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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의 고요
작가 : ReaDY
작품등록일 : 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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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번호 36번. 월중옥토 (月中玉兎)
작성일 : 19-11-10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9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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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도담은 분명 강월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지금까지 본 도담의 행동 중 가장 흐트러져 있었으며 목소리는 떨리기까지 했다. 내가 발견한 도담의 유일한 약점. 하지만 이 약점을 잘못 건드렸다간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아주 신중하게 다가가고 말을 꺼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강월유에 대한 지식으론 부족하다.

 

 " 호명. 강월유에 대해 말해주세요. 아는 거 다. "

 

 나는 호명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 별로 도움은 안 될 텐데…. "

 

 " 상관없어요. 호명이 아는 거라면 다 말해줘요. 사소한 거부터다. "

 

 저녁이 되기 전에 강월유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되도록 마도담과 관련된 것으로. 그래야 살 수 있다.

 

 “ 뭐…. 처음 만난 것부터 이야기 할게요. ”

 

 “ 네. 호명이 기억하는 건 전부 이야기해주세요. ”

 

 “ 강월유를 처음 만난 건 당연히 제가 이 교도소에 처음 들어왔을 때였어요. 이영과 마찬가지로 저는 이 교도소 안의 구조에 대해 배우고 있었어요. 이영의 기억과 이건 별로 다를 바 없을 거예요. 뭐가 어디에 있고 뭘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정도를 강월유가 알려주었죠. ”

 

 “ 네……. 혹시 어떤 대화를 했는지 기억해요? ”

 

 나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에 호명에게 질문했다.

 

 “ 그냥…. 별거 없었어요. 특이한 거라면 음... 교도소에 대한 설명이 다 끝나면 번호가 바뀌잖아요. ”

 

 “ 네. ”

 

 “ 그때 제 번호가 2번으로 바뀌고 강월유의 번호가 16번으로 바뀌었을 때 그 이야기를 해줬어요. ”

 

 “ 뭐를요? ”

 

 “ 제가 먼저 강월유에게 우리는 왜 이곳에 들어온 것이냐고 물었더니 제 어깨를 잡고 말했어요.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그저 어떤 사람을 위한 캐릭터일 뿐이라고. ”

 

 어떤 사람을 위한 캐릭터.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었으나 마도담에게 말을 한다면 어떤 반응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그리고요? ”

 

 “ 제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말을 멈췄어요. ”

 

 아 왜 이상하게 쳐다본 거야 대체.

 

 “ 그리고 다음엔 언제 만났어요? ”

 

 나는 호명을 향해 살짝 소리쳤다.

 

 “ 음…. 다음은 아마 제가 4번이었을 때 같아요. 배식을 받던 도중 만났죠. 그때 강월유는 벼로 지나지도 않았는데 20번이 되어있었어요. 강월유를 다시 만나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강월유에 관해 물어보니 교도소 내에서 꽤 유명하더라고요. ”

 

 “ 왜요? ”

 

 “ 일단 얼굴이 너무 예쁘기도 했고 지금까지 월텀 교도소에 온 사람 중에서 제일 승급이 빠르다고요. 심지어 너무 빨라서 교도관과 개인 면담까지 했다고 들었어요. ”

 

 아마 강월유가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의 오류라면 그건 개인 면담이 아니라 경고였을 것이다. 나와 같이. 오류라는 말을 처음 듣고 잊을 수 없는 면담이 됐을 것이다.

 

 “ 그리고요? ”

 

 “ 두 번째로 만났을 때 강월유는 뭔가 힘들어 보였어요. 아마 그날이 교도관과 면담을 하고 바로 다음 날이었나 그랬거든요. ”

 

 역시.

 

 “ 배식실에서 우연히 밥을 옆에서 배식받게 돼서 같이 밥을 먹었죠. 그때 강월유가 저한테 자신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고백했어요. 고백할 당시 저는 4번이었고 교도소에 적응을 거의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월텀 교도소 내에서 감정은 느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그냥 미친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그래서 강월유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안 듣고 무시하면서 밥을 먹었죠.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

 

 호명은 나에게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 괜찮아요. 계속 말해봐요. 무시한 내용은 나중에 생각이 나면 바로 말해줘요. ”

 

 나는 호명을 토닥였다.

