내 이름이 적혀 있었고. 어떤 정신 나간 바보가 그런 글에 자기 이름을 써? 누군가 나를 극악 교회에서 쫓아내려고 수를 쓴 거지.”
“그래서 결국 누명에서 벗어나셨나요?”
“그랬으니 여기 있지! 최 장로님도 참. 처음엔 내 말을 안 믿고 얼마나 의심을 하던지. 내가 범인만 잡으면 아주 박살을 낼 거야.”
경비는 씩씩대며 사정없이 발을 굴렀다. 이세은은 그를 더 자극했다가 불똥이 튈까봐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그녀는 곧바로 최태준 장로를 찾아갔다. 이세은이 집무실 문을 열자마자 최태준은 인사를 받기도 전에 그녀에게 들어와서 앉으라고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세은은 다소 긴장된 상태로 천천히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성경 학교에 참석 중인 이세…….”
최태준은 미간을 좁히며 신경질적으로 말을 끊었다.
“자네가 이세은인 건 이미 알아. 묻는 말에만 답하게. 노주원 신자와는 어떤 관계지?”
이세은은 놀라서 최태준을 바라보았다. 최태준은 더욱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녀를 다그쳤다.
“바로바로 답할 순 없나? 그게 그렇게 어려운 질문인가?”
“노주원 신자와는 이곳에서 처음 만나서 안면만 튼 사이입니다.”
“숨겨봤자 시간 낭비야. 처음부터 똑바로 말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걸세.”
“전 있는 그대로 고했습니다.”
최태준은 경멸스러운 시선으로 이세은을 노려보며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말을 뱉어냈다.
“기숙사 CCTV를 확인했더니 노주원 신자가 자네를 업고 들어오더군. 그것도 야심한 시각에 말이지. 안면만 튼 사이가 왜 그런 때 밖에서 만난 거지?”
“그건 우연이에요. 제가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정신을 잃었고 그래서 노주원 신자가 데려다준 것뿐입니다.”
“갈수록 말이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군. 새벽에 바람을 쐬러 나간 것은 물론이고 갑자기 미끄러졌다는 것도, 하필 그곳에 노주원 신자가 있었다는 것도 전혀 믿을 수가 없어. 그 순간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해보게.”
이세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당황할수록 최태준의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왜 말을 못하는가? 머리 굴리지 말고 당장 죄다 털어놓게!”
“…….”
“자네가 말하지 못하겠다면 다른 입을 빌려야겠군.”
그 순간 누군가 집무실 문을 두드렸고 최태준 장로가 “들어오게.”하고 말하자 김은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은미는 이미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그녀는 이세은이 먼저 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더욱 움츠러들었다. 선 상태로 얼어버린 김은미를 쏘아보며 최태준이 다그치듯 말했다.
“어서 앉게.”
김은미는 주춤거리며 이세은의 옆에 앉았다.
“듣자하니 노주원 신자가 망자가 된 이후 자네는 기력이 쇠할 정도로 슬픔에 잠겼다고 하더군. 쯧쯧. 자네 몰골 좀 보게. 어디 가서 데몬교의 신자라고 할 수나 있겠는가?”
얼핏 들으면 김은미를 걱정하는 말이었으나 사실은 평소 노주원과 얼마나 깊은 감정을 교류했는지 캐묻는 말이었다. 최태준은 시시각각 변하는 김은미의 표정을 관찰하며 숨통을 조이듯 서서히 위협을 가했다.
“자네도 알겠지만 사랑에 빠지는 것만큼 나약하고 한심한 짓도 없네. 그 징그러운 것에 발을 담그면 나보다 남이 소중해지고 무엇보다 타인의 고통에 민감해지지. 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가. 노주원 신자가 죽은 후 자네가 보인 반응만 보자면 둘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네. 물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어떤 파멸을 맞을지 빤히 알 텐데 그럴 리 없지. 안 그런가?”
김은미는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세은은 금방이라도 그녀가 쓰러질 것 같아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최태준은 쐐기를 박듯 힘주어 말을 이어갔다.
“자, 그렇다면 증명을 해보여야지. 노주원 신자가 왜 범인의 표적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그가 지닌 치명적인 약점이 뭐지? 설마 그렇게까지 비통에 빠져놓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을 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