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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의 고요
작가 : ReaDY
작품등록일 : 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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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번호 3번. 몽중상심(夢中相尋)-1
작성일 : 19-09-02     조회 : 368     추천 : 1     분량 : 2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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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명의 같은 번호와 함께 밥을 먹어라. 혹은 자신보다 번호가 높은 사람과 밥을 단둘이 먹어라]

 

 이번은 아주 쉬운 미션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방금 막 식사 종이 친 것을 보아 운도 따른 것 같았다.

 

 “ 가요. 밥을 먹으러. ”

 

 방금 그 3번이 다시 왔다. 아마 자신의 미션을 확인하고 내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겠지. 저 3번은 그런 사람이다. 자신의 출소를 목적으로 숫자를 높이려는 것이 아닌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는 사람. 어떻게 보면 철없고 마음이 편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 전 상황에서 제 일이 먼저인 3번을 보며 나는 무서웠다.

 

 “ 그래요. 혹시 아는 3번 더 있어요? ”

 

 “ 네? 저는 3번이랑 안 먹을 건데요? 그냥 더 높은 사람이랑 밥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

 

 “ 그럼 질문을 해야 할 수도 있잖아요 ! ”

 

 나는 3번의 말에 깜짝 놀라 대답했다.

 

 “ 뭐하러 또 다른 사람이랑 친해져요. 미션에 적혀져 있는 행동이 아닌데 대화 같은 걸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마주 보고 먹으면 되는 것 같은데. ”

 

 역시 3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럼 저는 왜요? ”

 

 나를 이용할 거라는 예상이 틀려 머쓱해진 나는 다른 사람과 먹을 계획이면 굳이 나를 왜 챙기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 그냥…. 저 아니면 같이 있어 줄 사람이 없어 보이길래. ”

 

 듣기에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나는 조용히 3번의 뒤를 따라 식당에 갔다. 3번은 이미 교도소 지리를 다 외운 것 같았다. 식당은 광장에서 별로 걸리지 않는 거리에 그리고 내 방에서는 조금 먼 곳에 있었다.

 

 “ 음…. 누가 좋을까요 .”

 

 3번은 식당 배식 줄에서 식당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나는 또 다른 3번을 찾으려 노력했다. 식당을 둘러보던 도중 멀지 않은 곳에서 2명의 3번이 밥을 먹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 저는 저기로 갈게요. ”

 

 나는 2명의 3번이 앉아있던 곳을 향해 걸어갔다. 3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듣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또 다른 3번 한 명을 기다리기로 했다.

 

 “ 안녕하세요. ”

 

 나는 자리에 앉아 같은 번호의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 아…. 안녕하세요. 혹시 혼자세요? ”

 

 “ 네…. 기다리다 보면 또 오겠죠. ”

 

 “ 3번 3명이 여기 다 있네? 저랑 같이 가지 왜 혼자 갔어요. 제가 있어야 4명이 되는데. 제가 안 따라오면 어쩌려고. ”

 

 갑자기 3번이 내 뒤에서 소리쳤다.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우리를 쳐다봤다. 3번은 자연스럽게 내 앞에 앉았고 가장 먼저 숟가락을 들었다.

 

 “ 뭐해요? 안 먹고. ”

 

 그 뻔뻔함을 3번만 모르는 건지 혹은 자신도 알고 있지만 아무렇지 않은 건지 궁금했다. 나는 괜히 내가 더 부끄러워졌다.

 

 “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그냥 먹죠. ”

 

 나의 말을 시작으로 나를 포함한 4명의 3번이 전부 밥을 먹기 시작했고 모두가 다 먹은 후 각자의 전자판은 숫자가 바뀌었다. 나는 내 방으로 발길을 돌렸고 뻔뻔한 4번은 내 뒤를 따라왔다.

 

  ∞

 

 같이 밥을 먹은 후 며칠이 흐르고 나는 4번에서 방금 막 11번이 되었다. 짧은 기간 사이에 번호가 오른 것은 4번부터 10번까지의 번호들은 3번 4명이 함께 하는 쉬운 미션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운동을 같이하는 것 같이 말이다. 내가 뻔뻔하다고 말했던 3번 또한 어느새 11번이 되었다. 꽤 친한 친구가 된 뻔뻔한 11번은 교도소에 적응하라는 미션인 것 같다고 했다. 이 미션 과정에서 알았던 건 3번은 4명밖에 없다는 것. 즉, 각 번호의 사람들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더 이상의 사람이 추가되거나 빠지진 않았다. 그게 우리가 더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 11번 미션은 뭘까요? 계속 이렇게 같이 있는 거면 좋을 텐데…. ”

 

 “ 저도요. ”

 

 방금 나와 말을 한 3번은 웃는 게 참 예쁜 사람이다. 항상 웃는 것이 예쁘고 자주 웃는다. 미션을 함께 하면서 나도 3번의 웃는 모습에 많이 행복해졌다.

 

 “ 11번 미션부터는 어려워지지 않을까. 아무래도 이 전까지 너무 쉬웠으니…. ”

 

 미션이야기만 나오면 진지해지는 3번은 팔짱을 끼고 걸었다.

 

 “ ……. ”

 

 또 다른 3번은 말이 없었다.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긴 했으나 11번으로 오르니 생긴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혹은 그냥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 건지 얼굴이 창백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고 나는 내 방에 들어와 문을 열고 미션을 확인했다.

 이제 이런 행동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교도관이 3일 후 당신을 찾아갈 것입니다. 교도관과 면담을 진행하세요. 면담자는 총 4명 이 중 한 명은 적응실패로 인식하여 처분합니다. 충실히 임하세요]

 

 처분? 사람에게 처분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또한, 먼저 든 생각은 어감뿐만 아니라 느낌이 좋지 않다는 것. 두 번째는 그 처분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사람이 나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일 후 교도관과의 면담에서 누가 선택될 것인지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하다 잠들었다.

작가의 말
 

 몽중상심 : 몹시 그리워서 꿈에서까지 서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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