 

 “ 그게 두 번째 만남의 끝이에요. 두 번째로 만났을 땐 강월유의 거의 모든 말을 무시한 것 같아요.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세 번째로 만났을 땐 제가 11번이었을 때 그러니까 12번 승급심사를 하기 전이었어요. 그때 아마 제 기억으론 강월유가 32번이었어요. 처음 겪는 승급심사라 저도 긴장을 많이 하고 있어서 광장으로 산책하러 갔을 때 만났던 것 같아요. 제가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강월유가 제 바로 옆에 앉았었죠. 그리고 저한테 무슨 고민이 있느냐고 먼저 말을 걸었어요. 그때까지 제 기억 속에 강월유는 미친 사람이었으니까 별로 깊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승급을 빨리하는 것을 보고 존경스럽기도 했고 승급심사에 대한 조언이라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털어놨죠. 12번 승급심사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그랬더니 강월유는 아무 대답이 없었어요.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었죠. 그렇게 잠시 적막이 흐르고 강월유가 먼저 입을 뗐어요. 너무 쉬운 고민이라고 말했죠. 또 잠시 말을 멈췄고 그리곤 말을 이었어요. 그때 이렇게 말했었던 것 같아요. ‘어떤 행동이건 그건 네가 결정한 것이 아닐 거야. 그러니 별로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 ’ 라고요. 당연히 저는 그게 무슨 이야기 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내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난데 내가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그냥 또 미친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갔어요. 이게 제가 기억하는 세 번째 만남이에요. ”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나 호명의 말이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 그러니까 내가 내린 결정이 사실은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이게 무슨 소리에요?"

 

 내가 말을 하면서도 입이 꼬였다.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인가.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고 한들 강월유 그 사람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가.

 

 ” 네. 그런 셈이에요. 이영이 들어도 무슨 이야기인 줄 모르겠죠. 그 당시 저도 그랬어요. 그냥 무시해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강월유와의 대화 다음에 바로 저는 12번 승급심사를 봤고 그때 이 목의 상처가 생겼죠. “

 

 호명은 자신의 목에 있는 상처를 가리키며 말했다. 예전에 호명이 말해줬다시피 그 상처는 호명이 직접 자신의 목에 칼을 꽂았을 때 생긴 상처였다.

 

 ” 마지막으로 만난 건 12번 승급심사를 보고 나서 제가 14번이 됐을 때요. 그때 강월유는 35번 즉 36번 승급심사를 눈 앞에 두고 있던 때였죠. 교도소 내 미친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34번 일 때 35번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강월유가 너무 예뻐서 당연히 데리고 갈 거로 생각했거든요. 강월유를 선택할 수 있었던 35번이 예쁜 걸 엄청나게 밝혔거든요. 실제로 강월유를 엄청나게 챙겨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미친 사람을 데리고 가기는 무서웠는지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가더라고요. 그래서 교도소가 떠들썩했던 게 기억나네요. “

 

 대체 얼마나 예뻤던 거야.

 

 ” 그래서 만났을 때 무슨 이야기를 했어요? “

 

 ” 아 이때는 이야기를 좀 많이 했었어요. 36번 승급심사를 앞에 두고 있는데 마음이 복잡하다고 자기는 동기를 죽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아. 이때 저한테 동기란 말도 알려준 것 같아요. 사실 동기란 말은 존재만 하지 쓰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때까지 몰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뭐라고 했더라…. 음 어떻게 같이 살고 같이 생활하던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느냐면서 고민하던 것 같아요. 자기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자기 동기는 이미 준비를 다 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때도 광장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

 

 ” 정말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

 

 나는 호명의 말을 끊었다. 호명의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였다. 내가 11번이었을 때 만났던...35번의 말과 똑같았다. 자신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과 동기란 말을 알려준 것. 정확히 내가 만난 35번이 한 말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 네. 이 말을 하고 나서 강월유가 죽여야 했던 사람이 자살했거든요. 기억이 나네요. 어! 생각해보니까 전에 그 사람이랑 똑같은 곳이었어요. 그…. 있잖아 우리가 월텀 교도소에 있을 때 배식실에서 자살한 사람. 그 사람이랑 똑같은 곳 그러니가 배식실 문턱 그곳에서 똑같은 자세로 죽어있었던 것 같아요. “

 

 호명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생각은 복잡해지고 진실은 희미해져 갔다. 강월유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이며 호명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35번과 강월유 사이에 공통점이 너무도 많았다.

