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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의 고요
작가 : ReaDY
작품등록일 : 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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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번호 2번. 여진여몽(如眞如夢)-2
작성일 : 19-09-02     조회 : 547     추천 : 3     분량 : 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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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으로 가는 길은 몰랐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니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컸고 작은 모래 축구장 같은 느낌이었다. 9번, 15번 사람들이 다수였고 나머지는 거의 19번부터 20번대 초반이었다. 내가 광장에서 본 가장 높은 사람은 35번 2명이었다. 35번 중 한 명은 덩치가 크고 무서운 육식동물 같았고 또 다른 한 명은 마르고 뭔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 저기…. 안녕하세요. ”

 

 내 뒤에서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깜짝 놀라 뒤를 쳐다봤다. 뒤에 있는 사람은 나와 같은 2번. 숫자를 보고 나는 긴장이 풀려 편하게 인사했다.

 

 “ 네. 안녕하세요. 미션 하러 오셨어요? ”

 

 “ 네. 여기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 생길 것 같긴 한데…. 설마 사람을 죽이는 일이 일어나겠어요? ”

 

 이상하게 2번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있었고 어찌 보면 신난 것 같기도 하였다. 2번의 말을 듣고 돌아보니 느낄 수 있었다. 35번은 무섭게 다른 35번을 노려보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덩치가 큰 35번이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다른 35번은 그 눈빛은 눈치조차 못 느낀 듯 등을 돌리고 있었다.

 

 “ 무슨 일일까요? ”

 

 나는 2번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 아마 미션을 수행하려는 거 아닐까요. 저를 맡아준 15번이 말해준 건데 35번의 미션은 자신이 아닌 또 다른 35번을 죽이는 거라고 하던데. ”

 

 나는 2번의 말을 듣자마자 등을 돌리고 있던 35번에 달려가려 했다. 달려가려 몸을 돌리는 순간 2번은 내 손목을 잡았다.

 

 “ 미션 몰라요? 절대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돼요. 그저 가만히 지켜만 봐야 한다고요. ”

 

 2번의 눈빛을 본 나는 확신했다. 2번은 나를 걱정해주는 것이 아녔다. 자신의 미션을 실패하게 하지 말라는 경고의 눈빛이었다.

 

 “ 그럼 사람이 죽게 놔둬요? 저렇게 무방비 상태로 있는데? ”

 

 나는 2번을 바라보며 소리쳤고 그 순간 나를 바라보고 있던 2번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해있었다.

 

 2번의 시선을 따라간 그곳은 마치 선을 그은 듯 동그란 원안에 그 누구도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 삐…. 삐…. ”

 

 모래로 된 바닥은 마치 빨간 물감을 부은 듯 물 들어갔고 바람은 쌀쌀하다 못해 소름이 돋게 하였다. 한 사람의 가슴에는 36번이 적혀져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의 전자판에는 숫자가 아닌 [OVER]가 적혀져 있었다. 삐 소리가 2번이 난 후 더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 숨 쉬는 소리 등 사람이 살아있다면 나야 할 소리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 구급차…. 교도관? 저기 교도관 좀 불러주세요. 아무나…. 제발 아무나 좀 불러주세요!! ”

 

 나는 아무도 가지 않는 그곳에 혼자 들어가 나보다 덩치가 몇 배는 되는 35번의 옆에서 울부짖었다.

 

 “ 죄송하지만 저는 3번 미션이 뭔지 확인하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

 

 나와 함께 이야기하던 2번의 번호는 3번으로 바뀌었고 나의 번호도 3번으로 바뀌었다. 내 전자판이 바뀔 때 난 삐 소리가 마치 35번의 마지막을 뜻하는 것 같았다.

 

 “ 제발…. 교도관!! 교도관!! ”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 누구라도 나에게 와준다면 이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본 35번은 아주 덩치가 컸다. 또 다른 35번에게 질 수 없다고 생각이 들 만큼 몸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 내 옆에 누워있는 35번은 정확히 심장이 찔린 상태로 움직이지도 않고 숨을 쉬지도 않는다. 여기 누워있는 35번과는 달리 36번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 순간 교도관이 광장에 도착했다.

