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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의 고요
작가 : ReaDY
작품등록일 : 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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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번호 11번. 몽중몽설(夢中夢說)-1
작성일 : 19-09-17     조회 : 341     추천 : 1     분량 : 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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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가만히 있어요? 빨리 와요.”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어느새 내 뒤에 있던 11번이 나보다 앞장서있었다.

 

 “아…. 알겠어요.”

 

 밥을 다 먹은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가고 있었다.

 

 “11번. 혹시 ‘동기’란 말 알아요?”

 

 나는 35번에게 들었던 ‘동기’를 11번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동기’? 처음 들어보는데. 뜻이 뭐에요?”

 

 “12번 승급심사에서 통과하면 같은 번호를 동기라고 부를 수 있대요. 동기 1번, 2번 이렇게.”

 

 ‘동기’…. 참 부르고 싶으면서도 부르기 싫은 이름이다.

 

 “‘동기’라고 불리고 싶은 거죠? 그게 11번이 12번으로 승급해야 하는 이유인가?”

 

 11번은 손을 턱에 가져갔다. 11번의 얼굴이 새삼 진지해졌다.

 

 “꼭 해야 하는 이유는 아니지만 불려보고 싶기는 해요. 번호가 아닌 다른 이름이니까.”

 

 11번의 말이 맞았다. 35번과 대화하면서 ‘동기’ 이야기를 할 때 처음으로 12번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떨어트리며 올라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였지만 ‘동기’란 이름으로 불려보고 싶은 것이다.

 

 “내일이에요. ‘동기’라고 불릴지 말지 결정되는 건.”

 

 11번이 내 어깨를 토닥였다.

 

 “그렇죠. 벌써 내일이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11번과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열고 정리가 안 된 나의 이불을 보고 35번의 시체가 떠올랐다. 35번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혹시 나도 그 순간이 왔을 때 같은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무서우면서도 내가 가장 선택할 것 같은 방안이긴 했다. 35번은 ‘동기’란 말을 놓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상황이 왔을 때 나는 동기를 죽일 수 있을까.

 

  ∞

 

 벌써 날이 밝았다. 12번 승급심사의 날은 유달리 화창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밤인지 착각할 정도로 햇빛은 자취를 감췄고 어두운 기운만이 가득했다.

 

 “11번!!”

 

 11번이 밖에서 나를 불렀지만 언제 교도관이 나에게 찾아올지 모르기에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11번! 뭐해요? 밥 먹으러 가야죠.”

 

 11번은 나의 방에 들어올 기세로 나를 불렀다. 나는 그런 11번이 시끄러웠지만 이상하게 11번이 온 그 순간부터 밖을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지금 나가요!”

 

 나는 이불을 단정히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밖은 너무나도 어두웠으며 밥은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11번. 긴장했어요?”

 

 11번이 깨작깨작 밥을 먹는 나를 보며 말했다.

 

 “네?”

 

 사실이다. 나는 지금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11번의 말을 다 들었지만 사실대로 대답하기가 싫어서 괜히 못 들은 척 했다.

 

 “긴장했어요?”

 

 “왜요?”

 

 “아니 평소랑 다르잖아. 뭔가 어색하고 답답하고 안 그래도 느린 행동이 더 느려진 건 알아요?”

 

 11번은 나를 따라 하는 듯한 행동을 하며 웃었다.

 

 “당연히 긴장되죠. 오늘 내가 죽을 수도 있는데.”

 

 말하고 나니 더 확실해진 느낌이었다. 오늘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것,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 이 두 가지가 나를 긴장하게 하였다.

 

 “너무 긴장하지 마요. 적당한 긴장은 좋지만 지금 11번은 너무 긴장해서 실수는 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니까.”

 

 11번은 떨고 있는 나의 손을 잡아줬다.

 

 “11번은 긴장 안 돼요?”

 

 “네. 저는 무슨 미션이 주어지든 할 거거든요. 저는 장담해요. 전 죽을 리 없어요.”

 

 11번은 어깨를 펴고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말했다.

 

 “내가 죽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은…. 요?”

 

 나는 11번의 대답이 나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생각은 했으나 한 번만 나를 위해 거짓말을 해줬으면 했다.

 

 “걱정되죠. 11번은 죽으면 안 돼요. 그럼 모두 잘못돼요. 그러니 절대 죽으면 안 돼요.”

 

 11번은 정색하며 답했다. 나는 의외의 답에 놀랐다. 당연히 별말 안 할 것 같았던 11번이 나의 죽음에 격하게 반응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겠어요. 저도 노력은 해볼게요.”

 

 나는 11번의 걱정에 긴장이 조금 풀려 11번을 바라보며 웃었다.

 

 11번과 밥을 다 먹고 나가려던 그 순간 교도소 내에서 방송이 울렸다.

 

 [11번은 3분 안에 자신의 방에 들어가라. 11번은 3분 안에 자신의 방에 들어가라. 들어가지 않는 자는 처분하겠다.]

작가의 말
 

 몽중몽설 : 꿈 속에 꿈이야기를 하듯이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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