 

 ” 그리고 그때 저한테 이곳에 관해서 설명해줬어요. 사실 우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설정되어 있다고, 즉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형량이라고, 또 감정을 느끼게 되면 형벌을 거스르는 것과도 같으니 그냥 처분당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

 

 대체 이 모든 사실을 강월유는 어떻게 알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강월유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이 의문이 들었다.

 

 ” 그래서 제가 어떻게 그런 걸 다 알고 있느냐고 물어봤죠. “

 

 아주 잘한 일이에요. 이제 도움이 좀 되겠네요.

 

 ” 그래서요? 그래서 뭐라고 답했어요? “

 

 ” 처음엔 그냥 웃었어요.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는데……. 그게….“

 

 호명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 뭔데요?? 잘 기억해봐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 “

 

 나는 호명을 옆에서 닦달했다.

 

 ” 그게…. 자기가 오류…. 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무슨 실험체? 가 됬다고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이게 너무 이상한 말들만 해서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아요. 미안해요... “

 

 오류. 나보다 먼저 발견된 오류 강월유. 도담을 자극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았다.

 

 ” 미안하다뇨. 오히려 제가 더 고맙죠. 호명. 당분간은 조심히 지내세요. 되도록 마도담의 눈에 띄지 않게 다니시고요. 오늘 저녁까지만 참아요. 전 먼저 가볼게요.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달려갔다. 도담을 자극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했으나 나의 한가지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도대체 35번과 강월유간의 이 수많은 공통점은 무엇인가.’

 

 ” 이나. 자요? “

 

 나는 방문을 열자마자 이나를 불렀다.

 

 ” 아니요…. 이영 있잖아요…. “

 

 이나는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나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했다.

 

 ” 나중에요. 지금은 제 질문에 답 하나만 해주세요. “

 

 나는 이나의 말을 끊고 이나의 옆에 앉았다.

 

 ” 네…. 나중에 꼭 들어줘야 해요. 질문이 뭔데요? “

 

 이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 도담과 이야기 나눌 때. 표정의 변화가 있었어요? “

 

 ” 음…. 네. 있었던 것 같아요. “

 

 ” 무슨 이야기를 할 때 표정이 변했어요? “

 

 ” 어…. 별건 아닌데 제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와 우리 교도소 이야기를 할 때 변했던 것 같아요. 크게 변한 건 아니고 눈썹이 움직인 정도였어요. “

 

 이름을 듣고 놀랐던 것은 성이 강 씨였기 때문이고 교도소 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강월유에게 이미 한 번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했다면. 그 차가운 도담의 눈썹이 움직인 이유가 되었다.

 

 ” 그렇게 두 번이에요? “

 

 ” 음…. 한 번 더 있었어요. 이영의 이름이 나왔을 때. 그때도 반응했던 것 같아요. “

 

 혹시 강월유에게 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도담에 반응에 대한 내 생각은 단순한 추리였으나 지금 내가 믿을 구석이라곤 호명의 짧은 이야기와 나의 추리밖에 없었다.

 

 ” 고마워요. 이나 오늘은 먼저 점심 먹으러 가요. “

 

 나는 이나의 말이 끝나자 다시 방문을 닫고 나왔다.

 

 ” 도원……. 도원이 어디 있을까. “

 

 나는 다시 공원으로 가 주변을 살폈다. 주변을 둘러보다 계단에 앉아있는 도원이 보였다.

 

 ” 도원!! 한도원!! “

 

 나는 도원을 발견하자마자 도원을 향해 달려갔다.

 

 ” 이영? 무슨 일이에요? “

 

 도원은 달려오는 나를 발견하자 내 쪽으로 걸어왔다.