 

 “ 교도관님! 여기에요!! ”

 

 교도관은 나를 못 본 듯 내가 아닌 36번에게 다가갔다. 나는 교도관을 향해 얼른 달려갔다.

 

 “ 교도관님 저기…. 저기 사람이 죽었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

 

 갑자기 뒤에서 말을 하고 있는 내 입을 막았다. 나와 함께 있던 2번 아니 이제는 3번이었다.

 

 “ 쉿. 조용히 해요. ”

 

 교도관은 전자판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기계를 가지고 있었다.

 

 “ 방금 간다고 그랬잖아요. ”

 

 “ 가려다가 그쪽이 하는 짓이 너무 가관이라 돌아왔어요. 여기서 아무도 교도관을 함부로 부르지 않고 교도관에게 말을 걸지 않아요. ”

 

 “ 그런데요? 일단 저쪽 상황을 말해주고…. ”

 

 “ 하. 진짜 답답한 사람이네. 지금 당신만 튀고 있다고요. 다 똑같이 행동하는데 당신 하나만 날뛰고 있어요. ”

 

 3번과 다투고 있는 사이 교도관이 입을 열었다. 교도관과 36번의 앞에는 세 명의 34번이 서 있었다.

 

 “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

 

 “ 얘요. ”

 

 36번은 자신의 앞에 있던 34번 중 한 명을 선택하였다. 그 순간 34번의 가슴에 교도관은 들고 있던 기계를 선택된 34번의 전자판에 붙였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선택된 34번은 감사하다는 말만 수십 번 반복하였다. 교도관이 전자판에서 기계를 떼자 34번의 숫자는 36번으로 변해있었다.

 

 “ 아…. 저게 저렇게 쓰이는 거구나…. ”

 

 내 뒤에 있던 3번은 그저 감탄만 하고 있었다. 선택되지 못한 34번의 숫자는 삐 소리를 내고는 35번으로 바뀌었다. 35번으로 변하자마자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 저렇게 인원을 유지하고…. ”

 

 3번은 어느새 손을 내리고 자신의 턱에 가져가 끄덕였다.

 

 “ 가자. ”

 

 교도관은 두 36번에게 말했다. 36번은 교도관의 뒤를 따라갔고 한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 끝?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끝…? ”

 

 이 상황이 말도 안 됐다. 나는 다시 죽어있는 35번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 뭐야? 이 사람 어디 갔어. 누가 정리했어? ”

 

 35번의 시체가 보이질 않았다. 내가 한눈을 판 사이에 벌어진 일이 왜 이리 많은 걸까. 35번의 그 큰 덩치는 눈치를 챌 틈도 없이 사라졌다.

 

 “ 사라진 지 좀 됐어요. 물론 나도 못 봤지만. ”

 

 3번은 내 어깨를 다독였다.

 

 “ 저 36번은 어디로 간 걸까요. 사람을 죽여놓고. ”

 

 “ 아마 또 다른 교도소로 갔을 거에요. 이것도 제 담당 15번이 말해준 건데 36번이 되면 여기와는 차원이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곳에서 생활하다가 50번이 되면 출소하는 거죠. ”

 

 왜 내 담당 15번은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을까.

 

 아.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나 마음속에서 순식간에 내가 35번의 죽음을 목격한 후 느낀 충격이 없어졌다. 내 감정을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방금 사람이 죽은 것을 봤는데 몇 분이 지난 지금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조금 전 느낀 감정의 요동침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 이제 가죠. 3번 미션 확인해야 하잖아요 ”

 

 3번은 나를 밀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나는 이 이상한 기분을 설명할 방법을 생각하며 방에 들어왔다. 결국, 답을 찾지 못했고 옷장을 열었다.

작가의 말
 

 여진여몽 :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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