 

 ” 그게....하....있잖아요... “

 

 너무 달린 탓일까 나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일단 숨 좀 쉬어요. 들이마시고 내쉬고. 무슨 일인데 이렇게 뛰어와요? 숨넘어가겠어요. “

 

 도원은 내가 숨을 고르게 옆에서 도와주었다.

 

 ” 도원. 혹시 강월유에 대해 더 아는 거 있어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라도 괜찮으니 혹시 뭐 들은 거 없어요? “

 

 나는 숨을 다 고르고 도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 갑자기 왜요? 그게 이렇게 뛰어온 이유에요? “

 

 ” 저 오늘 저녁 마도담이랑 면담해요. 이 면담에서 제가 살아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강월유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는 것 그것 하나밖에 없어요. 제발 아는 건 다 말해주세요. “

 

 나는 도원에게 더 다가갔다.

 

 ” 어……. 전 하나밖에 없는데... “

 

 도원은 당황한 듯 뒷걸음질을 쳤다.

 

 ” 뭔데요? 그거라도 괜찮으니까 말해줘요. “

 

 나는 뒷걸음질 치는 도원을 향해 더 다가갔다. 강월유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알아야 했다.

 

 ” 그 사람이 정말 예뻤다는 것. 그리고 정확하진 않지만 들려오는 소문에 마도담이 강월유를 정말 아꼈다는 것……. 이건 정확하지 않으니까 말하지 마요. 괜히 건드렸다가 정말 처분당할 수도 있어요. “

 

 마도담이 강월유를 아꼈다... 혹시 마도담이 강월유를 아끼는 정도가 아닌 사랑 하고 있었다면? 나는 머릿속에 이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 얼마나 아꼈는데요? “

 

 나는 도원을 계단에 앉히고 나도 옆에 앉았다.

 

 ” 그냥 듣기론 밥을 같이 먹은 적도 많았다고 하던데요. 강월유가 면담에서 살아남고 나서부터 면담을 자주 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강월유는 항상 살아서 나왔고 강월유와 면담을 한 날에는 감정 시간이 5번이 되기도 했대요. “

 

 ” 감정 시간을 조절하는 게 마도담이에요? “

 

 처음 듣는 정보였다.

 

 ” 네. 마도담이 조절해요. 감정 시간이 언제가 될지와 몇 번이 될지. 한때는 5번일 때도 있었고 언제 1번만 나온 적도 있대요. 처음 왔을 때 3번이라고 말하는 건 그냥 형식상 적어놓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도담이 기분이 좋을수록 횟수는 많아지고 반대로 기분이 좋지 않으면 횟수는 적어지는 거에요. “

 

 도원은 열심히 듣는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 아…. 그런 거구나... “

 

 ” 점심. 저랑 같이 먹어요. 제가 강월유에 관해서 물어볼게요. 그리고 다시 만나서 말해봐요. “

 

 도원은 잠시 뜸을 들이고 말했다.

 

 ” 음…. 있잖아요. 도원…. 제가 오늘 저녁에 살아서 면담을 끝낸다면 그냥 이런 말 없이 저희 매일 같이 밥 먹어요. 언제든 먼저 온 사람이 앞자리 아무도 못 앉게 놔두기로. “

 

 나는 도원의 손을 잡고 말했다.

 

 ” 네...? “

 

 도원은 당황한 듯 동공이 흔들렸다.

 

 ” 오늘 저녁에 제가 살아서 온다면 저랑 같이 항상 밥 먹자고요. “

 

 ” 제가 강월유에 대한 건 다 알아올게요. 모든 사람한테 다 물어보고 올게요. 그리고 점심때 다 말해줄게요. 그러니까 마도담한테서 살아서 나온 두 번째 사람이 되어주세요. 제발요. 그럼 저 가요! “

 

 내 말이 끝나자 도원은 벌떡 일어나서 말하곤 어딘가로 달려갔다. 나는 달려가는 그 모습을 보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

 

 내가 배식실에 들어갔을 때 도원은 이미 항상 우리가 앉던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배식을 받고 도원의 앞에 앉았다.

 

 ” 일찍 왔네요? “

 

 도원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 강월유에 대해서 알아보는 게 잘 안됬어요?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

 

 ” 아뇨…. 알아보는 건 나쁘지 않게 알아봤는데요…. 이영. 이 사람에 대해 더 알아야 해요? 알아서 좋을 게 없는 사람 같은데... “

 

 ” 왜요? 그 사람이 미친 사람이라서요? “

 

 나는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었다.

 

 ” 알고 있었어요? 그럼 그 사람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납치당한 거라는 것도 알아요? “

 

 도원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가 다시 작아졌다.

 

 ” 어……? 납치요? 그건 처음 듣는데? 무슨 납치요? “

 

 ” 이게 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이야기라 저도 다 안 믿었는데 그 사람을 만났어요. 강월유가 살아있을 때 존재했던 사람. “

 

 도원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곤 다시 말을 이었다.

 

 ” 마도담만 강월유를 사랑했던 게 아니라 서로 사랑했던 거였어요. 그런데 강월유가 미친 사람처럼 감정 시간이 없어도 된다는 말을 하고 다니니까 마도담이 강월유를 어딘가로 데리고 갔대요. 그리고 거짓말처럼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순식간에 사라지기 전에 마도담이 강월유를 불렀다는 사실은 잘 안 알려졌다고 하더라고요. “

 

 ” 그 사람 어디 있어요? “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오늘…. 방금 막 출소했을걸요. 제가 출소하기 전에 겨우겨우 찾아가서 만난 거라... “

 

 도원은 오히려 자신이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 괜찮아요. 뭘 고개를 숙이기까지 해요. “

 

 내가 도원에게 다가가려는 그 순간 저 멀리서 도담이 나를 걸어왔다.

 

 ” 면담 시간을 지금으로 바꾸지. 강이영. 자리 옮겨. “

 

 도담은 자신의 말만 하고 돌아가 면담 전용 자리에 앉았다. 도담의 뒤로 6명의 교도관이 배식실로 따라 들어왔다.

 

 ” 지금 바로요? “

 

 ”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어서 앉아. “

 

 ” 미안해요. 저 면담하고 올게요. 밥 다 먹고 얼른 들어가요. “

 

 나는 도원의 어깨를 잡고 조용히 속삭였고 자리를 옮겨 도담의 앞에 앉았다.

 

 ” 말해봐. “

 

 도담은 내가 앉자마자 물었다.

 

 ” 강월유. 오류였죠. 그리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이기도 했죠. 강월유와 이야기를 하며 우리 교도소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강이나에게 먼저 접근한 거죠? 나는 당신을 후유증에 걸렸을 때 만나서 이미 알고 있으니까. 당신이 우리와 비슷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아니까. 내가 아닌 다른 월텀 교도소 출신 죄수인 강이나와 대화를 하려고 했던 거죠? “

 

 나는 도담의 앞에 앉자 손이 떨렸다.

 

 ”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어. 더 할 말이 있나? “

 

 추측이 완전히 틀리진 않았다.

 

 ” 네. 강월유는 오류. 저보다 먼저 생긴 오류였어요. 하지만 저랑 달리 능력이 좋았죠. 감정 조절 능력이나 승급하는 능력이나. 그리고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당신이 사랑했겠죠. “

 

 ” 더 해봐. “

 

 ” 강월유는 당신에게 이곳이 이상하다고 말했을 거에요.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자 다른 죄수들에게 말하기 시작했겠죠. “

 

 도담의 눈썹이 움직였다. 이나에게 들었다시피 도담의 심경의 변화는 눈썹을 보면 알 수 있었다.

 

 ” 전 강월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요. 나도 같은 존재니까. 강월유가 당신에게 한 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당신도 입을 열어봐요. 당신이 아는 강월유는 누구죠? “

 

 나는 도담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 네가 한 말이 전부 맞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일부는 정확했다. 강월유는 내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사람이었다. 하지만 미쳐서 더는 교도소 내 생활이 불가하다고 판단했지. 그래서 처분을 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분이 처분하려는 나를 막으셨어. “

 

 마도담은 마치 강월유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던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 그분이요? 누구요....? “

 

 ” 나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이며 나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 이 교도소 내 최고 권위자. 이름은 나도 몰라. 그냥 그런 존재라는 것만 알지. 그 사람이 나를 막고 월유를 데리고 갔어. 그리고 며칠 후 정기적으로 있는 교정본부장 회의에 갑자기 월유가 나타났지. 너무도 야윈 모습을 하고 말이야... “

 

 도담은 손깍지를 끼고 식탁 위로 올렸다.

 

 ” 월유는 그날 나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어.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에게 다시 말을 걸었을 때 월유는 자신과 닮은 또 다른 오류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

 

 확실했다. 도담은 강월유를 그리워하고 사실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 더 이야기해봐요. “

 

 어느새 면담에서의 갑과 을은 바뀌어 있었다.

 

 ” 월유는 자신이 처분당할 것을 감수하고 너를 만들어냈다. 자신보다 더 강력한 존재라고 말하며 웃었지. 네가 자신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여러 번 찾아갔다고. 너와 처음 면담했던 교도관, 35번이라는 존재는 모두 월유였다. “

 

 강월유에 대해 말하는 도담의 목소리는 나에게 느껴질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 다…. 다 다른 사람이었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

 

 ” 교정본부장은 각자 주어진 특별한 것이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원하는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할 수 있고 월유는 특정한 상대에게 자신을 동화시킬 수 있었어. 교정본부장을 너희와 같은 죄수와 같은 취급을 하진 말아줘. 우리는 너희보다 훨씬 높은 등급의 캐릭터니까. “

 

 ” 캐릭터요? “

 

 도담은 내 말이 끝나자 자신의 입을 막았다.

 

 ” 아니. 존재니까. 말이 헛나왔다. 어쨌든 그 사람들은 모두 월유였다. 널 굉장히 아꼈어 월유는. “

 

 35번은 예상을 못 했던 것은 아니다. 모든 이야기가 그 하나의 사실을 말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교도관이 강월유였다는 사실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나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모질게 말을 한 것일까.

 

 ” 월유는 너를 탄생시켰어. 그래서 나는 네가 싫다. 너의 존재가 월유를 죽일 수도 있으니까. “

 

 도담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작가의 말
 

 월중옥토 : 달 속에 옥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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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죄수 번호 36번. 유명지몽(有名之夢)-3 11/3 321 0
18 죄수 번호 36번. 유명지몽(有名之夢)-2 11/1 329 0
17 죄수 번호 36번. 유명지몽(有名之夢) 10/31 357 0
16 죄수 번호 36번. 무명지몽(無名之夢) 10/30 318 0
15 죄수 번호 35번. 일장춘몽 (一場春夢) 10/25 325 0
14 죄수 번호 34번 혹은 2번. 여진여몽(如眞如夢)- 10/23 310 1
13 죄수 번호 14번. 몽환포영(夢幻泡影)-2 10/20 333 1
12 죄수 번호 14번 몽환포영(夢幻泡影)-1 10/15 321 1
11 죄수 번호 13번. 몽상부도(夢想不到)-2 10/14 311 1
10 죄수 번호 12번. 몽상부도(夢想不到)-1 9/24 305 1
9 죄수 번호 11번. 몽중몽설(夢中夢說)-2 9/19 329 1
8 죄수 번호 11번. 몽중몽설(夢中夢說)-1 9/17 342 1
7 죄수 번호 3번. 몽외지사(夢外之事)-3 9/10 364 3
6 죄수 번호 3번. 몽외지사(夢外之事)-2 9/9 333 2
5 죄수 번호 3번. 몽외지사(夢外之事)-1 9/5 324 2
4 죄수 번호 3번. 몽중상심(夢中相尋)-2 9/4 324 2
3 죄수 번호 3번. 몽중상심(夢中相尋)-1 9/2 369 1
2 죄수 번호 2번. 여진여몽(如眞如夢)-2 9/2 548 3
1 죄수 번호 1번. 여진여몽(如眞如夢)-1 9/2 575 4